친부모를 알 수 없는 아동에게 정부가 임의로 부여한 ‘기아(棄兒) 호적’이 3만 8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들은 가족을 찾는 일이 막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첨단 전자정보로 인해 헤어진 가족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아진 요즘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니 예상치 못한 사각지대의 허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DNA 등록을 통해 가족 연결이 가능하도록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산(離散)의 아픔은 인간이 견디기 힘든 극단적 고통 중 하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민주·성남중원) 의원이 28일 대법원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대법원이 발급한 기아 호적은 3만 8361건으로 기록됐다. 기아 호적은 호주제 폐지로 호적법을 대체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2008년에 시행되면서 2007년까지 시행된 제도다. 부모와 떨어진 아동이 본인의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 채 가족을 찾지 못한 경우 정부가 아동에게 임의로 호적을 발급해 시설에서 보호하게 하거나 입양을 보내기 위해 사용됐다.
가장 많은 기아 호적이 발급된 해는 1999년으로 4025건이다. 그다음으로는 2003년 3412건, 2001년 3046건으로 집계됐다. 17개 시도 중 기아 호적이 많이 발급된 지역으로는 서울 2만 7456건으로 가장 많고, 부산 3869건, 경기 1379건 순이다. 그렇게 입양된 이들에게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가족 찾기를 위해 정보공개청구 열람을 안내하고 있지만, 이들이 성인이 된 후 가족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오기(誤記)되거나 임의로 작성된 기아 호적을 발급받아 시설에서 자란 경우 가족을 찾을 방법은 DNA 확인이 유일하다. 하지만 관련 법 제도가 이를 전혀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42년 전 KBS 1TV에서 방영된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의 기적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1983년 6월 30일 밤 10시 15분부터 동년 11월 14일 새벽 4시까지 138일, 총 453시간 45분 동안 방송했던 이 생방송 프로그램은 지구촌 인류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면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최고의 휴먼드라마였다. 
KBS 내부 인력과 전화를 받는 대학생 아르바이트까지 합하면 이 방송 기간에 동원된 인력만 1000명에 육박한다. 이산가족 5만여 명이 여의도를 찾았는데 방송에서는 10만 952건이 접수되었다. 그중 5만 3536건이 방송되었고 결과적으로 1만 189가족이 재회할 수 있었다.
이산가족이라고 하면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만을 일반적으로 떠올리던 시대에 이 프로그램은 남한 국내, 그리고 남한과 해외에서 그렇게 많은 가족이 이산(離散)의 아픔을 겪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현행 아동복지법, 국내·국제입양에 관한 특별법 등 입양과 관련된 법에는 정보공개 청구 권한에 관한 내용만 있을 뿐, 정부가 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이수진 의원은 “과거 아동보호시설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길 잃은 아동을 강제로 시설에 데려오는 일이 많았다”면서 “가족 찾기 DNA 등록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은 가족을 찾고 싶은 사람들만이라도 대상으로 하여 당사자 동의를 얻어 정부가 DNA를 등록하고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늘 가족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절한 고통을 깊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물론 의도적인 이별이나 소통 단절의 경우는 예외일 수 있지만, ‘기아 호적자’처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과 헤어져 평생 그리워하고 사는 이들의 고통만큼은 국가사회가 해결해주는 게 맞다. DNA 등록과 대조 과정을 통해서 작지만 견디기 힘든 깊은 고통을 덜어주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