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월 27일 헌법절 53주년을 맞아 국기게양 및 선서의식을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조선인민의 이익을 옹호하고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인민의 복리와 국가의 장성발전을 도모함에 무한히 성실하며 공화국 헌법을 철저히 수호하고 법적 의무를 엄격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남한에서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 선서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북한 헌법절은 1972년 12월 2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해 국가 주석직을 신설하고 김일성이 주석에 올라 유일지배체제를 완성한 날이다. 그런데 1972년 12월 27일은 남한의 60대 이상에게도 낯설지 않은 날이다. 이날 남한에서는 유신헌법이 발효됐다. 남과 북이 하필이면 같은 날에 1인 독재체제 완성과 영구집권을 위한 헌법을 채택하고 발효했는지 우연이라고만 하기에는 설명이 어렵다.
당시 남북은 세계적인 데탕트 분위기를 타고 1971년부터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이 활발히 진행됐고, 1972년 7월 4일에는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통일원칙을 천명한 7·4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며 통일에 대한 기대가 한반도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러나 활발히 진행되던 남북회담은 1972년 12월 27일 북한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채택으로 김일성 1인 독재체제가 완성되고, 남한에서도 유신체제가 성립되면서 시들어져 갔다. 박정희 정부와 김일성 정부는 이후 남북 대화에는 관심을 끊고 각자 1인자의 영구 독재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에 매진한다. 한반도 분단 상황은 남북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희생양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남북의 통치자들에게도 권력강화를 위한 아주 유용한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됐다.
그런데 그동안 하루 쉬는 공휴일 정도로 여겨졌던 헌법절 행사에 김정은이 직접 참석하며 헌법을 부각하고 있다. 김정은은 주체사상을 통해 통치하던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어 내고 국제사회 정상국가로 인정받으려 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교육·의료·주택 등 인민생활 향상과 지역균형발전 등에 관련된 법들을 정비하고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정상 국가의 기본적 기능들이다. 김정은이 인민의 지지와 국제사회 인정을 위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통치이념으로 하고 법제화를 통해 이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최근 연구를 보면 김정은 집권 이후 2024년 2월까지 12년간 481건의 법을 제·개정했는데, 김일성 집권기 49건, 김정일 집권기 17년간 461건이 제·개정된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물론 우리 기준에서 한참 미흡하지만, 김정은은 선대에서 강조한 주체사상이나 선군정치보다는 국가를 내세우며 법과 제도화를 통해 대내외에 정상국가 모습을 보여주며 변화된 북한 주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려 한다.
오늘날 북한은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주체사상과 절대자의 자의적인 지시만으로 통치되는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사회 진정한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북 교류협력과 한반도 평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은 먼저 북한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때 가능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