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민의힘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선거 구도는 이미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안착돼 가고 있고, 선거에서 야당의 무기인 바람(風)이 일으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그렇다고 후보자의 역량에 기대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천 과정을 보면 국민의힘이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공천 과정에서는 항상 잡음이 있어 왔지만, 이번 컷오프를 둘러싼 잡음은 잡음이 아니라 굉음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컷오프의 기준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여론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컷오프를 단행하니 당사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사법부로 문제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치의 사법화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에도, 지금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결정에 의하지 않고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치의 본연의 목적은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다. 사회적 갈등은 무한 투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규칙이 존재하는 정치라는 이름의 ‘링’ 위에 사회적 갈등을 올려놓고 정당이 대신 싸워 줌으로써 사회적 갈등이 무한 투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당내 갈등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숨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법부는 공천이나 징계와 같은 정당 내부 사안에 개입하기를 꺼린다. 이를 정치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본안 소송을 제기할지언정, 가처분 신청까지 하지는 않는다. 자칫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사법부가 이를 기각하면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사법부는 국민의힘 관련 사안에 대해 대부분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있다. 지난번 당 윤리위의 징계에 대해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고, 이번에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컷오프에 항의하며 낸 가처분 신청도 인용했다. 주호영 의원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그럼에도 가처분이 적지 않게 인용된 것은 사실이다. 이 정도가 되면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내린 결정 혹은 조치에는 상당한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윤리위의 징계 절차만 문제였다고 해도 심각한데, 이제는 공천 역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까지 나오니, 국민의힘 내부 기구 전반이 자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가 없다. 선거 운동을 할 때 빨간색 점퍼 대신 하얀색 점퍼를 입고 뛰어야 한다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장처럼, 후보들 각자가 당에서 독립된 선거대책위를 꾸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현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법부의 결정을 탓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보수 유권자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을 고쳐 쓸 수 있는지, 고쳐 쓸 수 없다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 이제 결심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