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널리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명언이다. 그는 사형 집행 전 마지막 소원으로 읽다만 책을 마저 읽게 해달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독서가였다. 나는 안중근 선생님처럼 죽기 직전에 읽던 책을 끝까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틈나면 책을 읽어서 하루에 한 권 이상을 읽는다. 활자 중독처럼 끊임없이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읽었던 건 아니다. 초등학생 때는 평범하게 학습 만화나 전집류를 읽었다. 그러다 중학교에 가면서 만화책에 빠졌다. 만화책은 너무 강렬하고 중독적이라 걸어다니면서 만화책을 펼쳤다. 한번은 만화를 읽으며 걷다가 노상에서 생선을 파시는 할머니의 바구니를 밟았다. 어찌나 스냅 좋게 밟았던지 바구니가 180도로 뒤집어지며 바닥으로 생선들이 떨어졌다. 할머니는 교복 입은 내가 쩔쩔매며 굽신거리는 걸 보곤 그냥 가라고 하셨다. 그 뒤론 걸어다니며 만화책을 읽지 않았다.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지혜의 팔 할이 만화책에 나와 있었다. 친구 사이의 의리는 ‘원피스’ 속 루피와 해적 친구들을 지켜보며 체득했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그 남자 그 여자’를 읽은 다음
올해부터 교실에서 하는 루틴이 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날 마지막 교시에 다 함께 감사일기를 쓴다.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서 수업받느라 고생한 반 친구들에게 힐링할 시간을 주고, 나도 교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본다. 오늘을 복기하며 한 템포 끊고 소란스러운 정신을 붙잡는다. 알림장을 쓰기 전 10분 동안 끼적이는데 고요한 가운데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듣기에 좋다. 단어는 감사 ‘일기’지만 실제로는 하루 동안 감사한 일이나 스스로 칭찬할만한 자신의 모습을 세 가지 정도 찾아서 작성한다. 감사일기를 적는 아이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금세 쓰고 쉬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하다가 전에 썼던 내용을 커닝하며 분량을 채우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그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이도 있다. 처음에 감사한 일 찾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들 많이 나아졌다. 글쓰기가 끝나면 제일 먼저 내가 발표한다. 내 감사일기에는 대체로 날씨의 모습이 들어간다. 맑으면 맑은 대로 청량해서, 흐리면 운치가 있어서, 비가 오면 흙냄새와 살아나는 초록이들이 예뻐 보여서 감사하다는 내용들이다. 처음에는 날씨에 시큰둥하던 아이들도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가 간단하다. 코로나가 퍼지기 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영화관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2시간 동안 핸드폰을 볼 수 없기 때문’을 꼽았다. 단 몇 시간일지라도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어야한다면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느껴진다. 이 세대가 주류 소비층이 되는 미래엔 극장 산업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 기억이 있던 시절부터 핸드폰과 함께 한 신인류는 기존 세대의 문법과 다른 공식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2011년생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10대 후반들과도 차이가 있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지 4년 뒤에 태어났다. 부모의 단호한 의지가 개입된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면 영아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랐다. 살아오면서 휴대폰을 사용한 날보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은 날을 세는 게 빠르다. 컴퓨터 키보드는 독수리 타법으로 치지만 스마트폰 타자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 수 있다. 무인도에 가져갈 필수품으로 1위로 스마트폰을 꼽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들과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입장 차이는 극과 극을 달린다. 부모님은 아이
늦은 밤 횡단 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내 주변과 길 건너편까지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낀 채 서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라 갸우뚱하다가 곧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의 도입부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공기질 악화로 거리를 다닐 때 방독면이나 마스크가 필수 아이템이었다. 감독은 아바타 속 시대 배경을 2154년으로 설정하여 손자의 손자 세대의 망가진 지구 풍경을 묘사했다. 영화를 볼 땐 내가 죽고 사라진 150년쯤 뒤에나 방독면과 마스크가 일상이 될 거라 상상했지, 고작 10년 뒤 바이러스 탓에 아바타의 거리 풍경이 현실에서 재현될 줄 몰랐다. 코로나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거시경제 구조까지 바꾸는 중이다. 학교도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온라인 수업, 홀짝 등교, 비말이 튈 수 있는 교육 활동 금지, 친구와 신체 접촉 금지, 급식 시간 대화 금지처럼 이전에 없던 모습이 일상이 되어간다. 코로나 시대의 교실은 어떤 모습인지 하루를 들여다보자. 아침시간, 개학하자마자 이별하는 아이들. “여러분 우리 어쩌면 올해 안에 다시 못 만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친구들과 미리 인사해 둡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