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까마득한 옛날부터 광고는 정치와 관계가 깊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유사 광고는 기원전 5000년 경 이집트 고대왕국시대의 전쟁 승리화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태양신을 숭배하는 파라오가 적을 무찌르는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넓게 보았을 때 오늘날 정치광고 포스터의 원시적 형태다. 기원전 4,000년 경 아시리아 왕국의 전승도(戰勝圖)도 마찬가지다. 부조(relief)로 새겨진 이 작품에도 천하를 지배하는 왕의 권위에 대한 선동적 메시지가 선명히 드러나 있다. 현대에 들어와서 광고와 정치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캠페인(campaign)이란 용어 자체가 그렇다. 평야라는 뜻의 라틴어 ‘캄푸스(campus)’에서 비롯된 이 단어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관된 계획 하에 일정 기간 전개하는 정치적, 상업적, 기타 일련의 활동이나 운동”으로 정의된다. 선거를 치를 때 많이 쓰는 말이지만,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분야는 오히려 광고 영역이다. 광고주가 상품광고를 행하는 목적은 3가지다. 소비자에게 특정 브랜드의 이름과 특성을 알리는 것. 그것을 경쟁제품보다 더 좋아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구매행동에 나서게 하는 것이다. 정치의
1. 봉준호 감독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게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해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 등 히트작을 찍었다. 드디어 2020년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아카데미 4개 부문 영화상을 휩쓸었다. 1969년 9월생이니 50대 초반이다. 그런데도 이미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옥자(2017)’가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OTT 채널 넷플릭스에서 전액 투자를 받은 작품이다. 식용육 생산을 둘러싼 글로벌 자본의 일그러진 탐욕을 그린 영화다. 여기서 옥자는 ‘미란도’라는 다국적 식품회사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슈퍼돼지의 이름.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사료도 적게 먹고 배설물도 적게 싸는” 완벽한 돼지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가 한 식구처럼 기른 옥자는 뉴욕으로 강제 이송되어 씨받이가 된다. 그리고 갈갈이 몸이 찢겨 가공식품이 될 위기에 처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식품회사 CEO 미란도가 (영화 속 광고에서) 소비자에게 던지는 다음의 메시지다, “저희 회사 변혁연구소와 미란도 동물복지센터에서 혁신적인 비밀연구를
드라마를 잘 안 본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화제작도 대개 한 두 번 보다가 만다. 올 봄 들어 그런 히트 드라마 두 개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나는 여전히 끌리지가 않았다. 그러나 소문의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는 달랐다. '우리들의 블루스'. 스토리 전개의 구조, 주인공들 연기, 품고 있는 주제가 마치 장이 익어가는 것처럼 깊었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드라마 전 편을 정주행한 것이 그 때문이다. 옴니버스 형식이다. 주제는 하나인데, 그 안에 독립된 여럿의 에피소드들이 겹쳐 있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는 (도입부 LP판에 적힌 두 개의 이름이 상징하듯) 각 스토리가 사람과 사람의 운명적 인연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된 에피소드를 세어보니 모두 일곱 개다. 색깔이 다른 그런 에피소드들이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든 것이다. 작가는 노희경. 그녀가 쓴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 하나만 놓고 보면 가히 장인에 가까운 솜씨다. 정교한 감정의 복선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이야기 전체에 심겨져있다. 주제가 선곡에서부터 흰색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제목 모습까지 살짝 신파가 섞이기는 했다. 그런데도 쑥 들
1. 신참 배우 톰 크루즈를 스타 반열에 진입시킨 영화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가 스물네 살 때 찍은 '탑건'입니다. 비행전투 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작품이지요. 인도양을 배경으로 가상적국과 싸우는 최정예 파일럿. 항공점퍼와 청바지 입고 연인을 오토바이 뒷자리 태운 채 해변을 달리는 로맨틱한 장면이 아직도 계속 다운로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토바이 기종이 뭐냐는 질문이 36년째 인터넷에 올라오는 중이지요. 답변 : 1986년 당시 가장 최고속도가 빨랐던 카와사키 닌자 GPz900R. 크루즈는 이후 휴양지 바텐더(칵테일)와 드라큘라(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배역 등으로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부터 일곱 번 째 제작 중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해 마침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흥행배우로 자리를 굳힙니다. 출연하는 모든 작품에서 빛나는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역할에 대한 이해력과 몰입도가 대단한 거지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그의 연기가 가장 실감이 나는 분야는 역시 SF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우주전쟁(2005년), 오블리비언(2013년),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같은 작품들이 그렇지요. 광고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제 입장에서
1. 1974년 9월, 미국 제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한 달 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 일요일 저녁 교회에서 돌아온 다음 (개인적 고민이 깊었다는 뜻이리라) 행한 조치였다. 논란이 분분했다. 하지만 사면을 단행한 포드를 향한 ‘인간적 비난’은 드물었다. 해석은 천차만별이었으나 정치적 맹우였던 닉슨에 대한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한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3월 15일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는 글을 이 칼럼에서 썼다. 법적, 정치적, 국민통합적 관점에 있어 당위성을 곡진히 말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케 하는 일은 있었다. 4월 25일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내놓았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 등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판단기준”이며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는 없다”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정 교수에 대한 사면이 마치 부당한 특권행사일 수 있다는 논리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스로 손으로 박근혜 전
1.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이 2주 남았다. 그와 손발을 맞출 국무총리와 장관 지명자들이 속속 실체를 드러냈다. 문제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후보자들 거의 모두에게서 의혹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정호영 경북대 의대 교수에 관한 것이 아닌가 한다. 법인카드 결제와 아들 병역 문제는 애교에 속한다. 시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딸과 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나타난 비리의혹이다. 아들의 경우 편입학 서류에서 한 학기에 19학점 수업을 들으며 매주 40시간의 연구원 활동을 했다고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2건의 공동저자 참여 논문에서도 연구진실성 논란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딸의 경우는 편입학 구술고사에서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3명의 평가위원들에 의해 지원자 14명 중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의혹 등이 제기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들 사례를 전형적 이해관계 충돌이요 공직자 윤리법 위반 사안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명증한 비판이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 교수는 신문칼럼을 통해 "본인의 우월적 지위가 어떤 형태로든 자녀
1. 『쇼크독트린(The Shock Doctrine : The Rise of Disaster Capitalism)』은 캐나다 출신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나오미 클라인이 쓴 책이다. 자연발생적 혹은 계획에 따른 구조적 충격을 발생시켜 특정국가에서 극단의 이익을 탈취하는 다국적 자본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발간된 지 10여 년이 훌쩍 넘은 책이지만 함의가 늘 새롭다. 그래서 수시로 서가에서 꺼내 펼친다. 이 책은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무기로 하는 글로벌 독점자본들이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저지르는 폭력적 욕망을 영화처럼 펼쳐 보인다. 1973년 CIA와 합작으로 민주주의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린 피노체트의 쿠데타. 덩샤오핑 집권기에 일어난 1989년의 천안문 사건. 1991년 몰아닥친 소비에트연방의 붕괴. 그리고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대내외적 쇼크(충격요법)와 위기 조성을 통해 압도적 부를 긁어모으는 그들만의 은밀한 작동방식이 폭로되어 있다. 다국적 자본의 금고로 전 세계 민중의 고혈이 꿀로 바뀌어 흘러드는 마술 말이다. 2. 『쇼크독트린』에는 1997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IMF 구제금융 사태 이야기도 나온다. ‘아시아의 호랑
1. 달콤하고 상쾌한 맛.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톡 터지는 느낌. 이렇게 말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맞습니다. 콜라입니다. 갈증이 날 때나 기분전환용으로, 특히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와 함께 하면 금상첨화지요. 전 세계 콜라 브랜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코카콜라입니다. 코크(Coke)로 약칭되는 이 음료가 처음에 두통약으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1886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약사 존 팸버튼(John Pemberton)이 코카(coca)잎과 콜라(kola) 열매를 주재료로 만들었지요. 그리고 두통을 없애주는 특효약으로 판매를 합니다. 상표 명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다가 동업자이자 경리책임자였던 프랭크 로빈슨(Frank M. Robinson)이 심플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두 가지 주재료의 이름을 묶은 다음, 콜라의 K를 C로만 바꿔서 작명을 한 거지요. 문제는 이 음료가 매우 맛이 없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외면을 한 건 당연한 일. 어떻게 하면 판매를 늘릴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던 팸버튼은 자신이 개발한 원액에 탄산수를 섞어봅니다. 그랬더니 달콤 시원한 맛에 톡 쏘는 느낌이 가미된 전혀 새로운 무엇이 태어납니다.
1. 경기신문에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명기한 칼럼을 처음으로 쓴 것이 2021년 3월 12일이었다. 꼭 1년 사흘 전이다. 이후 다섯 번의 칼럼을 통해 직접 대통령을 거명했다. 부동산과 인사문제를 필두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본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강력히 행사해줄 것을 곡진하게 요청했다. 대통령은 단순히 초월적이고 중립적인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적 핵심 사안에 단호히 개입하여 권력을 행사할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칼럼을 통한 나의 요청이 일개 필부의 사견을 넘어,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대신 전하는 것이라고 감히 믿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에 상응하는 해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대통령 선거의 핵심 분수령 중 하나가 (정부 지시에 적극 협조하다가 심대한 피해를 떠안은) 자영업자 및 중소상공인에 대한 즉각적, 대대적인 손실보상 및 재정 지원이었다. 추경예산의 획기적 증대를 비롯한 이에 대한 절절한 요청 또한 무시당했다. 개혁지향 시민들의 거듭된 분노와 절규에도 불구하고 문 대
1. 대통령이 현 정부를 “적폐 청산 수사 대상”으로 공격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했다. 사과를 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거기에 대해 답변하고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발단이 무엇이든 간에) 윤석열의 공격은 뚜렷한 프레임 전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도 안 남은 대선국면 막바지에서 스스로를 문재인 정부를 대적하고 대체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포지셔닝시키려 하고 있다는 뜻이다. 명실공히 여권 수장인 대통령과 충돌이 격화되면 될수록 대중의 인식 속에서 차지하는 야권 후보 윤석열의 덩치가 압도적으로 커진다. 충돌 사건의 드라마틱한 흥미효과로 인해 '윤석열' 이름 석 자가 언론과 sns에 맹렬한 기세로 노출되고 각인된다. 대중적 관심의 독점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언론지형에서 미디어들이 신나게 해당 사안을 퍼 나르고 더욱 증폭시킬 거란 점이다. 이런 순환이 두어 바퀴 돌고나면 어떻게 되나. 윤석열은 문재인을 대체하는 차세대 권력으로서 상징적 이미지를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이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