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남선희의 향기로운 술 이야기]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간 첫 걸음
내가 전통주를 함께한 지도 25년이 되었다. 현재 나는 북촌에 있는 전통주갤러리에서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매일매일 전통주와 일상을 함께하는 나의 삶이 참 풍요롭다. 술을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이것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행복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술이 나의 인생에 반을 차지하는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와 술의 첫 인연을 말하자면 아버지께 해드렸던 음식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어려서 자주 몸이 아파 아버지의 손이 많이 필요한 딸이었다. 늦은 밤 아프다는 딸을 업고 빗속을 달리던 아버지의 따뜻한 등이 생각난다. 등굣길 어지럼증 때문에 지하철 역사 나무의자에 몸을 쪼그리고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와 나를 안심시켰던 아버지의 음성도 떠오른다. 아버지의 따스한 보살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시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지만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각 음식의 온도에 따라 즐기는 것이다. “찬음식은 차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특별한 날, 우리의 식탁에는 모든 음식이 한꺼번에 올라오지 않았다. 매 음식을 그렇게 즐기셨다. 부엌에서 준비하는 사람은 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