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이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하나회가 군사쿠테타를 일으켰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박정희 사망 후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을 잡아 그들만의 봄을 누린 참혹한 계절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속 대사는 “세상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였다.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은 강력한 메시지라고 본다. 현실로 돌아와서 보면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민초들은 아등바등 좀 더 나아진 세상으로 바꿔보려고 애를 쓰지만 수포로 돌아가거나 제자리 걸음일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선거시즌이 되면 여의도 정치권은 개혁을 한다, 혁신을 한다는 명분으로 혁신위원회, 비대위원회를 만들지만, 혁신이나 개혁과는 거리가 먼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기 일쑤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도, 국민의힘의 인요한 혁신위도 반짝하는 이벤트처럼 종료됐다. 이런 풍경이 정치권에서는 일상적일 수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혁신위 및 비대위 정치에 대해 회의적이고,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문제를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 삶을 위해 정치문화를 잘 바꾸라는 의미로 선거를 하고,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주권을 맡긴다. 그 주권을 부여받은 정치인들은 스스로 혁신하고
문화현장에 종사하면서 아쉬운 점은 문화정책은 정치적 활동으로서 그 중요성이 낮게 인식되고 있다. 정치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문화정책의 분야도 정치활동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책의 민족’을 쓴 역사가 맥스 I. 디몬트는 “사상이 인간을 움직이고, 역사를 창조하는 것도 사상이다. 사상이 없는 사회는 역사도 없다. 그런 사회는 숨만 쉴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사의 주역이 된 20세기까지 유대인의 4천년의 역사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1962년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계인구 중 0.2%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 중 20%를 차지하고 모든 분야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책의 민족이기 때문이다. 사상을 기록하고 전파하며 역사를 만들어내는 역할은 결국 책문화에 있다. 책문화 정책은 저술과 창작, 출판정책, 서점정책, 도서관정책, 독서정책을 아우르며 문화정책이면서도 교육정책과도 연결되어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깊이 있는 사유를 하는 콘텐츠가 아닌 단편적이고 선정적인 가십성 뉴스들이 대거 넘쳐난다. 영상미디어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뇌는 문자를 읽고 해독하는 과정에서 발달한다. 특히 유아기 때부터 문자 중심의 독서를 꾸준히 하는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사회적경제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다. 필자는 10월 11일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주최한 ‘경기도 사회적경제 쇼케이스 및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쇼케이스는 무대로 꾸며진 런웨이(runway)에서 사회적기업인들이 무대로 걸어나오면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내빈소개와 인사말을 과감하게 없앴고, 사회적경제인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경기도 사회적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김동연 지사는 사회적경제의 네 가지 비전을 발표했다. 임팩트 유니콘기업 100개 육성, 성공한 사회적경제기업 모델 프랜차이즈화, 공공·민간의 우선구매 1조원 시장 조성, 사회적경제 조직 1만 2천개 확대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사회적경제국을 설립하고 공공기관으로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을 설립했는데, 광역에서는 최초이며 유일하게 사회적경제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경기도의 사회적경제 정책이 타 광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사회적경제육성법’을 제정했다. 사회적기업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사회적기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의 진정성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일까. 지난 8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택시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천원쯤 되지 않았나요”라고 답변했다. 1000원은 1994년 기본요금이고 지금은 4800원이다. 택시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국무총리라면 적어도 현재 기본적인 생활물가 정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0일, 정무직·1급 이상 고위공무원·지자체장·광역의회의원·교육감·국립대 총장 등 재산 공개대상자 2,037명의 정기 재산 변동사항을 공개했는데, 신고재산 평균액은 19억4625만 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의 평균 재산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20% 가량 더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76억9천725만원, 한덕수 국무총리는 85억1731만 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1일 공개한 ‘2023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인 국회의원 296명 중 재산이 500억 원 미만인 292명의 평균 신고 재산액은 25억2605만 원이었다. 지난해(23억8254만 원)보다
심리학자 크리스티안 미쿤다(Christian Mikunda)는 사람들은 ‘제3의 공간’을 원한다고 주장했는데, ‘제3의 공간’이란 사람들에게 삶의 균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학교와 직장이라면, 사람들은 두 공간을 벗어나 제3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캠핑을 떠나고 멋진 카페와 공간을 찾아가는 이유가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매력적인 공간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배우며 일상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이다.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제3의 공간’이라는 책에서 제3의 공간을 이루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째, ‘랜드마크(land mark)’로 건축물이나 공간이 사람들 눈에 띄어야 한다. 둘째, ‘몰링(malling)’으로 사람들이 공간에 들어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콘셉트 라인(concept line)’이다. 공간이 전체적으로 일관된 느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넷째, ‘코어 어트랙션(core attraction)’이다. 사람들 눈길을 확 사로잡는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제3의 공간을 마케팅 전략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뉴욕의 나
정치란 무엇일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정치권의 다양한 양상을 보면서 이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국회에서는 정치인들이 많은 법을 발의하고 또 법이 통과되었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내 삶에 보탬이 되는 법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우리 정치가 현실에 발을 딛지 않고 땅에서 붕 떠 있는 가벼운 정치문화 때문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현실정치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비껴가는 정치를 많이 보게 된다. 정치는 매우 세심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명품이 디테일에 강한 것처럼 정치가 명품이 되려면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나무에 매달린 정치인들의 현수막을 보면서 의미 없는 외침 앞에서 나의 삶, 우리의 삶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를 생각한다. 정치에서 행동과 말의 올바름이 필요하다. 행동과 말의 올바름은 진정성으로부터 나온다. 기득권에 기대는 진정성이 아닌 낮은 삶을 향하는 진정성이다. 우리 삶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기득권 체제 속에서 관행과 잘못된 틀을 깨기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늘 든다. 최근 용인에 사는 지인이 경기도에서 예술인 기회소득이 시작된다고 해서 알아보던 중 용인시는 시행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좌절했다. 우리 사회에는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
철학자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마라’는 책에서 ‘문화적 피로(Cultural Fatigue) 증후군’을 이야기한다. 선거 때마다 어느 정당에 표를 줘야 할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이런 피로가 선거 때마다 계속 누적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자신이 겪고 있는 문화적 피로 증후군을 사회학자들은 ‘정치에 대한 실망’이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더 정확하게 말해 ‘정치인에 대한 실망’이라고 표현한다. 정치가들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다는 것이다. 2023년 유엔 산하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가 발행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스스로 매긴 행복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57위이다.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이스라엘, 5위 네덜란드, 15위 미국, 47위 일본, 58위 그리스, 64위 중국, 최하위 137위는 아프가니스탄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나를 대신하여 일해 줄 정치인을 뽑는 선거를 한다. 그러나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은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문화적 피로 증후군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가 사는 지역에 규모
책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을 알리는 책문화 현장의 최전선에 있다 보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출판저널’ 편집부 책상에는 출판사에서 만든 새로 출판된 도서들이 쌓이는데 손님처럼 도착한 책들을 검토하다 보면 책은 시대를 기록하고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점을 실감한다. 최근 출간된 책 중에서 ‘세계를 이끈 경제사상 강의’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우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나라는 강대국인가? 우리나라는 경제강국인가?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어려운 질문일 수 있겠다. 첫 번째 질문, 우리나라는 강대국인가? 이 책을 쓴 경제사상가 김민주 저자에 따르면 G7그룹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가 들어가는데 유엔의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G7그룹에 들어가야 자타가 공인하는 강대국이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강대국은 아니다. 두 번째 질문, 우리나라는 경제강국인가? GDP 규모로 보면 우리나라는 2018년도에 10위, 2019년 12위, 2020년 10위였다. 구매력
한국 정치는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치개혁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외치는 정치개혁이 국민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언행일치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편, 정치 기득권 타파, 거대양당 체제 극복 등 정치개혁 아젠다를 내놓았지만 국회의원삼선제한, 국회의원국민소환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정치문화를 개혁하는 법과 제도 개선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득권이 기득권 체제를 스스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검사, 판사 등 법조인, 고위공무원, 중앙 언론인, 교수, 대기업 CEO 등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 밀어주면서 그들만의 정치를 해 온 결과가 지금 한국 정치문화의 부끄러운 현주소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는 자기 행위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고 자기 행위의 탓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은 없고 정쟁만 난무하는 한국의 정치문화 속에서 국민의 삶은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밥 한 공기 다 비우
영화 <투모로우>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영화는 지구 온난화로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이 닥친다는 스토리인데, 주인공들이 강추위를 피해 대피한 곳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실제 영화 속의 도서관은 뉴욕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 주인공들은 책으로 불을 지펴 추위를 녹이고 도서관에 소장된 의학 도서를 찾아 읽고 여자 주인공의 생명을 구한다. 도서관은 위기 속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희망을 주는 생명의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우리 지역의 도서관은 어떤가? 일상 가까이에 도서관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보자. 지역문화 정책과 지방분권이 강조되면서 광역·기초의 문화정책 수립과 실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도서관법’에 따라 광역별로 대표도서관을 설치하게끔 되어 있다. 대표도서관의 역할은 크게 광역 단위의 도서관 정책을 수립 및 시행을 총괄하는 정책 기능과, 분산되어 있는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등 관종별 도서관의 연결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기능이다. 일례로 서울특별시 대표도서관은 서울도서관으로 서울시청 구청사를 리모델링하여 2012년 10월 26일에 개관했다. 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