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62년 그가 쓴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지금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다. 이 소설은 우연히 세상에 나온 게 아니다. 저자의 풍부하고 생생한 경험에서 비롯된 고도의 전략이 들어있는 애민 소설이다. 위고는 소설가, 시인, 극작가, 만화가였지만 유명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양 분야에서 펼친 그의 헌신과 이념 싸움은 ‘레미제라블’을 더욱 흥미진진하고 리얼하게 만들었다. 이 독보적인 작가는 1840년대까지 왕당파였다. 하지만 점차 민주주의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루이 필립 왕의 은총으로 1848년 파리 8구의 시장이 된 그는 이듬해 제헌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1849년 7월 9일 의회 당선연설에서 빈곤과 부자들의 이기주의에 반대하는 투항을 보임으로써 보수주의자들을 전율케 했다. 민중..
사회적경제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다. 필자는 10월 11일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주최한 ‘경기도 사회적경제 쇼케이스 및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쇼케이스는 무대로 꾸며진 런웨이(runway)에서 사회적기업인들이 무대로 걸어나오면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내빈소개와 인사말을 과감하게 없앴고, 사회적경제인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경기도 사회적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김동연 지사는 사회적경제의 네 가지 비전을 발표했다. 임팩트 유니콘기업 100개 육성, 성공한 사회적경제기업 모델 프랜차이즈화, 공공·민간의 우선구매 1조원 시장 조성, 사회적경제 조직 1만 2천개 확대이다. 김..
경기도의 골목 골목을 누비며 도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마을버스들이 경영난·인력난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비용 증가, 승객 감소 등으로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데다가 필수 인력마저 조달이 어렵다 보니 정상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버스 기사의 과로, 배차 지연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에게 ‘교통 불편’의 불똥이 튀기 일보 직전이다. 마을버스가 멈춰 세워지지 않도록 지원체계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기도 내에서 운영되는 마을버스 업체는 모두 147곳으로서 버스 2137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757대는 운수종사자 조달이 어려워 운행을 못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마을버스 834개 노선의 정상 운영을 위해서는 버스 1대당 2.6 명의 운수종사자가 필요해 산술적으로 필요한 인원은 7542명이다. 하..
최근 두가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첫째, 청문회 줄행랑으로 스타가 된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주식파킹’논란에 대해 여당의원 조차 "명백한 통정매매이자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해명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며 비판했던 후보자이지만 윤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본다면 임명을 강행할걸로 예상했다. 사실 그랬다. 대통령이 임명하고자 했던 장관후보자들 중에 각종 의혹에 휩싸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는가? 그럼에도 취임 17개월 동안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18명에 이른다. 법무부에서 한다던 인사검증은 도데체 하기는 하는건지, 이럴거면 인사청문회가 왜 필요한지 회의가 들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김행후보자가 치명적 결격사유에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 윤대통령이 지명을..
추수가 한창이다. 논농사의 특성상 벼 베기를 할 때는 농부들이 모여 같이 일을 하는 모습, 새참을 함께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중장년의 젊은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이들은 대개 평소 다른 직업을 갖고 일하다가 농사일이 바쁠 때 연로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긴급 투입되는 겸업농가의 구성원들이다. 평상시 농가를 방문하면 고령의 어르신들이 농사를 짓고 계신다.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70세 이상 농가 가구주가 전체 농가의 55.9%를 차지한다. 어르신께 자식들은 농사를 안 짓냐고 여쭤보면 다들 인근의 직장에 일을 나간다고 한다. 시급 높은 아르바이트 일을 하거나 매달 또박또박 월급 받을 수 있는, 농사일보다 수익성이 높은 일로 사람들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가의 소득구조 및 소비성..
화성미래연구소 이사인 이경렬(화성지역학연구소 상임연구원) 시인은 오래 전부터 “경주에서 화성의 당성까지의 길을 ‘원효 구도의 길’로 정해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를 잇는다면 유럽 산티아고 순례길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대표 순례길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원효성사와 관련된 우리나라 사찰을 모두 답사한 바 있는 원효연구가이기도 하다. 원효성사는 ‘화쟁사상과 일심사상으로 해동불교를 확립한 대성사’ ‘한국불교의 한 획을 그은 선각자’ ‘동아시아 불교의 교학체계를 아우르며 일체유심조를 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 위대한 스승이다. 그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와 관련된 학술발표회가 13일 오후 2시부터 화성시 마도면 마도문화센터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다. 화성지역..
사회서비스는 사회적 취약 계층의 자립과 생활 능력을 높여 주기 위한 지원 제도이며,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 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사회서비스는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함께 제공하여 자활의 능력을 심어 주는 데 주력함으로써 생활의 불안 요인을 실질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회서비스는 혁신을 통해 공정한 사회 구현과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공공 책임성 강화라는 기대 속에서도 민간 중심의 공급 구조로 인해 서비스 시설에 대한 신뢰도와 국민의 정책 체감도 하락이라는 우려감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온 국민이 체감하는 보편적 돌봄서비스 구축을 위해 사회서비스 혁신은 꼭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의 수요는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로 인해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다. 이는 경제사회발전에 비해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공투자가 미흡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서비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민간 위주의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품질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으며, 사회서비스 사업 종사자들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낮은 임금 수준이 사회적 돌봄서비스의 안정적 공급과 서비스 품질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회서비스의 스케일업과 규모화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영세한 사업체로서의 단점과 제도상의 여러 문제점을 보완함으로써 규모화가 가능한 사회적 경제 조직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 반면에 사회서비스의 규모화와 시장화가 서비스의 품질과 접근성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서비스 제공자의 진입 결격사유나 퇴출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의 스케일업과 규모화에 대한 의사결정은 서비스의 품질뿐만 아니라 공공성,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권리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5년마다 사회서비스 기본계획과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여 혁신형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지정·지원하고 사회서비스 품질 인증제를 도입함으로써 사회서비스 기반 조성을 위한 재정 및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앙사회서비스원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공유화 사업‘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표준모델 개발 및 홍보 지원을 해줌으로써 거점기관이 가맹본부 역할을 하고 공유기관(가맹사업자)들은 일정 규모로 스케일업이 되어 거점기관과 상생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사업이다. 사회서비스의 프랜차이즈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사회서비스 사업의 규모화를 이루고 가맹사업자들의 스케일업이 이루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 사업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어디서나 균등하고 높은 품질의 사회서비스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서는 장기요양 제도의 개편 및 인프라 확충, 다양한 민간주도형 시니어 복지 지원, 요양서비스 민간화 확대 등 민·관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과 혁신 활동이 필요하다.
가자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 중동 정세는 다시금 불안해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정세가 불안해지면, 유가 상승으로 인해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경우, 경제에만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이번 전쟁이 북한에게 학습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상대를 먼저 건드리면 다른 국가들이 쉽게 참전하기 힘들다는 점을 배웠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하마스로부터 또 하나를 배우게 됐다. 즉, 전격적이고 다발적인 공격을 가하면, 상대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개발한 아이언 돔의 능력에 대해 자랑해 왔다. 그런데 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민주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집권여당의 선거 전매특허인 ‘지역개발 공약’에도 불구하고 표심은 ‘정권심판론’에 무게를 둔 야당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수도권 표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정치권이 여당발 거센 격랑 속에 휩싸일 것으로 관측된다. 큰 틀에서는 검찰권력 과잉 대표성 문제와 국정 전반에 걸친 소통노력 실종 등 민주주의 위기 신호가 시민들에게 체화되어 위기감을 불러왔고 투표를 통한 독선적 국정운영 견제심리의 발현으로 해석된다. 민주당도 이번 승리는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잘해서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 총선이후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해온 민주당에게 유권자가 내밀은 손의 의미를 면밀..
필자는 본 난(9월 7일 자)을 통해 '서사 부재 시대의 비극'을 쓴 바 있다. 그런데 재독 철학자 한병철 선생의 『서사의 위기』가 8일 뒤인 15일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이 먼저 출간되었다면 읽은 뒤 보다 풍부하게 글을 전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임이 인다. 필자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르는 흉악 범죄가 유행이다시피 하는 현상을 서사의 부재에서 찾고자 했다. 한 선생이 책의 근저로 삼고 있는 발터 벤야민에 따르면 근대는 (대)가족 공동체의 붕괴를 통한 개인의 출현을 근간으로 한다. 근대 사회는 공동체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특히 근대 후기로 접어든 한국의 경우 학력계급사회가 되어 개인의 파편화·원자화를 더욱 부채질한다. 카페가 건물마다 하나씩 들어서 있는 것은 잃어버린 공동체에 대한 노스탤지어로 작용하는 것으로 필자는 보았다. 이는 서사 부재 시대라는 강력한 반증이 아닌가 하고 반문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통한 서사의 부재를 말했다면 한병철 선생은 SNS를 분석의 틀로 삼아 서사의 위기를 풀어나간다. 그의 분석을 압축하면 페이스북 등 SNS는 서사가 아닌 셀링 스토리(Selling Story)다. 이야기가 상품 판매를 위한 스토리에 지나지 않아 서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사의 위기』에 따르면 서사는 8가지 특징으로 정리된다. 이야기하다, 자기 존재, 삶의 주체, 과거와 연결, 경험의 축적, 타인에게 공감, 공동체를 이룸, 방향성 있음 등이다. 반면에 스토리는 이 서사와 정반대다. 설명하다, 자기 광고, 상품의 소비자, 과거와 단절, 정보의 나열, 타인과 정보교환, 커뮤니티를 이룸, 방향성 없음 등이다. 서사와 스토리는 이처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를 풀어보면 SNS는 궁극적으로 자기 광고를 위해 기능하기 때문에 정보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따라서 이야기가 아닌 설명만이 필요하다. 경험의 축적은 쓸모없는 것이기에 과거와의 단절은 필연적이다. 타자와는 정보교환을 위한 커뮤니티로 묶여만 있으면 그만이다. SNS 스토리에 일정한 방향성이 존재할 리 없다. 공동체 지향이 아니므로 어떠한 의미도 생성할 수 없는 것이다. 현대는 디지털 문명에 따른 SNS 미디어 시대다. 이를 떠나서는 한시도 살아갈 수가 없다. SNS가 개인의 시대에 걸맞는 신무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공동체를 향한 노스탤지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나 SNS는 한 선생이 '인문학의 아버지'로 뒤늦게 부상한 발터 벤야민에 기대어 분석한 『서사의 위기』에 따르면 오히려 해악이다. 개인을 광고화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학력계급사회 고착화 등으로 불평등이 심화하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수위다. 이는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서사가 존재할 리 없다. ‘묻지마’ 칼부림 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게다가 SNS는 한 선생이 지적한대로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러나 SNS에 타자와의 만남을 통한 공동체 지향의 서사도 생각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오프라인의 카페처럼. 이 오아시스를 『서사의 위기』가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이 한 점 희망이라 해도 우리는 기대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