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해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아침이나 방과 후에 맞춤형 교육과 돌봄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경기도내 80개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과대·과밀학교형, 소규모학교형, 지역사회 연계형, 일반학교형 등 지역 특색에 맞는 늘봄학교 모델을 발굴하는 중이다. 지난달엔 경기도교육청 이경희 제1부교육감이 교육부, 도교육청, 교육지원청 담당자와 함께 화성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방문, 늘봄학교 추진 현황을 파악하고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달 13일에도 부천시 소재 초등학교를 찾아가는 등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질적인 지..
집을 산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부족한 돈은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으로 충당한다. 내 돈은 얼마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집 값은 오를테고, 오른 집 값이 대출 이자보다는 많을 것이니 문제되지 않는다. 세입자가 나간다고 하면 당장 돈이 없어도 후임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버티면 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전세계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다는 전세제도다. 전세의 핵심은 부동산의 목적이 주거가 아닌 투기라는데 있다. 내가 살 집이 아닌 누군가에게 빌려줄 집이라는 것이 전제다. 내가 살 집도 아닌, 다른 사람이 살 집을 굳이 사는 이유는 시세차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다. 물론 과거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집에 따라 다세대 주택을 많이 지었고, 다세대 주택에는 세입자가 필수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전세는 투기를 전제로 한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제도다. 투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투기는 반드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손실이 발생한 투기 시장은 붕괴하고만다. 꽤 오랜시간 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엔 광풍이 불었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올랐다. 이러한 광풍 속에서 전세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광풍이 걷히자 곧바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세사기다. 애초부터 집값보다 높은 보증금을 받고 전세를 주었다고 하니 시작부터 사기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던 광풍의 시기엔 문제되지 않았다. 거품이 걷혀야 비로소 문제가 보이는 것이다. 인천에서 수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전세사기가 벌어졌다. 야당은 대책을 내놓으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정부 역시 대책에 고심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정도 했으면 그만 할 법한 논리가 식상하기는 하지만 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바로 전정부 탓이다. 작금의 전세사기가 문재인 정부 시기가 집값 폭등 탓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장관인 원희룡의 공식 발언이었다. 맞다. 전세 자체가 투기를 전제하는 것이고, 전세사기가 가능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광풍이 잦아들고 거품이 걷힐 때 찾아오는 위기를 대비하고 관리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의 책임을 물어 집권한 것이 현 윤석열 정부다. 광풍을 비판하여 집권한 정부라면, 광풍이 지나간 자리도 고민했어야 하지 않은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여태 전정부 탓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 고통을 해결할 능력이 없으면, 그저 전정부에게 책임을 돌릴 생각 밖에 할 수 없다면 그냥 정권을 돌려 주는 것이 낮지 않겠는가? 국가의 제1의무는 국민의 보호다. 국민의 보호는 전정부 탓에서 찾을 수 없다. 국민 역시 전정부만 탓하는 정권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봄에는 매력적인 냄새가 있다. 견공에 비할 수 없지만, 주변 사람들보다는 후각이 발달한 나는 봄을 냄새로도 좋아한다. 여유로운 휴일 공원을 산책할 때 온몸의 감각을 열고 봄 내음을 만끽한다. 가슴을 열고 숨을 잔뜩 들이켠다. 아, 좋다.기억 속 봄의 내음이 제각각 다르지만 모두 좋았다. 이제껏 계속 좋아한 그 내음, 에너지를 언어로 표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촘촘히 느껴본다. 단어를 떠올려 본다. 시원하다. 상쾌하다. 기분이 좋아진다. 들이켜면 미소가 지어진다. 신선하고 살짝 달콤하다. 코로 들어오는 바람이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따뜻하다. 동북아시아 철학의 한 축을 차지하는 음양오행(陰陽五行) 이론에서 봄은 오행 중 목에 속한다. 벼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밭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경사회를 이룬 옛사람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을 살아내고 관찰하면서 자연의 변화를 오행의 부호로 표현했다. 오행을 구성하는 한자 木(목), 火(화), 土(토), 金(금), 水(수)의 원래의 뜻은 나무, 불, 흙, 쇠, 물 이렇게 물질이지만 서양의 물, 불, 공기, 흙의 사원소설과는 의미에 차이가 있다. 사원소가 단지 만물의 기본구성물질을 의미한 것에 비해 오행은 만물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을 뿐만 아니라 변화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상징이다. 옛사람의 마음이 되어 본다. 그들은 봄을 오행 중 발생(發生)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목에 배속했다. 나무 목의 한자는 상형문자인데 나무목의 기원이 되는 현재의 나무목 이전의 글자는 두 가지가 있다. 각각 금방 나온 나무의 싹, 제법 크게 자라난 식물류를 뜻했다. 초봄, 아직 쌀쌀한 날씨에 차고 단단히 굳어있는 밭을 처음 뚫고 나오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것을 뚫고 나오는 월동추, 시금치, 부추의 생명력이 목의 에너지이다. 그 밭을 뚫고 나오는 채소는 그만큼 생명의 에너지, 목의 기운이 강하다. 그래서 건강에 좋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내는 시어머니는 아들의 양기(陽氣)를 세워 며느리를 좋게 하기보다 사위의 양기를 세워 딸을 좋게 한다는 의미로 “봄 부추는 아들 대신 사위에게 준다”라고 했다. 봄 부추의 생동하는 에너지가 풍자를 담은 속담에 해학적으로 스며있다. 싱긋이 웃으며 햇살을 느껴본다. 땅의 가능성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따뜻한 태양의 기운을 받아서 하나씩 펼쳐질 것이다. 지축이 기울어져 있어서 발생하는 계절의 차이를 냄새로 다르게 느끼는 인간의 몸이 새삼스레 신기하다. 코끝을 간질이는 발랄하고 상쾌한 에너지를 느끼고 그것을 목의 기운, 발생, 만물에 나고 자라는 에너지로 표현한 옛사람의 마음과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반복됐고 그리고 앞으로 반복될 다른 봄들의 흐름 속에 잠시 기대어 본다. 이 봄 내음, 에너지를 들이키며 내 마음을 본다. 무엇을 품고 있는가. 어느 계절에 있는가. 다시 크게 심호흡을 한다.
경기도 내 민간 캠핑장과 키즈펜션 대다수가 안전 인증이나 설치검사를 받지 않은 채 어린이 놀이기구를 설치 운영, 아동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온이 점차 상승해가면서 야외 활동이 늘고 있는 시기에 언제 어떤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부실한 놀이기구가 휴양지에 즐비하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다시 안전불감증이 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제 점검과 시설 안전진단, 보강이 시급하다. 경기도 감사관실은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7일까지 도내 31개 시·군의 어린이놀이시설 1만 8268곳을 대상으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현장점검을 벌였던 도내 민간 캠핑장 20곳 중 17곳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른 설치 및 정기 시설..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이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불렀으면 한다. 장애인의 날에만 장애인을 위하는 나라여서는 안 된다는 심정 때문이다. 명칭 논란은 차치하고, 대한민국의 장애 인구비율은 5%. 우리나라는 장애인등록을 하는 유일한 OECD 국가다. OECD 평균 장애인 출현율은 15%, 후진국은 10~20%다. 우리나라는 ‘K복지의 나라’여서 5%일까? 한때, 우리나라는 장애인등록제 폐지를 외쳤다. 인권적이지 못한 낙인감으로 사회적 소외가 적지 않아서다. 입사 면접 시에도 이름을 가리고 수험번호만으로 대면하건만, 장애를 드러내야 우대를 받는 제도는 우리 곁에 살아있는 규정이다. 숨기고 싶은 장애여도, 누가 알까 거리껴도, 장애인임을 등록해야 우대를 챙길 수 있다. 왜 우리나라는 장애인 출현율이 낮을까? 의사의 영구장애진단서가 있어야 장애인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유일의 장애인관리시스템이다. “장애인이 적으면 좋지, 무슨 궤변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율 5%는 수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준으로 읽혀질 수 있다. 아니면, 장애인복지예산을 전체국가예산에서 5% 이상으로 책정하지 않기 위한 통계적 제한치일 수 있다. 5년마다 행해지는 인구센서스 상 “신체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8%다. 적어도 신체장애 영역에서만 3%의 차이가 난다. 정신장애를 포함하면 더 큰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타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장애인 비율에 대해 관계기관의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세간에는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면 “중구난방 장애인정체계로 법령 간 불일치 등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리 있다. 그러나 진정,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 누구나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자유롭게 신청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예산의 경우는 장애인협회·시설·기관에게 간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개개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소득 제공이 필요한 이유다. 나아가 장애인 스스로 필요예산을 기획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예산 도입도 요구된다. “자유와 연대를 통해 서로 돕자”는 언명은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 되면 초고령 사회가 된다. 향후 대한민국의 장애인서비스 대상은 비좁은 경쟁을 뚫고 선정된 중증 장애인 외에, 저마다의 장애를 갖고 힘겨워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돼야 할 것이다. 제한적인 5%에 해당하는 중증 장애인 외에 인구학적 연령, 혹은 의학적 관점에서 장애인복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그들에 대해 어떻게 오더 메이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할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장애인등록제 폐지와 관계 법령의 총체적 점검이 시도돼야 한다. 장애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해 놓고 시혜적 대우를 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구조가 아니다. 국방, 외교, 경제도 중요하지만 소외된 삶을 살피는 정책에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팔을 걷어붙이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국정’ 절차이자 토대다.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 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4·19혁명 기념식에서 한 발언이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역대 대통령 연설기록 8980건 중 ‘사기꾼’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얼마나 예민해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신고·상담 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연설한 그날,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미국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사에 우리 돈 약 1조 4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미니언사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28개주에 투·개표기를 공급했다. 이 배상금은 언론사의 명예훼손 소송금액 중 역대 세계 최고다. 기존 최고액은 2017년 ABC뉴스가 육류 가공업체 비프 프로덕트에 지급한 약 2700억 원이었다. 폭스뉴스는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개표 조작이 있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도미니언사가 바이든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 했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다. 도미니언사는 앞서 2021년 1월 폭스뉴스를 상대로 약 2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청구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부분 국내언론은 폭스뉴스의 배상금 지급 소식을 보도했다. 중앙과 동아는 20일자(목) 국제면 기사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국제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방송도 SBS를 제외한 공중파, 종편, 케이블 뉴스채널도 이 기사를 다뤘다.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20일자 1면과 종합면 두 개 지면을 할애해 비중 있게 다뤘다. 그뿐이 아니었다. 다음날(금)은 이 기사를 보도했던 기자가 오피니언 면에 <거짓말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사설도 <가짜뉴스로 美는 1조원 배상, 韓은 오히려 돈 벌고 정치 이득>이라는 논지를 폈다. 가짜뉴스의 사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특정 진영의 사례만 들었다.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어 22일 토요판에서는 국제면 톱기사로 <낚시성 기사로 SNS 휘어잡던 온라인 뉴스 폐업>이란 기사를 다뤘다. 미국 버즈피드가 뉴스부분 사업을 시작한지 12년만에 폐업하고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날 북섹션도 <가짜뉴스는 ‘완전 거짓’이 아닌 ‘반쪽 진실’로 당신을 홀린다>제목으로 폭스뉴스 사태로 본 가짜뉴스 메커니즘을 다뤘다. 윤 대통령의 사기꾼 발언이 대통령의 언어로 적절했는지를 차치하고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의 가짜뉴스 폐해 의제화는 조선일보 일부 보도가 반쪽 진실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귀를 열고 있는가? 보수언론 폭스뉴스의 독선이 부른 화를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경기도가 오는 6월 마무리되는 경기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오는 9월 경기도형 준공영제인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를 도입한다. 새로운 제도는 도덕적 해이 등 비판을 받는 기존 준공영제 운영의 허점들을 보완하고 과학적 교통 데이터에 기반한 운행의 개선을 시도하는 등 선진적 기법이 도입된다. ‘노선’과 ‘운영’의 관리주체를 분리해나가는 이번 제도 개혁이 대중교통의 선진적 모델을 완성해내길 기원한다. 경기도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는 기본 지원금과 성과이윤으로 운영되는 기존 ‘준공영제’와 달리 100% 성과이윤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본 지원금을 받는 기존 준공영제의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도덕적 문제 등 모순점을 보완하기 위해 버스업체의 성과를 토대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노선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증..
노동시간 개편안을 이야기하면서 자주 등장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엠지(MZ)’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개편 정책을 구상할 때부터 MZ세대를 고려했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런데 젊은 세대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명 MZ노조가 주69시간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통령은 정책 보완을 위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도 MZ를 직접 언급해서 관심이 갔다. 이 말인즉 젊은 층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개편안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MZ는 기성세대와 다른, 혹은 구분되는 ‘젊은층’,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쓰인다. 언론에서 인기 있는 용어로 활용이 늘었다. 여기에 ‘미래 세대’라는 의미를 더할 수 있겠다.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내놓은 때였다. 언론에서 MZ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어도 앞선 경우처럼 기시감이 들었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피해 배상 방안을 두고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어떤 결정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듯 미흡하다는 지적은 인정하지만, 반대로 기대가 있다면 이런 것일 거라는 논리를 폈다. 이를테면 언론은 ‘양국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혹은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해’라는 대의를 내세우며 이것이 곧 성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게 했다. 여튼 한일관계를 개선하면 경제적 수혜가 청년세대, 즉 MZ세대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내용이 있다. 그래서 정부의 이번 결정을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다. MZ세대에 대한 정부나 언론의 태도가 상당히 편의적으로 느껴진 장면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심한 사과’의 뜻을 모른다거나 ‘사흘’을 구분 못 하는 세대라며 문해력 부족을 지적해왔던 때와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다. ‘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을 연구한 김수아, 이설희, 홍남희(2022)의 연구를 보면 ‘정치권과 언론’이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주체라는 지적이 있다. 정치인과 언론이 세대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때로는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세대라고 부르면 특정 집단을 일반화하고 단정적으로 설명하기가 쉽다. 이는 특정 세대로 부를 수 있는 집단에 대한 편견을 그만큼 만들기 쉽다는 우려 섞인 평가이다. 세대를 언급하는 방식은 손쉬운 근거를 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우려가 있다면 특정 집단을 동질화하거나 낙인찍기 효과를 만든다는 데 있다. 세대 내 다양성이나 불평등의 문제, 격차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게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의 정파적 보도와 독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손쉽게 세대 갈등이 이용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일초라는 시간은 짧다. 틱, 하면 사라지고 틱, 하면 나타난다. 틱, 하는 순간 소멸해버릴 작은 단위를 왜 사람은 시간의 범주에 포함시켰을까? 하찮아 보이지만, 일초가 지닌 의미는 흥미롭다. 일초는, 야구경기에서 투수 손을 떠난 야구공이 배트를 맞고 다시 투수에게 날아가는 시간이다. 일초는,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온 침이 백 미터 날아가는 시간이고, 총알이 구백 미터 떨어진 표적을 관통하는 시간이다. 뿐만 아니다. 달팽이가 일 센티미터 전진하고, 두꺼비 혀가 먹잇감을 낚아채고, 벌새가 육십 번 날개를 퍼덕이는 것이 모두 일초에 이루어진다. 범위를 지구촌 전체로 넓히면 일초가 지닌 의미는 더욱 흥미롭다. 일초마다, 세 번 결혼식이 열리고, 네 명이 태어나고, 두 명이 죽는다. 일초 동안,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사백팔십육억 킬로와트의 에너지를 받고, 사백이십 톤의 비가 쏟아지고, 일만 천 리터의 바닷물이 증발한다. 두 대의 승용차와 네 대의 텔레비전이 생산되고, 청바지는 칠십 벌, 신발은 백 켤레가 팔린다. 그것이 일초다. 오천칠백 리터의 탄산음료와 오십일 톤의 시멘트가 소비되고, 스물두 명의 여행자와 이십만 건의 문자메시지가 국경을 넘나든다. 틱, 하고 사라져버리는 그 짧은 순간에, 우주에서는 일흔아홉 개의 별이 사라진다. 그것 또한 일초다. 범위를 사람 내부로 좁혀도 일초는 경이롭다. 사람은 수십 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다. 세포는 사람의 삶과는 무관하게 끝없이 태어나고 늙고 죽는다. 일초라는 짧은 순간에도 사람의 몸에서는 천만 개의 세포가 새롭게 태어나거나 늙거나 죽는다. 대부분의 사람 체세포는 한 달 정도 사는데, 일 년이면 대부분의 낡은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그렇게 보았을 때, 똑같은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전혀 다른 존재다. 일 년 전의 나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세포로 탈바꿈한 별개의 생명체다. 사람의 몸은 작은 우주다라는 말은 그래서 틀림이 없다. 사람의 몸은 산소와 탄소, 수소와 질소, 그리고 극소량의 칼슘과 인과 칼륨으로 만들어졌다.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기본 성분과 사람의 몸을 이루는 성분이 다르지 않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별이 우주 공간에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의 몸에서도 세포의 생성과 사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진행형인 소우주小宇宙로서의 사람을, 경이롭게 대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지 망각하고 살아간다. 망각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이다. 두 발로 걷는다고 해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일초는 첫눈에 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미움도 시기도 질투도 거짓도 마찬가지다. 고민하는 시간은 길어도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초다. 일초의 결정으로 정권이 바뀌고, 전쟁이 터지고, 역사가 변한다. 일초의 선택으로, 속이고 배신하고 훔치고 빼앗고 죽이고 모른 척 한다. 나누고 돕고 살피고 보듬고 끌어안고 사랑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일초다. 선택에 이르기까지 들이는 시간은 길어도 결정의 순간은 실로 짧다. 참으로 짧은 것이 사람답게 사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골치 아픈 뉴스도 알고 보면 일초의 결과다. 신중하게 고르고 선택하고 결정하자. 일초야 말로,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을 가르는 경계선이니까.
1960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주의 혁명인 4.19혁명이 일어났다. 이승만 독재정권이 장기집권을 이어가면서, 부정부패와 억압정치는 점점 더 심해졌고 국민들의 생활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독재 정치에 대한 불만이 극심하던 시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조병옥이 사망했다. 1960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따라서 이승만은 가만히 있어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당시는 부통령도 있어서 대통령처럼 선거로 뽑았는데 이기붕이 출마했다. 선거결과는 이승만과 이기붕의 ‘압도적 승리’였지만 부정선거로 인한 결과였다.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부정행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폭력을 써서 입후보 등록을 방해하는가하면 유령유권자도 무더기로 나왔다. 관권을 총동원해 유권자들을 협박했고, 3~5인조 공개투표, 야당참관인 축출, 부정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