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다. 내용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서 총 6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이며 판교 신도시 2개 규모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6곳 3만 2000가구, 경기 18곳 2만 8000가구, 인천 2곳 100가구 등이다. 이 가운데는 과천 경마장·방첩사령부 이전 부지가 포함돼 있다.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엔 9800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그런데 과천시민과 인근 주민들, 과천시, 한국마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과천시의 입장은 이미 진행 중인 개발 사업에 더해 9800가구가 또 들어선다면 도시 기반 시설 수용 능력이 초과된다는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공공주택지구 사업만 해도 지식정보타운, 과천과천지구, 주암지구, 갈현지구 등 4곳이나 된다. 이런 이유로 신계용 과천시장은 공식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과천시의회도 2일 열린 제295회 임시회에서 ‘과천 경마공원·국군방첩사 부지 9800호 주택 공급 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정부가 발표한 과천 경마공원·국군방첩사 부지 내 주택 9800호 공
빙핵을 구출하라!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1.5°C에서 4°C 사이로 유지될 경우, 전 세계 산악 빙하는 2100년까지 전체 질량의 41%를 잃게 된다. 빙하가 사라지면 현재 얼음으로 덮인 많은 발원지 하천이 사막화 되고 인류는 대참사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산과 빙하는 수많은 수로의 발원지로 지구 수문 순환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뜻한 계절에 눈과 빙하가 주기적으로 녹아 생기는 담수는 하천과 강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거나 토양으로 스며들어 토양 수분과 지하수를 보충한다. 이는 지구인 약 20억 명의 담수로 활용된다. 이처럼 빙하는 우리 인류의 생명줄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빙핵 구출작전에 돌입했다. 일명 빙핵저장고(Ice Memory) 프로젝트. 이는 현재 위협받고 있는 기후 데이터를 지정학적 또는 기술적 압력 없이 미래 세대가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2015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그르노블 알프스대학교, 프랑스 개발연구소(IRD),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CNR),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학교가 공동으로 출범시킨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 13개국 연구자, 대학, 정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모나코 알베르 2세 재단은 장기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생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며 저지에 나섰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 소식을 들으며 분노보다 먼저 든 감정은 피로감이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같은 논쟁을 반복해야 하는가. 기술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했는데, 노동을 둘러싼 언어와 투쟁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기술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했는데, 노동계의 투쟁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노조의 주장은 익숙하다. 로봇은 일자리를 빼앗고, 자동화는 노동자를 거리로 내몬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역사적으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산업혁명 역시 대량 실업과 사회적 혼란을 낳았다. 그러나 지금의 자동화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AI와 로봇은 인간의 팔과 다리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 과정 전체에서 인간의 개입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구호 하나로 이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척한다. 냉정하게 말해, 로봇을 막아서 지켜낼 수 있는 일자리는 이미 미래의 일자리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동화를 거부한 기업은 도태되고, 그 결과 남는 것은 보호된 노동이 아니라 사라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태원 참사 이후 대책으로 마련한 ‘안전예방 핫라인’의 안전점검 신청 건수가 크게 늘고 도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다. 주민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정책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안전사고 위험성을 신고하고 지방정부가 이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체계야말로 바람직하다. 정책을 더욱 효율적으로 다듬고 발전시켜갈 가치가 충분하다. 김 지사는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같은 해 11월 관련 부서에 안전예방 핫라인 도입을 지시했다. 핫라인이 도입되면서 곧바로 안전점검 신청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3년 이후에도 연평균 증가율을 20%대 이상 유지하고 있다. 경기도가 밝힌 도민들의 연도별 안전점검 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2022년은 225건, 2023년은 324건, 2024년은 384건, 2025년은 473건이다. ‘안전예방 핫라인’은 활용 증가율이 높아지는 동시에 정책 서비스에 대한 도민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에 따르면 안전예방 핫라인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201명) 중 매우 만족이 50%, 만족이 32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초기 내란 수습과 경제 회복의 기세를 몰아 수도권 집값 난제 정면 돌파를 천명하고 나섰다. “15년 동안 안 먹고 모아야 집 한 채 살 수 있다”는 대통령의 신년 발언은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불가 방침과 맞물리며 여론의 뜨거운 쟁점이 됐다. 정책의 성패를 가를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단연 언론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초 우리가 목격한 것은 권력을 감시하고 사실을 검증하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의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복제하는 ‘확성기’의 모습이었다. 발단은 지난 2월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영국의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 고액 자산가 2400명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유출됐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았다. 연합뉴스·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도하의 수많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부자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그것도 취재원이 요청한 2월 3일 12시 "상속세 60% 낼 바에 한국 떠납니다"(이데일리)류의 기사였다. 비판적 검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 ‘기사’들의 실체는 며칠 만에 처참하게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는 이미 2025
대한민국 사회연대경제(SSE)가 거대한 전환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기조가 급변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 체계가 재편되는 시점이다. 누군가는 위기를 말하지만, 20년 이상 이 현장을 지켜온 전문가의 시각에서 지금은 오히려 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과 ‘연대’라는 본연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진정한 승부처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경기도 안산에서 들려온 ‘2030 안산사회연대경제 비전 선포’ 소식은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연대경제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26년 1월 21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모인 200여 명의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은 ‘안산을 경기도 사회연대경제의 모범도시로 만들자’는 기치 아래 2030년까지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선포했다. 이번 선포식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정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들을 매우 구체적이고 도전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직화의 규모’다. 안산은 2030년까지 안산시 인구의 15%인 약 10만 명을 사회연대경제 조합원으로 조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사회연대경제가 특정 소수의 활동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팔란티어의 창업주 피터 틸의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 2014)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람을 채용하려고 면접을 볼 때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13면) 좋은 대답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취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X라고 믿지만, 진실은 정반대예요.”(14면) 흔히들 믿고 있는 잘못된 믿음을 찾아낼 수 있다면 반대로 그 뒤에 숨겨진, 통념과는 다른 진실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21면). 잘못된 믿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흔히들 받아들이고 있는 믿음이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전문직을 대체할 것이고, 법률가들도 대체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벌써부터 이러한 믿음에 따라 변호사 시장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국내 10대 로펌의 신입 변호사 채용 인원이 작년에 비해 23.3% 감소했는데, AI 확산의 영향이라고 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장도 “앞으로 법조계로는 절대 진로를 정하면 안 된다”, “로펌들은 인공지능에 리서치를 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해럴드경제, 문과 전문직 ‘사망 선고’ 나왔다... “법조계 진로 절대 안돼”,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