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은 피하고 싶은 용어이다. 그런데 분단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으면 나를 설명할 수 없고 내가 살고 있는 국가를 이해할 수 없다. 원래는 하나이던 나라가 둘로 갈라지면서 분단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생기고 수 십년 생사조차 모르고 살았다. 1990년대 북쪽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왔다. 대부분 중국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를 거쳐 어렵게 대한민국에 도착한다. 살던 곳을 떠났으니 이주민이라는 사람도 있고, 자유를 찾아 왔다 하여 탈북민, 새터민, 귀순용사 등으로 불린다. 이것도 저것도 마땅한 용어가 없어 북배경주민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불려지는 당사자인 북한이탈주민 개개인도 생각이 다르다. 자신을 어느 위치에 놓을지 몰라 이렇게 저렇게 의견이 엇갈린다. 분단은 정치적 사건이다. 그래서 고향 탈출은 곧 정치적 사안이 된다. 정치적 효과가 높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차이는 크다. 경제적 이유보다 정치적 이유로 탈출한 사람이 훨씬 쓰임을 받는다. 대한민국에 도착한 순간,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차이를 일부 사람들은 당연히 받아들인다. 정치적 사안이 된 탈출은 탈북이라는 용어로 정착된다. 정보에 대한…
경기도가 개발제한구역이 있는 일선 시·군에서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행위허가 사용승인을 받은 대상으로 최근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곳이 불법 용도변경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가뜩이나 보존과 개발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그린벨트 훼손 우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탈이다. 법을 어겨서 얻는 이익을 노린 그린벨트 불법은 기회 균등, 평등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결코 묵인해선 안 될 일이다. 경기도는 개발제한구역이 있는 21개 시·군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행위허가 사용승인을 받은 164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불법행위를 한 77곳(47%)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불법행위 내용을 보면 불법 건축 26곳, 용도변경 31곳, 형질변경 4곳, 공작물 설치 4곳, 물건 적치 4곳 등이다. 안산시의 한 건설자재 판매점의 경우 동식물 관련 시설인 콩나물재배사로 행위허가 사용승인을 받은 후 건설자재 판매 및 보관창고로 불법 용도 변경해 사용하다 적발됐다. 의정부시의 한 소매점은 농산물보관창고로 행위허가 사용승인을 받았으나 전체면적의 1/3을 판매시설로 불법 용도변경하고 불법 증축까지 해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또 성남시 한 베
독일 교민들의 초청으로 온 김에 소도시 기행을 하고 있다. 로마시대의 건축물부터 아름다운 고성과 대형 성당들을 감상하면서 독일 문화를 접하는 중이다. 독일은 중세시대 신성로마제국이었지만 황제는 허수아비이고 지방 영주들의 강력한 통치가 이루어지는 국가형태였다. 300여 개의 소국이 통일될 수 있었던 것은 1871년 비스마르크라는 탁월한 리더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독일은 지방마다 특색이 강했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어 통일국가이지만 지방자치가 가장 활발한 국가가 되었다. 지자체의 근간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오늘 유럽의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독일이 부러운 점은 그들의 활성화된 정치교육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민주시민교육이다. 1976년에 체결된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er Konsens)의 원칙으로 누구든 정치적 자주성과 전문성, 중립성이 보장되면 정치교육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정당들이 운영하는 정치교육에도 국가의 지원이 있다. 어쩌면 커다란 잡음 없이 독일통일이 완성된 이유에는 이렇게 성숙한 시민을 양성한 민주적 정치교육이 있었다. 두 번째로 독일에서 부러운 점은 교육이다
우리의 삶의 풍경은 코로나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덜란드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부모님이 계신 서울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람 관계는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때로는 단절되는지도 깨닫게 됐다. 네덜란드에서 나의 일상은 즉흥적인 만남으로 가득했다. 수업 후 커피 한잔, 스터디 모임, 그룹 과제로 만난 친구들과 점심 한 끼.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계획에도 없던 서울로의 귀환과 함께 사회적 격리 방침으로 인해 시끄러웠던 일상은 조용해졌고 즉흥적인 만남과 교류는 먼 추억처럼 느껴졌다. 서울에서 새 직장을 시작하면서 얻은 새로운 만남은 사회 초년생인 나의 고독을 달래 주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어렵게나마 얻은 이 우정도 학생 시절 때처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하지만, 이 새로운 인연들도 성인의 삶이 요구하는 많은 요소에서 제약을 받았고 모든 만남은 신중하게 계획되어야 했다. 또한, SNS의 과의존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한층 더 복잡해진 거 같다. 표면적으로는 SNS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느끼는 고립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남들 일상의 하이라이트가 그
파리 올림픽. 지난 금요일 드디어 막이 올랐다. 흩날리는 빗속에서 센 강의 다리 위를 수놓은 프랑스 삼색기와 축구선수 지단이 아이에게 건넨 올림픽 성화, 셀린 디옹이 부른 ‘사랑의 찬가’는 감동 그 자체였다. 레이디 가가의 파리 ‘리도쇼’와 아야 나카무라의 ‘자자’와 ‘푸키’ 메들리는 첨단쇼를 연상케 했다.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지켜본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이색적인 장면은 아마도 배를 타고 등장한 각국 선수단 이었을 것이다. 이 선수단은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어 올림픽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감지케 했다.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이 열렸을 때 출전한 여자 선수는 2%에 불과했다. 총 997명의 선수 중 22명의 여성은 테니스, 요트, 크로켓, 승마, 골프, 5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 중 골프와 테니스만 여성 전용 종목이었다. 올림픽 헌장에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역할은 남녀평등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수준에서 여성의 진흥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실천은 아직도 요원하다. 올림픽에서 여자 선수 비율이 30%를 넘는 데는 약 100년이 걸렸다. IOC는 지난 20여 년 동안 국제연맹 및 올림픽
얼마 전 KBS 라디오 고전음악 채널 ‘클래식 FM’에서 진행자의 황당한 얘기에 놀랐다. 서양음악만 틀다가 유일하게 우리 음악을 들려주는 ‘FM 풍류마을’ 시간, 큰 작곡가로 가야금 명인인 전(前) 이대 교수 고(故) 황병기 선생의 ‘침향무’를 들려주면서 곁들인 설명이었다. “침향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향의 이름입니다”라고 했다. 외국에서 사오는 것이라는 얘기다. 운전 중에 얼핏 들었던 터라 ‘인도(인디아)’라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야금 곡인 황병기 작곡 ‘침향무’의 침향이 인도나 아니면 다른 외국 어떤 나라에서 (현재) 수입되는 향(香)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설명이었다. ‘몸에 좋다’는 물질(제품)은 유행을 탄다. 미용도 정력 강장도 그렇지만 요즘은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이런 유행 이끈다. 경험 상, 오래 가지는 않는 ‘돈벌이’ 관련 유행이다. 패션(fashion) 축에도 못 끼는, 영어로 패드(fad)라고 하는, 스쳐 지나는 짧은 유행일 터다. ‘메뚜기 한 철’ 같은 그런 제품의 속성 때문에 두루뭉술 장점(長點)만을 강조(과장)하는 것이 이런 제품 광고의 특징이다. ‘침향*’과 같이 침향이란 것이 ‘몸에 좋다’는 온갖 유혹적인 언사(言辭)와 함께
배곧대교는 2014년 10월 민간사업자가 시흥시에 처음 제안했다. 시흥시 정왕동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게 될 총 연장 1.89㎞, 왕복 4차로 교량으로 계획됐다. 민간자본 1904억 원을 투입, 2021년 하반기 착공, 2025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었다. 다리 건설에 따른 경제적 이점이 크다는 게 시흥시의 주장이다. 배곧대교 건설 사업은 송도국제도시와 시흥 배곧지구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 환경, 정주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습정체구역인 아암대로와 제3경인고속도로 정왕IC 구간의 교통정체를 해결할 수 있다며 배곧대교 건설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한강유역환경청은 2020년 12월 시흥시가 제출한 ‘배곧대교 민간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23년 12월 본안에 대해서도 전면재검토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시흥시는 부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배곧대교 민자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통보 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시흥시는 또 다시 한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배곧대교 건설사업 재검토 통보 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입문 7개월 만에 집권여당의 수장이 됐다. 진작부터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는 예측 가능했다. 하지만 과정은 예상을 한참 벗어나 치열하고 험난했다. 한동훈 후보는 김건희 여사와 주고 받은 문자 논란이 벌어져 용산 대통령실과 첨예한 갈등 속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했다. ‘김여사 문자공방’은 친윤계가 총선패배의 책임을 한 대표에게 돌리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집권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실과 맞서는 형국이 연출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 또한 보수 정치권의 핵심에서 수 십년 정치를 해온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결선투표를 무산시킨 것도 여당 내부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보수 유권자들은 왜 한동훈 대표를 선택했까? 현직 대통령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친윤계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총선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지 103일 밖에 안 된 한동훈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을까? 한동훈 대표가 성공한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지지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치인 한동훈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정치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
어린아이의 미소는 참으로 예쁘다. 그 미소 한 번에 많은 이들이 아이를 따라 미소 짓고, 행복해진다. 인간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적 표현 이외에 표정, 몸짓, 눈 맞춤, 자세 등의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한다. 미국의 인류학자였던 버드휘스텔(R.L.Birdwhistell, 1970)은 인간은 언어로만 소통하는 존재가 아니고, 여러 감각을 통해 소통하는 다감각적 존재(multi-sensory being)라고 인식하면서 인간의 표정, 눈 맞춤, 몸짓, 손짓, 자세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의사소통의 65%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1971) 역시 의사소통에 있어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에는 언어적 요소보다 태도, 표정 등의 시각적 요소와 목소리의 음색, 톤 등에 해당하는 청각적 요소가 93%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인간의 의사소통은 언어에 유, 무형의 영향을 미치는 비언어적 요소와 함께 행해지며, 상황에 따라 언어적 내용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언어적 요소 중 우리는 가장 먼저 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대화에 있어서 정보를 얻을 때 시각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인 NATO정상회의(7.10~11)가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은 3년째 이 회의에 참석하였고, 일정 중 G7 회원국이자 미국의 정보 동맹국(Five Eyes)인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도 정상회담(7.10)을 가졌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통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다짐하며 외교·국방 고위급 회의가 안보협력의 창구가 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이처럼 가치를 달리하는 진영에 대한 파트너 국가 간의 전략적 연대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문제는 가치공유국 그룹 내에서 힘의 차이가 명확한 국가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즉 미국과 같이 여타 동맹국들과의 진영 질서를 주도하는 경우, 동일 진영내에서 대국을 상대로 스크럼을 짜(scrimmage) 연대하는 식의 해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美 대선을 3개월여 앞둔 현재,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라는 점 외에 국가탄생의 배경도 지리적 역학도 다른 한-캐 두 국가가 처한 현실에서 유사한 속사정을 엿볼 수 있다. 7월 중순부터 캐나다 B.C주에 체류 중인 필자는 여러 관계자로부터 미국의 상황에 대한 캐네디언들의 우려를 전해듣고 있다. 어쩌면 미국의 영향권 하의 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