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여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에 이어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 중립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 등에서는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 선거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선거에서의 중립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은 다르다. 대통령은 정당의 당원이다. 우리가 편의상 “1호 당원”이라고 부르는 엄연한 정당의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여당이 여당으로 불리는 이유도,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여당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렇듯 대통령은 정당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당의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의 의견은 다른 정당 구성원들의 발언보다,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당 문제에 대한 의견 피력을 불법 혹은 탈법적
식물성장에 필수 영양소인 질소의 발견은 화학에 위대한 성과이다. 공기속 질소를 얻으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는 물로 만들어진다. 물의 길을 따라 생겨난 것이 화학공업도시 흥남이다. 흥남을 만든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는 1873년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태어나 도쿄제국대학 전기공학을 전공한 화학기술자이다. 암모니아합성기술 특허권을 구매하여 노베오카(1923년), 미나마타(1909년)에 암모니아합성공장을 세웠다. 비료수요가 높아지자 자원이 풍부한 조선에 눈길을 돌리었다. 화학공업도시로 천혜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함흥-흥남은 해발 2,000m가 넘는 산맥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강수량과 석탄과 석회석이 풍부하고, 저렴한 토지와 노동력,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통이 편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노구치는 1927년 함흥에서 12km 떨어진 흥남에 질소비료공장을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물의 길은 부전강에서 장진강, 허천강에서 압록강까지 뻗어나갔다. 그리고 흥남은 빠르게 확장되었다. 흥남은 화학공장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화학공업도시가 되었다. 노구치는 흥남의 초대읍장으로 흥남에 모든 것을 관할하는 기업도시가 되었다. 리승기는 1905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나…
‘난방비 폭탄’의 지원책을 놓고 정부·여당이 고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계층을 넘어 중산층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문제 때문이다. 중산층은 전 국민의 60% 정도다. 취약계층에 중산층이 더해지면 천문학적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추가경쟁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하는데,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1000조원대의 국가채무는 더 늘어난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범위 확대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했다. 그러나 중산층을 포함한 현 정부의 난방비 지원 문제는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국민 80% 대상 7조2000억원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때는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놓고 각계에서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 이같은 일련의 복지 대상 확대 논란은 중산층 축소 또는 붕괴에 대한 우려, 궁극적으로는 양극화의 시대적 위기감과 연계된 불가피한 진통이다. 세계적으로 ‘고용없는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고,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와 부동산 폭등 등을 통해 중산층의 하방 흐름이 고조돼 왔다. 그럼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따르면 한국 중위소득 50~150%(중산층)의…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의 그림에는 주로 나무와 새, 소, 달, 산, 사람 등이 등장하는데 표정 하나하나가 우스꽝스럽다. 어느 하나 특출 난 것 없이 두루뭉술하다. 모두 어깨동무를 한 것 같다. 이 때문인지 장욱진의 그림 세계를 불교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수행의 십우도(十牛圖) 중 마지막 단계인 입전수수(入廛垂手)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입전수수는 이른바 깨달음을 성취하고 난 뒤 중생 속에서 아픔을 함께하는 보살도의 단계다. 한자 '전(廛)'이 말뜻을 잘 나타낸다. '전빵(전방)'의 '전'자와 같은데 가게를 상형한 것이다. 가게는 저잣거리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전수수는 저잣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쉽게 풀이가 된다. 저잣거리에서 대중들과 함께 한 이들이 어디 한 둘이겠느냐만 한 사람만 꼽으라면 우리는 신라시대의 원효를 드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머리를 기른 채 저잣거리에서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았다. 부처가 대중 속에 깃들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승려와 신도, 엘리트와 대중, 권력자와 피지배층이라는 이분법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에도 초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후는 원효 지우기 시대였
필수노동을 제공하는 취약계층 노동자 중에 아파트 경비원들이 있다. 이들은 심성이 어긋난 일부 입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아파트에 사는 것이 큰 벼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갑질’을 해대는 못난 입주민도 있다. 입주민의 괴롭힘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파트경비원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2021년 10월 21일 ‘경비원 갑질금지법’을 전면 시행했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 제설작업, 재활용품 분리 배출, 안내문 게시 등 ‘경비’ 외적인 업무들을 수행해야 한다. 경비원들이 겪는 고통은 이것 뿐 아니다.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쉴 곳이 마땅치 않다. 이미 수원시는 2015년 7월부터 아파트 경비원, 각종 시설의 미화원 등을 위한 휴게시설에 개선사업을 벌였다. 공동주택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사업을 추진, 단지 규모별로 휴게시설 설치를 위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건축계획 단계부터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2016년 6월엔 조석환 전 수원시의회 의장 등 수원시의원들이 ‘수원시 주택조례 일부개정 조례
자세를 바꿀 때 심한 어지럼을 느낀다면 양성돌발체위현훈(소위 이석증) 일 수 있다. 주부 양 씨(55세, 여성)는 최근 기상할 때 갑자기 주변이 도는 느낌이 들면서 구역과 구토감이 들어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 이석증은 내이에 있는 평형기관 중 주머니처럼 생긴 ‘난형낭’에 붙어 있던 이석이 떨어져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어지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자세를 바꿀 때 주변이나 본인이 도는 느낌, 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과 구역, 구토 증상이다. 이석증은 대부분 한쪽으로 누웠을 때 증상이 더 심한 편이다. 어지럼을 덜 느끼는 쪽으로 누워있는 것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야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석증은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긴다. 이석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나이가 들면서 작고 약해지므로 고령일수록, 여성에서 남성보다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골다공증이 있거나 비타민D가 부족하면 더 잘 생긴다. 또, 머리를 다친 적이 있거나 전정신경염·메니에르병 등 내이 질환이 있었던 경우에도 이석증이 잘 생길 수 있다. 최근 대한평형의학회가 주관한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이석증 환자의
김진표 국회의장의 강력한 선거제도 혁신 의지가 정가 최대의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국회 사랑재에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 참여 여야 의원 30명을 초청해 만찬 간담회를 열고 개혁 의지를 재다짐했다. 지난 2일 기준, 여야 의원 138명이 동참하고 있는 이 모임이 당리당략을 벗어나 국가백년대계를 헤아리는 용단으로 선거제도 개혁의 숙원을 풀어내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소중한 기회를 최대한 살려 국민 여망을 받들어야 할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만찬 간담회에서 ‘2월 중 정개특위의 복수 안 제시, 3월 중 의원 300명 전원위원회 집중 토의, 200명 이상의 동의로 선거제 개혁안 마련’이라는 자신의 제도 개혁 로드맵을 거듭 확인하고 “여야가 합심해 합리적인 선거제도를 만들어낸다면 사표 비율을 줄이고 대표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이 논의할 최우선 과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거제 개편이다. 정치학자들은 물론이고 여야 정치인 가운데 극심한 대결 정치의 근원이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라는 데 공감하지 않는 이는 없다. 소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의 극심한 대결 양상을 낳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정치다운 정치가 실
2018년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조사단’이 충남 아산시의 야산 중턱을 파헤쳤다. 아산지역 부역혐의 학살사건 현장이었다. 이곳에서 유해 208구를 수습했다. 어른 유해 중 85%가 여성이었고, 나머지 58구는 어린이였다. 현장에는 부녀자들이 착용했던 비녀와, 구슬 같은 아이들 장난감이 드러났다. 난리통에 남자들은 어디론가 흩어지고 남은 여성과 아이들이 구슬을 손에 움켜쥔 채 군인들의 보복살인에 쓰러진 것이다. 집단광기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한 현장. 끌려가다 콩밭에 아기를 안고 몸을 던져 겨우 살아난 사람이 있었다. 살았어도 산 목숨이 아니었다. 평생의 트라우마와 한으로 온전히 숨쉬기조차 버거운 한평생이었다. 전쟁이라서 그랬다고? 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지난 현실에서도 엄연히 학살은 일어난다. 2019년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개혁하고자 나선 법무부장관의 가족을 향해 검찰이 벌인 가혹한 수사를 떠올리면 나는 ‘학살’이란 표현 이외에 다른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무차별적인 압수수색, ‘딸의 어릴 적 일기장을 뒤지고 봉사활동 시간을 추적하는가 하면 생활기록부까지 까발리던 일을 떠올리면 ‘사냥’이란 말밖에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알량한 표창장을 빌미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