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지하주차장에 넣어야 하나? 지상에 세워둬야 할까?” 다가오는 태풍 힌남노를 앞두고 직장 동료들끼리 나누는 대화의 화두였다. 올해 강남지역 홍수 때 지하주차장에 수장된 수많은 승용차들을 보았으니 걱정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지상인들 안전할까? 최대풍속이 매미를 능가하는 역대급으로 50m/s를 넘길 것이라 하니 어디서 나무가 쓰러져 내 차를 덮칠지 알 수 없다. 남쪽 지방은 태풍이 몰고 온 구름보다 더 빨리 공포가 뒤덮었다. 해마다 태풍은 온다.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매미, 루사, 베티, 셀마.. 그때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삶의 터전은 여지없이 파괴되었다. 태풍만 덮쳤다하면 수십~수백명씩 사망실종이 발생할 때 바로 옆의 일본은 사망자가 불과 몇 명에 그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재난방재시스템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 부러움은 대한민국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불과 몇 년 전 세월호를 겪었던 나라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시설물도 보강하면서 재난시 인명손실이나 피해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태풍뿐만 아니라 코로나사태를 보더라도 국내외적으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일본보다 더 빨리 대처하고 국민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하기도…
근로자의 퇴사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근로자가 원해서, 둘째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합의하에, 마지막은 사용자의 일방적 해고이다. 대부분의 법적 문제를 낳는 것은 사용자의 일방적 해고일 것이다. 사용자는 단순히 근로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근로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되었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는 방법이나 해고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다툴 수 있다. 그러나 긴 싸움 끝에 부당해고가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중요한 뒤처리가 남아있다. 바로 부당해고된 기간 동안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당해고임이 인정된다는 것은 곧 사용자의 귀책으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지 못한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해고 기간 동안 지급하지 못했던 임금을 소급해서 지급해야 한다. 소급임금 지급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기는데, 먼저 소득세 및 4대 보험 공제 여부다. 사용자는 ‘미리’ 소득세 및 4대 보험을 공제한 금액을 지급해도 될까? 그렇지 않다. 원칙적으로 원천징수하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부모의 부재, 학대 등 다양한 이유로 가정을 떠날 수밖에 없던 아이들이 아동복지시설(보육원, 그룹훔)에서 보호를 받으며 거주하다가 만18세가 되면 보호조치가 종료되어 홀로서기를 준비하게 되는데, 이 아동들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라고 한다. 지난달 18일과 24일, 보육원 출신인 A군과 B양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보도되어, 이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왜 아이들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와 관련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을 하다가 올해 대학생이 된 김모19세)군을 통해 자립에 필요한 금전적인 지원은 정부 등으로부터 받고 있으나, 앞으로 사회에 나가 겪을 갈등, 불안 등으로 인해 두려움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지난 7월, 당국은 보호가 종료되는 나이를 현행 만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 했으며, 경제적·심리 및 정서적 지원에 대한 방안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청소년 업무 관련하여 관내 아동보호시설과 교류하며 알게 된 것은 보호자의 부재로 인한 아이들의 상처는 시설 종사자가 도와준다고 해도 극복하기…
초콜릿 천국, 벨기에에 가면 손 모양 초콜릿을 볼 수 있다 화가 반 고흐의 고향인 앤트워프 지역 전설 중, ‘뱃사공의 돈을 뜯어내는 거인 안티곤의 손을 잘라 퇴치한 영웅 브라보’ 이야기가 있는데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초콜릿이다. 내게는 손 모양 초콜릿도, 그 전설도 섬뜩하다. 그리고 손 모양 초콜릿을 관광 상품화한 벨기에 국민성도 섬뜩하다. 선조, 레오폴드 2세(1865 – 1909)의 대학살을 생각하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초콜릿, 와플, 맥주로 이름난, 달콤하고 고소하고 시원한 유럽 선진국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의 아프리카 콩고 대학살은,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에 못지않았다. 벨기에는 전쟁으로 점철된 유럽사의 희생국이었다. 벨기에 역사는 기원전 58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정벌 당한 이후 지난한 식민의 고통으로 얼룩져있다. 15세기말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 16세기말에는 프랑스에, 19세기 말에는 네덜란드에, 1,2차 세계대전시 독일에 점령 당했다. 그런 벨기에 역사에 잠깐의 햇살 같은 시기가 있었는데, 1830년의 8월 혁명(프랑스 7월 혁명에 자극받아 일으켰다)으로 얻은 네덜란드로부터의 독립이었다.(1839년) 1865년, 벨기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가 지역화폐 보조금 지원 전면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취약계층 직접 지원에 쓰는 게 우선순위로 보여 보조금을 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 보조금을 8% 지원한 뒤 2021년 6%, 올해 4%(6053억원)로 계속 축소해왔는데 이마저도 아예 없애버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강력한 방역체제에서 영업을 제한 받다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생활형 자영업자들이 조금 숨을 쉴 수 있나 싶었다. 그런데 살아날 만 하니까 이번에는 지역화폐 보조금 지원을 아예 끊어버린 것이다. 지역 화폐는 ‘10%’라는 높은 캐시백 혜택을 앞세워 지역 내 소형 점포 이용을 유도해왔다. 이를테면 1만원을 내면 1만1천원을 카드형 지역화폐에 충전시켜 주는 방식 등이다. 혹독한 가뭄속의 보리고개를 넘던 자영업자들에겐 감로수와도 같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20년 10~11월에 실시한 ‘지역사랑상품권 유통실태 조사’를 보자. 국내 소상공인 가맹점(매장)의 경우 매출증가율은 3.4%였다. 매출증가액은 87만5000원으로 전체사업체 평균대비 32만6000원 높았다. 소비자들의 지역 내 소비 비율
남미 우루과이의 전직(2010~2014) 대통령이다. 1935년 몬테비데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일곱살때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가축을 키우고, 꽃을 팔아 먹고 살았다. 고교 졸업장도 없다.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쌀을 벌면서 식물학, 원예, 문학, 역사책을 두루 탐독하였다. 훗날 이 분야의 전문가들도 놀라는 큰 지성을 독학으로 이루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호세 무히카-조용한 혁명가'. 이 책들은 보통 사람들이 믿기 어려울만큼 검소하게 사는 한 대통령에 관한 감동의 기록이다. 현실정치의 바이블이다. 세상의 모든 정치인들이 필독해야 한다. 실은 이로써 정치학 교과서는 폐기하고 다시 쓰여져야 마땅하다. 정치학자들과 정치인들은 그의 제자가 되어 '구세(救世)로서 정치(政治)'를 역설해야 한다. 무히카는 20대 때 군사독재와 싸우는 도시 게릴라의 리더였다. 장장 14년을 옥살이 했다. 그와 동지들이 겪은 수감생활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 이 땅에서 이뤄졌던 수많은 '지옥'의 사례들을 떠올리며 두 시간 내내 몰입하게 되는 탁월한 정치영화 '12년의 밤'이 바로 이 특별한 사상가 정치인을 다룬 걸
사람들은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타인의 잘못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그 반대 또한 진리이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의심할 여지 없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만약 어떤 일이 선을 배반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것은 진짜 선한 일이 아니거나 아직 그 일을 할 시기가 되지 않은 것이다. 신은 양심과 이성의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의 불을 켜주고 있다. 폭력으로는 믿음의 불을 켤 수 없다. 폭력과 위협이 가져다주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공포이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사람, 방황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 미망으로 인해 이미 충분히 불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을 때는 그들을 나무라도 상관없지만, 오히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 반발심을 일으켜 그들을 더욱 돌아서게 만든다. (파스칼) 우리는 오히려, 과거의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일치의 기초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마르티노) 신앙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수단으로 신앙을 도입하고 그것을 보호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을 강요하면 오히려 증오를 불러일으키
지난 8·19 북한 김여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고 반응하였다. 김여정은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거부한 10년전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용어 선택에서부터 입장 표명 주체,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 번영에 대한 고민 등에 있어 여러모로 아쉬운 북한의 반응이다. 담대한 구상은 남북이 상호 협력하면서 함께 번영 발전해 나가자는 구상이다. 다만 구상 실현을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핵무기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 즉,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무기가 선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협력하겠다는 ‘리비아’식 해법과는 달리 비핵화 의지만 확실하다면 우리 및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북한의 민생고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이루도록 지원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제안에 대해 북한이 주민들이 학습하는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냉랭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동일한 현상에 대한 남한과 북한의 생각이 다름이며 서로에 대한 불신과 경계가 다름의 주된 요인이다. 분단된 지 7
이성은 우리들에게 우리가 인생의 법칙을 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배반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그것을 편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그 익숙한 생활을 방해하려는 이성의 목소리를 압살하려고 애쓴다. 사람은 자신의 생활이 양심에 합치되지 않으면 양심이 마비되어 생활에 장단을 맞춘다. 사격을 받고 있는 엄폐물 뒤에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병사들은, 위험한 순간을 더 쉽게 견딜 수 있도록 애써 일거리를 찾는다. 사람들도 때때로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은 명예욕으로, 어떤 사람은 오락으로, 어떤 사람은 법률 문서를 씀으로써, 어떤 사람은 향락으로, 어떤 사람은 정치활동으로 그것을 견디고 있다. 폭풍이 나무를 뽑고 바위를 굴리지만 하루를 못 갑니다. 정말 크고 강한 것은 소리 없이 흐르는 맑은 시내입니다. 살진 들을 적셔 천하를 기르는 것도 그것이요, 모든 비, 바람, 구름, 물결을 일으키면서도 자기는 억만 년 노함도 흔들림도 없는 대양의 가슴을 채워주는 것도 그것입니다. 그리고 시내는 억억만만의 물방울이 음악 속에 하나 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시내보다도 더 무한히 큰 것은 역사의 흐름이요 그 흐름을 이루는 것은 씨ᄋᆞᆯ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