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란 국제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말한다. 세력균형이란 하나의 강대한 국가에 대항하여 다른 국가들이 연합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이루고, 이를 통하여 국제관계의 안정을 추구하는 국제정치 이론이다. 따라서 ‘기축통화의 세력균형’이란 하나의 강력한 기축통화에 대항하여 다른 기축통화들이 연합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이루고 그 결과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시점에서 기축통화의 세력균형을 거론하는 이유는 현재의 글로벌 위기 발생의 중심에 기축통화의 세력균형을 둘러싼 갈등과 경쟁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냉전 붕괴 이후 세계 경제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로 일원화하였고, 미국은 통화정책의 주된 목표를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안정화 및 강화에 두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은 국제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관점보다 미국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게 된다. 세계 각국은 외환시장에서 복수의 국제통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무역결제 및 외환보유고 통화를 달러 중심에서 유로, 위안, 엔, 스위스프랑 등으로 다변화하였다. 유럽연합의 유로는 달러에 도전하는…
새가 운다. 새는 스스로 부리를 열어서 운다. 사람이 운다. 사람은 스스로 가슴을 두드리며 운다. 귀뚜라미가 운다. 귀뚜라미는 스스로 날개를 비벼서 운다. 새도 사람도 귀뚜라미도 우는 것에 막힘이 없다. 막힘은 자유의지와 별개의 영역이어서, 스스로 울 수 있는 것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렇다고 모든 울음이 막힘없는 건 아니다.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시커멓게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울지 못하는 것들. 치미는 설움이 가슴을 찔러도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는 것들. 제 혼자의 힘으로는 끝내 소리쳐 울 수 없는 것들. 울지 못하고 마른 땅에 쿵쿵 머리만 찍어대는 것들. 나는 그것을 ‘오월 광주’라 부른다. 오월 광주의 울음은 아픔 너머에 있다. 두들겨 맞고 질질 끌려갔던 망월묘지 지하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월 광주의 울음은 타악기를 닮았다. 때리고 두들겨 맞고서야 비로소 울음을 토하는 북과 장구와 꽹과리를 닮았다. 북과 장구와 꽹과리를 들고 팔십년 오월 광주를 누볐던 광대들을 닮았다. 때리고 두들길수록 거세게 울어대던 도청 앞 궐기대회를 닮았다. 투사회보를 뿌리던 학생들과 들불야학에 다니던 여공들을 닮았다. 헌혈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지구 궤도에서 내려다보면 호수와 강, 반도가 보이고 ... 눈 덮인 산이나 사막, 또는 열대우림과 같은 아주 생생한 지형 변화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90분마다 아침놀과 저녁놀을 통과하게 된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면... 머리를 꼼짝하지 않고서도 남극과 북극, 각 대양을 연이어 볼 수 있다... 지구가 보이지 않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도는 동안 여러분은 말 그대로 남북 아메리카 대륙이 저편으로 사라지고 놀랍게도 그 자리에 호주, 아시아가 등장했다가 다시 아메리카 대륙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우리가 시간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대체 내가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 있는가? 하고 자신에게 묻는다. 아메리카 대륙 너머로 태양이 졌다가 다시 호주 위로 떠오르는 것을 본다. ‘고향’을 되돌아보면... 이 세계를 갈라놓고 있는 인종과 종교, 그리고 이념의 장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주비행사 유진 서넌) 종족 분쟁이나 국가 정책, 지도 위에 색깔로 표시된 지리적 구분은 우주에서 볼 수 없다. 물론 과학은 이 푸른 보석이 무수한 은하들이 모인 우주 속에서, 무수한 별들로 된 어느 낯선 은하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한 생기 없는…
지방자치제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49년이었고 초대 지방의회는 1952년 지방총선거가 실시되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1961년 5·16이 일어나면서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해산됐고 1991년에야 지방의회(기초·광역의원 선출) 선거가 다시 치러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다. 올해부터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대변혁을 맞이했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 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 자치입법권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회 의원들의 구태는 여전하다. 말만 지방이지 중앙정치의 못된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감시와 견제가 주요 역할이다. 하지만 중앙정치 논리와 의석수에 따라 사사건건 딴지를 걸거나 무조건 협조하느라 감시와 견제 기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의회 활동 중 물의를 일으키는 의원들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2월 발간한 지방의회 백서에 따르면 민선 6기(2014년 7월~2018년 6월) 지방의회 의원 중 사법처리된 사람은 149명이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지인의 아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고향집으로 내려온다고 기별이 오니 지인 가족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숙사가 퇴소 원칙이라니 집에 올 도리밖엔 없는데 아버지는 이불 보따리를 싸매고 운영하는 학원으로 긴급 대피했다. 아들이 집에 있을 때는 매일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할 판인데 그것도 무증상자는 유료(3~5만 원)라니 차라리 도망치는 게 최고란다.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문재인 정권 5년은 비과학적 정치 방역과 탈원전, 정치가 과학을 압살해 버린 반지성의 시간이었다"며 대정부 질문의 포문을 열었다. 어떡하나? 당신들이 주창한 ‘과학 방역’이 218곳의 선별 진료소를 4개만 남기고 폐쇄한 결과 지금의 재확산에 눈부신 기여를 한 꼴이니 말이다. 졸지에 학원에서 먹고 자고 하는 지인이 울화통을 터뜨렸다. “뭔 놈의 질병 청장이 ‘국가주도방역이 어렵다’라니 이건 뭐 국민들이 각자도생 하라는 이야긴데 도대체 지금 정부가 있기는 한 거야?” 같은 날 같은 당의 한무경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전기요금 인상의 책임이 전 정부의 탈원전에 있다는데 동의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이장관은 "원전 비중이…
어느 시대나 신분 상승은 어려웠다. 자신이 처한 불우한 환경을 딛고 남들보다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그만큼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얻은 성취는 더욱 소중하고 빛난다. 하지만 더 어려운 일이 있다. 자신이 얻은 성취를 타인을 위해 내놓는 일이다. 얻는 일보다 내놓는 일이 훨씬 어렵다. 자신의 노력으로 신분과 처지를 바꾼 사람들은 드물다. 자신이 얻은 성취를 어제의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그 드물고 드문 사람의 하나가 박서양이다. 박서양은 1885년 9월 30일, 백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백정과 백정의 자식은 호적조차 부여받을 수 없는 최하층 계급이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 취급을 받는 존재였다. 이름도 성도 없이 ‘봉주리’로 불리던 그에게 뒤늦게 ‘박서양’이란 이름과 호적이 허용된 것은 저절로 세상 좋아져서가 아니었다. 대대로 백정이었던 박서양의 아버지는 돈으로 자기 아들 하나의 신분을 사는 대신 갑오개혁으로 시행되던 신분차별 철폐법을 모든 백정에게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운동에 앞장섰다. 백정 아버지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존재를 인정받고 이름과 호적을 얻었던 소년은 조선 최초의 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지난 26일 국무회의서 의결됐다. 8월 2일에 공포·시행된다. 경찰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된다’는 이중 잣대의 적용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 말대로 ‘검로경불’이 아닐 수 없다. “인사(人事) 앞에 장사(壯士) 없다”는 것이 공무원 조직이다. 경찰공무원의 1인 시위와 릴레이 삭발은 어떻게 보면 목숨을 내건 것과 진배없는 행동이다. 류 총경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명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한 말이다. 유명세를 떨친 이 말은 윤 대통령에게 되돌아갔다. 대통령은 경찰의 집단행동을 “국기문란”이라고 경고했지만, 도대체 영(令)이 서지 않는다. 한편, 류 총경은 “행안부 경찰국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고 했다. 이는 내무부 치안본부가 왜 경찰청으로 독립했는가와 맞닿아 있다. 청년 박종철(1987)과 이한열(1987)이 왜 꽃다운 나이에 죽었을까를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시민의 인권과 생명 보호 측면서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한 가지. 경찰청 독립(1
최근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학교측을 상대로 4개월째 시위 중이다. 학교당국은 침묵한다. 몇몇 학생들이 수업권 침해를 주장하며 노조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뉴스를 접하고 스무 살 청년들이 옳다고 편드는 어른들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물론 그 애들 편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선 그 부모들 대부분이 그쪽일 거다. 밭이 산물의 등급을 정하잖나. 그 '학구파'들이 교수나 국회의원이 된다면 실로 끔찍한 일이다. 민주당 의원들 몇이 중재를 하는 모양이다. 무명의 뜻있는 다수도 연대하여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화해와 합의로 결론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유사상황으로 갈등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 공공기관들, 기업들의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1898년 9월 10일은 고종황제의 생일날이었다. 그날 독립협회는 평양 대동강 모란봉 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지식인, 학생, 부인, 상인, 백정 등 1만명이 신분을 초월하여 모여들었다. 이 애국토론회에 스무 살 청년 하나가 연사로 등단, 귀빈으로 참여한 지역유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