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프로(3PRO) TV를 꼬박 세 시간 동안 시청했다.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라는 대선특집이었다. ‘어떤 유튜브 TV길래 여야의 대선 주자 이재명, 윤석열을 불러냈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 들어갔다가 세 시간을 감금당했다. 감금을 자청한 꼴이었다. 정확하게 듣기 위해 재생 속도도 높이지 않고 1.0을 유지했다. 전통 매체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했던 꼰대 수용자였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고백하면 삼프로를 3%로 알았다. 두 후보는 각각 90분 동안 주식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집권 후의 경제 정책 비전을 설명했다. 전통 매체들은 설명한 내용 가운데 특정 단어나 일부 내용을 중심으로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의 발언 내용을 심도 있게 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작전주에 투자해 큰돈 벌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윤석열 후보 기사는 “토론 무용론을 펼쳤다”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기자가 두 후보의 90분에 걸친 설명 내용을 다 듣고 기사화했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이 후보는 방송 서두에 주식투자를 해봤느냐는 질문에 “1992년 처음 주식 투자를 하면서 증권회사에 다니는 대학 친구의 권유로 주식을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작전
군대를 제대한 아들이 집 근처 편의점 알바를 뛰었다. 늦게 퇴근한 아들이랑 쐬주 한 잔하며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급이 최저임금에도 못미친다.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에이, 아빠.. 편의점에 최저임금 다 주는 자리 없어요”한다. 가슴 한켠이 짠했다. 법적 최저기준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녀석에게 애비는 해줄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월 150만 원이라도 받고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대통령 후보가 떠올랐다. ‘윤석열표 공정’은 집 앞 골목부터 진작에 실현되고 있었다. 그는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아들은 부당한 조건에 맞서 일하지 않을 자유를 행사하지 못했다. 아들에게 궁핍할 자유는 필요치 않았다. 이런 아들이 요즘 말로 빡쳤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기자회견을 보다가 “남편 한데 사과할거면 집에서나 하라고~!!”하면서 버럭했다. 안그래도 편의점 알바보다 더 벌 수 있는걸 알아보다 공장에라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윤석열 후보가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이라 했다는 말을 듣고 빈정이 상했던 터였다. “허위학력이나 경력위조가 한두…
학문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학문의 유익함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학자들은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말하고 있다. 종교적인 미신과 마찬가지로 이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학문적 미신이라는 것도 있다. 정신 학문은, 모든 오락과 유희, 드라이브, 산책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무의 실천을 방해하지 않는 한 허용이 된다.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오락에만 빠지면 안 되듯이 참된 인류의 정신적 행복에 기여하지 않는 학문에 종사하는 것도 도의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학문이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그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에 더욱 필요한, 더욱 높은 인식의 대상을 다루는 것이다. 뜻도 맨 처음부터 있는 뜻이요, 삶은 나중 끝까지 있는 삶이다. 처음도 나중도 밑도 끝도 없는 말씀을 하는 수 없이 그 한마디를 잡아 쳐든 것이 글이라는 것이요, 그 글을 이리 엮고 저리 짜놓은 것이 책이라는 것이다. 커도 말 끄트머리, 작아도 말 끄트머리, 바로 놓아도 말 끄트머리, 뒤집어놓아도 말 끄트머리다. 네가 처음 속에 나중을 보며, 나중 속에 처음을 보고, 껍데기 속에 속을 읽으며, 속 속에 껍데기를 읽는다면, 알지 못해도 안…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 교실의 아침은 학부모님들에게 받는 연락으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당일 결석과 관련된 연락이 주를 이루고, 사정이 생겨서 일찍 조퇴시켜달라는 내용이 그다음을 차지한다. 가끔은 아이의 몸이 안 좋지만, 등교시킬 테니 상태가 나빠지면 집으로 보내 달라는 내용도 있다. 며칠 전에는 조금 특별한 연락을 받았다. 우리 반 친구 A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해서 다음 날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었다. 나에게도 이미 결석하겠다고 말해둔 상태였다. 막상 당일이 되자 A가 부모님께 학교에 가서 재미있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우겨서 하는 수 없이 등교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접종 후 증상이 걱정되니 잘 지켜봐 달라는 당부가 함께 왔다. A가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면서까지 참여하고 싶어 했던 수업은 햄스터 로봇을 활용한 코딩 수업이었다. 태블릿이나 컴퓨터에서 코딩 블록 명령어를 채워 넣으면 햄스터만큼 작은 로봇이 빛과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로봇을 활용하면 미로 탈출, 술래잡기, 축구 경기나 보드게임과 비슷한 미션 수행까지 가능하다. 장난감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아이들의 수업 몰입도가 최상이다. 사실 처음부터 아이들이 처음부터 코딩을 좋아했던 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면 할수록 그가 선 자리는 불안해지고, 반대로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그가 선 자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강해지려면 물과 같이 되어야 한다. 물은 가로막는 것이 없으면 흐르고, 둑이 있으면 멈춘다. 그러다 둑이 터지면 다시 흐른다.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된다. 그처럼 부드럽고 막힘이 없는 유연함으로 인해 물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강한 것이 된다. (노자) 물이 높은 곳에 머물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듯, 선덕 또한 자신을 높이는 사람들에게 머물지 않고 오직 겸허한 사람에게만 머문다. (탈무드) 사람은 내면을 깊이 성찰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이 하찮은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예지에 이르는 첫걸음이다.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겸허해지자. 그러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채닝) 어진 사람은 선을 행하는 데 있어서, 이를 행할 힘이 부족한 것을 한탄할지언정,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거나 잘못된 비판에 대해 한탄하지 않는다. (중국 금언) 선량하고 총명한 사람의 첫 번째 특징은, 자신은 아는 것이 조금밖에 없으며 자신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남을 가르치기보다 남에게서…
어머니! 엷은 먹물로 그린 그림처럼 당신이 보입니다. 마지막 먼 산은 이미 지워졌고 붉은 옥사가 연분홍으로 물들어가네요 이대로라면 저는 제 안의 먹방으로 고요히 가라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곳이 저의 처음 당신의 품이겠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깊고 험한 길을 돌아 당신에게 가는 길입니다 시야가 점점 좁아지네요 묶인 손을 내밀면 만져질 듯한 데까지 보입니다 보이던 것들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자리에 어머니 품에 안기는 아기 저의 모습이 짙어집니다 비로소 이별 없는 깜깜한 밤이 옵니다 눈 감지 않고 이대로 당신의 품에서 아들의 생을 멈추겠습니다 - 1930년 3월 서대문형무소에서 아들 이○○ 올림
아마도 이 지면을 통해서 한번 얘기한 바 있을 것이다. 일본 석학 다치바나다카시 얘기다. 『그는 도쿄대생은 죽었는가』라는 저서에서 “세상은, 결코 스페셜리스트가 지배하지 않는다, 제너럴리스트가 이끈다”고 했다. 이 말을 요즘처럼 뼈저리게 느끼는 때도 없다.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 씨가 그 점을 상징처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역설적으로 지금의 한국사회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기는 중이다. 윤석열 후보와 같은 스페셜리스트는 자신이 필요에 의해 쌓은 지식 공학의 범주에서만 세상을 보고, 또 잣대를 만들어 낸다.(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범죄자이다. 사모펀드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조국은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주입돼 있었다.) 스페셜리스트들은 대개 수직주의자들이다.(주 120시간 노동시간 발언.) 엘리트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급과 계층에 대한편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를 알지 못한다는 발언.) 반면 제너럴리스트는 광범위한 지식을 구하려 노력한 덕에 그래도 세상을 균형있게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제너럴리스트들은 응당 수평주의자가 되며 세상에서 평등과 함께 분배에 대한 올바른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
-칠레 정치의 고통과 그 반전(反轉) “신자유주의의 출생지를 신자유주의의 무덤으로 만들겠다. 어찌하여 불평등의 부담을 가난한 사람들만 지게 하는가? 이런 현실을 반드시 끝내겠다.” 올해 35세인 젊은 사회주의 정치가 가브리엘 보리치가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쏟아낸 뜨거운 육성이었다.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 대통령 아옌데 암살 이후 50년 만의 일대 사건이다. 보리치의 당선에 칠레의 청년세대는 열광했고 라틴 아메리카 정치는 새로운 희망을 목격하고 있다. 그건 오래 전 일어났던 비극의 기억이 겹치면서 더더욱 의미심장했기 때문이었다. 1973년 칠레에서 피노체트가 미국의 지원 아래 군사 쿠데타를 있으킨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이었던 키신저는 대통령 닉슨에게 라틴 아메리카에 좌파정권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아옌데 정권 전복이 필요하다며 칠레 군부를 통한 군사 쿠데타 기획을 강력히 주문한다. 칠레의 암흑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선거로 당선된 사회주의자 아옌데는 이 과정에서 살해당했고 미국은 칠레를 파시즘과 결합한 신자유주의의 실험장으로 만든다.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공적 통제를 반대한 하이예크의 제자 밀턴 프리드만이 이끈 이른바 “시카고 학파”의 이론은 이렇게…
한 곡의 노래가 200명 가까운 사람을 죽게 했다. 1930년대 헝가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충격적이고 불가해한 사건은 소설로 쓰였고 소설은 영화를 탄생시켰다. 1988년, 독일 작가 닉 바로코프가 쓴 소설도 1999년 롤프 슈벨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도 노래와 제목이 같다.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도대체 어떤 노래이길래 수많은 이들을 자살로 치닫게 했을까. 모두 나 같은 물음표를 달고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내용보다 노래가 궁금했다. 영화 전반부는 삼각, 아니 사각 관계의 러브 스토리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작은 레스토랑을 무대로 펼쳐지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네 남자의 소리 없는 난투극. 레스토랑 사장 자보, 그곳에서 피아니스트로 고용된 안드라스, 고객 독일인 한스...... 모두 일생을 걸고 일로나를 사랑한다. 애인 자보를 두고서도 안드라스와 사랑에 빠진 일로나. 두 남자는 일로나의 ‘질투금지, 싫으면 떠나든가’라는 통첩에 ‘당신을 잃느니 당신의 한 조각이라도 갖겠다’며 기이한 삼각관계를 받아들인다. 거기다 더해 일로나에게 청혼했다 차인 독일인 한스가 나중 나치 점령하 부다페스트의 독일군 대령으로 권력
"한국 정부는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를 더욱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사회적경제 기본법', '사회적 가치법', '사회적경제 판로지원법' 등 사회적경제 3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지난 1일 대통령이 밝힌 바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19대 국회에서 최초 발의된 후, 20대까지 5차례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기본법과 함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천을 촉진하는 사회적 가치 기본법”, “사회적경제 판로개척 및 공공조달지원법”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저성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역을 근간으로 사람 중심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가 활성화하기 위해선 법 제도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현 국회에서 제정될 수 있도록 집권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며 촉구에 나서고 있다. 전국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회원인 지자체장들 또한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어 있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의 연내 본회의 통과와 함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회적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