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타인의 잘못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그 반대 또한 진리이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의심할 여지없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만약 어떤 일이 선을 배반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것은 진짜 선한 일이 아니거나 아직 그 일을 할 시기가 되지 않은 것이다. 신은 양심과 이성의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의 불을 켜주고 있다. 폭력으로는 믿음의 불을 켤 수 없다. 폭력과 위협이 가져다주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공포이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사람, 방황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 미망으로 인해 이미 충분히 불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을 때는 그들을 나무라도 상관없지만, 오히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 반발심을 일으켜 그들을 더욱 돌아서게 만든다. (파스칼) 우리는 오히려, 과거의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일치의 기초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마르티노) 신앙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수단으로 신앙을 도입하고 그것을 보호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을 강요하면 오히려 증오를 불러일으키듯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을 맞이해서 고마운 분들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의원에서도 어떤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 명절이 지난 다음에는 받은 선물이 자신에게 맞는지 궁금해하며 묻기도 한다. 그중의 하나가 경옥고이다. 치료재인 한약은 치료의 효과를 가지는 각각의 특성을 가진다. 필요한 경우 적재적소에 썼을 때는 효과가 있지만 적소가 아니면 아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이전 칼럼에서 어깨가 아파서 내원했던 홍삼을 장기복용 중인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80세 환자의 예를 들었다. 그녀는 야간에 잠을 여러 번 깨고 눈이 충혈이 되고 혈관이 종종 터지는 증상도 있었는데 여러 진단 후 그녀의 체질과 홍삼의 약성을 고려할 때 소량을 며칠씩 복용하는 것은 괜찮은데 장기적으로 홍삼만 단일약재로 계속 복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지금의 몸의 상태를 개선하려면 홍삼과 반대되는 기운이 포함된 한약을 같이 복용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때 처방한 약이 경옥고였다. 눈의 충혈과 수면장애는 없어졌고 통증은 개선되었다. 경옥고는 복합처방의 한약으로 인삼, 생지황, 복령, 꿀 네 가지의 약재로 구성된 처방이다
1. 광고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핵심적 사회제도라고 말하면 놀라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이 내용을 가장 명확히 설명한 것이 천재적 카피라이터 어네스트 엘모 컬킨스의 소비자 공학(consumer engineering) 개념입니다. 1920년대는 거품경제라 불릴 만큼 미국의 산업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입니다. 문제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 때문에 상품은 시장에 쏟아져 나왔지만 노동자계급의 가처분소득이 크게 부족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생산은 제품가격 하락과 소비부진을 일으켰고 미증유의 디플레이션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소비자 공학입니다. 시장의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고라는 도구를 통해 소비자 마음속에 이미 구입해서 사용 중인 제품에 대한 ‘의도적 혹은 계획적 진부화(artificial or planned obsolescence)’를 촉발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가지고 있는 물건에 싫증이 나게 만드는 거지요.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욕구를 무기로 끊임없이 신제품을 구입하도록 부추기는 것.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시켜주는 광고의 마법입니다. 대량생산
“화성시 내 신규 개발사업은 무주택 시민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간 신도시 개발에 따른 문제점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안지구와 봉담3지구 개발사업은 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 중심의 개발을 요구한다.” 서철모 화성시장이 지난 달 30일 제3차 신규 공공택지 기산지구를 포함한 화성 진안지구와 봉담지구 발표가 나자 이날 곧바로 낸 성명서 내용이다. 성명서에는 시민 중심의 사업 추진, 포용성장을 위한 협력적 개발, 지속가능한 자족도시 조성, 군 공항 이전지 공모를 통한 수원군공항 이전 총 4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지난 7일엔 청와대에 시민 중심의 신규 공공택지가 개발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정비 및 정책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시장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산지구 때문이다. 기산지구 개발 논의 과정에서 토지주들은 저가보상을 우려하며 민간개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시장은 민간개발의 경우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시 주도의 공영개발을 고집하며 공전했다.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염두한 기반시설 확충을
소설 한번 쓰겠다. 이중첩자 얘기다. 무심코 영화 <토탈 리콜>을 다시 보다가 든 생각이다. 다시 본 건, 1990년 폴 버호벤이 만든 희대의 걸작 원판이 아니라 렌 와이즈먼이 2012년에 만든 리메이크 판본이다. 이게 더 영화 속 이중간첩의 행보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주인공 더그(콜린 파렐)는 자신이 저항군의 행동대장인 칼 하우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것도 사실은 가짜다. 독재자인 코하겐(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저항군의 지도자 마티아스(빌 나이히)에게 접근시키기 위해 그를 저항군 편에 서게 한 것처럼 기억을 조작해 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칼 하우저는 애초부터 저항군을 파괴하려는 제5열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는 저항군에서 암약하면서 여자 멜리나(제시카 비엘)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기억이 조작됐다는 것을 모르는 하우저는 진짜로 저항군의 핵심이 됐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마저 다 헝클어진다. 왜냐하면 그는 코하겐에 의해 끌려 와 다시 한번 기억이 조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더그라는 이름의 노동자로 아내 로리(케이트 베킨세일)와 살아가는 평범남이다. 로리는 그를 감시하는 요원이다. 어쨌든 현재의 그는 ‘노바디’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곧 다가온다. 올 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 간의 대규모 모임을 하기는 어려워서 왁자지껄하게 정을 나누던 코로나 이전의 추석 풍경이 아쉽다. 다들 들떠있을 명절에 유독 쓸쓸한 우리들의 이웃이 있다. 21세기는 실시간으로 지구의 반대쪽 사람들과도 영상 통화가 가능한 정보통신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일천만 이산가족들은 그리운 혈육의 생존도 알지 못하고 어렵사리 생존을 확인했지만 선물을 보내거나 정겨운 대화도 나눌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서 추석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북한은 우리가 실향민이라고 하는 이산가족을 자신들의 체제에 반대해서 북한지역을 떠나간 적대적인 월남인이라고 하면서 인도주의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접근 자세를 보여왔다. 56년 북한은 남한과의 경제적 우위 상황에서 월북인들의 재남가족을 이산가족이라고 하면서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행사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진행하면서 북한측은 이산가족 행사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이산가족들의 인간적 고통 해소보다는 남북 대화 협력 또는 국제사회와 관계개선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아버지' 맹자. 대표 시 '대장부의 노래'와 함께 실로 큰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시편이 있다. 선생은 당시 특급 정치컨설턴트이면서 큰 시인이었다. 그 위대한 문장 원문 그대로 옮겨보자. 天將降'大任'於斯人也(천장강'대임'어사인야) 必先勞其心志(필선노기심지) 苦其筋骨(고기근골) 餓其體膚(아기체부) 窮乏其身行(궁핍기신행) 拂亂其所爲(불란기소위) 是故動心忍性(시고동심인성) 增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달프고 우울하게 한다. 몸은 죽도록 힘들게 하고, 온 가족이 함께 굶어 죽을 만큼 가난뱅이로 추락시킨다. 뿐만 아니다. 하는 일마다 어그러지고, 어지럽혀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이는 '그 사람'의 마음을 크고 깊고 높이 움직여, 태풍 앞에서나 불판 위에서도 의연한 성품으로 단련하여, 마침내 지금까지는 할 수 없었던 어려운 일들을 너끈하게 이뤄내는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함이니라." (원문의 맛을 유지하기 위하여 의역을 맘껏 감행했다.) 2022년 3월 9일은 13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제 6개월 남았다. 스무 명의 후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각축한다. 나에게
인류가 진보하는 것은 바로 종교적 신앙이 진보하기 때문이다. 신앙이 진보한다는 것은 새로운 종교적 진리를 발견하거나, 인간의 세계와 신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는(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것이 아니라, 종교적 이해와 결부된 모든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는 일이다. 새로운 종교적 진리라는 것은 없다. 유사 이래 모든 현자의 세계 및 신에 대한 관계는, 오늘날의 것과 완전히 같다. 종교가 진보하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이미 발견되고 표현된 것을 정화하는 데 있다. 신앙이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서 가장 뛰어난 선각자들에 의해 도달된, 인생에 대한 가장 높은 이해의 지표이며, 그 사회의 나머지 사람들도 언젠가 틀림없이 불가항력적으로 그것에 접근해가게 된다. 진정한 진보, 즉 종교적 진보와 기술적, 과학적, 예술적 진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 과학적, 예술적 업적은 현대에서 볼 수 있듯 종교적 퇴보 속에서도 매우 위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을 탐구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온갖 미신과의 싸움과 종교적 의식의 해명, 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적 진보의 투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세상의 권력자들이 권력의
뉴스를 통해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처참하다 못해 끔찍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여객기로 올라서는 탑승 계단은 몰려든 인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휘면서 내려앉았다. 계단이 부서지는 상황에서 올라 서 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언가를 붙잡는 일이었다. 필사적으로 난간을 붙잡아보지만 이내 바닥으로 떨어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탈레반이 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그 땅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절박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보였다. 목숨 건 탈출 행렬이 이어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믿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하늘로 날기 시작한 수송기에서 사람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했다. 철조망 사이로 손을 뻗은 군인에게 기저귀를 찬 아이를 밀어 올리는 애타는 장면도 보았다. 언론이 전하는 아프간은 끔찍하게 비극적이다. 분쟁 지역 취재를 전문적으로 해온 김영미 PD는 미디어오늘 보도에서 한국 언론이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단편적 기사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아프간에 파병한 전력이 있고, 아프간 난민 해결을 위한 당사자라는 관점이 필요한데 한국 언론에서 이 같은 입장이…
조선의 3대 군주인 태종 이방원은 어린 시절부터 부친인 이성계를 따라 북방의 많은 전투에 참여한 호방한 인물이었다. 그가 당연히 왕위가 자신에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도 아버지를 도운 공로 때문이었다. 여하튼 곡절 끝에 왕위에 올라 태종이 된 그는 여전히 그 시절의 무인 기질로 사냥을 즐겼다. 즉위 4년 차인 어느 날 그가 사냥을 나갔다. 왕의 행차이므로 대소 신료와 호위무사 등 대규모의 인원이 동원되었다. 이리저리 사냥감을 찾던 그 순간 어디선가 노루가 나타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발견한 태종을 급히 말을 몰아 추적하였다. 한 손에는 활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말고삐를 잡은 형세는 영락없는 북방 무사 이방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이 꼬꾸라지면서 이방원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국왕 중심의 조선에서 왕의 변고는 국가의 변고였기에 주변의 모두가 달려와 왕의 안위를 챙겼다. 다행히 왕은 큰 탈이 없이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모두가 안심하는 순간 태종의 첫마디는 “이 일을 사관이 알지 못하게 하여라”였다. 평생을 전쟁터와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보냈던 태종이 익숙하게 타던 말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왕으로서 체면에 관한 문제였기에 그는 자신이 낙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