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벌어지는 비참한 일들은 결코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사람들은 큰 막사들 안에서 하수구 안의 수많은 쥐들처럼 살고 있어. ... 지난주 어느 날 밤 포로들을 이송하는 열차가 이곳을 지나갔어. 그들의 마르고 창백한 얼굴. 그토록 피로한 모습은 본 적이 없어.... 이른 아침에 그들은 빈 화물차에 쑤셔 넣어졌고, 그다음에는 열차를 판자로 막는 동안 오래 기다려야 했어, 이제 그들은 동쪽으로 3일 동안 실려 가야 한다. 병자들에게는 바닥에 종이 매트레스를 깔아 주었어. 나머지 사람들은 밀폐된 차량 한 대당 70명가량이 가운데 양동이가 있는 맨 판자 위에서 지내야 해.. 살아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염려했다. 그리고 내 부모도 그렇게 이송될 채비를 하고 있어. 그런데 말이 옆으로 샜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거야. 여기서 벌어지는 비참한 일들은 몹시 끔찍하지만, 등 뒤의 심연으로 해가 슬그머니 물러난 늦은 밤에 나는 철조망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을 때가 많아. 그러면 자꾸만 어떤 인식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올라오지. (있는 그대로의 어떤 근원적인 힘 같은 것이어서 나도 어쩔 수 없어.) 그것은 삶은 장엄하고 숭고하다는 것
- 다니엘의 환상, 네 마리 짐승 다니엘은 어느 날 기이한 짐승이 등장하는 환상을 보게 된다. “내가 밤에 환상을 보았는데, 동서남북 사방에서, 하늘로부터 바람이 큰 바다에 불어 닥쳤다. 그러자 바다에서 모양이 서로 다르게 생긴 큰 짐승 네 마리가 올라왔다. 첫째 짐승은 사자와 같이 보였으나 독수리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살펴보고 있는 동안에 그 날개가 뽑혔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는 곰 세 번째는 표범 마지막에는 사납고 무서우며 힘이 아주 센 짐승으로 쇠로 된 큰 이빨을 가지고 있었으며 뿔이 열 개나 있는데 뿔 하나가 돋아나더니 그게 모든 것을 제압했다고 한다. 흔히들 구약 성서라고 부르는 히브리 성서의 “다니엘 서”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막강한 힘을 가진 네 번째 짐승도 결국 멸망하고 만다. 짐승이 나타나는 환상은 신약의 “요한계시록”에도 나온다. 막대하기 짝이 없는 힘을 가지고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도대체 이게 무얼 뜻하는 걸까? - 야만의 종식 기원전 587년 이스라엘은 바빌론 제국에 함락당하고 예루살렘은 폐허가 되어버린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기원전 540년,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페르시아 제국은 바빌론 제국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7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방향, 학제 · 교원정책 · 대입 ·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백년지대계의 교육을 담당하기로 하고 잉태된 셈이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음 정부에서 출범시키기로 했으니 내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7월 중에는 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국가교육회의 이광호 기획단장은 2020년 11월 24일 개최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기존의 교육 전문가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학부모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과정을 통해 국가교육 발전계획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구성과 국민 참여에 의한 치열한 토론과 합의 도출의 과정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 개혁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주요 핵심 활동으로 마을의 모든 유·무형 자원의 가치를 발굴하는 활동이 있다. 마을 자원으로는 자연환경과 생태자원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자원, 마을 고유의 역사문화자원, 마을의 경제활동에 기여 하는 경제자원, 그리고 인적자원과 마을공동체 시설 등이 있으며,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순환자원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주민 스스로 버리는 자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재활용하는 것을 생활화함으로써 자원순환 마을로 가꾸어가야 한다. 금년 5월에 개최된 ‘2021 P4G 서울정상회의’에서 중점분야로 제시된 ‘순환경제모델’은 사용된 자원을 폐기하지 않고 경제에 재투입함으로써 탄소 중립과 기후시스템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하여 증가하고 있으나 자원순환 관리는 ‘순환이용률’ 등 사후관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원순환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폐기물 감량에 두어야 하며 국가 자원순환지표에 ‘폐기물 발생 감량률’ 추가가 필요하다. 폐기물의 근본적 감량을 위해서는 생산과정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감량을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 모든 과정에서…
“혹시 소식 들었어요? 나는 가야 해요.” 우리는 서로를 오래 바라본다. 그 애는 얼굴이 사라진 것 같고 눈만 남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 다음 고르고 우울한 목소리로 말한다. “참 딱한 일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평생 배운 게 모두 쓸모가 없어졌어요.” 그리고 “죽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라고 한다. (최근에 도착한 젊은 여성에 대해) 그녀는 많은 다양한 속옷 세트와 여러 옷을 덧입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둔중하고 우스워보인다. 그녀의 얼굴은 얼룩덜룩하다. 그녀는 무방비 상태로 버려진 어린 동물처럼 모든 사람을 은밀하고 머뭇거리는 눈길로 바라본다. 이미 무너지는 상태인 이 젊은 여성이 남자, 여자, 아이들, 아기들과 한데 몰아넣어지고, 가방들이랑 수화물과 한데 섞이고, 가운데 있는 양동이 하나가 유일한 편의시설인 과밀한 화물열차에서 3일 동안 지내면 어떤 모습이 될까? 죽어가는 노인 한 사람이 혼자 쉐마를 읊으면서 실려 가는 걸 본다. ... 떠날 준비가 된 한 아버지가 아내와 자녀를 축복하고, 이어서 눈처럼 흰 턱수염을 한 늙은 랍비에게 축복받는 것을 본다. 수용소장 그의 얼굴은 정말 심중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것은 이따끔 냉혹함이 슬픔 및 위선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들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신상의 이유로 열흘 만에 대선 캠프를 떠났지만 이동훈 전 대변인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다. 이 전 대변인과 함께 투톱 진용을 완성했다고 알려졌던 이상록 대변인의 경우는 서울신문, 한겨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 법조팀장 시절 윤 전 검찰총장을 만났던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 부대변인으로 윤 캠프에 합류한 김기흥 기자는 KBS에서 수개월 전에 국회와 법조 취재를 맡았었고 ‘일요 뉴스타임’ 앵커이기도 했다. 전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윤 후보자를 두고 현직 때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윤 후보자는 이러한 오점을 대신해 ‘국민호출론’과 같은 명분으로 막아섰다. 좀 전까지 시민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비판적 감시자를 자임했던 기자들이 정치권을 선택할 때는 어떨까? 기자였다가 며칠 만에 정치인의 입을 대신하는 직으로 옮겼으니 당연히 독립성과 공정성에 의심과 불신이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다. 한국에선 소수의 언론이 전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인지라 이름값 하는 언론에 종사했던 이들이…
수용소 건물들은 모두 단층이지만, 마치 우리들 가운데 바벨탑이 세워진 것처럼 바이에른과 그로닝겐, 작센과 림뷔르흐, 헤이그와 동 프리슬란트의 다양한 엑센트를 들을 수 있어. 또 폴란드 악센트의 네덜란드어, 네덜란드 악센트의 독일어도 들려, 워터루플라인과 베를린 방언도 들리고. 단지 0.5㎢ 밖에 안 되는 곳에서 이 모든 소리가 들린다. 이 강제수용소에 부족한 것 중 최악은 확실히 공간이 부족한 거야. 급히 만든 거대한 막사들 안을 보면 분명해, 외풍이 심한 널로 만든 격납고 같은 건물 안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수백 명이 널어놓은 빨래로 이루어진 낮아진 하늘 아래 철제 침대가 3단으로 쌓여 있어. 사람들은 철제 침대 위에서 살고, 죽고, 먹고, 병들고, 밤새 잠들지 못한 채 누워 있기도 해. 우는 애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고, 혹은 어째서 이미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보내진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서 전혀 소식을 들을 수 없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야. 대도시의 문화계, 정치계의 유력 인사들도 이 넓은 불모의 황야 위에 좌초했다... 한 번 강력한 격변이 일자 그들이 살던 무대 배경은 모두 허물어졌고, 이제 그들은 베스터보르크라는 바람 쌩쌩
1. 조국은 유죄인가 오랫동안 내심 동지라고 믿었던 친구와 대화가 틀어진 것은 조국 때문이었다. 나는 그가 정치검찰과 수구 언론에 의해 난도질당한 게 맞다. 우리 죄를 대신했으니 희생양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죄라고 말했다. 친구는 조국이 어떤 실정법을 어겼느냐며 분노했다.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진 까닭은 이삼십 대가 현 정권과 기성세대에게 분노했기 때문인데,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다. 실제로 가난하고 힘이 없는 흙수저들은 집을 살 가능성도 없고,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지 않으냐. 저 수많은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들을 보라. 그들이 과연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느끼겠는가.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재벌과 정치검찰, 수구 언론을 포함한 기득권층들이 반성하지 않으면, 우리라도 반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집권 여당 아닌가. 우리 모두 죄인이라는 차원에서 조국이 유죄란 말이지, 그가 실정법을 어기고 비도덕적인 인물이란 말이 아니라고 답했지만, 친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삼십 대, 더 나아가 대중들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며, 그들이 잘못된 판단을 할 때 우리는 그들을 정론으로 이끌어야
코로나 사태는 우리네 일상 풍경을 여러 면에서 성형했다. 그중 하나가 여행. 해마다 연말연시나 설 또는 추석 연휴, 그리고 여름휴가철이 되면, 얼마나 많은 인파가 공항으로 몰렸던가? 하늘이 막히니 공항도 비었다. 대신에 ‘차박’(차 안에서 잠을 자는 캠핑)이나 ‘랜선 여행’(일명 ‘방구석 여행’)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다. 아무리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맛을 대신할 수는 없는 법. 항공여행의 추억에 몸살을 앓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기내식 도시락이 나왔다. 제주행, 뉴욕행, 프라하행 도시락을 사 먹으며 항공여행 ‘갬성’을 누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행에 ‘진심’인 사람들은 ‘무착륙 비행’을 즐기기도 한다. 목적지 없는 항공 비행 상품을 이용한 고객의 수가 지난 6개월 동안 1만 6000명에 달할 정도다. 이 대목에서 거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분석이 흥미롭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부자들은 결혼생활이 곤경에 빠지면 파리로 호화 여행을 떠나는 게 정석처럼 되어 있지만, 고대 이집트의 부자 남편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거다. 그들은 아내를 데리고 바빌론에 쇼핑하러 간다거나 페니키아에서 스키 휴가를 보낼 생각은 전혀 하
소중한 친구 마리아에게, 오늘 아침 수용소 위에 무지개가 떴고 진흙 웅덩이에서 태양이 빛났어. 병원 막사에 들어갔을 때 어떤 여자들이 나를 불렀어.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요? 유쾌해 보이네요.” 빅토르 엠마누엘*에 대해, 인기 있는 정부에 대해, 그리고 다가오는 평화에 대해 무언가를 말할까 궁리했어. 무지개 때문이라고 그들을 속일 수는 없었어. 그렇지 않니? 설령 내가 유쾌한 유일한 이유가 무지개였더라도 말이야. * 이탈리아 왕 빅토르 엠마누엘 3세(1869-1947)는 1943년 7월 9일 연합군이 시실리에 상륙한 후, 7월 25일 무솔리니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오늘 아침에도 2500명을 이송하는 열차 한 대가 떠났어. 간신히 부모님을 거기서 제외시켰지만, 상황이 몹시 절망적이야. 소위 영향력을 가진 좋은 친구들이 오늘 아침에 나의 부모님은 다음 주에 이송될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말했거든. 수용소에서 사람들을 다 빨아내는 거야. 사정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어. 오늘 밤 나는 아기들에게 옷을 입히고 어머니들을 진정시키는 걸 도울 거야. 그게 내가 바랄 수 있는 전부야. 그것 때문에 거의 나 자신을 저주할 뻔했어. 우리는 아프고 무방비 상태인 형제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