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은 남한과 북한 주민 모두에게 민속명절인 설날이었다. 새해에 주고받는 덕담 중에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말고 귀를 열고 진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있었을 것이다. 임인년 새해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카드로 대북 제재 해소를 목표로 정하고 저돌적으로 남한과 미국을 밀어붙였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5형 발사 이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국제무대에 나와 1년 동안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 다섯 차례 북중 정상회담, 그리고 한차례 북러회담 등 속도감있는 대화 공세를 편 바가 있다. 하지만 ‘하나를 주고 열을 얻겠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성과 도출에 대한 조급함으로 북미협상은 교착되었고, 그 결과 북한은 인민생활 풍요 대신 제2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고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하에서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을 수행해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2022년 1월에 김 위원장은 또다시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달 사이에 유엔 안보리
나이가 들수록 절대자의 섭리에 순응해야겠지 싶다. 운명이란 두 글자가 품고 있는 그 의미 속으로 푹 빠져들어 허둥대다 끝나는 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내며 버스비를 아끼겠다고 온몸으로 걸었다. 기초적인 생활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때때로 하늘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곤 했다. 지족자선경(知足者仙境)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살았다. 매사에 족한 줄 알고 나와의 인연에 감사하며 상대를 배려하고자 했다. 따라서 창조적인 자신의 빛과 스타일을 위해 나 자신답게 살고자 했다. 그런데 진(眞)과 선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을 때 영혼이 감전되어 죽어 가는가 싶기도 했다. 몇 년 전 이청준의 산문집에서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라는 글을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전쟁의 어느 해 겨울, 외국 선교사가 눈 덮인 시골길 다릿목을 지나가는데 교각 아래에서 웬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내려가 보니 한 남루한 여인이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어있는데 그의 품속에는 갓 태어난 여자아이가 아직 살아 울어대고 있었다. 심한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도 아이가 살아남은 것은 그 엄마가 자신의 옷을 벗어 아이를 꼭꼭 감싸 안고 죽었기…
- 《지금 우리 학교는》 그리고 “세월호” 불평등은 빈부의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의 불평등이 그 뿌리다. 이걸 직시할 때 자유와 평등의 세상이 온다. 자유는 평등의 원리에서만 자라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불평등이 감추어진 곳에서 자유는 부당한 현실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조차 되지 못한다. 남아 있는 도피처는 무력하게 고립된 개인이다. 권력이 가장 바라는 존재는 연대의 능력과 희망을 잃어버린 인간들이다. “구하러 왔네.” “우리부터는 아니야. 우린 그냥 학생들이잖아.” 좀비의 공격으로 교실에 숨어있던 아이들은 구조 헬리콥터가 상공을 날고 있는 것을 본다.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한 장면이다. 한국인들은 이 대목에서 300여 명의 아이들이 바닷속에 잠긴 “세월호”를 그대로 떠올리게 된다. 해경이 달려가 먼저 구한 것은 선원들이었다. 가라앉는 배의 창문을 절박하게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하는 아이들은 현장 생중계 방송을 보고 있던 국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어갔다. 그건 국가권력의 노골적인 방치에 의한 “살해행위”였다. 규모가 이 정도면 “학살”이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고 충격도 아니다. 광주 민중봉기에서 학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정도 남았다. 여론 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경기도 분도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지방분권 시대와 균형발전, 다가올 남북협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북도 분도론은 선거철마다 수면으로 떠올라 쟁점이 되고 있다. 1987년 제13대 대선 때 민정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5년 뒤인 1992년 대선 때는 김영삼 후보가 분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분도공약은 2000년 총선에도 등장했고 2004년 총선 때는 여야 모두 경기도 분도를 약속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평화통일 특별도’라는 이름으로 분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안이 등장했으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공약으로 나왔다.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자유한국당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은 2017년엔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 등 27명도 2018년 3월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역대 도지사들이 반대했다. 정치적인 이견도 있었다. 이번 대선을
최근 김만배 씨의 녹취록 일부가 공개됨으로써 다시 ‘천화동인’ ‘화천대유’라는 말이 호출되었다. 둘 다 주역에 나오는 괘로서 하늘과 불의 기운을 받은 동인이 큰 부를 성취한다는 뜻이다. 문학동인이라고 할 때, 이 동인도 천화동인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투기꾼들이 작당하여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은 해괴하다. 윤석열 후보와 관련해서는 역술인과 무속인까지 등장해 주역이 마치 점 보는 책인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겠다. 주역은 점 보는 데서 출발했지만, 미아리 ‘철학원’에서 돈 받고 일회성으로 점을 쳐주는 것과는 달리, 기록해두었다가 맞는지 연말에 확인을 했다. 한자의 기원이 된 은(殷) 나라의 거북점은 주술에 그쳤지만, 시초(蓍草)와 서죽(筮竹)으로 친 점은 숫자로 표현했다. 수는 통계와 수리(數理)로 진화하면서 주역이 되었다. 나아가서 주역은 학문(易學)이 되고, 경전(易經)이 되었다. 주역은 이렇게 점치는 데서 시작했지만 우주론 철학이 되고 실천윤리가 되었다. 주역은 자연철학이요, 과학이다. 주역의 과학적 세계관은 서양의 물리학자들이 뒷받침해준다. 오늘날 반도체 전자혁명과 인터넷의 기초가 된 양자역학의 선구자인 덴마크의 닐스 보어는 주역에 심취해 손수 태극문양으
‘중앙선데이’ 기사를 최근 ‘미디어오늘’이 조졌다. 싹수의 흔적마저 안 남은 언론 동네 퇴영(退嬰)의 음흉한 처참이 차라리 슬프다. 제 속셈이 여론인가? 신문이 지 하고 싶은 말에 전문가의 뜻을 까먹었다. 제 뜻에 맞춰 뒤집었다. 항의하니 반응 없다가 법적 대응한다니 ‘의도는 없었고 마감에 쫓겨 취지를 오해했다.’고 했다. 온라인 판에서 삭제했다. ‘미디어오늘’ 보도다. 대선 후보 이모저모, ‘스피치’ 주제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천천히 말하기'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힌 뒤 ‘윤석열 후보도 단기간 내 화법이 변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불필요한 단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관련해, 신지영 교수(고대 국문과)가 그 기사에서 “윤 후보는 공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경험이 적었을 뿐 스피치 자체가 미숙한 편은 아니다.” “본인 노력을 통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단어를 크게 줄인 게 눈에 띈다."고 평가한 것으로 돼 있다. 신 교수가 ‘왜곡보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의 경우 공적 말하기 훈련이 부족하다고 말했는데 따옴표를 달고 나간 말은 내가 윤 후보가 스피치를 잘한다고 평가했다고 되어 있다."고 했다. 또 "윤 후보가 '어떤'처럼 구
폭력과 강제가 있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폭력은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무저항, 그것에 대한 불참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만약 내 병사들이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면 단 한 사람도 군대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프리드리히 2세) 전쟁에 나가 사람을 죽이는 야만적인 본능이, 수천 년에 걸쳐서 깊게 뿌리내려 오고 말았다. 그런데 언젠가는 우리보다 뛰어난 인류가 그런 무서운 범죄행위를 포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그 뛰어난 인류는 우리가 이렇게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세련된 첨단무기 문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지금 과거의 미개한 인류가 가졌던 자연에 대한 공포와 식인습관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르투르노) 예를 들어 내가 노예를 한 명 샀다고 하자. 그는 가축처럼 일한다. 나는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허름한 옷을 입히며,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때린다. 하지만 그것이 놀라운 일일까? 우리는 우리의 병사들에게 그보다 나은 대우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노예는 생명의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이 처자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병사보다 낫다. (아나톨 프랑스) 전쟁은 사람들이 어떠한…
북쪽의 2월은 28일이라는 가장 적은 일자에도 가장 많은 式(식)과 놀이가 있다. 式에는 기념일과 민속명절이 있다. 민속명절로는 정월초하루와 대보름이 있고 기념일로는 2월 8일 건군절과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이 있다. 기념일에는 각종 행사에 의식적으로 참가해야 하지만 민속명절에는 취향에 따라 한바탕 놀아볼 수 있는 날이다. 2월에 빨간 날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軍(군) 창건일이 두 개나 있다. 2월 8일은 1948년 생겨난 것이고 4월 25일은 1932년 김일성이 만주에서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한날이다. 2018년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4월 25일은 창건일로, 2월 8일은 건군절로 되었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軍을 기념하는 명절이 두 번이나 있어 2월에는 휴일이 하루 더 늘어났다. 그리고 민속명절인 음력설은 80년대 후반부터 휴일로 지정되었고, 대보름은 2003년에 휴일로 지정되었다. 그리하여 2월에는 총 4번의 儀式(의식)을 치른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이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이다. 이때 식료공장에서는 주민들에게 공급할 제품을 만든다. 제품은 날짜를 맞추어 생산하는데 자재와 조건은 우선적으로 보장해 준다. 그리하여 2월 16일에는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