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매달 두 건씩 저널리즘 비평을 썼다. 아직 비평할 주제가 없어 고민한 적은 없다. 유사한 주제가 반복될 때, ‘또 다뤄야 하나?’를 고민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만큼 한국언론의 그릇된 관행이 고쳐지기 어렵다. 한 일간신문의 논설실장을 지낸 선배가 “한국만큼 미디어비평 거리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저널리즘 비평의 성격상 비판적 관점에서 모든 칼럼을 썼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칼럼은 칭찬할 것들을 찾기로 했다. 성찰하는 기자를 보면 고맙다. 지난주 한겨레신문 전광준 기자의 《‘법조기자단’에 있다는 것》이란 칼럼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잘못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언론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 검찰조직 못지않은 법조기자단의 폐쇄성과 선민의식이 검찰과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입사 5년이 안 된 젊은 기자의 문제의식이라 더 반가웠다. 대한민국을 1년 넘게 뒤흔든 대장동 사건의 주범 김만배는 법조기자로 쌓은 인맥을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법조 권력의 감시자였어야 할 기자가 외려 법조 비호자였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언론 보도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학자 글을 접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지난 11월 2일 세계 제2위 암호화폐거래소 FTX가 파산하고 최근 세계 1위인 바이낸스까지 여러 의혹에 휩싸이면서 테라·루나 사태로 인하여 암호화폐 시장에 낀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그 먹구름의 가장자리에 한 줄기 햇살이 비치고 있다. 11월 4일 뉴욕연방은행의 고위책임자는 ‘싱가포르 핀테크페스티벌’에서 주목할만한 발언을 하였다. “지난 몇 달 동안 은행 간 지급결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개발하고 있다.” 12월 8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은 거짓 공시를 이유로 위믹스를 ‘자율적으로’ 상장 폐지하였다. 디지털화폐를 연구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숫자는 2020년 35개에서 2022년 114개로 3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코로나19로 급속하게 성장한 비대면 디지털 경제와 함께 암호화폐 이용자의 규모는 중앙은행의 통화 권력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구조자금의 지급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지급결제시스템의 비효율성에 대한 혁신 요구가 증가하였다. 또 역사상 가장 철저한 대러시아 금융제재를 목격한 국가들이 향후 자국에 가해질 수도 있
인간은 어린 시절에 가장 암시를 받기 쉽다. 논리는 어른이 실제로 보여주는 본보기에 비하면 천분의 일의 영향력도 가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린이가 보는 앞에서 잘못된 본보기를 보여주면서 그들을 훈계하는 것은 헛되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어린이의 신앙은 부모가 말로 하는 설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실제 행동에서 나온다. 그들의 생활을 움직이는 내면적이고 무의식적인 이념, 그것이 어린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들의 말은 모두 잔소리와 설교, 또는 욕설까지 어린이에게는 그때 그뿐이다. 어린이는 부모의 신앙을 본능적으로 예감하고 그것을 꿰뚫어 본다. 어린이는 우리가 아무리 겉모습을 꾸며도 우리의 실체를 다 간파하고 있다; 어린이가 관상쟁이라는 말을 듣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그러므로 교육의 근본은 먼저 자기 자신을 교육하는 것이며, 어린이의 의지를 지배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첫 번째 원칙은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것이다. (아미엘)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는 성향만큼 인간에게 불행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어린이에게 일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이다. 어린이에 대한 도덕교육의 핵심은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한…
윤석열 정부가 노동, 연금, 교육 부문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말이 좋아 개혁이지, 적자 핑계로 공공부문 민영화, 법인세는 내리겠지만 복지는 축소할 것이며, 노동 시간은 주당 69시간까지 늘리겠다는 거다. 교육 자치도 폐지해서 교육감 선거는 지자체장과 러닝메이트 식으로 뽑겠다고 한다. 야당이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으니만큼 최악은 막아주길 바라지만, 이재명 보위가 최대 과제가 된 민주당을 보면 기대난망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는 악화일로라 하고, 금리는 치솟을 것이니, 서민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며칠 지나면 새해인데, 도무지 희망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울한 세밑이다. 작년 6월 조국이 쓴 책이 무려 10만 권이나 나갔다는 뉴스를 접하고, 정권은 넘어갔구나 싶었다. 조국 가족이 가혹한 처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국으로 상징되는 586들의 체제 안주와 또 다른 기득권 되기,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피폐해지는 대신 우리 월급이 늘어나는 것에 안도하기, 집도 결혼도 취직도 포기한 젊은이들에게 노력을 하라고 다그친 우리가 아니었나. 정권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5년 내내 넘어가 있었다. 우리가 증오했던 수구 기득권 세력은 아직 그대로인데, 그…
금강경에 나오는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는 내가 무엇을 누구에게 베풀었다라는 생각조차 없이 돕는다는 말이다. 성경에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지 못하도록 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물질 우선주의가 판치는 이 세상에서 ‘무주상보시’와 ‘왼손이 모르는 선행’을 베푸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렵다. 사회는 갈수록 각박해 진다. 그럼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인간천사들의 기부 소식이 잇따라 들려와 혹한의 연말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엔 익명의 주민이 수원시 팔달구 지동 행정복지센터에 쌀(10kg) 101포를 기증했다. 3년 동안 조금씩 모은 돈으로 쌀을 구입했다는 그는 함께 보낸 편지에서 “나도 시각장애 3급으로 한국실명예방재단의 도움으로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재단의 도움을 받으면서 나 역시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계층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19일엔 익명의 기부자가 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 선물을 두고 갔다. 햇반 10박스, 라면 10박스, 스팸 2박스 등 식료품이었다. 작은 보탬이라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적은 편지도 발견됐다. 인구 6만 2000명 남짓한 가평군에서도 익
여행이란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시대의 여행은 최대한 많은 여행지를 돌아보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던 예전과 달리 호캉스나 촌캉스처럼 한곳에 오래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결국 현대의 여행이란 ‘객지를 두루 돌아다닌다’는 의미보다 ‘자신이 사는 곳’, 즉 생활에서 ‘떠난다’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익숙한 곳에서는 일정한 틀이 생긴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안정감과 효율성을 얻지만 쳇바퀴를 돌리듯 재미없는 생활에 쉽게 피로해진다. 인류가 삶의 터전을 바꾸며 떠돌아다니던 유목역사가 600만 년, 농경사회에 접어들며 정착한 역사가 6,000년임을 감안할 때 유목민 시절을 기억하는 인류의 유전자는 주기적으로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른다. 현재의 삶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 하지만 익숙한 장소와 생활을 벗어나는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 걸어본 적 없는 길을 걷다 보면 혼란스럽고 다리도 더 아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운전을 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들기 어렵고, 화장실을 찾기도 쉽지 않으며, 먹거리로 인해 탈이 나거나 위태로운 상
문득 돌아보니 한 해가 저물고 있다. 2022년은 호랑이 해였다. 대외적으로는 2월에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줄 모르고 있고, 미국에서는 자국내 물가 안정 정책에 따라 고금리로 가고 있다. 기후 위기에 따른 국제 환경 이슈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대내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연일 뉴스에 오르고, 고금리와 고환율의 경제도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여야 간에 소통은 부재하고 나아가 정치인들과 유권자 사이도 불통인 듯하여 답답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가 가고 있다. 조직이든 가정이든 개인이든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이다. 개인의 차원에서 사자성어로 2022년 올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송무백열이다. 松茂栢悅. “소나무가 잘 자라서 무성하면 주변에 있는 잣나무도 좋아한다”는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의 반대 의미이다. 평범한 인간의 욕심의 발로일까. 남이 잘 되면 함께 좋아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사자성어는 친구들이 경쟁자들이 잘 되고 성과를 내며 명성을 얻으면 자기도 그 옆에서 잘 난 친구, 경쟁자와 함께 빛나는 것이다. 3월에 대통령…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내년부터 반도체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과 기업을 연계해 ‘공유대학’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연간 1000여 명의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경기도 내 반도체 전문인력 수급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이번 계획은 신선한 발상이라는 평가다. ‘공유’ 개념은 필요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성이 높은 아이디어다. 반도체 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유대학’은 반도체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들과 기업이 대학을 구성해 교육과정과 실습설비를 공유하고 참여기업 인턴십을 제공하는 등 현장 실무교육을 강화하는 개념이다. 도내에 있는 전공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위과정과 비전공대학생 및 현업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비학위과정으로 나눠 위탁 교육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직업계 고교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교원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반도체 전문가와 교원 간 멘토-멘티를 지정해 교육과정을 컨설팅한다. 또 교육용 반도체 공정 장비와 계측 장비 등 공공교육 기반을 활용해 현장 실습을 실행하고 기업체 특강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광교테크노밸리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경기도 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