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 생의 모든 것이 지나가는 눈빛’이란 말을 이해한 것은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감독: 노먼 주이슨)’에서 신부 아버지로 분한 차임 토폴을 통해서다. 신기하고 존귀한 선물이면서 애간장을 끓게 하는 십자가, 자식이란 존재를 통해 겪은 희노애락애오욕의 길고 긴 세월을 단 몇 초로 표현해냈다. 명배우의 눈빛만이었을까. 그 눈빛을 더 빛나게 했던 것은 결혼식 장면 내내 흐르던 노래였다.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 그 노래는 사춘기 때 라디오 심야방송을 통해 처음 들었고 자주 들었다. 카카오 함량 높은 초콜릿처럼 달콤하기보다 쓰고 음울했던 멜로디에 콧날 시큰했던 기억도 나는데 사춘기의 감상만은 아니었다. 작사가 셀든 하닉은 처음 노랫말을 쓴 후 작곡가 제리 복의 부인에게 보여주었는데 부인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작사가의 누이 역시 노랫말을 보고 울었다. 이 소녀가 내가 키운 그 아이인가/ 이 소년이 놀고 있던 그 아이인가/이 아이들이 커가는 걸 기억 못하겠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언제 그 소녀가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나/ 언제 그 소년이 저렇게 키가 컸나 /저 애들이 작았던 때가 어제가 아니었나 / 해가 뜨고 해가…
- 난데없는 ‘멸공놀이’를 한 자들 신세계의 정용진, 검찰총장 출신 야권 후보 윤석열, 정치인 나경원 그리고 여기에 판사와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까지 가세해서 최근 SNS에서 차례로 난데없는 “멸공(滅共)” 놀이를 해 대중의 흥밋거리용 주목을 받았다. 사안이 대단해서라기보다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부여해준 다소 희극적인 기회였을 뿐이다. 여기에 등장한 것이 멸치, 콩에다가 ‘멸공’과 ‘자유’라는 단어였다. 보통 시민들이 이랬다면 당연히 “뭐야, 애들 장난해? 돌았나?”할 법한 일이었다. 이런 시시껍적한 것까지 기사화하는 언론 또한 경멸을 당했을 것이다. 3류 황색신문이 되는 꼴이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이들 네 사람은 아직도 빨갱이 잡기에 광분했던 매카시즘의 동굴 속에서 살고 있는 걸 알게 된다. “이념적 크레마뇽인” 상태다. 이게 이 나라 특권동맹세력의 머리를 관통하고 있는 정신세계의 단면이다. 시대의 변화와 미래 궤도에 대한 이해가 철저하게 망가져 있다. 뇌가 총을 맞았다. 대단한 사회적 메시지인양 자신들의 SNS 놀이를 장면 연출용 미장센(mise en scene)처럼 도구까지 등장시켜 암시적으로 유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 확실해진…
임진년 새해가 밝아 인구 5천만‧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의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개 속이다. 선대위를 전면 해체한 제1 야당은 국가리스크를 위협할 상황이다. 내분의 궁극적인 책임은 오롯이 후보의 몫이고 리더십 문제로 귀결된다. 새해 첫날 미국의 빅테크 기업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 2020년)이 세계 5위인 영국(2조 7642억 달러)을 앞질렀고 4위인 독일(3조 846억 달러)에 접근하는 경이로운 수치다. 한국GDP(1조 6379억)의 2배 수준에 이르고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시총보다도 큰 규모다. 2018년 8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애플은 2년 뒤 2조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불과 1년 4개월여만에 3조 달러 고지에 올랐다. 애플의 시총은 삼성전자의 7배를 넘는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판매량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이 20%로 애플(14%)에 앞서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지난해 삼성이 19.6%로, 애플(41.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판매량의 외형에 비해 실속이 적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분야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힘겨운 싸
새해가 밝았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2022년을 즐겁게 상상해 본다. 올해는 당연히 코로나가 없어질 것이다.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고 2년 전의 일상으로 회복되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어떤 장소에든지 대화하게 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과거와 같은 밝은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더는 집, 일자리, 해고 걱정이 없는 살맛 나는 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가 준 반성의 기회를 잘 활용해 다시는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우를 반복하지는 않는 첫해가 2022년이다. 아울러 금년은 지난해 노골적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들이 시정되는 해가 될 것이다, 특히 공공의료 체계의 증대에 반대하는 의사들도 없을 것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대 증원을 찬성하고 협조할 것이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간호진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바뀔 것이다. 또한 내내 회자하였던 판검사들의 폭거도 사라질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엘리트 의식과 우월감에서 벗어나 더 이상 특권층이 아닌 국민 앞에 겸허하고 인권수호의 최전방에 있는 일꾼임을 자임할 것이다. 당연히 올해부터는 출신과 학벌 등으로 구별 짓는 것들도 사라질 것이다. 이로써 2
기대 속에 출발했던 문재인 정부도 이제 4달 후면 그 임기를 마치게 된다. 문재인 정부 기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분명한 것 한 가지,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반성, 평가를 해야 문제해결을 넘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갈등, 북한의 침묵 그리고 대선정국의 현 상황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숙고해 주었으면 하는 일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미·중갈등의 본질은 미국 패권의 영향력 감소와 중국의 정치, 경제력 상승에 따른 위상과 자신감 증대가 가져온 필연의 결과이다. 미중 무역마찰이나 중국대만의 양안관계에서의 대만지지, 남중국해 갈등 속의 미국 관여 등 그 이면에는 모두 미중 패권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쿼드 가입 희망 등 확실한 줄서기를 원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을 고려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매우 힘든 상황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2016년 사드사태를 통해 한미동맹만을 강조하여 미국측에 경도된 선택이 어떤 후과를 얻게 되는지를 통렬하게 경험했다. 한중 무역액이 한미 한일 무역액을 합한 금액을 초과하고 무역흑자의 대부분을 대중국 무역에서 얻고 있는 현실
한국 바둑이 변두리 취급받던 1989년, 조훈현은 제1기 응씨배에 단기필마로 출전해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할 만큼 했다. 뒷일은 창호가 알아서 해주겠지.” 새해 벽두부터 이 말이 떠오른 것은 올해 내 큰아이가 결혼 예정이라서다. 한참 푸릇하던 나이엔 이런저런 희망과 포부가 없지 않았지만, 이제 나이 예순에 남은 바람이라곤, 그저 탈 없이 가장 노릇을 잘 마치는 것뿐이다. 둘째는 아직 학업 중이지만, 큰애 결혼 날짜를 잡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십수 년 전에 돌아가신 선친께도 얼마간 빚을 갚았다 싶고. 김규항은 최근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본질은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이며, 노동이 차지하던 최소한의 몫조차 자본이 빼앗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집을 사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우리 잘못으로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김규항의 말을 빌리자면, 케인스주의와 같은 수정자본주의조차 삼켜버리고 자본의 탐욕스러운 확장만 남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내가 큰아이 결혼 날짜를 잡고 나서 안도했듯, 내 아이도 자식을 낳아 키우고, 그 아이가 다시 아비에게 결혼식 날짜를 알릴 때 안도하길 바란
모든 사람은 저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고, 저마다 결점을 가지고 있다. 남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대화하고 돕지 않으면 안 된다. (성현의 사상) 이 세상은 천 사람이 함께 일하면 같은 천 사람이 따로따로 일할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구백구십구명의 사람이 한 사람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남의 괴로움에 냉담한 자는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 (사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은 인류 전체의 생활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영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피조물은 조화와 합일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정신계에 있어서도 모든 생명 현상은 서로 긴밀한 관계로 맺어져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천지창조 이후의 인류 역사는 인류의 합일을 향한 끊임없는 전진의 역사이다. 이 합일은 수많은 다양한 방법으로 달성되는 것이며, 그 합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들까지 거기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항거할 줄 알면 사람이요, 억눌려도 반항할 줄 모르면 사람 아니다. 그리고 혼자서…
요사이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이 정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이 이렇듯 부각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월 1일을 전후로 해서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졌는데,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는 두드러졌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12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 동안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 응답률 17.8% 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3.1%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34.9%의 지지율을, 그리고 윤석열 후보는 26.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12월 14일과 15일 양일간 SBS와 넥스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이재명 후보는 0.5%p 그리고 윤석열 후보는 7.3%p 각각 하락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천 명에 대해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응답률은 18.1%,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