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가차 한국을 잠시 벗어나 해외에 머물렀다. 요즘은 통역AI기능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소통이 어려운 곳도 부담 없다. 그러나 사실 아무리 통역AI가 발달한 시대라도 해외에 나가보면 손짓 하나로 소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주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를 못하시는 고령의 어머니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면 소통은 나보다 어머니가 더 잘하신다. 고대 로마의 수사학자이자 웅변가인 쿠인틸리아누스(Marcus Fabius Quintilianus)는 “손은 입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말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손짓의 정의를 보면 손을 놀려 어떤 사물을 가리키거나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일, 말로 하여서는 부족한 감정이나 정황을 손을 놀려 표현하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쉽게 말해 손짓은 언어로 표현이 부족한 생각,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짓이 제2의 언어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손으로 표현하는 일에 다소 경직되어 있다. 물론 대화에 심취하면 손짓이 잘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대화의 처음부터 대화에 손짓을 활용하는 것은 어색하게 여긴다. 왜 그럴까? 저마다의 관점이 있겠
우리나라 저가 커피 브랜드 3위 업체인 컴포즈커피가 지난 달 2일 매각되었다. 필리핀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졸리비(Jollibee) 푸즈’가 컴포즈커피의 지분 70%를 2억3800만 달러(약 3300억원)에 인수했으며, 나머지는 졸리비 푸즈의 자회사 타이탄 다이닝이 5%,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베이션 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가 25%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부산에서 시작된 컴포즈커피는 자체 로스팅 공장과 IT기술을 도입한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고품질 원두를 원활히 공급한다는 전략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2년에 가맹점 2000호를 돌파하며, 2000억 원 수준으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컴포즈커피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던 모회사 JM커피그룹 양재석 회장은 매각 주간사 케이알앤파트너스를 선정, 바로 매각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BTS 멤버 뷔를 광고모델로 발탁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자 가맹점도 급증하여 올해 6월 기준 가맹점 2612호를 기록했다. 지난 해 매출은 889억원, 영업이익은 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47% 증가세를 보였다. 결국 양 회장은 컴포즈커피 창업 10년 만에 4700억 원 규모의 매각을…
기후 재난 중에 있으니 여름이 그냥 여름이 아니다. 다행히 처서가 지나 역대 최장 기록 34일의 열대야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느닷없이, 돌발 퀴즈 하나: 다음의 보기 중 건강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1.음식 2.운동 3.잠 4. 약. 당근 정답은 3번 “잠”이다. 이는 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잠을 잘 때 우리의 몸이 reset 되면서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기가 많은 이 무더위가 우리의 잠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에는 잠 못 들게 하는 이유가 더 있다. 그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그 임무를 져 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의 근원적 책임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잘못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분보다 더 clever(영악한) 한 부인의 행태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그는 자기 사람들을 요직 곳곳에 배치하고 지인들의 로비를 의리있게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채상병 죽음에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것 같은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와 2200억 상당의 마약 밀수 수사 외압 등은 전형적인 불법 로비 사건으로 보인다.…
불안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고 하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가 떠오른다.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보았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던지 흥행에도 성공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불안이 있다. 라일리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아이스하키 캠프를 가는길에 그동안 단짝으로 지냈던 두 친구가 자신과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하기로 했다는 고백을 듣는다. 라일리는 고등학교에 자신이 외톨이가 될까봐 두렵다. 원하는 하키팀에 합류하지 못할까도 걱정을 한다. 이 즈음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는 불안이 장악을 한다. 원래의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의 다섯감정에 더해서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감정이 새로 등장했는데 불안이 다른 감정들과 충돌하다가 기존의 감정들을 추방해버린 것이다. 불안에 압도된다. 코치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불안은 밤새 전략을 새운다. 불안이 저장한 기억에서 탄생한 “나는 왜 이모양일까” “나는 부족해” 라는 신념과 함께 시작한 시합은 중압감으로 원활하지 못하고 반칙으로 퇴장당한다. 다행히 이때 기쁨과 슬픔 등의 기존의 감정들이 다시 감정조절센터로 복귀한다. 숨가쁜 공황상태였던 라일리도 자신의 마음을 회복하며 모든 감정들과 인생의 사건속에 형성된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 1989- )는 현재 미국을 움직이는 최고의 대중음악 기수이다. 세계 팝 음악계 차원에서도 그녀는 최고 최대의 인기를 몰아가는 세계적 가수이다. '타임'지 선정 2023년 올해의 인물,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올해의 앨범상’을 네 번 수상하고 빌보드 차트 1위부터 14위까지 앨범 수록곡으로 채운 최초의 뮤지션이다. 그녀의 대중적 인기는 대단하다.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 팝스타로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고(故) 마이클 잭슨의 인기 기록마저 넘어섰다. 스위프트의 모든 행보가 곧 팝 역사의 새로운 기록이다. 그녀의 음악과 언어, 그리고 그녀의 서사를 담은 책 <테일러 스위프트>는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그녀를 이렇게 길게 소개하는 데는 그녀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럼프 진영의 어떤 SNS에 등장하여 트럼프 지지를 수락하고, 트럼프 지지자들과 함께 트럼프 지지의 문자가 쓰인 자켓을 입고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AI가 합성한 사진으로 가짜라는 것이다. 미국의…
끝나지 않는 전쟁 소식으로 인류애가 위험해질 때마다 일부러 기억해 내는 일화가 있다. 뤼드허르 브레흐만이 그의 책 '휴먼카인드'에서 소개한 미국 남북전쟁 이야기다. 게티즈버그 전장에서 회수된 2만 7000여 정의 머스킷 총을 조사한 결과 90퍼센트가 여전히 장전되어 있었다. 약 1만 2000여 정의 소총이 이중 장전되어 있었고, 그중 절반은 삼중 장전되어 있었다. 머스킷 총은 한 번만 장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군사들은 모두 충분한 군사훈련을 받은 상태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오랜 연구를 통해 역사학자들은 병사들이 총을 쏘지 않기 위해 총을 장전했음을 알게 되었다. 병사들은 적군에게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머스킷 총은 장전하는 데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으므로, 장전에 시간을 허비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머스킷 총은 이중, 삼중, 심지어는 23발의 총알이 장전되었다. 병사들은 장전한 총을 재차 장전했다. 그러나 브레흐만은 남북전쟁의 일면만을 소개했다. 남북전쟁이 시작되자 리처드 개틀링은 현대 기관총의 전신인 개틀링 기관총을 발명했다. 장전 과정이 자동화되었다. 개틀링 기관총은 분당 300발 이상을 발사했다. 머스킷 총은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이색적인 실험이 검증되어 세간의 이목을 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란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오감을 동원해 상상 속에 그려보고 성공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훈련법이다. 경기에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어떤 동작의 공격을 가할 때 거기에 대응해서 어떻게 방어하고 공격을 펼치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의 대응을 실제 동작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주로 운동선수가 많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해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출전을 목전에 둔 구소련의 선수들이 몬트리올시의 경기장 사진을 보면서, 거기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날마다 상상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몬트리올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생소한 곳이었지만, 사진 속의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장면을 마음대로 그려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선수들은 몬트리올에 있는 낯선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도 마치 자신들이 자주 들렀던 곳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구소련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실전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걸었지만 길은 어제의 길이 아니고, 걷지만 우리는 어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어제 걸었던 산책로를 오늘 다시 걷습니다. 길은 산과 도시의 경계를 가르며 구부정하게 누웠습니다. 누운 길의 꼬리를 밟으며 머리를 향해 나아갑니다. 아무리 걸어도 길은 쉬 머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발은 길에 있지만 눈은 도시에 머뭅니다. 철야에 지친 간호사처럼 도시는 식곤증에 취했습니다. 그림자를 늘어뜨린 빌딩 숲이 어깨를 움츠립니다. 조각공원에 늘어선 조각상들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것 같습니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걸었지만 길은 어제의 길이 아니고, 흐르지만 시간은 어제의 시간이 아닙니다. 어제 걸었던 골목길을 오늘 다시 걷습니다. 골목은 집과 집 사이를 서성거리는 길 잃은 아이 같습니다. 도시의 골목에는 한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습니다. 열기가 빠져나갈 틈이 도시의 밑바닥에는 없습니다. 며칠째 계속되는 열대야로 도시의 밑바닥은 절절 끓습니다. 반지하 단칸 셋방 창문들이 발밑에서 나란합니다. 하늘을 향해 열려야 할 창문들이 골목에 갇혀 굳게 닫혔습니다. 에어콘 실외기에 매달린 호스에서 눈물이 떨어집니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걸었지만…
어느새 8월이다. 1년 12개월 중 벌써 4분의 3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초 새로운 해를 맞으며 세웠던 계획과 목표를 하나씩 지우고 있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다. 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보다 무서운 건 요즘 날씨다. 올해는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비교해 훨씬 더운 것 같다. 어쩌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부터 비교해도 가장 더운 것 같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 중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말을 한다. 이렇게 더운 상황에 하는 재치 있는 농담이었으면 좋겠지만 무서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매년 여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해서일까? 너무나 익숙하지만 체감하지 못했던, 말로만 듣던 기후 위기, 기후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 폭염이 더욱 아찔한 공포로 느껴지는 건, 시간이 흘러 가을이 온다고 해서 끝나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폭염이라는 현상은 하나의 결과이고 또 그 자체로 원인이 되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 변화의 ‘과정’이다. 이런 기후 변화는 결국 자연에 영향을 끼치고
한국현대사에서 광복절(光復節)만큼 경사스러운 날이 또 있을까. 이날은 “오등은 자에 아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 기미독립선언이 완성된 날이고, 일제강점이라는 암흑과 절망의 터널을 지나 ‘동방의 등불’이 될 기회를 다시 얻은 날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광복절은 국권 회복을 기념(記念)하는 날이다. 우리 민족은 고조선 이후 줄곧 독립국이었다. 20세기 초, 일본제국주의의 강탈로 국권을 잠시 상실하였지만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1919) 이후 해내외 동포사회의 줄기찬 독립투쟁과 미·영·중·소 연합군의 승전으로 독립을 쟁취하였다. 그날의 감격은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라는 위당(爲堂) 정인보의 ‘광복절 노래’(1950)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30만 애국지사·순국선열의 피땀, 200만 독립만세 영웅의 용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명(無名) 후원자들의 열망이 하나되어 이뤄낸 값진 노력의 대가(代價)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복절은 정부 수립을 경축(慶祝)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