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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벌새의 노래

 

지구촌은 지금 사면초가다. 기후 변화, 민주주의 위기, 인구감소와 지방 쇠퇴 등등,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이 복합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인간은 종종 누군가가 우리를 대신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그 사실을 직시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우리의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의 폐기물로 내일의 물건을 만들고, 이 작은 지구에서 자원을 파괴시키거나 고갈시키지 않고 작은 아이디어로 건강한 삶의 방식을 만들 수 있다.

 

프랑스의 콜리브리(Colibris: 벌새) 운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벌새’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운동은 생태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건설을 위해 지역민의 행동을 촉구한다. 즉 모든 사람이 생태적, 사회적 전환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변화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명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큰 산불이 났다. 모든 동물이 공포에 질려 그 참사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벌새는 포기하지 않고 부리에 물 한 방울을 물고와 불길에 던졌다. 그러자 아르마딜로 한 마리가 물었다. “벌새야, 벌새야! 설마 이 물방울로 불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이지! 단지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라고 벌새가 대답했다.

 

이 일화는 콜리브리 운동의 철학적 근간으로 작용했다. 2007년 알제리계 농생태학자인 피에르 라비(Pierre Rabhi)는 벌새처럼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단체를 창설했다. 그는 전설 속 거대한 산불을 끄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작은 벌새처럼 우리 각자는 내일의 사회를 품고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면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라비는 다큐멘터리 ‘드맹(내일)’의 감독 시릴 디옹(Cyril Dion)과 함께 지역 사회를 재창조하기 위해 시민 행동을 기반으로 공유 정원, 교육 농장, 단거리 공급망과 같은 지역 사회 차원의 콜리브리 운동을 전개했다. 디옹은 “우리는 ‘구세주’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선택된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이지요. 함께 힘을 모으면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라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양심의 반란을 촉구하는 콜리브리 운동은 성장과 과소비라는 신화를 비판한다. 이 운동은 컨퍼런스, 토론회, 교류 플랫폼, 온라인 강좌 등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을 서로 연결해 지원하게 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전개된다.

 

이는 농촌의 이상주의자들의 소규모 네트워크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2022년 기준 프랑스에는 45개의 활동적인 지역 단체가 연대하고, 유료 회원은 약 4,000명, 그리고 40만 명 이상의 지지자가 있다. 2023년에는 95만 2000유로(한화 15억 5000만 원)를 모금했고, 그중 72%는 시민 기부금으로 충당됐다. 이는 정치 지도자도, 정당 소속도 없이 자원봉사자들에 의존하는 콜리브리 운동이 대중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대한 메커니즘 앞에 짓눌린 우리는 자주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아’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며 체념한다. 하지만 디옹의 말처럼 이 세상의 구세주는 따로 없다. 냉소적인 말을 할 시간에 행동해야 한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창의력과 지성을 발휘한다면 거대한 메커니즘은 반드시 균열하게 된다. 그 날을 위해 벌새의 노래를 힘차게 합창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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