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벙커에서는 자신의 경계가 흐려진다. 캔버스를 벗어난 그림이 벽과 바닥을 넘어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까지 물들이기 때문이다. 온 공간을 채운 예술 속에선 사람도 예술이 된다.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본질이다. 미디어아트란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인 사진, 영화, TV, 비디오, 컴퓨터 등 대중에게 파급효과가 큰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미술에 적용시킨 예술을 의미한다. 미디어아트는 정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감각에 직접 호소하며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처음으로 한국에 정착한 곳은 제주였다. 넓은 공간과 장기간의 전시, 꾸준히 찾아올 사람들이 필요했기에 늘 관광객이 많은 제주가 적합했다. 한국 안에서 가장 멀리 떠나온 사람들은 궂은 날씨에도 찾아갈 만한 실내관광지를 원했고, 독특하고 신선한 체험을 바랐으며, 조건만 맞는다면 제주 어느 곳이든 찾아가려 했다. 2018년, 국가 기간 통신시설이었던 9백 평 면적의 철근 콘크리트 건축 구조물에 빛과 색이 들어섰다. 자연 공기 순환방식을 이용해 쾌적한 온도가 유지되고 외부의 빛과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는 비밀벙커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그렇게 미디어아
윤석열 새정부가 출발했지만 나라안팎으로 현안들이 첩첩산중이다. 고물가 등의 경제 악재에 대외적으로 반(反) 세계화의 국제 질서 변동기, 북핵 등 복합 위기가 에워싸고 있다. 어느 하나 우리가 주체적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코로나19보다 구조적으로 더 어려운 시기다. 모든 사안들이 발등의 불같아서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이런때일수록 필요한 응급처방은 하되 냉철한 원칙과 철학을 갖고 긴 안목의 국가 펀더멘털을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사에서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려 저성장의 고리를 끊겠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의 미래먹거리와 일자리를 강조한 것은 매우 당연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반드시 선행해야 할 정부 차원의 몫이 있다. 이른바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이다. 그 중에서도 연금과 노동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워낙 예민하고 이해충돌의 범위가 넓어 역대 정부에서도 계획만 있었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실기하면 한국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어렵다는 비상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개혁을 추진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9일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새 대통령 취임식 참석한 후 KTX 편으로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내려갔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농사도 짓고 반려견도 기르고, 이웃 주민들과 막걸리도 나누면서 평범하게 지낼 계획이다. 문 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다. 재임 중에 한국경제가 회복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모범적으로 대응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류 콘텐츠는 세계를 제패했다. 이례적으로 퇴임하는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하는 윤석열 씨 보다 더 높았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은 문 전 대통령의 성과를 애써 무시한다. 오히려 ‘졸렬한 퇴임’이니 ‘줄소송예고’니 하는 악담 기사만 내보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라고 말 한 바 있다. 언론 브리핑 이야기도 했지만 취임사의 핵심은 국민과 직접 소통을 늘리겠다는 점이었다
완전성에 대한 관념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과 다투지 않으며, 그 현실이 그대로 정의이고 행복이며 아름다움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런 진보도 없고 생명도 없다. (아미엘) 개인의 경우나 집단의 경우나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완전성을 향한 추진력은 그 개인과 집단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관념이다. (마르티노) “하늘에 계시는 ᄒᆞᆫ님처럼 너희도 완전하라.” 신의 완전성, 즉 모든 사람의 최고선에 대한 이념이야말로 전 인류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이다.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헤엄치고 있는 사람에게는 저 언덕, 저 곶, 저 해안을 따라 헤엄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항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아득한 별과 나침반뿐이다. 아무리 타락한 사람이라도 항상 자신이 지향해야 하는 완전성만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은 힘이다. 말이 아니다. 생각이 아니다. 사상이 아니다. 지식이 아니다. 이론도 아니고 학설도 아니다. 술(術)도 아니요 방편도 아니다. 신앙은 힘이다. 살리는 힘이다. 말로써 영혼을 구원하였다는 일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새 3개월에 접어들었다. 참혹한 전쟁의 뒤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경학 쟁투는 전쟁 못지않게 치열하다. 유럽은 신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개통을 유보하는 외에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을 축소하였다. 그리고 러시아를 스위프트 국제금융결제시스템에서 축출하였다. 그 결과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가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석유·가스 거래 대금 결제 방식을 루블화로 제한함으로써 루블화의 가치를 방어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유가 상승으로 경쟁력을 회복한 셰일 석유·가스를 유럽에 수출하는 등 에너지 공급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 산 석유·가스를 싼 가격에 수입하는 이득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를 위안화 결제 방식으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쿼드 국가 중 하나인 인도의 이런 이중 행동을 미국은 쳐다 보고만 있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의 석유 거래 결제 통화로서 위안화 도입을 저울질하고, 중국은 숙원 사업인 페트로 위안화 시대의 조기…
삶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육체가 서서히 스러지고 정신생활이 서서히 풍요로워지는 과정 그 자체이다. 자기 자신과 투쟁하고 자기 자신에게 강제를 가하는 것은, 원래 번뇌를 갖고 태어난 우리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강제로 어머니가 떼어내듯이 선은 우리를 악에서 강제로 떼어놓는다. 이 투쟁은 고통스러운 일이긴 하나 꼭 필요한 일이다. (파스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늘이 곧 우리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겠지 하는 어리석은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음식을 아무렇게나 장만하면서 하늘이 그것을 맛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그와 마찬가지로 만약 너희가 오랫동안 어리석은 나날을 보내며, 자신의 생활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신의 손길이 곧 모든 것을 바로잡아 주기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존 러스킨) 만일 그편이 좋다면, 신은 우리 모두를 한 백성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은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너희가 어디에 있든 온 힘을 기울여 선을 향해 노력하라. 그러면 언젠가 신이 너희를 모두 하나로 맺어줄 날이 올 것이다. (코란) 자기 완성의 길에서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네가 자신의 영혼보다 외부…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야외로 놀러 나가거나 유명 관광지와 축제장을 찾고 있다. 곳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음에도 코로나19 확진자는 늘지 않고 있다. 얼마 않 있으면 코로나19가 감기 정도로 취급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 세계인의 일상을 바꿔놓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언제나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알게 됐다.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되며 철저하게 대비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에 새 정부에서는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감염병수리과학계산센터’ 설립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방역정책을 펼치기 위한 것이다. 감염병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모델을 연구하면서 코로나19 외에 다른 감염병 유행도 예측할 수 있는 모델도 연구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하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등 감염병 예방관리부터 위기 대응까지 조직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감염병 대응센터’와 같은 독립적인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경기도가 최근 개최한 민간 전문가, 시·군 보건소 등과의 발표·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요즘 3대가 같이 식사하는 걸 보기 어렵다. 어버이날 보게 되는 효도 이벤트다. 집에서 TV 볼 때 부모, 자식이 같이 보는 경우도 드물다. 취향이 달라서다. TV공시청은 이제 과거의 유산이다. 모든 미디어는 퍼스널 미디어로 변했다. 농촌공동체에서 산업화 시대, 정보사회로 진행되면서 윗 세대와 아랫 세대가 같이 할 공통분모가 급격히 줄었다. TV도 같이 안 보는데야 뭘. 특히나 급격한 디지털화는 미디어 이용의 세대 간 단절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문화적 교집합이 줄었다. 공유 영역이 적다 보니 이해와 공감의 양도 당연히 줄어든다. 어린 시절 우리는 선생님을 ‘꼰대’라 불렀다. 1960년대부터 사용되던 젊은 사람들 은어로 선생님, 아버지, 늙은이를 속칭하던 말이다. 죽어가던 단어인 꼰대가 최근 갑자기 각광을 받는 단어가 됐다. 구글 검색량이 2015년 이후 급증하면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2018년 이후에는 ‘꼰대+라테는 말이야’의 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꼰대가 사회적으로 부활했다. 급기야 2019년 9월 24일에는 BBC가 오늘의 단어로 한국의 ”kkondae(꼰대)”를 선정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 설명하였다. 우리말로 이렇게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