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인과 성범죄 등 촉법소년범죄가 흉악해짐에 따라, 촉법소년 적용연령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학교폭력’은 감소한 대신 촉법소년은 상당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통계는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심각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적용연령을 낮춘다든지 처벌수위를 높이는 쪽으로만 논의가 확장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시대에 맞게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아이들의 성장환경과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최근 경찰청과 교육부가 정치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는 8357건이다. 학교장이 자체 해결한 사건 총 1만7546건을 더한 지난해 학폭 발생 건수는 총 2만5903건으로서 전년 대비 1만6803건(39.3%)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은 지난해 모두 9606명으로서 전년 대비 무려 11.5%(991명)나 늘어났다. 문제는 10대 초·중반 청소년들의 범죄가 단순 절도 수준을 넘어서 성폭행과 폭력·사기 등 흉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전 발생한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나 부산
남북 간 화해를 위해 다년간 애써온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죄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무죄 결정을 했다는 기사가 최근 보도되었다. 애초 검찰의 공소사실은 신 씨가 지난 2014년 11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그 내용인 즉 자신의 여행 경험을 근거로 ‘북한에 핸드폰 보급이 상당히 이뤄졌다’, ‘맥주도 맛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발언이 이미 발간된 책자나 기사에 기반한 것이어서 전혀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불렀다는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에도 북한 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은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검찰 논리대로 라면 분단된 73년 동안 남북이 민족 고유의 정서를 함께 지니고 각각 나름대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서 안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약 누군가 이를 공표할 경우 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북의 진실을 알아서는 안되며 이를 알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법 규정이 아닐 수 없다. 보안법은 이처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에게는 당연한 현상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당연한 조건의 하나, 인간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생활 조건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육체의 건강을 도외시하면 사람들에 대한 봉사를 할 수 없게 된다. 또 육체에 대해 너무 염려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 중용을 발견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을 방해받지 않는 정도로, 또 사람들에 대한 봉사와 대립되지 않는 형태로, 육체를 배려하는 것이다. 환자가 생활을 완전히 중단하고 질병 치료에만 전념하는 것보다는, 불치병이든 나을 수 있는 병이든, 병 같은 것은 아예 무시하고 평소대로 생활하는 것이 낫다. 설사 그것 때문에 생명이 단축되는 한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의 육체를 두려워하고 걱정하면서 살아가기보다는 훨씬 나은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방해하는 병은 없다. 사람들에게 노동으로 봉사할 수 없다면, 사랑으로 가득한 인내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봉사하라. 마음의 병은 육체의 병보다 위험하고, 또한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키케로) 치료의 근본적인 조건은 그 치료가 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은, 육체에 병이 있을 때도 자주
천재는 요절한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이야기다. 1960년 1월 4일 새해 벽두, 에트랑제(이방인)의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46세 카뮈의 갑작스런 죽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지 겨우 3년째 되었을 때였다. 카뮈는 이날 루르마랭(Lourmarin)에서 프랑스 최고의 출판사 갈리마르 사장 부부와 함께 파리행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신의 장난인가. 그가 탄 자동차는 목적지에 거의 도달해 가로수를 들이받고 산산조각 났다. 얄궂은 신의 질투였다. 카뮈가 마지막 자동차를 탔던 보클뤼즈(Vaucluse) 루르마랭. 그는 여기서 수많은 소설을 잉태했다. 카뮈는 이곳에 살기를 오랫동안 염원했다. 그가 처음 이곳을 방문한 건 서른 살 때. 시인 친구 앙리 보스코(Henri Bosco)를 만나러 갔다. 둘은 그날 전갈(scorpions)이 가득한 루르마랭 성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그 후 카뮈는 이곳에 둥지를 틀고자 꿈을 더욱 키웠다. 꿈꾸는 자 꿈을 닮는다고 했던가. 카뮈의 경우가 그랬다. 1957년 10월 스톡홀름은 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줬다. 노벨문학상으로 받은 거액의 상금. 수상 소감을 마치고 연단을 빠져나오는 카뮈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카뮈 씨
크게 축하합니다. 2021년 10월 10일 18시. 이는 우리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숫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과반을 넘김으로써 결선까지 가지 않고 민주당의 후보가 된 점, 야당의 예선전을 관전하면서 본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된 점은 전략적으로 매우 큰 이점입니다. 실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완하여 더 큰 장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이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채장보단(採長補短)의 특징을 공공분야 전반에 문화로 정착시킨다면, 국격이 높아져서 온 세상의 존경을 받게 될 겁니다. 그 효과가 남북한 7000만과 1000만 해외교포들에게 강하게 체감되기 바랍니다. 성남시장,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전국 자치단체장들 가운데 그 누구도 달성한 적 없는 공약 이행률 95%의 신화가 대통령 임기 동안에도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20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은 특별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후보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묵직하고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사안들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치가 젊어져야 합니다. 가까운…
아버지는 내 생일날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침상에 오른 미역국을 몇 숟가락이나 뜨셨을까요. 다시 자리에 누운 아버지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추석을 이틀 앞둔 날 아침이었습니다. 영화처럼, 한쪽 눈을 감지 못하고 아버지는 숨을 거뒀습니다. 숨을 거두기 직전에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인가 하였는데, 말은 내 귀에 도달하지 못하고 흩어져버렸습니다. 흩어진 말속에는 말은 없고 흙냄새만 남아있었습니다. 무화과나무 아래 쪼그려 앉으면 맡을 수 있던 흙냄새였습니다. 어쩌면 무화과나무 아래 굴을 파고 살던 개미들의 냄새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는 내 생일날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마당에 생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빛을 잃기는 추석명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가 가신 뒤로는 명절 대신 제사를 위해 가족이 모입니다. 사십여 년을 그렇게 지냈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코로나로 인해 가족이 다 모이지 못한 것입니다. 하긴, 그것이 우리 가족만의 문제일까요. 코로나로 오백만 명이 죽었습니다. 하루 평균 팔천 명 꼴입니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서둘러 가족을 땅에 묻은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그들의 기억에도 흙냄새가 선명할까요. 아버
여당의 대선 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결정된 가운데 국민의힘 본 경선 레이스가 마지막 20여일간의 대회전에 들어갔다. 4명의 후보로 압축된 국민의힘 최종 경선은 11일 호남지역 후보 합동토론회를 시작으로 모두 7차례의 지역 순회 토론회와 3차례의 양자 맞수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어 11월 1일부터 나흘간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거쳐 5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4명의 후보로 압축하기까지 수차례의 토톤회를 갖는 등 자질 검증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야당 대선 주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준비 안된 후보 자질 논란에다 막말, 개그 같은 공방,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자 등 낯 뜨거운 장면의 연속이었다. 토론회가 끝난 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후보자 사이에 삿대질 등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다른 유력 주자인 홍준표 후보도 상대 후보를 겨냥한 듯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게다가 4강 후보가 발표된 이후에는 순위나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확인할 수 없는 수치와 순위가 특정 캠프 관계자와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서 이를 둘러싼 볼썽사나운 모습이 이어졌다.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야권의 대선 주자들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와 긍정적 대남 메시지를 번갈아 가며 전하는 북한의 행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다양하다. 남북 간 군사력 불균형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 전략무기 성능 테스트 위한 시간벌기전술, 남북관계 재개를 통한 대미협상 재개로 제재완화 해제를 위한 남한의 중재 기대론, 심화되는 경제적 3중고를 덜기 위한 남한의 경제지원 기대론. 군사적 능력과시와 주체성 강조로 대내결집을 위한 활용 등 다양하다. 북한의 대남대미 전략적 행동에 대한 바른 해석을 위해서는 북한의 기본 스텐스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어야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고 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1990년대 초 북한 핵문제가 대두된 이후 줄 곳 북한은 미국에 속아 왔다는 피해망상에 사로 잡혀 있다. 지난 하노이회담 이후에는 그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외 패권전략에 대해 나름 정확한 분석을 하고 있다. 베트남전쟁, 리비아 내전개입,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미국의 대외전략에서 보여준 본질적 행태를 잘 분석하고 있다. 과거 남북교류 현장에서 만난 북의 인사들은 자신들의 핵개발 집착에 대한 변으로 늘 리비아의 카다피 운명을 얘기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