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석을 맞았다. 민주당은 후보 경선이 중반전에 돌입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초반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여당의 경우는 어느 정도 윤곽이 좁혀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고발사주 의혹 등 변수들로 경선 구도가 매우 혼란스럽다. 2년 차의 코로나 여파로 예전 같은 한가위의 민족 대이동은 아니지만 닷새간의 연휴라서 적지 않은 친지들간 왕래가 예상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년 대선이 화제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추석 민심은 6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 향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어떤 자질을 기대하고 있을까.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코로나 2년 차가 주는 버거움에다 추석 한가위가 주는 잠깐의 넉넉함과 기쁨도 여의도 정치권이 블랙홀처럼 앗아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 전후부터 시작된 권력과 검찰 사이의 갈등은 해가 바뀌어 대선을 목전에 둔 이제 야권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파장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이어가며 나라 전체를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있다. 누구도 사실이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당이나 같은 당내 후보 진영 사이
진리를 인식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허위가 아니라 거짓 진리이다. 현실 생활에서의 환상은 어떤 한순간 현실을 왜곡시킬 뿐일지 모르지만, 관념의 세계 속의 미망은 몇천 년 동안 맹위를 떨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멍에를 지우고, 가장 고귀한 인간 정신의 발로를 압살하며, 속임수에 넘어간 노예들을 시켜 속일 수 없었던 사람들의 발에 쇠사슬을 채운다. 그 미망이야 말로 모든 시대의 성현들이 그것을 상대로 불리한 싸움을 해온 불구대천의 적이며, 그들이 그것과 싸워서 얻은 것만이 인류의 진정한 재산이 되었다. 진리는 아무리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탐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그 효용이 드러나기 때문이고, 모든 미망은 그 속에 해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진리의 승리는 그 과정은 힘겹고 고통스럽지만, 그 대신 한 번 자리를 차지하면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다. (쇼펜하우어) 적발된 허위는, 인류의 행복에 있어서 명백하게 표명된 진리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재산이다. 인간을 미망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그에게 무언가를 주는 일이지 결코 빼앗는 일이 아니다. 허위에서 해방되는 것은 진리를 인정하는 일이다. 진리로 여겨졌던 것이 허위임을
1. 올해 처음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언론은 국민지원금 선별지급 문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컷오프 돌입 등을 원인으로 든다. 후보 경선 밴드웨건 효과로 따지자면 민주당이 주목도나 흥행효과 등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니 위의 원인분석 중 후자는 타당성이 낮다. 하지만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국민지원금 하위 88% 지급 논란은 다르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코로나 위기대처 정책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하위 88퍼센트로 끊은 지원금 선별지원의 (건강보험료 기준 산정의 비 적절성 등) 절차적, 실무적 난맥상 때문에 상위 12퍼센트에 포함될 수 없는 지원 제외자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별지원을 주도한 세력들은 "그깟 이십 몇만 원 쯤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과정의 복잡성에 대한 청맹과니 같은 인식이다. 충분히 지원금 받을 자격 있고 받아야 함에도 배제된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정서적 불쾌감은 매우 깊고 장기적인 형태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한가위는 달빛이 가장 좋은 날이다. 아주 큰 보름달이 가을의 중간에 있다고 한가위이다. 햇볕의 도움으로 가을이 완성될 텐데 조상들은 어둠 속 달빛이 가장 빛나는 날 ‘中秋之月’를 한가위라고 했다. 가을의 중간이라고 하지만 초가을이다. 옥수수는 아직 여물지 않았고 벼는 지금부터 누릿해진다. 그럼에도 햇곡식을 조상들에게 먼저 드린다. 둥그런 보름달과 다시 일그러질 달의 인력(引力)을 보면서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술 한잔 마시는 날이다. 고향에서도 한가위를 즐긴다. 한가위라는 말보다는 추석이라고 했다. 농촌에 시집간 언니가 햇 곡식을 가져오면 그것으로 제상을 차리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들이 지금의 생활에 비하면 가난하고 가난해서 어느 때가 나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추석에는 풍성했다. 추석에는 남쪽처럼 공휴일이 있고 배급이 공급될 때는 식용유에 돼지고기가 배정되었다. 미 공급에는 그런대로 밭에 풋 강냉이가 있었고 주런히(나란히) 붙어있는 하모니카 집들에는 덕대에 올린 포도가 익었고 지붕에는 둥그런 호박이 있었다. 고향에서도 남쪽과 마찬가지로 추석에는 송편을 빚는다. 북쪽 고향의 송편은 반달 모양으로 아주 크게 빚는다. 소나무 가지에 붙은 가시바늘 같은 잎
한국 은둔형 외톨이 부모회란 단체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다. 예전에 부모와 자녀 관계에 대한 책을 한 권 썼는데, 그 책 내용을 가지고 비대면 화상 강의를 부탁한다는 말씀이었다. 우리나라 19세~39세 연령대에서만 37만 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은둔형 외톨이는 본인과 가족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됐다. 빨리 전문가 상담을 지원해서 그분들이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분들의 아픔과 자활 방법을 따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본인과 가족의 고통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싶어서 여러 번 고사했다. 그러다 강연을 수락한 것은 ‘선택하지 않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였다. 트롤리 딜레마란 사고 실험이 있다. 지금 전차가 달려오고 있는데, 다섯 명이 선로에 묶여 있다. 그냥 두면 다섯 명 모두 희생될 것이다. 비상 레버를 당기면 열차는 선로를 변경하고, 다섯 명 대신 한 명만 죽는다. 당신은 레버를 당길 것인가, 아니면 당기지 않을 것인가. 어떤 선택이 윤리적으로 올바른가. 이 실험은 숱한 변종을 낳았고, 다양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대체로 70%가 넘는 대다수가 레버를 당겨 한 명을 희생시킨다를 선택한다고 한
경기도가 내년부터 도 관할 지방도에서 발생하는 보행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을주민 보호구간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을 통해 마을을 통과하는 도 관리 지방도에 마을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교통안전시설을 대폭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시·군, 경찰과 함께 마을이 시작되는 지점 전방 100m부터 끝나는 지점 후방 100m까지를 ‘보호구간’으로 설정한 다음, 안내표지, 노면표시, 미끄럼방지포장, 과속단속카메라 등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해당구간의 제한속도도 10~30km/h 낮춘다. 도는 우선 개선이 시급한 지방도 15개 구간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행자 교통사고는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도 마을주변 도로에서 많이 발생한다. 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1~2020) 경기도 내 보행 교통사고는 9만 9254건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3318명이나 사망했다. 특히 국도 등 기타 도로보다 지방도 보행사고 사망자 발생률이 훨씬 높았다. 국도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마을 인근 국도의 일정 구간을 ‘마을주민 보호구간’으로 지정한 바 있다. ‘마을주민 보호구간’은 현재 전국 89개 시·군, 246개 구간(357㎞)에 시범사업으로 설치
여자의 마른 장작 같은 발목이 리어카를 민다 리어카에는 납작해진 종이상자와 고물이 어린 식구(食口)들처럼 모여 앉았다 지붕 없는 지상의 방 한 칸 칭얼거리는 폐허를 발목이 밀고 간다
아플 때는 마음이 무겁고 절박하기 때문에 의사의 말 한마디에 안심과 걱정이 교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의사의 말은 가치중립적이고 방어적이다. 아마 환자의 과한 해석을 방지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표현이라 짐작한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면 치료효과가 높아짐은 당연하다. 명의의 조건에는 의학적 치료능력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공감과 소통능력이 큰 몫을 한다. 의사의 환자에 대한 공감 없이는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과학인 의료에서도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이렇게 중요하다. 바야흐로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시대가 만개하였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언어가 다 킹스스피치일 수는 없다. 소속정당과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자기에게 유리한 여론결집을 위해서 선동할 수도 있고 편을 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치는 대화, 타협을 통하여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국정감사 시 본인은 면책특권 속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통해 주목효과를 높이고 거기서 생기는 피해와 인격적 살인은 나몰라라 하는 의원들 많이 봤다. 저급한 언어폭
폭력은 오로지 혐오감을 불러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위대함이라는 옷을 걸치고, 존경심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특히 해롭다. 폭력으로 우리를 강제하는 자는 우리의 권리를 빼앗는 자이므로 우리는 그들을 증오한다. 반대로 우리를 설득하는 자는 우리의 은혜자로 사랑한다. 어리석고 거칠고 무지한 사람일수록 폭력에 호소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데는 많은 협력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설득을 하는 데는 협력자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의 지혜로 설득할 자신이 있는 사람은 결코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도 우애의 정으로 설득하여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더 유리한데, 그 사람을 배제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소크라테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폭력과 강제를 통해서만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현존하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대담하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현재의 체제는 폭력이 아니라 일반 여론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며, 폭력은 그 여론의 작용을 파괴해버린다. 그러므로 폭력의 행사는 그것이 유지하고자 하는 것의 힘을 약화시키고 파괴할 뿐이다. 인간은 원래 타인을 강제하거나 타인에게 굴종하도록 창조된 존재가 아니다. 이 두 가지 습관은 사람들로…
까망이와의 이별은 빨리 찾아왔다. 형이 확정되자 이감 통보는 하루 전에 이루어졌다. 나는 보안과장에게 가서 까망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주장했지만 내 목소리는 높지 못했다. 모 재소자가 자신이 키우던 앵무새를 데리고 이감 간 케이스가 있기는 했다. 그 재소자는 무기수였다. 내 저항은 허무하게 끝났다. 나는 터덜터덜 돌아와서 짐을 쌌다. 나는 까망이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까망이는 눈치채지 못했다. 까망이와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제 까망이는 8개월이 지나서 제법 몸집이 커졌다. 나는 까망이를 내 가슴 위에 올려두고 같이 잠을 청했다. 까망이 숨소리를 더 많이 기억하고 싶었다. 까망이는 사지를 쭉 뻗어서 코를 내 턱에 박고 가르릉 소리를 냈다. 나는 밤새 잠을 못 이뤘다. 새벽에 설핏 잠이 들었는데 까망이가 나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까망이 뒷발을 살짝 잡았다. “가지 마. 바보야, 나, 간다고….” 까망이가 내게로 와서 혀로 얼굴을 한번 핥더니 이불을 젖히고 나갔다. 이내 식구통 너머로 사라졌다. 짐은 단출했다. 그간 보던 책은 전부 집으로 부쳤다. 더블백 하나가 짐의 전부였다. 특사 동지들의 배웅을 받고 보안과로 향했다. 다행히 까망이는 보이지 않았다.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