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기회균등연구프로젝트 덕분에 미국의 모든 대학에 대해서는 학부모집단의 경제다양성과 졸업동문의 경제이동성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대학별로 재학생들의 경제적배경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소득계층별 접근성 정보다. 연구진은 1991년에 태어나 2013년에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부모가 2013년에 국세청에 제출한 소득신고서를 익명으로 제공받아 정리했다. 먼저 검색대상 대학의 2013년 현재 졸업반 학생들의 중위가족소득액이 제시된다. 그리고는 그 학생들 가운데 2013년의 소득상위 0.1%, 1%, 5%, 10%, 20% 출신이 각각 얼마나 되며 하위 20% 출신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준다. 두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34세 졸업동문의 소득수준정보(중위소득 및 동년배 중 소득상위1%, 5%, 10%, 20% 진입비율)로서 대학교육의 경제적 결과를 보여준다. 34살 졸업동문의 소득수준을 조사한 이유는 그 이후로는 소득분위가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경제이동성과 관련된 두 개의 정보다. 하나는 34살 졸업동문 중 소득5분위 기준으로 본인의 출신분위에서 2분위 또는 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째로 접어들었다.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 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향후 국제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각국으로 하여금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강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첫째 강대국간 전쟁 가능성을 지구촌에 각인시켰고, 둘째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려면 강력한 군사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셋째 안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확실한 동맹체제 필요성이다. 이에 따라 우선 지정학적 주요국을 중심으로 군비 경쟁이 우려된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2차세계대전 패망 이후 군사력 증강을 자제해온 독일이 최근 미국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를 35대 구매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재무장 움직임에 나섰다. 숄츠 총리는 앞서 “독일군 현대화를 위해 올해 1000억 유로(약 135조 원)를 투입하는 한편 앞으로 매년 국방비를 GDP대비 2% 이상(2021년 1.53% 추정)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후 독일의 대외 정책의 대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유럽 역사를…
“끼이익” 커브를 돌자 갑자기 뒷바퀴가 몸에서 떨어져나간 다리처럼 제멋대로 허우적거렸다. 차는 크게 S자를 그리면서 미끄러져 나갔다. 브레이크를 밟은 오른발에 ‘드드드득’ 하는 잔망스러운 느낌이 전해져 왔지만 차는 멈추질 않았다. 건너편 차들이 황급히 멈추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고 그 운전자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순간 스쳐갔다. 차는 중앙선을 크게 지나 겨우 멈춰 섰다. 등골이 오싹했다. 살살 차를 몰아 갓길에 세웠다. 엄동설한에 배달 일을 시작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생긴 일이다. 2022년을 코앞에 둔 지난 연말에 나는 큰 결심을 했다. 그렇게 계속 살 수는 없었다. 우선 생활비가 바닥났고, 빚은 늘어만 가고, 둘째는 고3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배달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몸뚱이 하나만으로 돈벌이가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1톤 트럭을 출퇴근용으로 제공한다는 사장의 말에 혹했다. 나는 운영하던 회사를 휴업하고 법인차를 처분하여 차가 없었다. 한편 마음이 시끄러울 때 몸 쓰는 일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2-3년을 돌이켜보니 나는 심신이 너무나 황량하게 지쳐있었고 생활은 건강하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살다가는 폐인이 되겠구나…
젊은 날 빛나고 아름다웠던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해지는 모습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만난다. 한때 안중근 참모중장의 가장 가까운 동지의 한 사람이었던 엄인섭이 대표적이다. 그는 일찍이 연해주로 건너가 안중근과 함께 국내진공 작전을 펼쳤던 독립군 대장이었다. 독립운동의 역사에게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싸우고 가장 크게 이겼던 홍범도의 결의형제이기도 했다. 홍범도를 비롯한 동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남은 젊은 시절의 엄인섭은 누구보다도 훤칠하고 멋진 남아였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일본의 밀정이 되어 독립군을 팔아넘기며 비루하게 살다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다. 무엇이 한 아름다웠던 청년을 그토록 추하고 불쌍하게 만들었을까. 흔히 사람들이 변절과 타락으로 자신의 삶을 더럽히는 이유를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주와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추적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밀정이 된 자들이 변절한 가장 큰 이유는 실망하거나 절망해서였다. 변절자들은 보통사람보다 대체로 훨씬 유능하고 성실했다. 그들이 변절하는 이유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도 바뀌지 않는 세상에 실망하고 절망하고 원망해서였다. 내가 최선을 다해도 세상이
후생가외.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으로 뒤에 태어난 생명들은 미래세대로서 두려워할 만하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2030 청년들의 위세는 두려워할 만했다. 공자가 후생가외를 말한 의도는 청소년 나이에 해당하는 젊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기성세대보다 나을 수 있다는 기대를 말한 것이다. 반면에 나이 사십 오십이 되어서도 이룬 것이 없다면 그런 사람들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도 했다. 단순히 후생을 추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수련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인간의 본성은 유전자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타고난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부모의 보살핌과 학습에 의해 훌륭한 품성을 배양할 수 있는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갈 수 있고, 고등학생 나이에 이르면 사회성이 형성된다. 그리고 20대 나이에서는 다양한 지식에 깊이를 더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30이 되면 독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전도 창창한 후생이라도 사십 오십이 되도록 공부를 게을리 해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한다면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꼰대가 될 것이다. 후생들이 나이 들어서 어떤 평가를 듣는지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고 국가와 사회
어떤 사람이 죽어서 그 영혼이 하늘나라에 이르자, 그 앞에 온몸이 고름투성이에 추악하고 더럽고 소름이 끼치는 여자가 나타났다. “너는 도대체 누군데 내 앞에 나타나 내 길을 막느냐?” “나는 너의 행실이다.” (페르시아 속담) 중요한 것은 선한 행실에 대한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탈무드) 착한 일을 하고, 자비롭고, 온화하고 겸손하며, 좋은 말을 하고, 선한 일을 생각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항상 배우며, 항상 진실을 말하고, 분노를 억제하고, 만족을 알고 인내심이 강하며, 친절하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는 사람, 이들은 모두 선인의 벗이요 악인들의 적이다. 거짓을 말하고, 훔치고, 음란하고, 속이고 욕하고, 악한 일을 생각하고, 오만하고 게으르며, 이웃을 중상하고, 인색하고 무례하며, 파렴치하고, 화를 잘 내고, 남의 것을 가로채며, 복수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고, 질투심이 강하며, 미신에 빠지는 사람, 이들은 모두 악인의 벗이요, 선인들의 적이다. (페르시아의 교리문답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말라. 왜냐하면 죽음은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 마쳤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네가 이 세상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전 세계로 퍼져나가 인간의 일상을 제한하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 소외받는 이웃을 돌보는 일은 경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고 1인 가구 또한 늘어나고 있다. 소외계층이 많은 곳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에 의하면 코로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소외계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독거노인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식들과의 소통 또한 줄어만 가고 있어 외로움은 더 커져가고 있다. 그런 노인분들에게 경찰관들의 순찰 중 건네는 따뜻한 인사나 방문은 큰 위로가 되었으나 코로나 시대에는 그것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다. 언제나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친구가 되어주던 경찰관이 코로나로 소통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소외받고 있는 이웃들의 심리적 우울감은 더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는 경찰관이라고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들도 코로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일하고 있지만, 가족 중 일원이 감염될 수 있고, 일하면서도 감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마음은 앞서지만, 소외계층 챙김에 거리를 두게 된 것이
그 사람이 무엇을 부끄러워하고 무엇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하는 것만큼 그 사람의 인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은 좋은 감정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워하는 것은 더욱 더 좋은 감정이다. 사람들이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크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에게는 숨길 수 있지만 신에게는 숨길 수 없다.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져서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예수) 아무것도 감출 필요가 없는 삶, 그와 동시에 자기가 한 일을 사람들 앞에 특별히 자랑하지 않는 삶을 살라. 신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사는 사람은 사람들의 평판에 따라 울고 웃지 않는다. 사람은 공기의 숨도 쉬지만 또 정신의 숨을 쉬어야 한다. 정신의 숨을 못 쉬면 공기가 콧구멍으로 드나들어도 산 사람이 못 되고 죽은 사람이다. (함석헌)/ 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이르는 문자는 많지 않다. 인(人)과 자(者)가 일반적이다. 서예가 음악가 등의 가(家)나 공자 맹자(孟子) 등의 子가 특별한 칭호(稱號)다. 무뢰한 치한 등 ‘문제적 인물’을 이르는 한(漢)도 있다. ‘어떤 사람’이라는 뜻을 이루는 접미사다. 이 중 家는 전문직이나 어떤 분야에 능(能)한 사람이다. 재산가처럼 뭘 많이 가진 이를 이르기도 한다. 子는 공부자(孔夫子)처럼 공자와 같은 큰 학자를 스승으로 높여 부르는 이름이다. 공자의 원래 이름은 구(丘)다. 자작(子爵)처럼 봉건시대 귀족 칭호이기도 하다. 이런 이름들은 중국 역사의 여러 모습을 반영한다. 한 중 일 3국이 일정 부분 공유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당선자와 당선인, 두 이름을 두고 언론의 보도가 설왕설래한다. 헌법에는 ‘당선자’지만 者의 훈(訓 뜻)이 ‘놈’이라서 (느낌 나쁘니) ‘자’ 말고 사람 인(人)의 ‘인’을 써달라고 했다는 게 이명박 당선자 시절의 얘기다. 언론은 권력에 휘감긴다. 언론에서 금세 ‘당선자’가 ‘당선인’으로 변하고 있다. 승리한 쪽 캠프에서 언론에 ‘마사지’를 했을 법도 하다. 어떤 매체는 한 교수의 발언을 앞세워 ‘헌법에 적힌 대로 당선자로 하자’고 했다. 자(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