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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8월의 태양은 뜨겁다 (2)

 

 

 

8월의 태양이 뜨겁다고 하지만 광복 77주년을 맞이하는 열기만 하겠는가. 독립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나누는 각종 기념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렸다. 해방이 가져온 의미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나에게 해방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기념해야 하지.

 

기념행사에서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을 제시했다.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북쪽의 반발은 거세다. 쏟아내는 막말은 거칠고 수위를 넘는다. 분단이 가져온 불신과 몰이해는 지켜보는 사람조차 숨가쁘게 한다.

 

유일하게 남북은 8월15일을 해방의 날로 인식하고 기념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정책 구상도 이날 제시한다. 남쪽에는 해방과 분단을 자각할 수 있게 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각종 기념행사가 많다. 기억하건데 북쪽에서의 8월 15일은 남쪽에서 열리는 행사만큼 요란하지 않다.

 

북쪽은 1995년부터 8월 25일을 선군절로 기념한다. 8월 25일은 선군정치 시작을 기념하는 국가적 명절이자 휴일이다. 그 시기 나는 고향을 떠났고 북쪽에서는 군(軍)을 우선하는 정치를 했다. 이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두만강을 건넜다. 그렇게 국경을 넘은 사람들의 수는 파악하기도 어렵고 여러 경로를 거쳐 대한민국에 입국한 사람은 3만명을 훌쩍 넘는다.

 

이산가족은 전쟁으로 고향을 떠난 실향민만이 아니다. 1990년대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도 있다. 이제는 이들의 아픔도 이야기되어야 할 때이다. 진정한 광복은 분단으로 아프고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 돌아갈 고향조차 없는 사람들의 아픔을 읽어내는 일은 힘든 일이다. 정말로 아픈 사람은 말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아파서 그 아픔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적당한 표현조차도 없다.

 

분단이라는 괴물은 불신과 몰이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아니면 지각하지 못하게 한다. 북쪽 김여정의 말처럼 의식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볼거리 먹을거리 풍성한 곳에서 뼈를 깎는 글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분단, 통일, 광복이라는 단어가 멀어져 구경꾼이 되어가는 내 모습도 보게 된다. 

 

이제는 아픔도 무뎌져 간다. 생명을 갉아먹는 아픔 따위는 흘려보내고 선선한 바람으로 익어가는 가을을 기다려 볼 일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하루에 의미를 두고 기대하고 희망하기에 시간은 너무 빨리도 흐른다. 뒷산에 도토리는 몇 년에 한 번씩 풍작이다. 떨어지는 도토리를 보니 올해 많이 내릴 것 같다. 파들거리는 파동이 감동을 몰아오던 고향 도토리 묵 한 그릇이 생각난다. 

 

함경남도 고원군 수동구는 삼십 년을 살아온 나의 고향이다. 진정한 광복이란 용인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여 점심에는 북쪽 고향에서 도토리 묵 한 그릇 먹고 저녁에는 두만강을 건너 아들을 잉태했던 곳까지 돌아보고 오는 것이다. 시간의 토막을 이어주어야 해방이고 기념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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