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에는 신성이 있다. 모든 진리의 근원에는 신이 있다. 진리가 인간 속에 나타난다고 해도 그것은 진리가 인간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만 인간에게 진리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파스칼) 빗물이 홈통을 따라 흐를 때 마치 홈통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성자들이 우리에게 얘기하는 신성한 가르침도 그와 같아서, 성인에게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라마 크리슈나) 자신의 정신력을 신의 힘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은, 노자의 가르침에 의하면 풀무 그 자체가 공기를 만드는 독자적인 원천이며, 진공 속에서도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만일 우리가 한순간이라도 자신의 보잘것없는 ‘자아’를 떠나 악을 생각하지 않고 빛을 반영하는 맑은 거울이 된다면, 우리가 비추지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 만물은 당장 밝은 빛이 되어 우리의 주위에 펼쳐질 것이다. (소로) 이 땅에서 인간이 해야 할 진정한 일은 자기 존재를 영원한 것과 조화시켜 살아가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사랑과 이성의 힘이 맑은 운하를 흐르듯 그를 통해 도도히 흘러갈 수 있다. 참다운 예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5월 16일부터 6월 17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국민참여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교사, 학생, 학부모, 일반시민 등 10만 1214명이 참여했으며,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반영될 것이라고 한다. 하나만 보자.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성 교육’이 36.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글쓰기, 독서,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교육’ 20.3%, ‘진로, 직업 교육’ 9.3%,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교육’ 9.0%, ‘기후변화 등 생태전환 교육’ 5.6%, ‘민주시민교육’ 5.1%, ‘수학, 과학 교육’ 4.9%, ‘안전, 건강 관련 교육’ 4.2%,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디지털 소양교육)’ 3.8%의 순으로 나타났다. 독자들께서도 한번 골라 보시라. 설문의 보기 중에서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무엇일까? 도대체 인성 교육이란 게 무엇일까? 인성 교육은 ‘글쓰기, 독서,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교육’과 어떻게 다를까? 민주시민교육이나 과학교육과도 구분되는 다
북한은 어떻게 여름 나기를 하고 있을까? 북한에서는 우선 삼십 도가 훌쩍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서 평양에 물 뿌림 차(살수차)가 등장하고 농촌지역은 농작물에 대한 물 주기에 총력 집중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북한 노동신문은 폭염을 나기 위한 보양 음식도 소개를 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음식으로 소개된 단고기 음식은 개고기 음식으로 김일성이 고깃국 중에서 가장 달고 맛있다 라고 해서 단고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국제사회 부정적 인식을 감안해서 식당 영업 등 상행위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닭을 찹쌀과 통마늘 인삼 등과 함께 푹 삶은 삼계탕을 여름 보양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여름을 나기 위한 북한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름이 없다. 분단 칠십여 년에 기간으로 인해 남북한이 이질화되었다고 하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음식과 생활 풍토 등에 있어 남북한 간 유사성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남북한 이질화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필자는 공직자 시절 북한 당국자와의 대화와 교류협력 과정에서 심각한 의사소통의 장애를 경험한 바가 없다. 장기간 분단으로 인해 문제 되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나는 벌레를 싫어한다.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짠 음식을 싫어한다. 나는 열려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나이를 들먹이며 서열을 따지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때로는 주체하기 어렵듯이 혐오와 증오 역시 의지로 누르거나 피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누군가 토해 놓은 길거리의 오물이나 고장 난 변기 속 배설물을 좋은 마음으로 마주하기는 어렵다. 식민주의자, 독재자, 연쇄살인범을 혐오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를 선인으로 만들었다가 악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한다. 그러나 마음의 영역은 타인이 들여다볼 수 없기에 표현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혐오’ 자체가 아니라 ‘혐오 표현’을 문제 삼는다. ‘혐오 표현’의 반대는 ‘사랑 표현’이 아니라 ‘혐오를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따지면 혐오 자체가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때로는
‘도둑을 만날 수도 있고 납치될 수도 있어요’ 20여 년 전, 배낭여행 중 들른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앞. 궁전 건너 보이는 하얀 동굴같은 집들이 궁금해 묻는 내게 현지인은 집시마을 사크라몬떼라며 위험을 경고했다. 호기심이 두려움에 앞서 결국 마을로 들어갔다. 반쯤 문 연 집이 보여 노크했더니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나온다. 한 세 평 될까 싶은 흙바닥에 예닐곱 살 여자아이들 서너 명이 엉켜 놀고 있었다. 누더기 같은 옷차림도 반 벗은 채였다. 인기척에 돌아보는 아이들 얼굴에 잠깐 숨이 멎었다. 치렁치렁 긴 검은 머리, 커다랗고 검은 눈, 붉은 입술이 뿜어내는 매혹이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별점과 도둑질을 일삼고 바이올린 하나로 집단가무를 즐기며 유랑하던 집시의 피가 만들어낸 것일까. 아이들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 것은 여행에서 돌아와 들은 한 곡의 음악 때문이었다. 스페인의 플라멩코 피아니스트인 다비드 페냐 도란테스(David Pena Dorantes)의 앨범 속 오로브로이(Orobroy). 아이들을 만났을 때처럼 잠깐 숨이 멎었다. 아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상승해가는 피아노 음이 판타지의 세계로 이끄는
가족 이기주의는 개인 이기주의보다 훨씬 더 맹렬하다. 자기 한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시키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가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불행과 곤경까지 이용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긴다. 인색, 뇌물, 노동자의 탄압, 부정한 상술, 이러한 것들은 모두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있다. 가족이니 조국이니 하는 것이 우리의 영혼을 제약할 수는 없고, 또 제약해서도 안 된다. 인간은 태어난 날부터 몇몇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데, 그 사람들의 사랑이 그의 마음속에 인간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가족애와 조국애가 배타적인 것이 되어 그것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인 요구를 물리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의 양육자가 아니라 그 무덤이 되고 만다. (채닝) 가족에 대한 사랑은 결국 자기애의 감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정하고 나쁜 행위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결코 그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예수) 가족에 대한 사랑 속에는 자아에 대한 사랑과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의미의 선악이 들어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투자를 규제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글이 관심을 끌고 있다. 요약하자면 외국인들은 자금 조달 계획이나 자금의 출처가 불투명하며 조사도 제대로 하지도 않아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내국인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5월 31일에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외국인 부동산 취득금지 법안발의와 통과가 필요하다”는 청원글이 올라온 바 있다.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기한제 토지사용권과 건물 소유권만 가질 수 있다. 반면 중국인은 한국에서 내국인과 동일하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 따라서 청원인들은 상호주의에 입각, 우리나라도 외국인에게 임대만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원인들의 주장에 국민들이 적극 공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이 투기성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가격을 올려놓으면 결국 그 가격에 내국인도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세력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에 대한 규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인의 땅 소유와 아파트 소유가 늘어나 머지않아 중국 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전기한 것처럼 상호주의의
지난 4월 말 인천 부평구에서 야간 배송 중에 배송지 건너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해 대형 화재를 막은 배송 업체 직원이 화제가 됐었다. 그는 소속 회사로부터 표창과 상금을 받는 자리에서 “화재 피해를 막는 게 중요하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엄밀하게 본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화재 발생을 감시하거나 화재 진화를 돕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하고 겸손했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 본보기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한 평가가 잘 나왔다면서 알리고도 머쓱해지는 일도 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정확히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꼭 1년 앞둔 6월 1일부터 며칠 동안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이어졌다. ‘○○○ XX시장이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우수 등급에 선정됐다.’ ‘□□□ △△시장이… 최우수등급에 몇 년 연속 선정됐다.’ 내용인즉슨, 지방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충분히 또는 어느 정도 수준 이행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와 연간 목표 달성도, 주민‧웹 소통, 공약 일치도 등 모두 5개 분야로 평가한 결과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