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9일은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다. 225일 남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5000만 씨알들과 8000만 민족 전체의 삶과 내용, 낱낱의 개인들과 공동체의 안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소위 G8의 일원이 됨으로써, 지구촌 전반에도 비중 높은 인물이 된다. 과연 누가 될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장부에 이름 올리고 뛰는 이들 대부분 마치 '전국상인연합회'의 회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듯하다. 하기야, 당선만 되면 100만 명의 공무원들이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여의도'는 변함없이 잘 굴러갈 텐데 무슨 문젠가? 취임하면 가장 먼저 공약들을 손본다. 캠페인 기간에 마구 던졌던 '뻥카'들은 섞어찌개 식으로 합치거나 과감히 폐기하면 되는 것. 야당이 따지고 들면, 겸손 떨며 사과하면 된다. '허니문 기간' 타령하는 기특한 기레기가 반드시 나오니 걱정할 것 없다. 특급 장사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언동으로 목적을 이룬 다음, 주판 튀겨서 이문이 큰 쪽으로 말을 바꿀 줄 아는 자다. 그래서 개나 소나 닭이나 다 나와서 구세주처럼 약을 파는 거다. 나와 동지들은 요즘 대선 도전자들의 저질 행태에 역겨움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y와 c가 특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을 차기 대선의 공약으로 함에 따라 대선 예비 후보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공격이 심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격은 월 10만 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경제활력소 역할을 하겠는가이다. 이 지사는 임기 중에 전 국민 연 100만 원, 청년 연 100만 원 추가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금액이 적긴 하다. 그러나 지난해에 지급된 재난기본소득의 효과를 생각해보자. 이 지사의 공약대로라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에 2020년의 전 국민 재난 기본소득에 맞먹는 금액이 분기별로(4배로) 지급되는 것이다. 약 700만 명의 청년은 두 배로 지급된다. 지역화폐와 이 기본소득이 결합돼 지급되는 이 금액이 지역에서 소비된다고 했을 때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실로 그 경제적 부양효과는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주로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대대적 환영을 해야 할 만한 사건이다. 청년들은 2배의 추가적 혜택을 본다. 이것은 20대의 3분의 1 정도가 하루 중 한 끼 이상을 굶는다는 사실을 감안한 것으로 복지적인 목적이다. 도움이 시급한 이들에게 월 약 20만 원의 이 금액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지사의 공약에 대한 또 다른…
방송을 보면서 아나운서들이 제일 짜증이 날 때는 장본인과 주인공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 섞어 쓰거나 아예 장본인이라는 표현밖에 모르는 것 같을 때이다. 장본인은 여러 (나쁜) 일을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이다. 주인공은 여러 (좋은) 일을 만들어 낸 바로 그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까 ‘네가 이 모든 일을 그르친 그 장본인이냐’가 맞는 말이고, ‘바로 이 분이 이번 대형 화재에서 어린 아이들을 구한 그 주인공 영웅이십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그런데 국영/공영 아나운서조차 이걸 구분 못하고 ‘이번에 올림픽 경기를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다’식의 표현을 쓴다. 한심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내보내고 아이티 선수단을 소개할 때 대통령이 암살된 얘기를 하는 등의 행태는 위와 같은 무식의 소치인가. 그 지경을 넘어선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올바름에 문제가 있다. ‘라떼에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아버지가, 혹은 선생님이 항상 말씀하셨다. ‘걔가 그래도 애는 착해. 그러니까 너무 싫어하지 마. 사람들 앞에서 너무 뭐라 그러고 그러면 안된다 알았지?’등등의 말씀이셨다. 사람의 좋은 면을 먼저 봐야 한다는
과거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던 시절(2001년), 남북장관급 회담에 참여했던 북한 통전부(노동당 대남사업 기구) 인사와의 대화에서 내가 깨달았던 한 가지 사실은 내 인식의 틀을 바꾸지 않고는 북한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 서울 도착 첫날밤, 북에서 채널이 하나밖에 없는 TV를 대하다 수십 개 채널의 남한 TV를 대하면서 쉬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북측 R선생은 다음 날 아침에 충혈된 눈을 비비며 나에게 말을 건다. 주제가 은행털이 강도 얘기인 오락영화를 보았는가본데, “야! 긴데, 혼자 다 갖겠다고 끝내는 친구도 죽이누만! 사람 욕심이란 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가 보다. 비록 영화지만 말로만 듣던 자본주의 현실을 직접 대하다 보니 앞에 있는 남조선 사람인 나도 인간으로 잘 보이지 않는 듯하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희생봉사, 친구와의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체화된 그에게, “영화 덴 뭘 그래!” 나의 쉬운 대답이 수긍될 리 없다. 그의 흥분한 모습을 통해 나도 회담 기간 내내 잠을 설치며 북에 대한 내 그릇된 선입관을 생각하게 했고 이후 나의 사고체계는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역지사지의 사고 나아가 우리보다 저들이
생명은 에너지와 물질의 변환이다. 태양의 불꽃이 광합성 생물의 녹색 불꽃이 되는 것이다. 녹색 불꽃은 꽃식물의 적색, 홍색, 황색, 자주색 등 성적인 불꽃, 즉 다른 생물계를 설득하는 전문가가 된다. 화석화된 녹색 불꽃은 태양의 경제체제 안에 있는 인간의 방에 축적된다. 생명은 끊임없이 열을 소산 하는 화학작용이다. 그리고 생명은 기억이다. 과거의 화학작용을 반복하면서 행동하는 기억이다. 그리고 생명은 자기 초월적이다. 태양으로부터 온 에너지를 저장하고 재분배하면서 생명은 최고 수준의 활동력과 복잡성을 과시한다. 생명이 우주의 큰 영역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만들어 간다면 그 과정에서 자신을 어떤 생명으로 만들지 누가 추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포유류 종과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 역시 200만 년을 더 견뎌낼 것이다. 신생대 포유류 종의 평균 존속 기간이 300만 년 보다 짧았다. 모든 종은 사라진다. 멸종하거나 둘 이상의 후손 종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캄브리아기부터 지금껏 살아 있는 동물 종은 없다.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도 오늘날 침팬지와 사람만큼 서로 다른 자손 종 둘로 나뉠지도 모른다. 종의 분리가 기술에 의해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 내구력 있는
천신만고 끝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다시 한번 ‘세계최강’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여자 양궁은 단체전 올림픽 9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남자 양궁도 금빛 화살을 쏘았다. 신설 종목인 남녀 혼성 종목에 출전한 여자대표팀 막내 안산과 남자대표팀 17세 고등학생 김제덕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양궁이 놀라운 경기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은 결코 기적이 아니다. 실력 이외의 그 어떤 요소도 끼어들 여지가 없도록 잘 다듬어지고 가꾸어진 선수 선발 절차와 과학적 훈련 시스템이 합작해낸 피땀의 결실일 따름이다. ‘공정 경쟁’만이 경기력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의 찬란한 성과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진화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 편법적 특혜에 대해서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 양궁팀의 빛나는 업적에 즈음하여 학연·경력·연줄에 찌들고 금권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고질적 구태 시스템을 말끔히 혁신해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부터 처절하게 반성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양궁이 간직하고 있는 저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엄격한 ‘공정 선발’ 시스
생명은 세균이다. 세균이 아닌 생명은 세균인 생명에서 진화했다. 시생대 말기에는 불모지란 불모지는 모두 미생물 매트와 일시적인 더께로 뒤덮였다. 황이나 암모니아가 있는 뜨거운 웅덩이마다 개척자들과 밀려드는 이주자들이 가득 찼다. 세균은 소금 알갱이에 끈끈한 점액을 배출했고, 철분이 많은 연못에서 자철광을 침전시켰다. 극지방 근처의 차갑고 메마른 바위에 들러붙고, 열대의 얕은 바다에서 화산암 조각을 뒤덮어 지구를 푸르게 하면서 광합성 생물은 자신들이 만든 양분을 배고픈 기회주의자들에게 내주었다. 발효 세균의 노폐물은 운동성이 있는 호산성 세균의 먹이가 되었으며, 황산염을 환원하는 세균들의 고약한 숨결은 녹색 클로로비움이나 붉은색 크로마티움 세균들에게 값진 원료를 공급했다. 지구에서 이용 가능한 곳은 모조리 개화된 생산자, 분주한 변혁가, 극한의 개척자들인 세균으로 채워졌다. 자연선택을 받은 자손은 살아남았지만, 그것은 개체군의 동료로부터 플라스미드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빌렸을 경우에만 가능했다. 유전자 교환은 분해될 단백질, 유해한 망간 찌꺼기, 산화되거나 환원되어야 하는 위협적인 구리 등 환경의 독소를 제거해야 하는 생물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유전자를…
요사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과정을 보면, 한 가지 특징적 현상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거 지향성”이다. 미래를 말해야 하는 여당에서 “과거 지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과거의 잘못”만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정책이나 정치적 행위 중에도 분명 계승할 것이 많음에도, 잘못만을 들춰내는 과거 지향성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현 정권 들어서 가장 먼저 역점을 둔 사안은 바로 적폐 청산이다. 적폐 청산이란, 문자 그대로 과거의 폐단을 “청산”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를 바로잡아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지만, 과거의 잘못된 폐단을 단 몇 년간 청산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독일의 경우도 그래서, 역사에 관한 문제는 “청산”이라는 단어 대신 “극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역사 혹은 과거를 일거에 깨끗하게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독일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 정권은 적폐 청산을 내세웠는데, 이 역시 과거 지향성을 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여권의 과거 지향성을 보여주는 사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할 때도 보면, 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