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헤이리의 내 작업실을 찾아온 친구가 ‘기분이 울적하니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는’ 풍악을 대령하라기에 경쾌한 월드뮤직 음반을 골라 들려줬다. 두 세곡 뒤 쿠바 민요 ‘관타나메라’ 가 나온다. 제목만으로 바로 후렴구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맞다. 그 노래. ‘호세 마르티 생각하면 이 노래를 목록에서 빼야 하는 거 아니야?’ 역사교사답다. 밝은 노래에서 어두운 역사를 바로 잡아낸다. 말 나온 김에 질문했다. ‘체 게바라는 유명한데 체 게바라의 영웅이었던 호세 마르티는 왜 그렇게 안 알려졌을까?’ 민중시각 역사교육, 세계시민의식 부재 이상의 탁견을 청했던 내 진지한 질문을 무색하게 한 답변. ‘외모 차이 아닐까’ 진심인지 유머인지 아직 확인 못해봤다. 호세 마르티는 몰라도 관타나메라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국정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으며 마리카스같은 전통 남미 악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모습으로 방송도 많이 탔다. 노랫말을 모르고 들으면 리듬이 경쾌하고 중독성 있어 ‘휴가지에서 들으면 딱 좋을 노래’ 정도로 느껴진다. 제목 ‘관타나메라’도 ‘관타나모에 사는 여인’이란 뜻이니 가볍다. 그러나 스페인어 가사를 번역해 들여다보
가평군이 추진하고 있는 가평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이 들어설 후보지 공모에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가평군은 가평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설치후보지 공모 재공고를 내고 오는 5월 7일까지 유치 희망 마을을 모집하고 있다. 재공고를 낸 이유는 1차 모집에 유치를 신청한 3개 마을이 추진 과정에서 유치를 철회하거나, 최종 심의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재공모에서는 1차 공모 과정에서 현실적 문제가 제기된 주민동의율을 하향 조정했다. 가평지역은 군부대와 요양원, 펜션 등이 많다. 따라서 단기 거주자가 많은데 1차 공모 시의 ‘주민동의율 70%’를 맞추려면 100%에 가까운 원주민 동의가 있어야 했다. 따라서 재공모에서는 ‘주민동의율 55%’로 완화했다. 가평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을 공동 추진하는 지방정부는 가평군을 비롯, 남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등 4개 지역으로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경우 성남, 용인이나 강원도 춘천은 물론 인제, 속초 등 먼 지역의 화장장을 이용함으로써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본보 13일자 ‘기자수첩’) 그러나 장사시설 건립은 가평군 인구만으로는 이용률이 낮아 비용대비 효율
부유한 지배계급과 가난한 피지배계급으로 나눠져 있는 세상이란 애초부터 잘못된 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은 황금만능주의의 결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전쟁과 다름없는 생존경쟁의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부유한 기업인은 말한다. “노동자가 굶어죽는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냐? 난 약속한 대로 임금을 다 지불했다. 그 이상 나더러 어떡하라는 말이냐?” 카인도 아우 아벨을 죽이고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야훼께서 물었을 때, “제가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하고 답했다. 공장주도 그렇게 말한다. “내가 형제인 노동자에게 약속한 임금을 다 치르지 않았다는 말이냐?” (칼라일) 인간은 땅 위에서 땅에 의해서만 살 수 있는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이 사는 땅을 다른 사람이 빼앗는 것은, 그 사람의 피와 살을 빼앗는 것과 같다. 땅의 약탈에서 생기는 사회제도는 덜 직접적이고 덜 노골적인 뿐, 과거의 노예제도보다 더욱 잔인하고 더욱 사람을 타락시키고 만다. (헨리 조지) 지금 우리는 앞서간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온갖 편리한 물건 속에 파묻혀 있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한가? 설령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 치더라
벨기에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자 경제학자 콜망(Bruno Colmant)에 따르면, 벨기에 사회시스템은 사회보장제도의 개별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파경을 맞지 않는다면 아주 잘 작동한다. 그러나 지금은 정지 직전. 코로나 보건 위기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와 소득을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인들은 기본소득 카드를 꺼낼 찰나. 그간 벨기에 정부는 경기부진 때마다 여러 지원책을 내놓곤 했지만 기본소득 개념에는 다가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절박한 상황.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지금이야말로 기본소득 개념을 부각시킬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2월 벨기에 중도우파 정당 MR(Mouvement réformateur: 개혁운동)은 기본소득 연구를 시작했다. 근시일내에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는 목표다. 이들이 생각하는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태어나면서부터 매월 수당을 지급받는 것이다. 브뤼셀 자유대학(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법학과 뒤몽(Daniel Dumont) 교수는 “이 기본소득은 보편수당으로, 개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요약한다. 즉, 가족을 부양하
자메이카하면 생각나는 스포츠 종목과 스타가 있다. 당연히 100m와 200m 단거리 종목의 황제인 우사인 볼트다. 이외에도 자메이카에는 세계적인 육상 단거리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러면 왜 자메이카에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육상 단거리 선수들이 많을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던 차 2012년 한국체육대학교를 방문한 자메이카 산업대학교 총장인 쿠퍼 박사의 자메이카 육상 선수의 유전과 식이요법에 대한 강연이 있었고 그 강연을 통해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더듬어 보면 쿠퍼박사는 자메이카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육상 단거리 선수들이 많은 이유를 첫 번째 자메이카 정부의 육상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인재 육성·발굴, 두 번째 자메이카인의 독특한 유전적 성향과 우생학적 특성, 세 번째 전략적으로 섭취하는 천연물에 기인한다고 설명하였다. 필자는 스포츠 영양학에 관심이 있는 터라 세 번째 이유에 흥미를 느꼈고 특히 우사인 볼트가 전략적으로 무엇을 섭취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드디어 쿠퍼 박사는 우사인 볼트가 전략적으로 섭취하는 천연물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필자는 듣고서 의아해 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문지 한류’가 한창이다. 지난 4월 8일 문화방송 보도에 따르면, 태국의 가구시장과 소품시장, 인도네시아 꽃시장, 파키스탄의 길거리 음식점 등 동남아 시장에서 조중동을 비롯한 한국 신문지가 ‘물건 포장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신문지는 지난 2018년 1000톤, 2019년 4500톤에 이어 작년에는 무려 18,000톤이 수출되었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 5위의 펄프 수입국이다. 인쇄잉크도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신문용지는 나무를 죽이고, 폐기된 인쇄잉크는 환경을 훼손한다. 비싼 종이를 잉크로 ‘오염’시킨 후 원가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로 ‘활로’를 찾기 이전에는 주로 국내 계란농가에서 재활용되었다. '미디어 오늘' 등의 보도에 따르면 매일 120톤(약 40만부)이 넘는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새 신문’이 계란판으로 둔갑하고 있다. 얼마 전 문화부의 신문 부수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주류 신문의 부수 부풀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발행부수와 영향력을 과장하여 기업광고와 정부광고를 유치, 유지하는 데 혈안이다. 신문지의 무모한 과잉생산과 폐기는 엄청난 사회적 낭비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독초에 물…
위대한 지성도 도덕적 감정이 따르지 않으면 커다란 불행의 원인이 된다. (러스킨) 이성과 지적인 능력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지적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이성이 결핍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지적 능력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세속적인 조건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능력이지만, 이성은 우리의 영혼에 자신의 세계와 신의 관계를 스스로 계시하는 능력이다. 이성과 지적 능력은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반대의 것이다. 이성은 지적 능력으로 인해 인간이 빠지는 유혹과 기만에서 인간을 해방한다. 그것이 이성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이성은 유혹을 이기고 인간의 영혼의 본성인 사랑을 해방하여, 그 발현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들은 종종 이성과 양심을 구별하여, 선한 일은 깊은 사고력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원래 분리할 수 없는 영혼의 힘을 억지로 구별하는 것은, 우리의 본성을 불구로 만드는 짓이다. 선행에서 사상을 제거하면 도대체 무엇이 남을까? 사고력이 결여되면 우리가 양심이라고 일컫는 것도 망상과 과장과 악을 인정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만다.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이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자행되어 왔다. 사람들은 양심을 앞세우며 서로를 미워하며…
지난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1천900명이 LH가 직접 분양 또는 임대한 주택을 계약한 사실이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시중에는 “LH가 직원들 기숙사 짓는 기관이냐”는 비아냥이 넘쳐난다. 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기 위해 건설되는 나라의 공공주택을 다수의 시행기관 임직원이 차지한 것은 불법 여부를 떠나서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다. 그야말로 생선가게 맡은 고양이들의 교묘하고 추악한 일탈이다. 늦었지만, 완벽한 제도적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작년까지 LH 직원 1천900명이 공공 임대주택(279명) 또는 공공 분양주택(1천621명)을 계약했다. 공공 분양주택 계약자 중 31%(503명)는 2015년 LH 본사가 이전한 경남 진주 소재 경남혁신도시지구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다른 지역 혁신도시 관련 계약자는 644명(39.7%)이었다. 이 가운데 임대 의무기간 10년인 공공임대주택 계약은 모두 233건으로, 수도권이 72%(168건)를 차지했으며 절반이 넘는 93건이 수원 광교신도시에 몰려있다. 광교신도시에서는 2012년 한 해에만 44명이 계약했다. 광교신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