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짓지 않고서는 노동의 의무를 피할 수 없다. 즉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에 아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빵을 얻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지조를 잃을 바에는 굶어 죽는 것이 낫다. (소로) 황금의 띠를 두르고 남의 종이 되기보다는 자신의 노동으로 얻은 빵을 편안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 낫고, 자기가 노예라는 표시로 가슴 위에 두 손을 포개고 있기보다는 그 손으로 석회나 진흙을 이기는 것이 나으며, 노예처럼 허리를 굽실거리기보다는 한 조각의 빵으로 만족하는 것이 낫다. (사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할 바에는, 새끼줄을 들고 숲으로 땔나무를 하러 가서, 그 땔나무 한 단을 팔아먹을 것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낫다. 먹을 것을 구걸해서 얻지 못할 때는 부끄럽고 화가 날 것이고, 또 얻으면 얻는 대로 더욱 나쁘다. 왜냐하면 준 사람에게 빚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마호메트) 땅을 갈지 않는 자에게 땅이 말했다. “너는 그 오른손과 왼손을 사용하여 나를 갈지 않는 벌로서, 영원히 뭇 거지들과 함께 남의 집 문전에 서서, 영원히 부자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얻어먹게 될 것이다. (조로아스터) 땀 흘려 일하는 생활이 게으른 생활보다 고귀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스스
내가 외운 최초의 한시(漢詩)는 '대장부가'(大丈夫歌)다. 복학하여 '맹자 원전강독'을 들었는데 이 시가 너무 좋았다. 중국에는 수교 초부터 드나들었다. 현지 파트너들과 만찬을 할 때면 매번 통역사인 친구가 여급에게 백지와 펜을 부탁한다. 취기가 오른 나는 과장된 폼을 잡고 이 위대한 시를 내려 쓰곤 했다. 그러면 모두 놀란다. 한번은 그 덕분에 큰 계약을 쉽게 한 적도 있다. 중국측 대표가 맹씨였다. 그에게 이 시를 써주었다. '非常棒(비상봉)!'은 그의 칭찬. '엄청난 인물'이란다. 大丈夫歌(대장부가) 대장부의 노래 居天下之廣居(거천하지광거) 거하되 천하에서 가장 넓게 자리 잡으라 立天下之正位(입천하지정위) 서되 천하에서 가장 올바른 자세를 취하라 行天下之大道(행천하지대도) 행하되 천하에서 가장 거침 없이 나아가라 得志 與民由之(득지여민유지) 뜻을 얻으면 백성들과 함께 하고 不得之(부득지) 獨行其道(독행기도) 뜻을 얻지 못하면 혼자서 그 도를 닦아라 富貴不能淫(부귀불능음) 부귀는 그를 삿되게 하지 못한다 貧賤不能移(빈천불능이) 빈천도 그를 시시하게 만들지 못한다 威武不能屈(위무불능굴) 위력 권세도 그를 결코 굴복시키지 못한다 此之謂大丈夫(차지위대장부) 그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것이다."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심설당) 도입부에 나오는 이 문장은 아름다워서 책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런데 과연 그런 시대가 있었을까? 하지만 이를 역사적 실존의 문제가 아닌 인문적 상상력의 문제로 보면 쉽게 와 닿는다. 별빛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지식인들이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가 있었다. 몇 년 전 작고한 전 한양대 리영희 교수는 그런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책과 칼럼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문장, 빽빽하게 차 있는 사실 관계, 명확한 인과 관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메시지. 판금도서였던 그의 명저『전환시대의 논리』(창작과비평)는 군사정권을 폐부에서 균열내기에 충분했다. 거짓된 지배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비판해 당시 한국 사회가 우상을 걷어내고 이성을 회복하는데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 이즈음 기성 언론이 간판급 지식인으로…
사람들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많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일 곧 모든 일의 근본이 되는 일만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즉 자신의 영혼을 개선하고, 영혼의 신적 본원을 일깨우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일이 모든 사람들의 근본 사명인 것은 이를 달성하는 데 아무런 장애도 없는 유일한 목표라는 사실에 비추어 봐도 명백하다. 젊었을 때, 우리는 인간의 사명은 끊임없는 자기완성이며, 심지어 모든 인류의 죄악과 불행을 제거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공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런 공상 속에 세속의 때가 묻어 오랫동안 인간 본연의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노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며 그저 주어진 그대로 살라고 충고하는 말보다 훨씬 더 많은 진리가 들어있다. 젊었을 때의 공상이 잘못된 것은 자기완성과 자기 영혼의 완성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과 장차 일어날 일을 지금 당장 눈앞에서 보고 싶어 한다는 것뿐이다. 나날이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삶보다 좋은 삶은 없으며, 실제로 자신이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보다 큰 기쁨은 없다. 이것이 내가 오늘까지 끊임없이 경험해온
어떤 형제가 함께 길을 가던 중 아우가 금덩어리 두 개를 주워서 하나를 형에게 주었습니다. 강에 이르러 배를 타고 건너는데, 아우가 갑자기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형이 까닭을 묻자 아우는 “그동안 형을 사랑했는데, 금덩어리를 나누고 보니 갑자기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요. 그래서 버렸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형도 “네 말이 과연 옳다” 하고는 자기 금덩어리도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양천강(陽川江 경기도 김포군 공암진 근처)을 무대로 전해오는 ‘형제투금(兄弟投金)’ 설화 내용이지요. 며칠간 ‘100억대 횡령’이라는 제목으로 주요 뉴스에 등장해 세간의 관심을 끌던 방송인 박수홍 형제 사건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네요. 박수홍이 전 소속사 대표인 친형 박진홍을 상대로 고소를 했군요. 박수홍 측은 “친형과 30년 전부터 매니지먼트 명목으로 법인을 설립한 후 수익을 7:3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정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종류의 추담(醜談)들이 대개 그렇듯이, 양 측이 뒤엉켜 폭로전을 시작했네요. 박수홍의 친형 박진홍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수홍과의 갈등이 박수홍의 1993년생 여자친구로 인해 시작된 것”이라고 다른 얘기를 꺼냈군요. 또…
봄이다. 늘 다니던 뒤 산에는 겨울을 이겨낸 연분홍 진달래가 망울을 터치며 가득히 피었다. 어린 새싹들이 뾰족 뾰족 나오고 맛을 살려주는 봄나물이 자라고 있다. 봄에는 산으로 들로 다니며 달래를 캐고 쑥을 뜯어오던 시절이 있어 더 애틋하다. ‘산에 산에 피는 꽃 저만치 혼자 피는 꽃’이라는 김소월의 시를 마음에 담는데 어제 밤에 내린 비는 간신히 피워낸 꽃잎을 우수수 떨구어 ‘산에는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의 구절을 다시 새겨본다. 오늘에 왔다가 내일은 가버리는 봄이라도 ‘꽃이 좋아 산에 사노라네’를 읽으며 작년과 다른 봄의 계절을, 고향과 닮아있는 진달래를 생각한다. 김소월의 고향 평안북도 정주의 진달래는 얼마나 아름답기에 시간을 넘어 지금도 읽히고 있을 가.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지명으로 서해안에 위치하여 평안남북도, 자강도 일부를 포괄하는 지역이다. 평안도 지역은 열두삼천리벌을 비롯한 넒은 벌들이 있고 압록강, 대동강, 청천강 등 긴 강들이 서해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김소월의 시로 인해 동해안의 중부에 살았던 나는 서해안의 평안도 진달래가 더 고을거라고 상상한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어려운 시기가 아니면 가볼
지난 2021년 3월 14일 제 63번째를 맞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가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원래 1월 31일로 예정되어있었지만, LA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로 다소 미뤄져 치뤄진 것이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Recording Academy)의 주관으로 열리는 이 시상식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나 ‘최고 신인상’ 그리고 ‘각 장르의 최우수상’ 등의 주요 부문 외에도 83개의 부문에 걸쳐 시상했다. 63년 시간이 쌓아 올린 전통 속에는 그래미 어워드의 무게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그 선정 과정에서의 기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미는 시청자와 팬의 투표가 아닌 뮤지션, 음반산업 관계자 및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들을 뽑게 되는데, 단순하게 당시 인기의 반영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여타 시상식과 다른 차별점을 갖는다. 행사는 세 시간 반 동안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는데, 이번 그래미 어워드의 한국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방탄소년단의 수상 여부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미 2020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
코로나19 미친 바람에도 나무들은 꽃을 잊지 않았건만, 국민은 재보선 광풍에 ‘역사 지킴이’ 본분마저 잊어버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기술한 교과서를 무더기로 통과시켰고, 중국의 김치·삼계탕 공정은 거침이 없다. 우리 역사의 자존심을 초토화한 역사드라마마저 안방을 침투하고 있다. 핵심 문제는 역사학계를 장악한 강단사학자들의 ‘식민사학’을 도무지 청산하지 못하는 우리 안에 있다.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날 상황이다. 내년부터 일본의 모든 고등학교 1학년생은 사회과 교과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배우게 된다.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는 일본의 역사 왜곡 기술이 강화된 2022년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296종의 검정 심사를 통과시켰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가운데 30종의 모든 사회과목 교과서에는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이 담겼다. 우리는 이 사태를 영락없이 연례행사처럼 뜨뜻미지근하게 대응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왜곡된 교과서 내용을 스스로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초치해 사진 한 장 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