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난,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 남을 평가하며, 어떤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 어떤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실을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인간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내일의 그는 이미 오늘의 그가 아니다. 어리석었던 사람이 현명해지고,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이 되며,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인간을 심판할 수는 없다. 심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변해있을 테니까. 만약 네가 자신의 단점을 알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남을 비난한다든가 하는 생각은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고 또 그럴 겨를도 없을 것이다. 상대의 가죽 신발을 신고 보름을 걸어보지 않고서는 그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 (아메리카 인디언 속담) 남의 잘못은 용서하고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용서하지 말라. (푸블리우스 시루스) 나는 악을 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만약 행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도저히 자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자제
스페인은 코로나 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다. 지난해 3월 코로나 환자가 무섭게 증가하더니, 순식간에 4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국토는 전면 봉쇄됐고 경제활동은 중단됐다. 한 달 동안 직업을 잃은 사람은 9십만 명에 달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성당에 가 먹을 것을 찾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바르셀로나, 카탈로니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30%를 넘었다. 발 빠른 대책이 없다면 이들은 심각한 상태에 빠지고 사회 갈등은 증폭될 위기였다. 스페인 정부는 최소생활소득(revenu minimum vital)을 긴급히 공부했다. 그리고 산체스(Pedro Sánchez) 수상은 곧장 기본소득 페달을 밟았다. 상상을 초월한 위기 앞에 기본소득이 아니면 답이 없다고 본 것이다. 5월 초 기본소득 초안이 일간지 엘문도(El Mundo)에 발표됐다. 스페인의 기본소득 시계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 최소생활소득은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코로나 정국 앞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처럼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에 따르면
“금병동(琴秉洞)”이라는 이름은 한국 사회가 잘 알지 못하는 이름이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조선인의 일본관', '일본인의 조선관' 단 두 권이 번역되어 있을 뿐인데 뒤의 책은 지금은 아예 품절이다. 여기서 번역이라는 대목이 “뭔가?” 싶을 텐데, 금병동은 재일사학자이고 저서는 일본어로 쓰인 까닭이다. 2008년 타계한 그의 최초 업적은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에 대한 학살 조사였다. 일본정부의 조직적 관여를 밝혀낸 것이다. 한일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관동대지진 학살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선구적 작업이다. - 금병동, 강덕상이 쓴 역사 1963년에 출간된 '관동대지진과 조선인'은 역시 같은 재일사학자로 여운형 전기를 쓰게 되는 강덕상 등이 함께 한 책이다. 강덕상의 '여운형 평전'은 조선 독립운동사 전체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게 정리된 탁월한 저작이다. 한문으로 된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는 1972년 일본어로 먼저 번역되는데 그 번역자가 바로 강덕상 선생이다. 한국어 번역은 1년 뒤인 1973년이다. 박은식 선생의 책이 1920년 출간되었다는 걸 안다면 기가 막힐 일이다.
연기자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서 먼 길을 오가며 연극관람도 여러번 했고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모습도 긴 세월 지켜봤다. 친구의 연기를 바라보면서 연기자들의 놀라운 변신 능력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악역을 맡아서 연기할 때는 한없이 증오의 대상이 되고, 선한 역할을 할 때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존재로 보인다. 또한 그 사람들은 노인, 중년, 청년 등 다양한 연령대를 넘나들면서 선생님, 경찰관, 운전기사, 강도, 사기꾼, 사극에서의 장군 혹은 머슴 등 매우 많은 배역을 소화한다. 각각의 역할을 잘 연기하기 위해 맡은 배역에 몰입하여야 하며 배역과 관련해 사전에 많은 공부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신약성서에 예수의 설교 중에 탤런트의 비유가 등장한다. 주인이 세 명의 종에게 각각 한 탤런트, 세 탤런트, 다섯 탤런트를 맡기고 나중에 정산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탤런트는 그 당시에는 금액이 매우 큰 화폐의 단위였다고 한다. 탤런트(talent)의 고전적인 의미는 재능, 인재의 의미였으나 현재에는 TV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들은 대본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연기를 하면서 작품마다 맡겨지는 역할이 달라진다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이 지난 17~18일 한국을 방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5년만에 외무·국방 장관회담(2+2)을 가졌다. 양국은 이번 외교·국방 장관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한미일 공조, 전시작전권 전환 등 양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외교·국방 장관 동시 방한은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과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포위 전략이 우선 순위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동한 인도, 일본, 호주와의 이른바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궤도위에 올려놓기 위해 지난 12일 쿼드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어 외교·국방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고 곧바로 한국을 찾은 동선에서도 그 의미가 읽혀진다. 미국은 이번 방한에서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 등이 포함되는 ‘확대된 쿼드(쿼드+)’ 구상을 실현함으로써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제의 의존도가 높은데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영향력 등을
아이들은 글쓰기를 어려워 한다. 여러 학년을 가르쳐 봐도 글쓰기 만큼 격한 거부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수업이 없다. 교실 분위기가 활기로 가득 차 있으면 '글을 써 보세요' 한마디로 넘실 거리던 에너지를 다운 시킬 수 있다. 예고 없이 당장 수학 평가를 하겠다고 말해도 이보다 더 반응이 안 좋을 수는 없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할 때 아이들이 이목구비가 심하게 구겨지던 걸 떠올리면 가히 공포의 글쓰기다. 간혹 글로 막힘없이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어른들에게도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백지 앞에서 막막한 건 어른이나 어린이나 매한가지다. 투정 부리는 아이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가끔은 글이 너무 안 써져서 마감을 못할까봐 공포에 떨 때가 있다.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교육 해야 하는 상황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분투한다. 글쓰기를 시키면서 펜과 종이를 건넨 다음 막연하게 '자, 이제 써보세요'라고 말하진 않는다. 국어 시간에 설명문이나 설득하는 글의 구조를 배운다. 각 구조마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하고, 왜 그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하나씩 익힌 다음 실전
달빛 중에서도 산이나 들에 내리지 않고 빨랫줄에 내린 것은 광대다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몸을 휘청거리며 달에서 가지고 온 미친 기운으로 번쩍이며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달빛이라도 어떤 것은 오동잎에 내려 멋을 부리고 어떤 것은 기와지붕에 내려 편안하다 또 어떤 것은 바다에 내려 이내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내가 달빛이라면 나는 어디에 내려 무엇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는 일에 아슬아슬한 대목이 많았고 식구들을 가슴 졸이게 한 걸로 보면 나는 줄을 타는 광대임에 틀림없다 약력 ▶[한국일보]·[서울신문](1966) 신춘문예당선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계백의 칼] [별박이자나방] 등 15권 ▶정지용 문학상. 김삿갓 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현재 계간 『미네르바』 대표
대통령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이다. 그러나 이 시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여러 걸림돌들이 가로막고 있어 이를 제대로 행사할 힘이 부족해 보인다. 대부분의 권력은 여전히 특권 세력의 손 안에 놓여 있고 ‘선출되지 않은 세습권력’이 권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세습권력, 그들은 누구인가? 자본과 언론권력, 검찰, 사학, 종교권력 등으로, 이들이 흔들리지 않는 기득권을 쥐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과 검찰, 언론은 가장 막강한 세습권력이다. 경영을 광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언론사는 재벌의, 사실상 수직계열화된 하부구조에 불과하고 따라서 재벌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의 범죄행위와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 일탈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의 좋은 먹잇감이다. 범죄와 비리로 얼룩진 재벌, 그 오래된 부패 구조와 관행은 되레 검찰과 언론, 이 두개의 축에게 가장 최적화된 수익형 모델이 된 지 오래다. 먹고 먹히는 고리인 셈이다. 재벌에 대한 수사결과는 우리나라 재벌들이 정치권력에 줄을 대서 얼마나 많은 범죄와 비리를 저질러 왔으며 또 재벌 총수들에 대한 검찰 수사 때마다 법률시장이 얼마나…
요즘 ‘미나리’영화가 인기몰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교되는 인기몰이를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텅 빈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미나리’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이삭 감독이 ‘미나리’를 호명하여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네 얼굴은 왜 그렇게 납작하니?’ 데이빗(엘런 김)에게 건네오는 낮선 곳에서 친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의 화투를 배우고 가지런히 칫솔을 하며 서로를 닮아가는 척박하지만 인간미 있는 그곳,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은 모니카(한예리)가 한국에서 온 어머니를 눈물로 포옹하는 장면이다. 가족의 재회는 얼마나 감동적인 설정인가? 그리고 어머니가 꺼내 놓는 멸치를 받고 또다시 울컥해하는 모니카(한예리), 고향의 언어는 잊혀진 것을 기억하게 하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미나리의 약효인지 손자의 병은 기적적으로 호전되고 대신 할머니가 병을 얻고 그의 실수로 그동안 일궈온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손자의 안내를 받으며 집으로 되돌아가는 할머니, 그곳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