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에서 6년 유학했다는 아티스트를 만났다. ‘한 남자’ 때문에 죽기 전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올라있는 나라, 몰도바.(‘한 남자’가 궁금하실 당신. 뒤에 풀 예정이니 일단 몰도바 이야기로 직진 부탁한다.) 내 주변에 몰디브를 다녀왔다는 사람은 차고 넘치지만 몰도바 여행자는 없었다. 꿈의 여행지 몰도바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내게 아티스트는 찬물을 퍼붓는다. ‘볼 거 별로 없어요. 갈 데도 특별히 없구요.’ 그의 말은 내게 ‘ 만난 사람이 별로 없어요. 특별했던 사람도 없구요’로 번역돼 들렸다. 번역기는 서른 개 넘는 나라를 배낭여행하며 떠돈 내 경험이다. 올해 초,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작업실을 만들자 ‘심심하던 차에 건수 생겼다’며 많은 지인들이 놀러 왔다. 환대의 마음으로 헤이리의 ‘나의 최애 공간’을 데려가 구경시켰다. 들꽃 장식으로 디저트를 내주는 피사로의 시간, 융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서양화가의 작업실 소금 항아리, 집시처럼 살고 싶은 욕망을 불 지르는 스페인 맥주집 츄로바 등. 헤이리 일주 후 지인들은 ‘헤이리가 이런 곳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 말에 번역기를 돌린다. ‘예술마을이라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다른 유원지와 비슷하더라. 실망만
이재명과 윤석열. 최근 언론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두 정치인이다. 한 분은 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다른 한 분은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현재까지는 상당히 높은 분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두 대선 후보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19일(월)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1일(수)에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야당의원들이 제기하는 대장동 의혹을 해명했다.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를 포함해 많게는 4개면을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는 한국일보가 21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도돌이표로 끝난 ‘이재명 국감’”이 이번 대장동 국정감사를 압축적으로 대변했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19일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며 전두환씨를 두둔한 발언, 이어진 ‘개 사과’와 해명논란이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자초한 위기였다. 전두환 옹호발언에 묻혔지만 언론이 크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던 사안이 있었다. 고발사주 의혹이었다. 19일 MBC를 통해 ‘고발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송파갑)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
112신고는 급변하는 치안 환경과 전화 외에도 문자 및 긴급신고 앱 등 다양한 형태로 접수됨에 따라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사전예방적·피해자 중심의 절차가 준수되고 세심한 경찰조치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 20대 국정전략 중 하나인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긴급신고전화(112·119)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꼭 필요한 때에만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허위 신고로 인해 국민안전 확보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 등 최일선 치안 현장에서는 한정된 경찰력으로 폭증하는 112신고 처리를 하기 위해 경찰관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접수된 허위 신고로 인해 실제로 위급한 일을 당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경찰관이 출동하지 못하거나 늦게 출동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허위나 장난으로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 경범죄처벌법상 거짓신고 혐의로 6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를 선고받을 수 있고 악의적 상습적 허위신고자에게는 ‘징벌적 손
-정몽주의 주체의식 상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해나 평가는 미처 짚지 못한 것들이 있을 때 어느 한 단면이 전체로 전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의 현실에서도 인물평이라는 것은 이런 한계에 갇히는 수가 적지 않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미처 몰랐던 진면목이 드러나면 감탄하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놀라 아연실색(啞然失色)하는 경우 또한 있게 된다. 가령 고려(高麗)의 국체를 지키면서 개혁하겠다는 정몽주는 조선 개국에 협력하지 않자 선죽교에서 격살당한 뒤 절조(節操)있는 충신의 표본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그런데 그가 원명(元明) 교체기에 명나라 옷을 입고 명나라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지극히 사대주의적 인물이었다는 점을 안다면 우리의 판단은 좀 다르게 된다. 그는 당대의 대유학자임에도 주체적 자아에 대한 각성이 세워지지 못했던 것이다. 고려말은 몽골 제국의 본령(本領)인 원과의 관계에서 유라시아 교역로가 제공하는 문명의 개방성과 자유로움을 누리면서 나름의 주체성을 지켜내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한족(漢族)의 입장에서는 이민족(異民族)인 몽골의 지배가 퇴조기에 들어서자 유학의 본가가 다시 부흥했다고 여기고 중화주의(中華主義)에 매몰된 지식인들
농어촌과 오지·벽지의 인구감소 추세가 심각하다. 이들 지역의 대중교통도 축소 운행되거나 아예 노선이 폐지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주민의 일상적인 이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 정점식 국회의원(국민의 힘, 통영·고성)이 지난 3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오지·벽지 등 대중교통수단이나 시설이 충분하지 못한 ‘대중교통소외지역’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교통여건을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중교통소외지역 주민들이 열악한 교통환경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이는 지역 쇠퇴를 넘어 지역 경제 침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7월엔 이용호 의원(무소속,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농어촌·산간벽지 최소교통권 보장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익성이 낮은 버스노선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이 최소한 1일 1회 왕복 운행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농어촌과 산간벽지 등 수익성이 낮은 버스노선의 경우에도 최소한
이게 나라인가. 나라가 나가가 되려면 나라다운 기본기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가 의사다워야 하며 교수가 교수답고 목사가 목사다워야 한다. 기자가 정론곡필을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검사나 판사가 깡패나 건달 짓을 하면 안된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도 하기 싫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부인이자 오랜 경력의 신경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인상비평 하나만 믿고 공개적으로 상대 당 유력 대권 후보를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실수였다고 얼버무린다. 이건 외과의가 환자의 왼쪽 폐를 적출해야 하는데 오른쪽을 잘라내고 나서는 앗 착각했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환자가 죽고 나서도 단순 실수였다고 얘기하는 식이다. 이게 의사인가. 저자 거리의 약장수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에서는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1, 2’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쳐다보지도 않거나 심지어 비난을 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한국사회 어디에 저런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판타지를 녹이는 TV 드라마라 하더라도 좀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몸부림이다 일해도 몸으로 손발로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놀고 먹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나라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천대하고 짓밟고 밀어내는 나라는 저주를 받아라 그러나 우리는 이 나라가 저주받기를 원치 않는다 이 나라가 아무리 손발 놀려 땀 흘리는 사람들 천대하는 나라라고 해도 이것은 우리의 조국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이 나라가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되는 꿈을 이 나라가 저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축복으로 해와 달과 별의 축복으로 비와 눈과 바람과 이슬의 축복으로 아니 몸으로 노동하는 이들의 온몸에서 흐르는 땀의 축복으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누리는 나라 노래와 춤의 나라 모든 담장 무너지고 모두들 이웃사촌으로 허물어지는 나라가 되는 꿈을 우리는 버리지 못한다 최고의 가치가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노동인 나라의 꿈 종교도 도덕도 철학도 무슨 무슨 주의도 과학도 정치도 예술도 모두 노동의 깃발 아래 모여 하나인 나라의 꿈 겨레 사랑을 말로 하지 않고 얼싸안고 비비대는 몸으로 하는 온몸으로 노래하는 나라 앞산 뒷산의 바위굴과 함께 우직하게 풀이파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건 사슴이다. 소는, 모가지와 상관없이 슬픈 짐승이다. 소의 운명은 ‘워낭소리’와 함께 끝났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만큼이나, 소의 역할 또한 우리 곁에서 지워지고 없다. 들녘에서 논을 갈고 밭을 일구는 건 소가 아니라 기계다. 일터에서 쫓겨난 것은 사람이나 소나 마찬가지이지만, 소에게까지 실업수당이 지급되진 않는다. 고양이처럼 발바닥을 핥지 못하고,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지 못해서, 소는 반려동물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소는, 모가지와 상관없이 슬픈 짐승이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듯이 사람은 소를 키운다. 개와 고양이는 주린 정을 채우기 위해서 키우고 소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키운다. 사람은 소를 먹는다. 사람이 고기로 먹는 소는 한해 삼억 마리에 달한다. 고기는 구워 먹거나 삶아 먹거나 날것으로 먹는다. 머리는 쪄서 귀와 코와 혀와 골을 먹고, 뼈는 푹 고아 물을 먹는다. 그렇게 먹다 남긴 것을 갈아서 사람은 일반가축의 먹이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 중에는 반려동물의 먹이도 있다. 사람이 먹기 위해 죽인 가축의 부산물을 가축이 다시 먹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료라고 부른다. 개중에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