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차이라니, 이 얼마나 기묘한 표현인가! 물론 종교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시대에서 시대로 전해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신앙은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젠다베스타(페르시아의 고대 경전), 베다(바라문의 경전), 코란과 같은 여러 가지 종교 서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진실한 ‘종교’는 오직 하나뿐이다. 여러 가지 신앙도 다만 진정한 종교에 대한 보조 수단 외에 아무것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그 보조 수단은 우연히 출현한 것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뿐이다. (칸트) 너는 그르고 나는 옳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 중에서 가장 잔인한 말이다. 특히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일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데 종교에 대해 논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잔인한 말을 서로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네가 만약 이슬람교도라면 그리스도교도에게 가서 함께 살아라. 만일 그리스도교도라면 유대인과 함께 살아라. 만일 가톨릭교도라면 정교도와 함께 살아라. 네 종교가 어떠한 것이든 신앙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사귀어라. 만일 그들의 말에 네가 화내지 않고 자유로이 그들과 사귈 수 있다면 너는 이미 평화를 얻은 것이다
동해안에 위치한 함흥-흥남은 오래전부터 이름난 명태어장이다. 함흥에서 동쪽으로 흥남 항구가 있다. 항구가 생겨나기 전 서호진 앞바다에서 명태가 많이 잡혔다. 명태가 많이 잡혔으므로 가공시설도 발달했다. 특히 흥남이 화학공업도시로 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명태수요도 많았다. 멘타이코로 불리는 명란젓은 일본인들이 함경도 특산인 명란을 가져다 만든 것이다. 명태는 김장철인 지금 적기이다. 11월부터 1월까지 많이 잡히는데 특히 12월과 1월에 많이 잡힌다. 명태를 넣으려고 일부러 김장을 늦추기도 한다. 1980년 중반부터 명태가 사라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금태가 되었다. 명태가 한창 잡히는 성어기에는 항구에 명태가 산처럼 쌓여 그것을 가공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지금은 명태 치어를 방류해서 명태생태계를 복원하려고 하고 있다. 명태의 고장인 함흥-흥남 지역은 명태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다. 명란은 소금에 한번 절인다음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고 삭혀서 먹는다. 짠 맛의 명란젓이 아니라 새콤한 맛의 명란젓을 만든다. 창란젓은 명태 내장을 손질해서 고춧가루 마늘에 버무려 만든다. 명태식해는 명태를 좁쌀과 버무려 발효시켜 먹는다. 혹은 좁쌀을 넣지 않고 명태를 버무려 따
수원특례시와 캄보디아 시엠립주는 19년간 자매도시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수원특례시는 2004년 시엠립주와 국제자매도시결연을 체결한 후 빈민 지역인 프놈끄라옴 마을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원사업은 단계별로 전개됐다. 화장실·공동우물·마을회관·도로·다리 등 주민 자립기반을 조성했다. 이와 함께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중·고등학교도 설립했다. 현재 프놈끄라옴 수원마을은 시엠립주에서 가장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 수원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하고 자립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4단계 지원사업도 추진됐다. ‘양봉 시범 가구’ ‘버섯재배·새우양식 시범 가구’ 사업이 그것이다. 수원시의 지원은 의료부문으로까지 확대됐다. 2007년부터 ‘캄보디아 수원마을 의료봉사단’이 코로나19로 인해 방문이 어려웠던 2020~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수원마을을 방문해 인술을 베풀고 있다. 올해도 수원시 관계자와 수원시의회 의원, 수원시장안구보건소, 아주대학교병원·화홍병원, 수원시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약사회·간호사회·안경사회, 경기도 간호조무사회·물리치료사회, (사)행복캄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수원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수원시 의료인으
서울 가 살자 “그 이불솜 베개 다 버리고, 우리 이제 서울 가서 살자...미련 없이 버리고, 서울 가 살자”고 한다. 대중의 마음을 파고 드니 대중가요이고, 순식간에 대중이 즐겨 들으니 유행가라 할만하다. 노래나 정책 이슈나 사회적 흐름과 시대를 반영해야 성공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었지만 이번에 갑자기 튀어 나온 ‘김포 서울 편입론’은 얼마 전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은 노래 가사처럼 들린다. 이번 김포 서울 편입론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여당에서 나왔다. 이 이슈의 소통 풍경은 어떠한가. 급부상한 메가시티론과 사라지는 지역분권론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이 이겼다면 이런 주장이 나왔을까. 언론 보도를 보면 여당은 일개 구청장 선거 결과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으면서 선거 패배 국면의 전환용으로 새로운 이슈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하는 듯하다. 또 새로 출범한 여당 내 혁신위원회가 특정 지역 다선 출신 의원들의 내년 총선 출마 자제 내지 험지 출마라는 일종의 혁신안에 대한 서울 포함이라는 아이디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다시 말하자면 행정구역 개편과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국가발전 목표를 깊이 검토한 주장이
얼마 전 우리재단의 장학사업팀 직원이 장학금 기부에 대한 보고서를 가지고 왔다. 화성시 향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기부금 전달을 문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재단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기부금 접수를 할 수는 있지만 장학금이나 기부금 모금을 위한 홍보를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학금을 기부 받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다. 별 생각 없이 결재를 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니 사정은 이랬다. 이 학교에서는 매년 2학년 학생들 모두가 ‘우리가 마을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동안은 주로 학교 주변의 마을에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졌다. 2학년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일이 나눔장터를 여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서로 사고 팔아 모은 돈이 30만원이었다. 선생님들은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 끝에 우리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화성시인재육성재단에서 형편이 어렵거나 운동, 예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지원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한 후 아름다운 돈 30만 원이 그
넷플릭스 등장 후에 장르드라마가 활성화 됐다. 지상파가 독점할 땐 최대수의 시청자를 끌고가야 하니 가족드라마는 물론 미니시리즈도 시청자층이 두터운 로맨스가 대세였다. 미디어가 개인화되고 OTT의 등장과 함께 철저히 개인시청시대가 되면서 장르 드라마가 가능해졌고 이어 시청자층도 두터워졌다. 좀비물(킹덤),크리처물(스위트홈)도 가능한 환경이다. K콘텐츠는 메시지의 글로벌 스피커가 되었다. 기생충은 자본주의 시회의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제기다. 더글로리, DP는 학폭, 군대폭력 등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특히 더글로리가 제기한 학폭 문제는 세계 각국에서 이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못살던 시절에는 국책 드라마가 있었다. 1974년 “꽃피는 팔도강산”은 우리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알리고 국민적 참여를 유도하였다. 7-80년대 반공드라마로 “113수사본부”,”추적”이 있었다. 6.25 25주년 기념드라마인 “전우”도 3년간 방송된 인기드라마였다. 이제 정부가 드라마 방향성을 통제하던 그런 시절은 지났다. “전원일기”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1086회 방송된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한국기네스북에 올랐다. 농촌드라마의 효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연인’은 배우들의 열연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역사를 실감 나게 재현해 내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재미있게 보던 중 인상적인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전쟁이 일어나고 여인들만이 피난하던 중 은애는 만주 군에게 겁탈을 당할 뻔하는데 이 찰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길채는 가지고 있던 은장도로 만주군을 찔러 죽인다. “여인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하면 죽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잠시 적과 얼굴을 마주했다 해도 살 수가 있겠느냐”라고 받은 교육을 떠올리며 죽는 게 낫다고 절망하는 은애에게 길채는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라고 결연하게 말한다. 전쟁이 끝나고 정혼자인 연준이 은애에게 청혼하니 “나는 연준도련님의 각시가 될 자격이 없어,더럽혀진 몸이잖아”라며 한번 더 주저하는 은애를 설득하며 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하며 그 당시의 유교사회의 시선과 달리 혼인을 응원한다. 그 후 길채는 은애보다 더 심한 일을 당했지만 죽으려고 하지 않고 생명을 택하고 오히려 오랑캐에게 욕을 당했다고 치욕으로 우물에 빠져 죽으려는 여인도 구해낸다. 수치심은 거부되고, 조롱당하고, 노출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통스러운 정서를 가
LH사태로 일컬어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부동산투기를 폭로한지 2년이 지났다. 당시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수많은 제보를 통해 LH임직원 뿐만아니라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졌다. 아직도 법원에서 형사재판이 진행중인 것도 있다. 이른바 LH사태로 인해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도시개발법,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국회법, 공직자윤리법, 농지법 등 7가지 이상의 법률들이 개정되기도 했다. 공직자,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내부통제가 강화되고, 우리사회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감시제도가 강화된 점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LH사태 해결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농지법 개정이 과연 타당했는지. 당시 제도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것들이 LH사태에서 혁신 내지 개혁의 주체라고 한 대다수 LH내부 구성원들이 수긍할만한 내용인지를 반문할 시간이다. 농지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이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과연 경자유전의 원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 논란이 있다. 설령 경자유전의 원칙을 고수한다고 해도, 지난 LH사태로 촉발된 농지법 개정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즉 경자유전의 원칙대로라면, 농사를
지난 여름, 일본 오사카에 갔다. 인천공항 출입 땐, 우리의 과학기술 덕택에 빠르게 통과했다. 고품질 서비스를 피부로 느꼈다. 간사이공항 출입 땐, 입국과 출국에 각각 두세 시간은 걸렸다. 일본은 아날로그 나라에 불과하다는 ‘국뽕’에 취했다. 잠시였다. 오사카 맛 집을 순회하면서 ‘부심’은 일그러졌다. 작은 식당, 큰 식당이든, 입장대기에서 주문에 이르기까지 첨단 IT기술이 활용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테이블 오더기가 일본에선 거의 모든 식당에 설치됐다. 인간의 편안한 생활은 정신영역을 차치하면, 과학기술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과학기술의 주도 없인 국민 생활의 발전과 도약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있는가. 자만하고 있지 않은가. 수능 1등부터 차례대로 전국의 의대(의치한약수) 지원 후, 서울대 공대를 간다는 세태. 우리에게 발전적인 미래가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와중에 정부는 R&D 예산을 삭감했다. 지난 17일부터 3일 간은 ‘정부24’ 행정전산망이 셧다운 되기도 했다. 정책과 행정은 화이트아웃(시야, 방향감각 상실) 상황이다. R&D
감 참 좋아한다. 특히 홍시(紅柿). 조계사 경내에 있는 까페 ‘나무’의 홍시 쥬스, 일품이다. 지인들과 거기 앉아 한 잔 씩 하면, 소통도 참 잘 된다. 그 높은 값의 평화, 늘 홍시가 가져다준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지난 주 젊은이들에게 '맹자'를 강의했다. 스물 다섯 살 복학생의 그 뜨거웠던 여름방학, 선풍기도 없는 강의실에서 공부했던 맹자원전 강독의 감동은 30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 감동, 앞으로 30년 또한 변함없이 이어지길 빈다. 스물 다섯 전후의 젊은이들과 함께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아버지’ 맹자(孟子)를 읽고 토론한 후, 몇 마디 보탰다. "하늘높이 달려 있는 저 홍시가 仁이다." 따지 않고, 까치의 밥으로 놓아둔 조상들의 그 인자한 가슴은 눈물겹다. 언제나 뭉클하다. 철학적이다. 이 무한 우주의 운행 안에서 그 보다 더한 어진 마음 어디서 또 접한단 말인가. '대지(大地)'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故 펄 벅 여사가 방한하여 경주에 갔었다. 천년 古都 여기저기를 돌아댕기다가 높이 달려 있는 홍시를 보고서는 “따기 힘들어서 그냥 둔 거냐?”고 물었다 한다. 1960년이었다. 당시 수행했던 젊은 기자(故 이규태 선생)가 “겨울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