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는 인간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필수적으로 여기는 본성을 말한다. 사회적 관계는 안정감, 소속감,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정신 건강을 높여 준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과의 교류가 없으면 고독해지거나 삶의 즐거움과 의미가 줄어들게 된다. 즉 사람에게는 대화를 나눌 상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동창회나 동우회 등 한두 개 이상의 각종 모임을 지니고 있다. 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특히 마음을 터놓고 진솔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상대가 절실해진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불렸던 모씨가 어느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남겨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때 썩 성공적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남들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개인적 삶은 자신이 기대했던 만큼 풍성하지를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을 존경하고 의례적인 대화를 나눌 사람들은 차고 넘쳤지만, 정작 자신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상대 혹은 실없는 수다를 떨 상대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이런저런 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한 것은 ‘성복회’라는 이름을 가진 모임이 3개나 된다는 점이다. 성복회란 이름은 물론 우리가 만나는 장소인 신분당선 성복역에서 따왔다. 사실 성복역은 수지 지역에 새로 들어선 대형 쇼핑몰인 롯데몰과 연결되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만남의 장소로 애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름을 붙인 성복회는 ‘성공한 사람, 그리고 복을 받은 사람들’이란 뜻도 가진다.
우리가 성복회를 결성하기 전, 서울과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모임의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한 차례씩 돌아가며 모임을 가졌다. 이후 각 지역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여는데 가장 좋은 지역으로 선정되어 낙착된 곳이 바로 우리 동네이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가 살고 있는 용인 수지 지역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이사를 오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 이처럼 성복역 주변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모임의 명소가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무엇보다도 먹거리가 싸고 다양하다는 점이다. 사실 도농 복합도시인 용인은 오래전부터 향토색 짙은 음식이 다채롭게 존재해 왔다. 또 최근 들어서는 이름난 맛집과 카페들이 우후죽순 들어섬에 따라 이제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음식과 카페의 도시가 되어있다. 특히 성복역 부근 신봉동 일대는 가격대비 맛도 좋고 안락한 분위기를 지닌 소위 가성비가 높은 음식점들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음식점은 한정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일식과 피자집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이곳의 카페들은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거나 빵을 구워 내놓기에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또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야트막한 산기슭에 위치해 운치와 낭만이 넘친다는 점도 인기 있는 비결 중의 하나다. 실제로 고기리로 이어지는 신봉동 산기슭 일대는 음식문화 거리로 지정되어 있다.
3개의 성복회의 일정은 모두 12시경 성복역에서 만나 신봉동 골짜기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근처의 베이커리 카페(bakery café)로 자리를 옮겨가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물론 성복회가 있는 날이면 내가 차를 가지고 성복역에서 이들을 픽업해 점심 장소와 카페로 이동하는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우리 동네를 기꺼이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아주 작은 서비스에 불과하지만, 느끼게 되는 어떤 기쁨과 뿌듯함은 대단히 크다.
성복회 회원들은 옮겨 간 카페에서 본격적인 수다를 떤다. 이곳은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실내공간 장식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 항상 손님들로 꽉 차 있다. 수다의 주제는 다를 나이가 나이인 만큼 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건강 이야기가 대종을 이룬다. 정신없이 실없는 이야기를 꽃피운다 보면 어느덧 오후 서너 시가 되어있다. 그때면 우리는 슬슬 자리를 접고 일어난다. 그리고 나는 이들이 귀가하도록 다시 성복역으로 모시고 간다. 이렇게 해서 성복회의 하루는 끝이 난다. 다음 성복회가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