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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봐요] 한 해 끝자락, 희망을 만들자

 

천지는 쉼 없이 움직인다. ‘논어’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변함없이 운행하고, 만물은 여전히 낳고 자라니, 하늘은 무엇을 말하는가.”라고 말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세월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가기에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고, 끝이 좋으면 또 다른 시작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격동의 2025년도 저물어 간다. 누군가는 황혼빛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아픔과 슬픔이 짙게 묻어 있다. “미(美)는 우수(憂愁)와 함께 한다”는 존 키츠의 말처럼, 우리는 내면으로 젖어드는 숭고한 아픔과 회한으로 얼룩진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끝이 좋으면 또 다른 시작이 좋다

하지만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나이 먹음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거울 보고 늙음이 기뻐서(覽鏡喜老)’라는 시에서 그는 “늙지 않았다면 요절했을 것이고/ 요절하지 않았다면 노쇠해 마땅한 법/ 노쇠는 요절보다 나은 것/ 그 이치 의심할 나위 없네.”라고 말했던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다.

 

근래 크고 작은 송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묵은해를 정리하는 자리다. 하지만, 사실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음을 확인하려고 몸부림치는 자리라고 하겠다. 늘 쫓기듯 총총걸음으로 살지만 그럴수록 가슴은 더욱 허전하다.

 

스마트 폰 한 대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는 것처럼 첨단 문명의 이기(利器)를 마음껏 누리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군중 속의 고독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느 시대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온갖 문명의 혜택이 크고 다양하지만 가슴 속엔 언제나 허전한 강물이 흐르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에 사람들의 뒷모습에 드리워진 그늘은 길고 짙다.

 

그 이유와 해답은 무엇일까. 물질은 유한하고 욕망은 무한하다는 사실 앞에 겸허해야 한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고 타인과 물질을 비교해 소외감에 허우적거리는 일상의 연속을 단절해야 한다. 무의식중에 길들여진 속도와 성취욕에서 잠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이고, 세상을 조용히 관조하는 여유를 가지는 데서 작지만 뜻깊은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대자유’를 구가할 수 있으리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인격이 깊어 가는 일이다. 인격 완성은 자신의 욕심과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사변적이고 비판적이며 또한 분석적으로 접근해 그 정수를 다루는 데서 인격은 다듬어진다. 경험·지혜·지식·분별력·배려·경청 등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치들이다. 문제가 되는 건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방식이다. 세월의 변화를 불안과 원망 아닌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진정으로 풍요롭고 향기 나며 값진 공동선을 이루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삶의 고귀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의 기쁨이다.

 

따뜻함이 배어 있는 손길로 나눔 실천을

근래 송년회가 이어지고 있다. 경계할 사항은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되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飮酒不及亂)고 했잖은가. 민폐를 끼치고, 인상이 흐려질 수 있다. 공자가 “몸가짐이 흐트러질 정도까지 마시지는 않았다.(唯酒無量不及亂)”라고 했듯 절제했음을 할 수 있다.

 

세모(歲暮)다. 아쉬움이 가슴을 쓰리게 한다. 이루지 못한 계획들이 생각나서도 그러겠지만, 한 해가 가고 나이 들어간다는 회한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우주의 긴 시간에 비춰 볼 때 일 년은 찰나에 불과하고, 세상은 예전처럼 흘러가고 있다. 그래도, 무엇인가 이웃을 위해 베풀고 남겨야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나눔 실천이다. 베풂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따뜻함이 배어 있는 작은 손길에서 소외된 이웃들은 내일을 꿈꾸게 된다. 지구별에 사는 모두는 다 귀한 존재이기에 하는 말이다.

 

‘채근담’에 “천금으로도 일시적인 환심조차 사기 어려울 수 있고, 한 사발의 밥일지언정 평생토록 고맙게 여겨진다.(千金難結一時之歡 一飯竟致終身之感)”는 가르침은 우리 가슴에 울림이 크다. 귀하고 많음이 아니라, 정성의 문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 함께 새 희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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