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시사주관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기회’, ‘김정은 위원장은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이 있는 사람’ 등의 표현을 써가며 남은 기간 남북대화 재개 및 관계복원에 대한 의지를 내 보이면서 간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호소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은 자강력,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대화도 도발도 하지 않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북한의 문을 열 수 있을지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북한은 200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의 추억과 2009년 3월 하노이 회담의 노딜 교훈을 곱씹으며 남한의 중재자로서의 한계와 미국에 대한 불신, 좀 거칠게 표현하면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것이 북한의 현재의 심정일 것이다. 집권초기 꿈 많던 문재인 정부, 제6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로 인한 곤혹스러움, 북한선수단 평창올림픽 참가로의 대반전, 그리고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특히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의 평양시민 15만 명 앞에서의 연설과 남북정상의 백두산 동반 등정에서는 남북공동체 실현이 눈앞에 와 있는 듯했다.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여야 정치권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종착점으로 놓고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군요. 야속하게도, 품격 있는 선거는커녕 대선주자들과 각 정당은 기습적으로 상대방 쓰레기통 걷어찰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심한 양상입니다. 어째 이번에도 퇴행적 진흙탕 드잡이 구태가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네요. ‘X파일’ 논쟁과 ‘색깔론’이 영락없이 정치무대에 맨 먼저 등장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가 흔들어댄,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라는 문건을 두고 정치꾼들끼리 한바탕 험구 난타전을 주고받았군요. 언제나 그렇듯이, 허접한 마타도어는 ‘검증’이라는 거창한 명분의 외피를 쓰고 등장합니다. 후안무치한 이중잣대가 횡행하기 시작했네요. 나의 언행은 ‘검증’과 ‘해명’이라고 우기고, 상대의 주장은 ‘모함’과 ‘변명’이라고 몰아칩니다. ‘증거조작’마저 불사하는 더러운 게임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왕의 눈을 가로막거나 은밀히 짜고서 벌인 만행의 역사는 드물지 않지요. 때아닌 ‘점령군’-‘해방군’ 논쟁이 불거졌군요.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해방 이후 이 남한에 온 미군을 ‘점령군’이라며 “친
약속한 사람을 만나러 가기 위해 시내버스에 올랐다. 운전사 뒷좌석에 앉았다. 버스가 모래내 시장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마지막 손님으로 30대 중반 나이의 여인이 올라왔다. 그녀가 신용카드를 체크하는 기계에 대니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다시 다른 카드를 꺼내 기계에 댔다. 기계는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고 나무라듯 말했다. 당황한 여인의 얼굴에는 놀라움의 그늘이 짙게 깔렸다. 그녀는 기사에게 조금 있다 계산하겠다고 말하고 나의 뒷좌석으로 가 앉았다. 그냥 보기엔 여유 있는 가정의 부인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적당히 생활하며 지내는 모습도 아니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다시 기계 곁으로 가서 카드를 댔다. 또 실패였다. ‘내 카드를 줄까. 안 받는다면!’ 잠시 망설이다 선뜻 카드를 내밀었다. 눈으로는 꼭 받으라는 사인을 보내면서. 그녀는 내 카드를 받아 기계에 댔다. 기계는 또 ‘조금 전 사용한 카드입니다.’라고 딴소리를 했다. 기사가 재빨리 어딘가를 손대니 그때서야 받아들였다. 여인은 한숨을 쉬더니 내게 카드를 돌려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뒷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약속한 사람을 만나 추어탕을 먹기로 했다. 식대는
39년 만의 7월 지각장마가 이례적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비를 뿌리며 시작됐다. 지난 5월 서울에서는 50년 만에 가장 많은 17일이나 비가 내렸고, 6월에도 전국적으로 사흘에 하루꼴로 비가 내렸다. 이번 여름 장마는 늦게 왔지만 초반부터 강풍을 동반하며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과학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지만 날씨는 해마다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는 최근 ‘열 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나며 최고기온이 섭씨 40~50도에 이르고 특히 캐나다에서는 살인적인 더위로 일주일 새 700여 명이 돌연사했다. 동토(凍土) 시베리아도 30도가 넘어가며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올 2월 ‘사막의 땅’ 미국 텍사스에서는 3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발생해 반도체 대란 등 세계 경제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우리는 지난해 여름 54일이라는 사상 최장기 장마 기록을 세우고 섬진강·영산강 등에서는 수백년 만의 국지성 호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46명이 사망했고,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곳이 무려 1만 6000여 곳에 이르며 아직도 4분의 1 정도는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모든 지구촌이 기후재난에 노출돼 있다. 기존의 땜질식이나
자신의 허물을 알고 있는 자만이 남의 허물에 너그럽다. 아들딸들아! 만약 누군가가 너희를 모욕하는 말을 하거든, 아랑곳도 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마라. 그러나 만약 너희가 남을 모욕하는 말을 하였다면 “우리가 못할 말이라도 했단 말이냐? 아무 일도 아니지 않은가?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양심을 속여서는 안 된다.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며, 너희들 자신의 기도나 친구의 중재에 의해 너희가 모욕한 자와 완전한 화해를 이룰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탈무드) 깊은 강은 돌을 던져도 조용하다. 모욕을 당했을 때 몹시 흥분하는 사람의 마음은 강이 아닌 웅덩이다. 우리는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자. 살이 타서 재가 되기 전에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참회하자. (사디) 어리석은 사람의 말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은 침묵이다. 우리가 대답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모욕으로 모욕을 갚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장작을 던지는 것과 같다. 자신을 모욕한 자에게 평온한 얼굴로 대하는 자는, 그것으로 이미 상대방을 극복한 것이다. 마호메트와 알리는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났는
며칠 전 지인을 따라 서울 중심가의 음식점을 다녀왔다. 빌딩 숲이 아닌 제법 한적한 장소에 있었고, 그 규모 또한 제법 컸다. 천장이 유리로 뚫려있어 자연 채광이 아주 좋았고, 층고도 꽤 높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던 중, 한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봤을 법한 흰 벽과 조명 스탠드가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이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원래 사진가로 스튜디오로 사용하던 장소였는데 업종을 변경했다고 한다.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광고 사진을 만들어내던 장소는 이제 음식점으로 바뀐 것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토키나(Photokina)에 대하여 들어봤을 것이다. 포토키나는 1950년의 첫 개최를 시작으로, 독일 쾰른메세(Koelnmesse)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사진과 영상기기 전시회이다. 수십 년간 각 관련 업체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최신 제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알렸다. 2018년까지는 2년 주기로 9월에 열렸는데, 2019년부터는 매년 5월에 개최를 예정했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 산업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고, 그 변화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올해 초 포토키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새치네는 이북의 함경도 방언으로 아주 작은 민물고기이다. 까나리처럼 작고 반짝이는 몸통을 가지고 있다. 다른 민물고기와 같이 그물에 잡혀도 유별나게 팔딱여서 새치네이다. 어떤 사람들은 새치네를 ‘쫑개’ 또는 ‘미꾸라지’라고도 한다. 제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이것을 일컬어 보양식 ‘새치네 탕’이라 한다. 삼복이 시작되면 농촌에서는 작은 수로나 논밭의 물꼬에 된장을 밑밥으로 통발을 놓는다. 반나절이면 작은 것들이 오글오글 통발에 들어선다. 그물로 늪지나 강변에서 잡기도 한다. 7월에 잡는 새치네는 아주 작다. 가을이면 몸집도 커져서 내장을 갈라야 하지만 적기에 잡은 새치네는 이물질을 토하게 하고 그대로 요리한다. 생명력이 강한 이것이 소금을 치고 그릇의 뚜껑을 덮으면 세차게 뛰어올라 팔딱이는데 그 소리가 흡사 굵은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큼 요란하다. 튀어 나는 힘이 강해 뚜껑을 열고 마당으로 도주하는 것들도 있다. 새치네 탕의 묘미는 재료에 있다. 노란 금테가 있는 새치네가 맛있다. 논을 헤집고 다니는 붕어나 버들치도 잡히는데 작고 팔딱이는 것들이 많아야 국물 맛이 제대로 난다. 7월이면 햇감자도 있고 호박도 먹기 좋게 자란 때이다. 고추도 쑥
지난 1일 국회는 교육부의 권한 중 교육의 중장기 비전 및 국가교육과정 수립권한을 국가교육위로 이관한 국가교육위법을 통과시켰다. 국가교육위는 준비기간 1년을 거쳐 내년 7월 공식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의 으뜸 역할은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협의를 활성화해서 중장기 교육비전과 정책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 신설될 국가교육위가 과연 약속만큼 독립성과 전문성,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입법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가교육위 구성에서 정부여당 몫이 과반수다. 위원 임기가 대통령 임기보다 짧은 3년에 지나지 않고 연임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국가교육위가 과연 초정권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위원장 외에 상임위원은 2인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18명의 비상임위원을 포함해서 총 21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과연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1인당 5분씩만 발언해도 2시간이 후딱 지나기 때문이다. 셋째, 통상적인 방식에 따라 사무처가 구성될 경우 업무수행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과 책무성이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승진을 노리는 일반직 공무원이 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