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바 닥 박 준 영 이 몸이 나야 땀 냄새가 난다 남의 말이나 받아 적고 남의 글에 밑줄이나 짜아악 오늘도 삶은 계란 하나를 올려놓고 우주를 그려보라니 나는 4B 연필로 머리를 깎고 스님은 계란을 깨뜨려 허기진 배를 색으로 칠한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얀 발바닥 발바닥 검은 발바닥 박준영 1940년 진주출생, 1998년 김규동 시인 추천으로 한국문학 등단. 단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 외 시집 다수. 한국문협의 한국문학백년상, 시와세계 작품상 외 다수 수상, 만화영화 주제가 40여 편 작사, TBC, KBSTV 제작본부장, KBS미디어 사장, SBS전무 편성 제작 본부장,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국악방송 사장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코로나19 창궐의 현장에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역학조사관, 보건소 공무원 등 의료진과 현장대응팀 10명 중 7명(69.7%)이 울분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7월 21일부터 29일까지 의료·현장대응팀 621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2차 위험인식조사 결과다. 코로나19 영웅들인 의료·현장대응팀의 사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치료·방역 인력의 업무 지속 의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나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한 내게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질문의 긍정적 답변은 76.8%였다. 지난 6월 1차 조사 때는 83.4%였다.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내가 맡은 업무를 할 것이다’에서의 긍정응답은 75.0%였는데 역시 1차 조사(77.0%)때 보다 약간 하락했다. 우리 정부와 의료·현장대응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코로나19 대처를 하고 있어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의 유명 언론과 보건관련 기관들이 칭찬하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방법은 선진화된 의료대응 시스템을 기
한때 화제가 됐었던 책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잠깐 동안 고민에 빠졌었다. 90년대 생들은 긴 글과 골치 아픈 글을 기피한다는 대목에서였다. 독자들이 점점 더 진지한 글을 읽지 않게 되면 직업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90년대 생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발랄한 문체를 구사해야 할까. 문체야 그렇다 치고 주제 자체가 진지한 경우는 어떤가. 잠깐 동안이지만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들이 진지한 글을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너무나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천성이 워낙 진지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몸 담고 있는 비평이란 분야 자체도 진지하다. 이런 유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점점 더 설자리가 없겠구나 싶어 애통한 기분이 잠깐 들었었는데, 뭐 이런 유의 글이 인기 없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니까, 그냥 고민을 접어두기로 했다. 글을 쓰는 이들은 시대에 민감한 편이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시대와 동떨어져 보이는 것들에도 매달려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역사와 과거를 더듬어야 하고 수많은 개념들과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왜 이 먼 곳까지 왔는지, 현실로부터 시작한 고민이 어찌하여 이처럼 먼 곳으로 나를 이끌었
올해부터 교실에서 하는 루틴이 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날 마지막 교시에 다 함께 감사일기를 쓴다.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서 수업받느라 고생한 반 친구들에게 힐링할 시간을 주고, 나도 교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본다. 오늘을 복기하며 한 템포 끊고 소란스러운 정신을 붙잡는다. 알림장을 쓰기 전 10분 동안 끼적이는데 고요한 가운데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듣기에 좋다. 단어는 감사 ‘일기’지만 실제로는 하루 동안 감사한 일이나 스스로 칭찬할만한 자신의 모습을 세 가지 정도 찾아서 작성한다. 감사일기를 적는 아이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금세 쓰고 쉬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하다가 전에 썼던 내용을 커닝하며 분량을 채우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그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이도 있다. 처음에 감사한 일 찾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들 많이 나아졌다. 글쓰기가 끝나면 제일 먼저 내가 발표한다. 내 감사일기에는 대체로 날씨의 모습이 들어간다. 맑으면 맑은 대로 청량해서, 흐리면 운치가 있어서, 비가 오면 흙냄새와 살아나는 초록이들이 예뻐 보여서 감사하다는 내용들이다. 처음에는 날씨에 시큰둥하던 아이들도…
느닷없이 소설이 여러 날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국회에서 한 의원의 발언을 듣던 한 장관이 ‘소설 쓰고’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의 말에 대해 한 소설가 단체가 항의성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 대해 네티즌들은 ‘소설이 너희들 것이냐’는 댓글을 달았다. 뒤이어 다른 한 의원이 그 장관을 향해 ‘소설 잘 읽었다’고 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성명을 발표했던 소설가단체를 향해 이번에는 왜 성명을 발표하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소설을 둘러싼 이 느닷없는 소란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그 의원으로서야 쓰기가 쉽지 않은 소설까지 한 편 썼다고 한 장관의 말에 불쾌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한 문학단체가 왜 발끈했을까. 소설이 아닌 것을 소설이라고 해서 소설가들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여긴 것이다. 그 소설가 단체는 허구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서사 장르가 소설인데 이 장관이 터무니없는 거짓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소설로 격상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소설가단체의 성명에 가장 발끈해야 할 사람은 ‘소설을 쓰고’ 있는 것으로 지목당한 의원이었을까, 아니면 그 의원을 향해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한 장관일까. 서사창작은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1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민간단체들이 주동이 되어 매년 6·15일과 8·15일 남북의 민간단체대표들이 함께 모여 남북정상의 615공동선언과 광복절을 기리기 위해 기념식을 갖고 종교·문화예술·여성·노동 등 각 분야별 소모임, 그리고 남북예술공연, 연회, 참관 등 남북주민들의 만남을 통해 분단 이후 각각의 삶속에서 벌어진 차이를 확인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는 새로운 문화 창조의 가능성 모색 등 남북재통합을 위한 사전 준비 모임 성격으로 매년 남과 북을 교차 방문하면서 개최한 경험이 있다. 통일부 직원으로 이 행사의 지원을 위해 참여했던 경험과 느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남·북간 다시 만남을 소망해 본다. 사실 남북 민간단체의 모임성격이라지만 북은 반관반민단체 즉 노동당 내 통일전선사업부 멤버들과 그 산하 외곽단체 회원들의 참여고, 우리측은 민족화해협의회와 7대 종단, 통일연대 등 순수민간 시민단체들이 참여한다. 그래서 일부 보수인사들은 우리측 진보진영 시민단체인사들이 북한정권에 이용되는 문제가 많은 행사로 비판도 했지만 직접 참여하여 관찰해 본 나의 생각으로는, 오히려 북측의 의도가 어떻든 북측 참여인사들은 우리측 민간단체 참여자들의…
미래통합당의 변신 용틀임이 심상치 않다. 지지율 반등에 즈음하여 내놓은 총선백서, 새 강령 방향 발표, 호남에 대한 구애 등 종래에 보기 드문 과감한 혁신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 반등 자체가 통합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집권당의 입법독주 등 오만한 국정 운영에 대한 반사이익이라는 성격이 강한 만큼 성공을 장담하긴 이르다. 특히 ‘탄핵 사과’, ‘호남 구애’는 ‘정치 공학’ 의심을 온전히 뚫고 ‘진정성’을 입증해야 비로소 성과를 거둘 것이다. 1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은 36.5%를 기록해 더불어민주당의 33.4%를 넘어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보수 정당 계열(새누리당·자유한국당·통합당)이 민주당 지지율을 누른 첫 결과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날로 가팔라지는 부정적 여론에 더해 통합당의 ‘좌클릭’ 정책 추진 등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중도층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지지율 역전의 핵심요인이다. 중도층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전주보다 0.7%포인트 하락한 30.8%를 기록했다. 반면 통합당은 2.2%포인트 상승한 39.6%를 각각 기록했다. 격차는 8.8%포인트다. 윤곽
올 여름은 지구온난화 탓인지 오랫동안 많은 비로 피해가 속출하고, 소멸됐지만 태풍 장미까지 영향을 미치며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예상되는 태풍은 보통 위도 5도 이상의 열대 해상에서 더운 공기와 찬공기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태풍이 따뜻한 해역을 지나면 대량의 수증기를 빨아들여 위력이 어른처럼 성장하게 돼 많은 피해를 주게된다. 반대로 차가운 바닷물이나 수증기를 흡수할 수 없는 육지에 오르면 힘을 잃는다. 처음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씨앗이 추가로 에너지를 공급받느냐 여부에 따라 태풍의 일생이 결정되는 것이다. 민심도 태풍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백성의 삶이 좋아지고 평안하면 중국 요순시대 한 노인의 행복한 독백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고, 밭 갈아 먹고 우물 파서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나한테 무슨 소용인가(日出而作 日入而息, 耕田而食 鑿井而飮, 帝力何有于我哉)”처럼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어 사회적 갈등이 노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생활이 여의치 않아지면 갈등의 씨앗이 똬리를 틀게 되고 어떤 계기를 만나면 민심이 사납게 분출한다. 이명박 정부 1년차인 2008년 미국산 소고기광우병 사태가 지금도 생생하
그대 그 자리에서 그렇게 - 국회에서 - 이 승 하 그대 다만 그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말 속에 때가 묻어 있고 피가 얼핏 보인다 구설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파랗게 질린 하늘 하늘도 그대 구해줄 수가 없다는데 왜 마이크를 잡고서 감히 놓지 않고 약력 1960년 경북 의성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예수ㆍ폭력’ 등. 평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마지막 선비 최익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등. 들소리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실로 충격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에 대한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그동안의 추문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야만의 역사에 희생된 위안부 할머니들이 노후에도 엉뚱한 이들의 잇속 챙기는 앵벌이에 이용만 당하고 있었다니 분노가 절로 치민다. 한동안 세상의 치를 떨게 한 정의기억연대 의혹을 비롯해 이 비정한 부조리는 전수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은 11일 나눔의 집 운영실태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나눔의집을 운영해온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88억 원 상당의 관련 후원금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땅을 사는 데 쓰거나 건물을 짓기 위한 자금으로 쌓아뒀고,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집 양로시설로 보낸 돈은 고작 후원금의 2.3%인 2억 원뿐이었다. 이 자금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해 직접 사용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됐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뿐만이 아니다. 나눔의집에서는 할머니들에게 “갖다 버린다”거나 “혼나봐야 한다”는 등 수시로 언어폭력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