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저 놈이 어질어 빠져 가지고 어느 짝에 써 먹겠노?” 소싯적에 어머니로부터 가끔씩 듣던 말이다. 매사에 모질지 못하고, 맺고 끊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들을 핀잔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시간이 흐른 후 유가(儒家)사상의 본질을 접하고 나서 이 말이 칭찬에 가까운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가는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덕목으로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5가지를 핵심적 가르침으로 전한다. 공자는 인을 중시했다. 주자(朱子)는 ‘논어혹문(論語或問)’에서 “인이라는 것은 오상(五常)의 첫 번째이며 나머지 넷을 포함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곧 인의예지신은 넓은 의미의 인에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유가 중심의 동양사상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인이다. 조선은 새 왕조를 새우고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해 뜨는 동쪽 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으로 써 붙였다. 인의 진수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취지에도 나오는데. 조선의 글자가 중국과 달라서 발생하는 백성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내 이를 어엿비 너겨” 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우리 마음속에 대대로 전승되어온 핵심가치가 곧 인이다. 최근의 정치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지지대를 떼어내며 /장병천 마침내 그대는 길을 건너고 나는 지상을 떠멘다 그대가 내려놓는 세상은 가볍기만 해서 바람 없이도 수만 번도 날 수 있을 테고 너끈히 부러진 날개를 고쳐 메고 다시 가장 높은 하늘 한 바퀴쯤 넉넉히 돌 것이다 바라만 보던 중턱쯤에 키를 맞출 것이다 영영 결별을 선언할 것이리라 너를 묶었던 내 마음도 떨어져 나갈 것이리라 묶인 자리 패인 상처들도 제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는 도무지 아침이 멀기만 하다 그대의 품에서 청의가 빛날 때 낮은 곳에서 부르는 내 노래는 싱그럽다 하나 둘 넘어졌던 걸음들이 일어설 때 나는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이리라 주섬주섬 앉은 자리를 치워줘야 할 것이다 함께 휘거나 꺾이거나 넘어졌던 마음들도 ■ 장병천 1959년 충북 괴산출생, ‘창조문학’, ‘동양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비존재’ 동인, 충남문학상, 창조문학상 수상, 시집 ‘한번은 나부끼는 바람이고 싶다’ 외 5권, 충남 아산 설화고등학교 교사.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30원(1.5%) 오른 시급 기준 8천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최저임금 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정된 인상률에 대해서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 모두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일률 적용하는 방식의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모순투성이이고, 결정 구조 또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의 최저임금제도는 업종이나 기업의 규모, 지역에 구분 없이 일괄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말하자면 체급이 다르고 종목이 다른 모든 선수를 한꺼번에 운동장에 집어넣고 경기를 시키는 불공정한 게임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일본·프랑스·영국 등 외국의 경우, 이런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지역경제 사정을 고려해 A·B·C·D등급으로 최저임금을 달리한다. 우리의 최저임금법 제4조(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 여당과 노동계는 ‘어느 지역과 업종은 저임금’이라는 낙인효과를 거부 이유로 들고 있지만, 외국 사례
경기도의회 이창균 의원(더불어민주당·남양주5)이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밝힌 입장에 공감하는 도민들이 많을 것이다. 이 의원은 13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훼손지 정비사업’이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훼손지 정비사업은 그린벨트에서 동·식물 관련시설로 허가를 얻은 후 창고 등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인 토지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물류창고로 용도변경을 해 주는 사업이다. 이행 강제금 부과를 유예하는 대신 훼손된 토지 중 최소 30% 이상을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 채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효하다. 하지만 자체부지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은 토지소유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추진절차와 환경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규정 등으로 도내에서 훼손지 정비사업 신청을 한 토지소유주는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법을 만든 국토부나 준비를 하지 않은 지방정부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시대적 환경여건에 맞게 재설정 돼야한다. 이의원의 주장처럼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들은 대부분 열악한 소규모 토지주들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당해 왔다. 이 의원은 “현재 경기도 내
100세 백선엽 장군아 타계했다. 장군의 장남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이나 대전이나 다 대한민국 땅이고 둘 다 현충원”이라며 “아버지가 지난해 건강했을 때 이미 대전에 안장되는 것으로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백선엽 장군과 함께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워커 중장은 1950년 8월 1일 ‘워커라인’이라는 낙동강방어선을 설치했다.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Stand or Die!’ 비장한 명령을 내렸다. 낙동강전선을 죽음으로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인 것이다.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시 낙동강방어선에서 다부동을 사수하여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6·25전쟁 영웅이다. 백선엽 장군을 대전현충원에 모셨다. 다부동 참전용사 4명과 육군 장병 4명이 칠곡 다부동 등 백 장군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 8곳에서 가져온 흙을 뿌렸다고 한다. 의미있는 일이다. 백 장군은 생전 “전사한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유지와 함께 다부동, 문산 파평산, 파주 봉일천 등 이른바 8대 격전지의 지도를 그려 전쟁기념관 관계자 등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모든 이에게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사명이 있다고 본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강제구 소령은 훈
화분 연대기 /안명옥 화분 하나 오래 놓였던 자리 자국이 남아 있다 새 화분을 들이고 한 구석으로 밀려났던 화분 내버려둔 시간 동안 저 홀로 견디며 큰 잎사귀에 가려져 그늘을 품고 산 화분 이제 때가 된 거야 음악처럼 중얼거리며 들어보니 화분이 가벼워졌다 힘들던 시간 네가 없었더라면 집은 사막과 같았을 거야 누군가를 기다리던 뒷모습을 닮은 한 존재가 그렇게 떠나갔다 꽃 피우던 시절을 기억하는 한 우린 늙지 않는 것 자꾸 베란다가 허전해 서성거린다 지는 잎들이 바닥에 흥건하다 ■ 안명옥 1964년 화성 출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시와시학’ 제1회 전국 신춘문예, 시집으로 ‘칼’과 ‘뜨거운 자작나무숲’ ‘콤한 호흡’ 출간. 서사시집 ‘소서노召西奴’, 장편 서사시집 ‘나, 진성은 신라의 왕이다’, 창작동화 ‘강감찬과 납작코 오빛나’, 동화 ‘금방울전’, ‘파한집과 보한집’, 역사동화 ‘고려사’ 등이 있고 성균문학상, 바움문학상, 만해시인상, 김구용문학상 등 수상.
“그게, 솔직히 모르는 것도 많고 도움 요청드릴 일이 많다 보니 괜히 폐가 될 것 같아서요.” 얼마 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조카가 필자에게 경험담을 얘기한다. 줄곧 회계업무만 보다가 단독으로 기획일이 맡겨지니 뭐가 뭔지 몰라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혼자 해보려 끙끙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직장과 사회의 현장에서의 변화와 혁신은 실행력을 담보하지만, 실행력은 현장에서의 질문과 요청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즉,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면서 함께 알아가고 그것을 실행시켜가고, 그것이 곧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힘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많은 직장인들이 동료들과 선배들에게 질문이나 요청하는 것을 여전히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큼은 스스로가 해내는 주도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주도적이라는 의미를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오해를 하는 것일까.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과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기억하자. 진정 부끄러운 것은 알지 못하고 해내지 못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베사메 무초 몰라요? 백만송이 장미는요?” ‘월드 뮤직’을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몇 년 전, KBS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뮤직’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1위부터 5위까지를 보면, 베사메 무초, 포르 우나 카베자, 엘 콘도르 파사, 백만송이 장미, 크레네스(백학). 동영상을 튼다면 모두 흑백일 듯한 오래된 노래들이다. 그렇다고 월드뮤직이 나이든 이들만의 음악은 아니다. 에일리가 베사메 무초를 부르고 국카스텐 하현우가 백만송이 장미를 불러 히트시킨 예처럼 젊은 가수들이 끊임없이 그 먼 나라들의 옛노래를 다시 불러 히트시킨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베사메 무초’는 멕시코 노래로 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터로 가기 위해 헤어지는 연인들 사이에서 퍼지며 인기를 얻었다. 영어로 번역하면 ‘Kiss me much’ 즉 ‘키스를 많이 해주세요’라는 뜻이니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생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연인들의 애타는 심사에 불을 붙였다. 가사를 살짝 들여다볼까. ‘나에게 키스해줘요. 아주 많이 키스해줘요/ 마치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인 것처럼/ 나에게 키스해 줘요 아주 많이 키스해줘요/ 이 잠이 지나고 나서/ 당신을 잃게…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의 질타를 받는 중인 정부·여당이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잇달아 나오는 두더지 잡기식 정책들을 빗대어 ‘사지도, 팔지도, 살지도 말라더니 이젠 물려주지도 말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불거진다. 부동산 정책이 온통 ‘강남’만을 조급하게 시비하는 쪽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강남의 장점을 여러 곳으로 분산해 다수의 명품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귀가 솔깃해진다.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을 현행 주택가격의 1~4%에서 8~12%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6월부터는 2년 미만 단기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현행 40~42%에서 60~70%로 높아지고, 다주택자에 대한 10~20%의 양도세 중과세율도 20~30%로 올라간다. 다주택자 투기의 ‘우회로’로 거론되는 증여에 대해서도 증여 취득세 상향 조정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불로소득’인 부동산 시세차익에 대해 관용은 없다는 기조와 다주택을 이용해 소득을 추구하는 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재확인일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지금의 주
그동안 공동주택 경비 노동자에 대한 일부 입주민의 심각한 ‘갑질’ 행위가 잇따라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개정안을 최종 결정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은 2000년 경기도가 만든 공동주택 관리 또는 사용 기준 안으로써 각 아파트는 이 관리규약 준칙을 참조해 자체 관리규약을 만들고 있다. 경기도의 이번 개정안은 경비원, 미화원 등 공동주택 관리노동자에 대한 폭언·폭행 등 갑질 행위 금지를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명시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 제14조 업무방해 금지 등에 ‘관리주체, 입주자대표회의, 입주자 등은 공동주택 내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경비원, 미화원, 관리사무소 직원 등 근로자에게 폭언, 폭행,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개정된 준칙은 공동주택 단지에서 활용하며,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관리규약을 개정하게 된다. 최근 경비노동자들의 갑질 피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이 준칙 개정안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 알 수는 없다. 그나마 이제라도 바람직한 공동주택문화의 합리적 기준이 마련됐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