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위기로 시장경제와 기술산업 쪽에서 변화의 강력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재택근무와 원격노동을 더욱 쉽게 만들 사회연결망 서비스가 부상하고 있다. 생활의 혁신, 소비의 혁신, 시민사회의 혁신이 이러한 ‘접속’의 산업을 타고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다음으로, 보험과 안전 분야의 서비스가 꾸준히 발달하고 있다. 2014년 메르스와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사회는 공공영역에서 안전문제를 강조했다. 이를 받쳐주는 서비스군이 발전했다. 보장과 보안, 경호 등의 분야 서비스가 발전하고 일반 시민들이 소비하는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난으로 훼손된 것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기술, 이에 관련된 보험 서비스 등도 가시적인 변화를 보일 것이다. 핀테크, 블록체인을 비롯하여 공인, 보증에 관련된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으며, 금융거래, 공유경제 등에서 개인재산의 보장과 안전에 관련된 각종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게 된다. 한편으로,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생태환경에 관한 시민운동이 주류 사회운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시적 현상은 아니다. 이는 환경기술, 생태적 기술이라고 부르는 분야를 발전시키고 있다. 에너지, 바이오, 쓰레기저감, 보건, 의약 등을 아우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1천만 명 시대, 봉쇄조치를 완화한 국가들에서 재유행이 나타나는 등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방역에 대한 노력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 과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방역지침에 잘 따르고 있는지 사각지대를 찾기 위해 외국인 숙소를 방문했다. 외국인 남녀 20여 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에서 공동물품을 사용하며 숙식을 하고 있었는데 집에 있다는 인식 탓인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방역물품 지원이나 예방수칙 홍보물도 없었다. 그동안 정부에서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를 거듭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밀집장소는 무방비 상태였다. 그저 자신의 본국에 비해 안전하다는 K-방역만 믿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인원수를 감안한다면 이 외국인 숙소는 소모임에 준하는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함에도 누구하나 그러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또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10만 명, 그 중 불법체류 외국인은 44만 명으로 약 21%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확진 판명되어 치료받고 있다는 소식 또한 듣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 주변 음지에는 외국인이 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의미가
얼마 전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처음으로 초등학교 학생회장선거에 참여 한다며 “엄마! 나 누구를 학생회장으로 뽑아야 할지 모르겠어. 기호 1번 형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장 골대에 그물을 새로 설치해 준다고 해서 좋고, 기호 2번 누나는 운동장에 새로운 놀이기구를 설치해 준다고 해서 좋단 말이지”라고 하였다. 첫째 아이는 선거에 대한 긴장감과 설렘을 느끼며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어디에 행사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유권자가 될 아이에게 선거는 무엇이고 올바른 유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올해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만18세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줬다. 비록,만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에 대한 많은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나는 이번에 처음 선거에 참여한 새내기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꼼꼼히 비교하며 투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향후 실시하는 공직선거에서도 선거권이 있는 많은 학생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선거환경 변화에 맞춰 선거관리위원회나
골목은 집과 집이 돌아앉은 등뼈 같다. 깜깜한 밤, 돌아앉은 집의 온기는 담 안으로 고이고, 온기로부터 소외된 골목에 가로등 불빛만 서성인다. 서성이는 것들은 서성임으로 고독을 견디는 법이어서 멈추지 못하고 담을 따라 걷는다. 돈벌이에 지친 살림살이가 좁은 담과 담 사이를 따라 길이 되어 흐른다. 돌아앉은 등뼈와 등뼈 사이에서 기도할 의미조차 상실한 길이 고개를 수그린다. 골목길이 꾸부정 걷는다. 반듯하게 걸을 수 없어서 골목길이 내뱉는 숨소리는 고달프다. 비틀리고 꾸부정한 골목길을 걸을 때, 걷는 것들의 어깨는 담과 담의 틈에 짓눌려 주눅이 든다. 내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떠날 때, 아버지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 한참 젊었다. 나보다 젊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건 암癌때문이었다. 위장에서 시작한 암은 췌장과 소장을 따라 번지다가 길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흩어진 암세포들은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멀쩡해야 할 정상세포를 차례로 죽였다. 세 번째로 수술대에 올랐을 때, 의사는 손을 쓰지 못하고 열었던 수술 부위를 그냥 덮었다. 마약성분이 첨가된 진통제를 처방 받았음에도 퇴원한 아버지는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 숨을 거둬들일…
지난주 록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영화 그리고 음악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No.1을 말하라면 주저 않고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 감독의 1985년작인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꼽는데, 이 영화뿐 아니라 또 다른 그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에서도 기본적으로 록 음악이라는 소재가 아주 중요한 매개로 사용된다.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면에서 보면 당시 록 음악이라는 것이 비중 있게 다뤄질만한 소재이기에, 이 시절을 묘사한 영화나 드라마에는 빈번히 등장해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시대를 반영한 록 음악 관련 영화들을 보다 보면 대부분의 영화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크고 작은 역할을 하는 집단이 있다. 그들은 바로 열성적으로 록 밴드의 공연장을 쫓아다니는 극성팬들을 말하는 ‘그루피(Groupie)’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낯선 단어이지만, 아이돌 팀들을 열심히 쫓아다니는 ‘오빠부대’ 혹은 ‘사생팬’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단체복과 풍선 그리고 커다란 망
염태영 수원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했다. 그리고 첫 관문인 예비경선을 통과, 내달 29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게 됐다. 염 시장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에서 지방정부 수장으로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다. 선출직 5명을 뽑는 본선에서는 염 시장과 함께 노웅래(4선·마포갑)·이원욱(3선·화성을)·김종민(재선·논산계룡금산)·소병훈(재선·경기광주)·신동근(재선·인천서을)·한병도(재선·익산을)·양향자(광주서을)의원 등이 올랐다. 그러나 재선의 이재정 의원(안양동안을)은 탈락됐다. 이의원은 그동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에다가 당 대변인까지 역임한 터여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기초정부 시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염 시장을 제외하곤 모두 현역 국회의원인데다 염 시장의 전국적인 지명도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본선에서 최고위원으로 뽑힌다면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첫 번째로 기록된다. 염 시장 전에도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2016년), 황명선 논산시장(2018년)이 최고위원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염 시장이 최고위원에 도전한 이유는 “지자체가 쌓은…
민주노총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안을 대의원대회 투표로 부결시켰다. 합의를 주도해온 김명환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애초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시작돼 어렵사리 도출된 합의안을 스스로 무산시켰다는 점에서 허탈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환난에 빠진 국가 경제를 배려하지 않고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노총이 갖는 국가 사회적 비중에 걸맞은 ‘책임감’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코로나19에 따른 노사 위기를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자며 ‘원 포인트’ 노사정 대화를 먼저 제안한 게 민노총이다. 지난 2017년 노사정 대화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며 당선된 김명환 위원장이기에 기대감도 컸다. 실제로 40여 일의 논의를 거쳐 최종 합의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합의안은 결국 민노총 내부 강경파의 반대로 파기됐고 협약식도 무산됐다. 민노총 강경파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합의안에 ‘해고 금지’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영계 요구로 ‘휴업수당 감액’이 들어갔는데 ‘해고 금지’는 빠지고 ‘고용유지’라는 추상적 요구로 대체됐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해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해고 금지’가 강
지금의 돈암서원에는 사계 김장생 선생 외에도 아들 신독재 김집과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도 함께 모셔져 있다. 김집은 김장생의 둘째 아들로 선조7년에 태어나 효종7년까지 살았던 인물이다. 아버지와 함께 예학의 기본체계를 완성한 인물로 송시열의 스승이기도 하다. 송시열은 김집과는 33년의 나이차가 있다. 송시열은 처음에는 김장생에게 예학을 배웠으나 김장생이 죽자 그의 아들 김집에게서 학문을 마쳤다. 송준길은 이이와 김장생으로부터 학문을 배웠으며 김집의 천거로 효종에게 발탁된 인물이다. 돈암서원에 배향된 네 분은 예학 이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학자로서는 최고의 명예라 할 수 있는 문묘에 배향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돈암서원은 네 분 선정(先正) 신(臣)을 모신 선정서원이기도 하다. 문묘에 배향된 대학자들을 논산 돈암서원에서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이 네 분이 함께 모셔져 있는 곳이 돈암서원의 제향공간인 숭례사이다. 숭례사는 양성당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돈암서원에서는 가장 높은 영역이다. 숭례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삼문을 통과해야 한다. 3단의 기단 위에 자리한 내삼문은 아주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보
소 김송포 소의 눈은 닫혀 있고 귀가 바깥을 향해 열려있고 입은 할 말이 있다 는 듯 포효의 자세로 꿈틀거린다 큰 눈으로 그려졌던 당신은 가까이 있어도 부를 수 없고 볼 수 없었다 말이 없는 것은 천성이라 했으나 혈육을 멀리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가로막고 있는 경계와 경계가 멀기만 하다 피로 맺어진 눈은 사잇길이다 눈동자를 대신해 꽃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버지 돌아가시자 바닥에 누워 저항하며 뿔을 휘젓던 간절함은 어데 가고 혈의 눈이 꽃가루에 휘날린다 김송포 1960년 전주에서 출생하였다. 2012년 ‘포항소재문학상’을 수상하고, 2013년 『시문학』에 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성남FM방송 라디오 문학전문프로 ‘김송포의 시향’을 14년차 진행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영어는 알파벳이 아니라 ‘room for rent’라는 관용어였다. ‘세 놓음’이라는 이 관용어는 기지촌에서는 흔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지촌에서 자랐는데 어느 집 대문에나 이 관용어가 붙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방이라도 있으면 세를 놓았다. 부대 안이 아니라 밖에서 지낼 수 있는 미군들이나 지역의 위락시설 등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세를 얻었다. 세를 얻은 여성들 중 상당수는 미군들과 살림을 차렸거나 드물게는 결혼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살았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 다섯 개를 세 주었는데, 우리 집은 빈방이 생기면 금방 사람이 들어왔다. 세가 잘 나간 편이었는데, 마당 한 가운데에 작은 정원이 있었고 믿지 못하겠지만 당시에는 구경하기 힘들었던 좌변기와 욕조가 있었던 덕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가족은 볼일을 보려면 집의 가장 어두침침한 곳으로 달려가야 했다. 화장실이 집의 구석자리에 있었던 때문이었다. 화장실로 가는 길이 어둠침침했고 골목을 밝히는 등이 없어서 어렸을 때는 밤이 무서워 아침까지 참았다가 볼일을 보곤 했다. 그런 집에 방마다 좌변기와 욕조를 놓아주었던 터라 미군들과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