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인의 관심과 집중을 끌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이다. 특히 국가적인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절제된 행동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전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더불어 지구촌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고, 또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일까? 바로 ‘예(禮)’가 아닐까 싶다. 이 ‘예(禮)’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예학(禮學)’이다. 논산의 돈암서원은 예학의 대가, 사계 김장생을 모신 곳이다. 사계 김장생 선생은 명종 3년(1548)부터 인조9년(1631)까지 83년의 생을 살았다. 12세의 나이에 송익필로부터 예학을 배우기 시작해 20세 무렵에는 이이의 제자가 되었다. 30대 이후에는 꾸준히 예학을 연구, 83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약 50여년간 이어졌다. 예학을 배우는 시기까지 더하면 거의 평생을 예학에 몸담았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예학연구는 국가의례를 비롯해 양반의 생활예절,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그의 연구 저술은 51권의 ‘사계전서’로
1989년 경기도청 기자실. K기자는 100자 원고지에 살살 내려쓴 후 팩스 보내고 데스크에 전화하면 끝이다. 그날 송고해야 할 기사를 자리에서, 소파에서 구상한 후 이제다 싶으면 자리에 앉아 세로면 100자 원고지에 초서처럼 내려쓴 후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팩스에 밀어 넣는다. 잠시 후 본사 지방부에 전화를 해서 도착여부만 확인하면 끝. 생각 2시간 기사작성 3분, 송고 2분이면 기사는 마무리다. 다른사 L기자는 원고지 200자에 오전 시간을 집중한다. 아침 10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앞으로 자신에게는 8시 반에 미리 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기사작성에 들어가 제공된 보도자료 위에 검정색으로 수정 가필한 후 읽어본다. 다시 100자 원고지에 옮겨적고 붉은색으로 가필한 후 청색으로 고치고 검정색으로 추가한다. 원고지 위에 교통지도, 도로망도가 그려진듯 복잡하고 글씨도 둥글둥글하다. 늘 바쁘신 L기자님은 점심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송고하러 가면 늘 팩스는 늘 만원이다. 약국 앞 마스크 구매 장사진이다. 소리소리 고래고래가 따로 없다. 전쟁이라도 터진 듯한 분위기다. 왜 바쁜 판에 팩스를 쓰느냐. 기존에 보내던 자료를 빼내고 자신의 원고를 보낸다. 왜 이리도 팩스
너 /이노나 바람이 몹시 불었다 나뭇가지가 휘청였다 햇살이 따라 흔들렸다 깃발은 위로 펄럭였다 구름이 빠르게 흩어졌다 어떤 것도 머무르지 않았다 어렵게 태어난 꽃송이가 아뜩히 날리고 있었다 그 위로 바람이 다시 불었다 그리고 끈질기게 꿈틀대는 숨을 보았다 바로, 여기 봄 깊은 뿌리로 돋는 네가 있었다 ■ 이노나 1969년 경남 마산 출생. 경북대학교 사법학과·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문창과 졸업. ‘연인’에 시 부문 등단(2012), ‘K-스토리’ 소설 부문 등단(2017). 시집 ‘마법 가게’.
“아악! 왜 이래요, 사장님! 아악! …사람 살려!” 마지막으로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가운을 막 교복으로 갈아입고 난 뒤였다. 탈의실로 쓰고 있는 주방 옆 작은 창고에서 나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잠시 황홀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무렵, 카페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누군가 뛰어들어와 윤희에게 달려들었다. 굵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박천수. 작은 도시 동천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시내 한복판 번화가에서 가장 큰 건물인 이 그랜드 빌딩 건물주의 아들이자 윤희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2층 카페 아프리카의 대표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일이 있다면서 초저녁에 일찍 카페를 나갔었다. 문을 닫으려는 가게에 다시 들어서는 박천수를 보자 윤희는 ‘뭐 잊어버리고 간 것 있으세요, 사장님?’하고 물어보려고 입을 막 열려는 참이었는데, 다짜고짜 와락 끌어안고 홀 바닥에 구른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박 사장을 떠밀면서 윤희는 다시 한번 외쳤다. “사장님! 아니, 아저씨! 이러지 마세요! 대체 왜 이래요?” 그러자 박천수가 윤희의 교복 상의를 거칠게 벗겨 내렸다. 투두둑 하고 단추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박천수가 덜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윤희야, 제발 좀 가만히…
어느 해 시월의 마지막 날 나와 아내는 무작정 공단에 와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3층 연립주택 반지하 단칸방이었다. 바로 앞집에서는 걸핏하면 부부 싸움이 벌어졌다. ‘살림살이가 깨지는 소리’ ‘악다구니 소리’ ‘울음소리’가 들썩거려 밤잠을 깨기 일쑤였다. 여름 날 선풍기 하나 겨우 숨을 헐떡거리며 돌아가는 지하방은 열대 정글처럼 습기가 많아 꿉꿉했고 하수구 냄새는 역류했고 숨이 턱턱 막혔다. 나는 철판을 굽히고 접는 공장에 다녔다. 그 회사 다니기 전에는 철판을 자르는 회사에 다니기도 했고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회사는 달라졌지만 작업복과 안전화는 바뀌지 않았다. 매달 받아든 누런 월급봉투의 무게는 병아리 눈물만큼 더해졌다. 아내 또한 옆 공단에서 전자부품공장에 다녔다. 둘은 부지런히 일했지만 예금통장의 잔고는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일은 힘들었고 공장에서 돌아오면 쓰러져 자기에 바빴다. 하루 종일 전자부품 검사를 하고 돌아온 아내의 얼굴은 늘 창백했다. 그래도 한 달에 딱 한번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겉봉투에 적힌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내밀 때는 내 얼굴이 밝았고 봉투를 받아드는 아내의 미소가 환했다. 그날은 외식을 하고 서점에 가서 책도 사고 영화를…
수원시와 고양시, 용인시, 경상남도 창원시 등 인구 100만 이상 4개 대도시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입법화에 적극 나섰다. 염태영·이재준·백군기·허성무 시장과 김진표(수원무)·심상정(고양시갑)·김민기(용인시을)·박완수(창원시의창구) 의원 등 4개 도시 지역구 국회의원 14명은 7일 국회에서 ‘4개 대도시 시장·국회의원 간담회’를 열고 전부개정안의 국회통과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들 4개 도시는 인구가 100만이 넘는 광역시급 대도시임에도 기초지자체에 속해 있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 2002년 4월 기초지방정부 중 처음으로 인구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인구 50만 기초지자체 조직규모’가 획일적으로 적용됐다. 행정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었다. 이는 시민들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수원시 인구는 123만명이었다. 광역시인 울산시 116만명 보다 많다. 하지만 공무원 수는 울산광역시 6천661명, 수원시 3천406명이다.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재정규모 역시 울산광역시 6조4천918억원, 수원시 2조9천120억원으로 절반도 안된다. 100만 기초 대도시 시민들은 복지 서비스도
인류 문명사에 헤브라이즘의 영향이 심대하였기에 BC, AD로 역사적 시기 구분을 한다. 21세기 역사는 세계적 펜데믹으로 BC(비포 코로나)와 AC(애프터 코로나)로 나눠도 이상하지 않다. 디지털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코로나와 함께 더 숙성되는 느낌이다. 소위 언택사회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시향은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하였고 지난 4월 방탄소년단은 유튜브를 통하여 온라인 콘서트(방방콘)를 열었다. 전 세계에서 2백만명이 실시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 온라인강의, 스트리밍을 통한 미디어소비가 확산되었다. 1990년대 빌게이츠는 “미래에도 금융은 필요하나 꼭 은행일 이유는 없다”라 하였다. 교육을 위해 꼭 학교에 가야하고, 소비를 위해 꼭 시장에 가야하고, 프로그램을 보기위해 방송사 채널을 틀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이러한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로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한 것은 미디어 산업이다. 넷플릭스는 2019년 12월 387만, 2020년 5월 637만의 이용자를 기록하였고 유료사용자는 328만 명으로 추정된다. 와이즈앱 조사에 의하면 올 4월 유료사용자의 카드 결제액이 439억 원으로 밝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한 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이 이뤄져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전국 대학생들이 교육부와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생들은 교육부와 대학에 등록금 반환과 학습권 침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대학은 재정난을 들어, 교육부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우리에게 불어 닥친 대학교육의 언컨택트(Uncontact: 비접촉) 시대는 집단생활을 하는 대학에 큰 변화와 부작용을 가져왔고, 코로나 이후에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많은 변화들이 정착되어, 포스트코로나 학교문화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 변화에 따라서 대학의 교육방법, 교육내용 등의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했으나, 그런 과감한 변화가 일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타의적으로, 강제적으로 대학의 교육 환경이 대면 교육에서 비대면 교육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측면에서 대학이 기업을 리드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화의 시대에 대학들은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향상하는
먼 곳 /박재화 낙타는 왜 석양으로 나아가는가 뒷걸음질 없이 고개를 추켜들고 눈 먼 세상 한복판을 묵묵히 가는가 무한 절대의 안팎을 품은 낙타의 등에 가만히 깃드는 달빛 서늘한 시간을 반추하며 나아가는 모래의 오롯한 혹 적막이 알을 품는다 낙타는 왜 다시 석양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염없이 가뭇없이 ■ 박재화 1951년 충북에서 출생. 대전고, 성균관대·성균관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 ‘도시(都市)의 말’, ‘우리 깊은 세상’, ‘전갈의 노래’, ‘먼지가 아름답다’ 등이 있음. 기독교문학상, 성균문학상, 다산금융상(茶山金融人賞)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