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 도동서원으로의 여행을 이어가보자. 보물 담장과 환주문을 지나면 도동서원의 강당 중정당이다. 중정당으로 들어서면 중정당 마당 한가운데 박석이 깔린 좁은 길이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길 끝자락에서 거북이를 만난다. 거북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길을 향해 앞만 바라본다. 이 길은 유생들이 함부로 지나다니는 못했을 길이다. 어쩌면 거북이는 이를 지키느라 두 눈을 부릅뜨고 엄숙하게 지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정당의 기단은 아주 독특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보통 건물의 기단은 사각형의 장대석들을 쌓아 올린 모습으로 네모반듯한 모습을 띤다. 하지만 중정당의 기단은 모양과 색깔이 모두 제각각이다. 흡사 테트리스 게임을 한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 기단의 돌들이 모두 각양각색일까? 이유는 유생들에게 있다. 도동서원에 기거할 유생들이 각자 고향에서 돌을 가져와서 서원을 건축하는데 뜻을 보탠 것이다. 즉 중정당은 유생들의 마음을 디딤돌 삼아 세워진 강학공간인 셈이다. 중정당의 기단에는 눈에 띄는 장식들이 있다. 첫째는 다람쥐모양의 세호이다. 세호는 조선의 왕릉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문양이다. 왕릉의 세호와는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 중정당의 세호
유년 시절 어느해 가을이었던가 시골 면소재지에 임시로 가설된 천막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에서 소림사의 무술승들이 화려한 권법으로 악당을 통쾌하게 쳐부수는 장면을 보며 환호했던 추억이 있다. 그때 본 소림권법은 너무도 멋지고 근사하여 중학교를 마친 겨울에 부모님 몰래 몇달 정도 쿵후 도장을 다닌 기억이 있다. 당랑권법은 청대 초기, 산동성 묵현(墨縣)의 반청복명(反淸復明)지사인 왕랑(王朗)에 의해 창시됐다고 하는데, 한때 한국에도 머문적 있고 이후 대만에서 무술을 전수했던 장상삼 노사(張詳三 老師)의 말을 인용해보면, “왕랑은 소림사에서 권법을 배웠으며 절을 떠나 수행 중 단통이라는 권법가와 겨루었다. 왕랑은 3일에 걸쳐 그와 싸워보았으나 이길 수가 없었다. 시합 후, 나무 아래에서 왕랑이 쉬고 있는데 매미 소리가 요란해 그쪽을 보니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해(당랑포선, 螳螂捕蟬) 나뭇가지를 주워 사마귀를 찔러 방해하자 매미는 도망가 버렸고, 사마귀는 나뭇가지를 향해 공격 태세를 취했다. 흠칫 놀란 왕랑은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찌르고 사마귀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양앞발을 자세히 보니, 때로는 오른쪽이 앞, 왼쪽이 뒤, 때로는 왼쪽이 앞, 오른쪽이 뒤였다. 한동안 지
인간은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미국 사회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이 같은 심리를 일찍이 ‘인지부조화’라 규정했다. 그는 ‘합리화에는 여러 가지 덫이 있다’고도 했다. 스스로 현실을 왜곡하고 자기 중심적 사고의 결과물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것도 그중 하나며 기억의 왜곡도 포함된다고 했다. 한 예로 잘못된 물품을 구매한 경우 어떻게든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는데 인지부조화의 일종이라고 한다. 자기 합리화 현상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사회학자들은 지적한다. 특히 성(性)과 관련한 사건 사고 발생시, 가해자로 지목됐을 경우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자 일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남성우월주의의 굴레를 씌워 정당성을 강조하거나, 심지어 ‘원인제공’이란 ‘아전인수’격 주장도 서슴지 않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물론 반대의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 만연된 남성들의 이러한 성관련 인지부조화로 인해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당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음지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억울함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미투’ 운동 덕분이다. 아울러 이 운동은 우리에게
노란 개나리가 가득하고 연분홍 철쭉이 유혹하는 따뜻한 봄이다.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국가적 재난사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것이 정지해 버린듯한 착각을 만들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상을 그리워하는,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런 국가적 비상시국에서 맞이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4월 11일)이라서 그런지 평소와 다른 생각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일제의 침략이 시작되던 그 시절에도 많은 사람들이 혹시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시대의 변화를 알지 못하던 많은 사람들은 총체적으로 위태로웠지만 늘 함께하던 이웃도 있었고, 언제나처럼 농사도 짓고 있었으니 설마하는 마음으로 그냥 평범한 일상일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편함이 있었고 위태로움이 있었으나 망설이면서 시간은 흐르고 힘이 없었던 우리나라는 조금씩, 조금씩 외세에 의하여 그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한 것이 아닐까? 일제의 참략이 본격화하면서 사실 전국 곳곳에서 드러나지 않은 작은 저항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의병으로, 비밀결사로, 민족교육으로,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김찬옥 듣기만 해도 좋은데 직접 부르면 더욱 더 좋은데 엄마- 엄마--- 자꾸 부르면 봄 햇살처럼 오시어 언 가슴에 손이 얹힌다 밭두렁에 앉아 풀꽃반지를 끼고 반지가 다 시들 때까지 들추어 본다 한 낮에도 아침 이슬이 풀잎 위에서 뒹군다 홍시 같은 단내가 입술 밖까지 발갛게 묻어 난다 채전 밭의 상치처럼 치마폭을 넓혀주는 이름 몇 억 광년이 지난 별자리처럼 어떤 자리에서도 굴하지 않는 이름 듣기만 해도 몸이 동하는 부르면 뜨거운 눈물이 먼저 답하는 새끼들 이름 앞에서 먼저 불러 볼 걸, 꽃신으로 갈아 신기기 전에 더 많이 불러 드릴 걸, ■ 김찬옥 1958년 전북 부안 출생. 1996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물의 지붕』 『벚꽃 고양이』, 수필집 『사랑이라면 그만큼의 거리에서』 등이 있다.
지난달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UN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한 물 부족 및 수질 오염 문제를 방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기본권인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기후변화가 물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각하다. UN 산하 국제기구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1988년부터 ‘글로벌 기후변화 관련 분석 전망 보고서’를 통하여 과거 기후변화 양상과 미래 기후변화 추이를 예측하여 제공하고 있다. 2014년 발간된 『제5차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지 않을 시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19세기 산업화 이전 대비 4.6℃까지 상승해 가뭄·홍수 등 각종 기후변화 관련 재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인간활동과 지구온난화 연관 가능성이 95% 이상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또한 IPCC의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질소산화물(NOx)의 대기중 농도 변화 추이를 제시했다. 세 물질 모두 2000년대 들어서 급격히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으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온난화 현상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 전반에 전례 없는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이미 폐업이나 생계 위협에 내몰리고 있고 특히 저소득 계층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때문에 이웃을 돕는다거나 주변을 살펴보는 일에는 점점 인색해져가는 요즘이다. 물론 위기를 극복하자는 온정의 손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와 상생하기 위해 임대료를 인하 해주는‘착한 건물주 운동’은 전주에서 시작된 이후 경기, 인천,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출이 줄어 눈물짓는 자영업자와 고통을 나누려는 상생 움직임 확산도 희망적이다. 성금·물품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취약계층을 돕겠다며 초등학생이 코 묻은 용돈을 내놓는가 하면 말없이 돼지 저금통을 놓고 가는 이들도 있다. 작지만 따뜻한 공존으로 희망을 만드는 이들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비롯 아직도 우리주위엔 경제적 고통 속에 지내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도 오히려 있는 자들은 지갑을 꽁꽁 닫아 없는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높아간다. 방세마저 못 낼 처지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처해진 여러가지 상황이 녹록지 않을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줄면서 국민들의 긴장감도 느슨해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야외로 나오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도 손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연장되고 있다. 어린이 날인 다음 달 5일까지 이어간 뒤 6일부터 곧바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슬프고 암울한 일이지만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상당 기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도 감염전파 규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탄력적으로 변동될 수밖에 없고, 생활 속 거리두기가 개인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윤 총괄반장의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피로감과 답답함을 호소하고 긴장감도 떨어지고 있다. 이에 부처님 오신 날(30일), 근로자의 날(5월1일), 주말(2~3일)에 이어 월요일 휴가를 내면 어린이 날인 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여행을 계획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
이른 아침 아내와 함께 교회에 나가 새벽예배에 참석한 지 10년 정도 된다. 아내는 새벽기도를 마친 후 곧장 회사로 출근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운동하고 식사를 마친 후 일과를 시작한다. 주말을 빼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침마다 새벽예배에 참석한다는 것은 도전의식을 북돋우는 매우 ‘첼린징’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나로서는 마음을 새롭게 다잡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나는 2~3년전 공직을 맡아 일하기 전 10년 가까이 ‘실질적인’ 백수생활을 해 왔던 터였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취재하고 글을 썼던 기자생활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회의하고, 부딪치고, 말하고 다니던 정치활동에 비하면, 일주일에 한번씩 대학에 나가 강의하는 것 외에 별 일이 없었던 나로선 실질적인 백수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백수에게 두려운 것은 할 일이 없고, 수입이 없다는 게 아니다. 정작 두려운 것은 백수체질이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일을 하지 않고 지내면 마음이 풀어져 백수체질이 되어가기 마련이다. 그는 시간 제약을 받지 않음으로 마음이 느긋해지고 판단력이 약해진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사안의 핵심을 꿰뚫어 보기 어렵다. 하루에 할 일이 일주일이 걸리고, 사
미국의 유명한 물류회사 페덱스(Fedex)에는 1:10:100이란 법칙이 있다. 제품의 개발단계에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면 1의 비용밖에 들지 않지만 제품이 실현되는 생산단계로 넘어간 다음 뒤늦게 문제점을 고치려고 하면 10의 비용이 들며, 문제점이 있는 제품 즉 불량품이 팔려 고객에게 전달되면 100만큼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문제점을 초기단계에서 근본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법칙이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안전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19도 초기단계에 집중하여 발생의 원인과 전달 체계 등을 조사 분석해 사전에 차단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기단계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현상파악과 원인분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탓에 그 파급속도는 10배, 100배로 확대되었고 인류 전체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처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는 보이는 것에 익숙하여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무시하고 인간의 자만과 오만이 불러온 인류 역사상의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