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 /박영식 다리 힘 남았을 때 더 많이 걷고 싶다 가능한 씩씩하게 뱃살도 줄이면서 다시는 못 일어날 때 미련 후회 없게끔 어설픈 직립으로 첫 발을 뗐던 그날 어머닌 손뼉 치고 기쁨도 크셨겠지 가다가 넘어졌을 땐 일어나라 하셨을 요즘에 차 없다고 빈정대는 이 있지만 부르면 냅다 오는 친절한 콜 있겠다 걱정도 팔자라더니 공염불을 하시나 걸으면 작은 것도 잘 보여 참 정겹다 어깨 툭 치는 순간 돌아보면 어 친구야 반갑다 낮술도 한잔 못할 것도 없잖니 ■ 박영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문학》 2회 추천 완료, 김상옥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한국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외 다수 수상. 저서로는 『백자를 곁에 두고』, 『굽다리접시』, 『자전거를 타고서』, 『가난 속의 맑은 서정』, 외 다수가 있고,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울산시조시인협회 회장 역임. 서재 「푸른문학공간」
‘가족’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기초 집단이다. 고대로부터 이어지면서 형태가 시대에 따라 변하긴 했지만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다는 정의는 변함없다. 하지만 언제 부턴가 가족의 의미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1인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의 비율은 2000년 15.5%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29.2%로, 20년도 채 되지 않아 13.7%p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19년 1인가구의 수는 600만 명에 육박하며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전체 가구 중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성 1인가구는 더 늘었다. 291만 4천가구로, 전체 1인가구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년 전보다는 무려 128.7%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1인 가구가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4%가 이웃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살고, 가족이 한 명도 없는 노인이 7%, 있어도 한 달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24%, 이웃과도 연락하지 않는 노인이 40%나 됐다. 대부분 고독사가 상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몇 년 전만 해도 일주일 이상 지나서 발견되는 죽음이
공존의 힘 /손증호 사람들 티격태격 편 나눠 다퉈도 우리네 사는 행성 어둡지만 않은 까닭 티베트 수행자들이 하늘지붕 닦은 덕분 대지와 하나 되어 온몸으로 읽은 경전 그 맑은 기운이 탁한 숨길 겹게 틔워 세상은 삐거덕대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지. ■ 손증호 1956년 경북 청송 출생,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부산시조작품상, 전영택 문학상 등 수상.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이 있음.
역사라는 물결 속에서 어떤 사건의 시작점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한 시작점에서 많은 사건들이 파생되어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역사를 가로지르는 여러 사건들의 시작점으로는 3·1운동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작점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탄생하고, 동시에 일제를 상대로 한 독립전쟁의 서막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끝내 독립을 이뤄낸 우리나라는 2020년 현재 3·1운동 101주년을 맞았다. 3·1운동은 고종황제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일제의 무단통치에 대한 분노 등으로 전국 각지에서 여러 달에 걸쳐 일어났다. 민족대표자들은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했고, 학생들 역시 따로 독립선언문을 낭독했으며 여러 장소에서 그들만의 시위를 이어갔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원, 장터 할 것 없이 모여 만세운동을 벌였는데 그 염원과 기세가 얼마나 강했는지 그 당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선교사의 아내 윌콕스 노블은 이렇게 기록했다. “한국 전역에서 만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만세 시위가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전차를 세우고 모든 승객들에게 만세를 외치게 했고, 차장과 운전사도 손을 들고 만세를 외쳐야 했다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부터 현재까지 유대인 수상자는 175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수상자의 23%를 차지한다. 현재 유대인은 약 1천400만 명인데, 미국에 590만 명, 이스라엘에 530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에서는 그 비율이 100배 이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수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녔다. 생소한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했고,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배양됐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한편 노벨상 과학 분야의 40% 가량을 미국인이 수상했는데, 그중 35%가 이민자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웠지만 이는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하다. 아직도 미국에는 1천 1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 수도 오바마 정부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이민을 폭넓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래 수십 년 간 미국의 이민정책은 큰 변화가 없다. 왜냐하면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력과 다양성의 문화가 미국의 힘이며 이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 휘장에 새겨진 표어는 라틴어로…
…
예상을 뛰어넘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의료 대란’ 우려가 갈수록 커진다. 중앙방역대책 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음압병상은 793실에 1천77개뿐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 수와 비교해서도 턱없이 모자란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는 그 양상이 이미 의료대란 수준이다. 대구의 누적 확진자는 1천17명에 달했지만, 음압병상은 63개에 그친다. 격리병상 역시 넘쳐나는 환자 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대구시가 민간병원까지 끌어들여 급히 마련한 격리병상은 5개 병원에 783개다. 전체 확진자의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구의료원 등지에 입원한 일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내보내고 300여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지만 급증하는 환자 수를 따라잡기 어려운 처지다. 의료인력 역시 태부족이다. 전국에서 지원한 공중보건의 등 250여명이 투입됐지만, 힘에 부치긴 마찬가지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 중인 경기도 또한 방심할수 없다. 전문 인력이 부족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대구시를 반면교사 삼아 대책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이제 방역상 봉쇄 위주의 초기 대응에서 벗어나 장기전에 대비할 때다. 첫째는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병실 이원
코로나19로 인해 노인·아동 시설들이 임시 폐쇄됐다. 이에 따라 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낮은 임금과 처우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힘을 잃지 말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임금과 처우 개선도 필요하므로 정부와 정치권이 다함께 나서주길 기대한다. 4·15 총선을 앞두고 어느 예비후보가 제시한 공약에는 사회복지사들의 오랜 소망이 담겨 있어 관심을 끈다. ▲전국적인 단일임금체계 구축 ▲사회복지사 일자리 확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3교대 근무제 정상화 ▲사회복지사 안전사고 대비 보험가입 지원 및 민·형사상 법률지원 등이다. 아울러 사회복지사의 보수와 복지포인트 수준을 공무원에 준하게 상향 조정하고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종사자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고 사회복지시설 인력지원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도 사회복지계 20개 기관·단체를
칠흑같은 어둠이 지나면 동트는 신새벽은 반드시 온다. 엄동설한 살을 에이는 삭풍이 물러가면 아지랑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따사로운 봄날이오듯 우주 삼라 만상에서 시공의 역사는 끊임 없이 변화하는 변증법적 진리를 벗어날 수 없음이다. 비장하고 엄숙한 테제에서 인간 사유의 길은 곧 이분법적 이었다.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는 빛의 힘 생성과 소멸,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생과사,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좌와 우 등 수 많은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 지고 둘 가운데 하나는 다른 하나에 종속되어 버리는 명확한 이치다. 그리하여 이분법은 더욱 선명 해지는 법이며 이분법적 도식은 일직선상의 배율이다. 양극단에는 대립과 투쟁이 있고 이분법적 대립의 종말은 균열과 산산조각남 이었다. 부서져 미세한 원소가 되어 다시 한덩어리가 되는 순환적 질서에는 한량없는 영겁의 시간이 소요 될 뿐이다. 군부 독재 시절 그 시대를 풍미했던 절창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의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그러나 이제 군화발의 독재는 물러갔어도 또 다른 개량화된 독재가 자본의 굴레를 앞세워 인민을 압제하고 인민이 그토록 열망했던 어둠은 밀려났지
어느 마을에 큰돈을 번 부자(富者)가 살고 있었다. 그는 외동아들 하나를 두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아이는 나이가 듦에 따라 버릇이 고약해졌다. 오직 자기만 알고 한번 고집을 부리면 성질을 꺾을 줄을 몰랐다. 그 위에 가난한 집 아이들을 함부로 때리고 없는 집 자식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아이의 나이 열일곱 살이 되었다. 부자는 그렇게 자라는 아들이 심히 염려가 되었다. 그는 어느 날 가까운 산에서 도를 닦고 있는 현자(賢者)를 찾아갔다. 그는 아들 얘기를 하면서 현자에게 당부를 했다. “부디 제 아들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십시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현자가 부자에게 말했다. “내일 모레 내가 댁을 찾아가리다. 그때 그 아이를 보여주시오.” 부자(富者)는 그날 아이가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일부러 잡아두었다. 저녁나절 약속했던 현자가 내려왔다. 현자는 아이를 불러 몇 마디 말을 나누더니 뒤뜰 정원으로 데리고 갔다. 현자는 아이에게 지금 막 싹이 튼 한 식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손으로 저 나무를 뽑아 보아라.” 아이는 엄지와 검지 하나로 냉큼 어린나무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현자는 조금 큰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 나무를 뽑아 보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