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세시 행사는 1년 중 모두 192건에 달한다. 이 중 정월에 열리는 것이 102건이고, 이 가운데 55건이 대보름날과 관계된 행사다.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것도 많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서민들의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놀이로 남아있다. 그러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새길 만한 교훈도 주고 있다. 내일(8일)은 동제(洞祭)와 놀이를 통해 결속을 다지며 공동체의 의미를 되짚게 하는 정월 대보름날이다. 이날을 다른 말로 상원(上元)이라 한다. 가장 중요한 제일(祭日)이란 의미로 달의 모습을 보며 1년의 길흉을 점치고, 각종 소원을 빌었다. 대보름이라 부른 것은 달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보름달이 풍요의 상징이던 농경사회에서 유래됐다. 각종 놀이 이외에 사람들은 찰밥·약밥, 오곡밥 등 절식을 먹고 날밤, 호두 등 부럼을 깨물면서 한 해가 무사태평하기를 기원했다. 밥의 주재료는 찹쌀, 팥, 수수, 차조, 콩이지만 기장을 넣기도 한다. 찹쌀이나 차조같이 찰기 많은 곡식을 넣은 것은 영양가 때문이다. ‘삼국유사’에도 나오니 기원도 오래됐다. 평소 자주 먹지 못하던 것을 보충해 준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여기에 다양한 나물과 호두,…
노새의 노래 /류미야 세상에 없으면서 있는 것이 있지 오월 장마당은 옛길 너머 사라지고 그을린 농투성이 옷을 바꿔 입었어도 땅은 바로 그 땅 울 엄니 눈물이 밴 그 길 타박이며 하냥 걸어왔다네 목청 다 떼고도 즐거운 나는 노새, 벌거숭이 황톳길 천둥 치듯 닦이고 등꽃 박꽃 칡넝쿨 베어지고 뽑혔어도 길은 기억하지 사라진 것들의 발소리 거친 풀 한 줌이면 푸르르 길을 끌며 근본 없는 목숨이지만 말보다 오래 사는, 세상엔 없으면서도 있는 것이 있다네 ■ 류미야 69년 경남 진주 출생, 2015년 《유심》 시조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 제4회 공간시낭독회문학상, 제7회 올해의시조집상 등 수상.
아침부터 선배 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정년퇴임을 하고 명예교수로 대학원 강의를 하고 있는데 조교의 태도에 대한 것이었다. 조교가 정교수 시절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물었다. 선배의 말이 틀리지는 않을 터이지만 이제 세상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그것은 과거에 자신이 쌓았던 자체를 부정하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제 급변하는 세태 속에 아랫사람들을 대함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친근함의 표현은 희롱이 될 수 있으며 말 한마디라도 오해를 사면 자리 보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갑과 을은 바뀐 지 오래며 쉽게 표현해서 시부모가 시집살이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적응이 안되면 바로 꼰대 취급을 받는다. 꼰대의 사전적 정의는 노인네를 뜻한다. 꼰대스럽다는 의미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것을 이른다. 시대가 변했기도 하지만 지금의 노인이 젊었을 때에도 노인을 폄하하며 꼰대라는 표현을 했다. 나부터 다른 이의 의견과 젊은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설파하려 든다면 그것이 잔소리이고 바로 꼰대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
법무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전문의 국회제출을 거부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비공개 결정에 이유에 대해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소장 원문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공소장 공개는 2005년 5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의한 조치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공소장 공개의 이유로 수사 과정을 투명하게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와 사건관계인의 명예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다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피의자 명예 그리고 사생활 보호와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던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것이 만일 개혁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반(反)개혁적 인물이 되는 셈인데, 노무현 대통령을 반개
…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정치군인이 있었다. 지지하는 세력들은 60년 동안 그를 경제를 일으킨 국부로 불렀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공과(功過)가 있다지만 그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공보다는 과가 많았다. 공공의 돈을 갈취해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불로장생을 꿈꿨다. 최근 불거진 베트남 전쟁 파견 군인 수당 문제와 1965년 한일협정이 그랬다. 또 하나 대기업 육성정책이다. 법규를 포함한 정부의 권한 대부분을 대기업 살리기에 쏟았다. 명목은 조국 근대화였다. 중소기업은 거들기만 했다. 독창적인 사업안도 대기업에 헌납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탈법과 불법이 밥먹듯 자행됐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중소기업을 중요한 성장기반으로 삼았던 대만과 달리 동아시아 4대 잠룡에서 밀려난다. 대기업 몰아주기를 정치자금으로 불렸던 ‘뒷돈’ 때문이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구조가 불러온 파행에 대해 경기도가 칼을 들었다. 제조업부터다.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인 제조업 생태계를 공정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그 뿌리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제조업 르네상스 추진전력 연구 보고서’에서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우리나라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손흥민(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이 현지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놀림을 당했다는 뉴스에 국내 팬들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3일 열린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활약으로 맨체스터 시티를 2-0으로 꺾은 후 인터뷰에서 작게 기침을 하자 현지 축구 팬들이 “손흥민이 신종코로나에 걸렸다”고 댓글을 달거나 토트넘 선수들의 단체 사진에서 선수들의 얼굴에 마스크를 합성했지만 손흥민만 제외한 것이다. 손흥민이 동양인이기 때문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 감염자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교수들에게 "중국발 전염병이 돌고 있는 관계로 동양계 학생(중국인·한국인·일본인 등)과 관련 위험 국가들에서 온 학생들의 수업 참석을 금지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이 학교는 소프라노 조수미 등 많은 한국인 음악가들이 수학한 곳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면서 서양권에서는 동양인 전반에 대한 혐오감까지 형성되어가고 있다. 물론 중국·중국인에 대한 도를 넘는 ‘시노포비아’(sino-phobia·중국 공포증)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현
2020년 군인 월급은 소장 1호봉 534만6천400원이며, 병장 54만900원, 이등병 40만8천100원으로 발표됐다. 직업군인인 장군과 병역의무를 다하는 일반 병과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2000년 일반 병인 병장의 월급이 1만3천700원이었었고, 그 이전에는 훨씬 더 적었다. 이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일반 병에 대한 대접이 아주 소홀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직업군인의 경우 퇴역 후 연금의 혜택을 누리지만 일반 병에게는 제대 이후 연금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 이러면서 제대 이후에도 예비군으로 병역의무를 연장하고 있다. 최근 국방과 관련한 최대이슈의 하나가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우리의 비용분담 인상에 관한 것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분담 금액이 너무 많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주문은 그동안 우리는 방위비를 미군에 전가하고 있는데, 이제 대한민국이 부자가 되었으니 그 비용을 인상하여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 방위비용을 우리가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대신 미국이 지불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방위비용을 아주 값싸게 지불하는 것은 징병을 통하여 거의 무보수로 대한민국의 젊은 청춘을 병역에 충당하
설 명절이 지나고도 겨울 같지 않더니 갑자기 입춘 추위가 몰아닥쳤다. 지금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어수선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는 되도록 가지 않는 게 예방일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지금은 모든 사람이 건강에 대해 민감해진 때이기도 하다. 엊그제 필자는 무엇에 체했는지 저녁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답답해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다. 이튿날에 그냥 약국에 가서 소화제를 사서 먹고 괜찮으려니 했다. 그러나 그날 밤엔 몸살인지 두통과 함께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다음 날엔 아예 앓아눕고 말아 병원에 갈 기운도 없었다. 또 다음 날은 단체 모임에 중요한 회의와 강의가 있어 일어나야 했다. 억지로 일어나 회의에 나갔다. 보자마자 몇몇 지인은 얼굴이 왜 그렇게 상했냐고 걱정을 해 주었다. 당장 병원에 가라고 했으나 다행히 흰죽을 조금씩 먹으며 몸이 괜찮아졌다. 후에도 병원에 갔나 걱정해주는, 언니 같은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다. 평소에 건강하니 별로 내 몸에 신경을 안 쓰고 살아왔다. 더구나 병원에 가는 일은 웬만해선 잘 가지 않는다. 여태까지는 건강에 너무 자만심으로 살아온 것 같다. 요즘은 아침에 눈 뜨면 밝아오는 아침을…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는 창단 139년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다. 오늘(6일)과 내일(7일) 서울에서 최초 내한 연주가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취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을 시작으로 진행 하려던 대만과 홍콩, 중국 등 아시아 투어 일정 전체도 중단됐다. 특히 우리나라 연주는 1960년 첫 내한 공연을 계획했다가 4·19혁명 여파로 취소된 뒤 60년 만에 다시 잡힌 일정이어서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공연 취소는 이 뿐만이 아니다. 뮤지컬 및 대중음악등 전체적인 공연예술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계획 취소와 연기가 잇따르고 방송사들 마저 방청객 없이 음악 공개방송을 녹화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영화관들은 연이은 폐쇄 조치로 문화 예술계 침체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앞으로 사태 확산 장기화로 공연예술계가 받을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침체도 길어질까도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어제(5일) ‘월 100만 원 미만 저소득층 가구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 51.7%를 기록해 조사 이래 처음 50%를 넘었다’는 것과 ‘읍·면 지역과 대도시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 격차가 더 좁혀졌다’는 통계가 발표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