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蝶道 /이선균 막 우화한 물결나비 우편함 속으로 날아와 숨을 할딱인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든 시집 날개를 펼치면 내 이름이 박혀 있지. 나는 겹눈을 굴려 나비의 내상(內傷)을 읽는다. 눈부신 상처에서 꽃 냄새를 맡는다. 상처의 모서리를 접고 또 접는다. 날개에 베어 피를 흘린다. 나는 우화를 꿈꾸는 유충. 등이 가려운 건 나비를 만난 효과. 나는 마른 풀잎 뒤에 숨어 지내지. 탈각이 두려운 거지. 들킬까 봐. 읽힐까 봐. 지칠까 봐. 막 우화한 나비가 날개를 달았군요. 내게도 날개 돋으려는지 등이 가렵군요. 한 마리 나비의 미세한 날갯짓이 내게 태풍과도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 나비의 물결무늬 속 내상이 만만찮음을 봅니다. 어찌 아니겠습니까. 애벌레에서 용화를 거쳐 번데기가 되고 다시 우화하기 까지, 나비는 숱한 고뇌와 자기성찰, 우여곡절의 아픔과 좌절을 뛰어넘어야 훨훨 지상의 꽃들을 탐할 수 있으니까요. 접도蝶道, 저 나비의 길, 그것이 시인의 길임을 우편함 속으로 날아든 시집의 작은 파문으로 직감합니다. 언제쯤 우화할 수 있을까, 나비의 길을 꿈꾸지만 막상 두려운 건 세상속입니다. 시인들에겐 그것이 아이러니지요. 아프고 힘들고 지
선명하게 들리다 서서히 사라지는 소리. 바로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 며칠 뒤 떠나게 될 해외여행 이야기를 하는가 했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맥락.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출입문의 잔잔한 삐걱거림. 조금 더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들리는 몇 번의 웃음소리. 전화 통화를 하거나, 간혹 투박하게 스쳐가는 발자국소리. 그 소리들 사이로 흩어지는 커피 향까지. 모처럼 편안했다. 카페에 앉아 듣는 그 잔잔한 소리의 색깔은 분명 편안한 파스텔 톤이었다. 강열한 한 가지 색깔로 자극한다기보다는 잔잔한 물 주름처럼 편안하게 번지는 다양한 느낌의 소리. 흔히 긍정적인 소음으로 알려진 백색소음은 비교적 넓은 음폭으로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7가지 무지개 빛깔로 나눠지듯,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가 합해져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생활주변의 비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파도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그런 소리들이라는데. 나에게는 카페에서 듣게 되는 소음이 바로 그런 백색소음이 아닐까 싶다. 한 사무실에서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채 백색소음을 평상시 주변소음에 비해 약 10데시벨(dB) 높게 들려주고 일주일을 지내 본 결과 근무 중 잡담…
지난 11월 8일 전북 고창 모 초등학교에서 수업중이던 여교사를 학부모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임교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충격으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현재 학부모는 폭행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다. 또 지난 8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훈계하던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A군은 교내 복도에서 교사에게 유리병을 던지고, 복도 진열장 유리를 깨는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자괴감을 느끼는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병원 치료를 받는 교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교권침해의 유형은 폭언, 욕설, 폭행, 협박, 모욕, 수업 방해, 성희롱, 불법 촬영 등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현황’ 자료에서 2018년 8월까지 교권침해 건수는 1390건으로 나타났으며,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전체의 90.4%(1257건)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관리자) 등에 의한 교권침해는 9.6%(133건)으로 조사됐다. 상해·폭행 95건, 성적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93건, SNS 등을 이용한 불법정보유통…
올해 끝까지 국민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언행이 국민을 실망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애인 비하 느낌을 주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 …”이라고 했다가 말을 고치는가 하면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가 장애인 차별 의식을 가졌거나, 이날 발언이 장애인 비하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장애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를 관록과 경륜의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존경하는 지지자들에게도 실망을 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달 초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 일행과 한·베트남 교류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나라보다 베트남 여성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해 비판받았다. 이 대표는 선의에서 이런 말을 했겠지만, 출신 국가가 어디냐를 떠나 여성을 선호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표현은 적절하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 대표의 인권 감수성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와 함께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자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석면 해체·제거 공사 중인 초등학교 건물에서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병설유치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석면 해체·제거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 등을 운영한 초등학교 2천222곳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462개 초등학교가 공사 중인 교실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아찔하다. 주지하다시피 석면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1군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 온 석면은 10년에서 40년까지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킨다.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고 학교 시설에 석면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는 2027년까지 3조 원을 투입, 전국 1만3천여 학교에서 석면을 완전히 해체·제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석면 오염 우려가 제기되자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이를테면 석면 해체·제거작업 집행 및 설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단계별 작업절차, 집기류 반출 강제, 모니터단 운영, 감리인의 책임성 강화 등이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지켜지지 않았다. 마땅히 어린이들을 공사 현장에서 격리해야 하는데도 일부 학교에
조선 말기 시대는 혼란스러웠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영국인 비숍(Bishop) 여사가 저술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을 번역한 책은 생생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가슴이 뭉클하다. 비숍은 1894년부터 우리나라를 네 차례 방문하여 11개월에 걸쳐 현지답사와 최상층의 왕실로부터 최하층의 빈민들까지 만나보고 1897년 11월에 이 책을 썼다. 그녀가 본 조선 말의 기록으로 하여 당시 상황을 들여다본다. 조선은 가난한 국가가 아니다. 자원은 고갈되지 않은 채로 미개발되어 있다. 성공적인 농업을 위한 능력도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기후는 최상이며, 강우량도 풍부하고 토질도 생산적이다. 구릉과 계곡에는 철, 구리, 납, 금이 있다. 2800㎞의 해안선을 따라 있는 어장은 밝혀지지 않은 부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가난에 견딜 줄 아는 강인하고 공손한 민족이 살고 있고, 거지같은 극빈 계층도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선 국민의 잠재된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중산층에게 그들의 에너지를 쏟을 숙련된 직업이 없다. 충분한 이유로 인해 하층 계급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굶어죽지 않는 것이 더 절실하다. 모든 것이 낮고 가난하고 비천한 수준에 있다. 조선은 특권계급의 착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빚이 500조원을 넘었다. 다중채무자 6명 가운데 1명은 소득기반이 약한 청년·노년층이어서 연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여기에 이미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내년에는 우리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 다중채무자 등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위기가 발생하고 자칫 금융시스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금융감독원이 최근 최운열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나이스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의 빚은 9월 말 현재 500조2천900억 원이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말 전체 가계부채(1천514조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의 빚이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은 것도 문제지만, 일반 대출자의 빚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13년 말과 올해 9월 사이에 일반 채무자의 빚은 46.5% 늘어난 반면 다중채무자의 빚은 55.8% 증가했다. 이 기간 다중채무자의 수는 481만명에서 422만명으로 약간 줄었다. 다중채무자들이 빚을 줄이지 못하고 더 많은 대출을 받는다
‘윤창호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달 18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지난 9월 부산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어 숨진 휴가 장병 윤창호 씨 이름을 땄다. 이 법이 시행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부상자 발생 시 운전자에게 500만 원 이상 3천만 이하의 벌금을 부과했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이후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로 강화됐다. 또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으로 0.05% 이상이었으나 0.03% 이상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법률이 강화됐는데도 시행 첫날부터 음주운전 사고는 줄을 이었다. 시행 첫날인 18일 전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은 323명이나 됐다고 한다. 첫날부터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행 첫날 적발 건수가 약 30% 감소했다고는 하나 윤창호 법도 안전 불감증에 오랜 세월 깊이 중독된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육상 뿐 만 아니다. 해상에서도 음주운행은 이루어지고 있다. 해경에 의하면 2013년 이후 최근 6년간 전국 해상에서 음주 운항을 하다가 해경
주말 동안 내내 가족들과 같이 있다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 그를 바라본다. 30년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새벽에 일어나 일정한 일과를 진행하는 모습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 있다.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 시절에 만나 공부에 열중하던 30대와 집안과 사회에 최선을 다한 세월을 지나 이제 흰머리가 생기는 60세를 넘겨 퇴직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공부 중인 자식들 뒷바라지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지만 이 또한 과거가 되는 세월이 있겠지 하며 이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도 나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할까. 소녀시절, 6남매를 키우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엄마로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교직을 갖고 공부와 그림에 목메며 지나온 세월 동안 나름대로 딸과 아들을 키우며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세월의 풍랑 속에서 신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뜻을 이해하고 실천 해야만 하는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는 이제 85세의 노모가 되어 아직도 손주들과 자식들을 품고 있다. 아마도 그 역할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될 것 같다. 딸에게 말했다. 엄마도 위대하지만 더 위대한 분은 할머니라고. 그 긴…
조선시대 선조들은 새해에 스승 ·부모·친척·친지 등에게 직접 인사를 하지 못할 경우에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던 풍습이 있었다. 묵은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지금처럼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풍속의 원조격이다. 서찰 받을 사람이 부재중이면 표적도 남겼다. 그리고 주인이 부재중인 집에서는 대문 안에 세함(歲銜)상이라는 옻칠한 쟁반에 흰종이로 만든 책과 붓·벼루를 놓아두고 찾아온 사람의 이름을 적도록 했다. 지금으로 치면 방명록인 셈이다. 외국의 경우 새해를 축하하는 연하장의 출발은 15세기 독일에서다. 그리고 사용이 활성화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였다.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을 때에 신년인사를 함께 하였는데, 이것이 현재 연하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서 연하장이 들어오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와는 달리 주로 신년을 축하하는 내용만이 담기게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문구로 근하신년(謹賀新年)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즘은 이런 연하장 구경하기기 매우 어렵다. 다만 인터넷 연하장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연하장을 보내는 문화가 광범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