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랑집 /백석 승냥이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즘생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즘생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사춘을 지나는 집 에순이 넘은 아들 없는 가즈랑집 할머니는 중같이 정해서 할머니가 마을을 가면 긴 담뱃대에 독하다는 막써레기를 V대라도 붙이라고 하며 간밤엔 섬돌 아래 승냥이가 왔었다는 이야기 어느메 산골에선간 곰이 아리를 본다는 이야기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가즈랑집 할머니 내가 날 때 죽은 누이도 날 때 무명필에 이름을 써서 백지 달어서 구신간시렁의 당즈깨에 넣어 대감님께 수영을 들였다는 가즈랑집 할머니 언제나 병을 앓을 때면 신장님 단련이라고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 구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졌다 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미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 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네우림을 생각하고 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토리범벅까지도 그리워한다 뒤울안 살구나무 아래서 광살구를 찾다가 살구벼락을 맞고 울다가 웃는 나를 보고 밑구멍에 털이 V자나…
걱정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수사권 조정’은 연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견제와 균형’으로 ‘공정한 수사’와 ‘국민 편의’를 위함이 핵심이다. 하지만 ‘검찰 개혁을 위한 수사권 조정’으로 보는 시각과 함께 ‘경찰의 독립된 수사권이 괜찮을까’하는 의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이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됐다. 큰 개혁이라기 보다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향후 바뀌어야 할 많은 과제를 위한 ‘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소극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로, ‘폐지’라는 단어가 경찰의 무분별 수사, 경찰 통제의 부재를 떠올리지만 이에 대해 적절히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와 보안수사·시정조치·송치에 대한 요구권 등 검찰 지휘를 세분화했다. 경찰에 대해 직무배제권과 징계요구권을 부여해 경찰이 무턱대고 거부하는 것을 견제토록 했다. 둘…
여러분은 ‘과업(목표)’과 ‘사람(관계)’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자신의 행위 동기가 목표와 관계 중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여러분이 모임에 참석해야 할 때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지 확인하면 선택에 도움이 된다. 모임의 목적, 이유 등이 먼저 떠오른다면 과업 중심일 확률이 높고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과의 관계 등이 먼저 떠오른다면 사람 중심일 확률이 높다. 자신의 행동과 의사 결정 속도를 생각해보자. 속전속결의 빠른(외향) 스타일인가? 아니면 심사숙고하는 느린(내향) 스타일인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감수하는 경향이 많다면 외향형일 확률이 높고 회피하는 경향이 많다면 내향형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외향형의 사람은 신속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내향형의 사람은 천천히,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과업과 사람 중 무엇이 중요한가?’, ‘반응 속도의 빠르기(외향, 내향)는 어떠한가?’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사람의 행동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업 중심이고 외향적인 사람은 주도형(Dominance), 사람 중심이고 외향적인 사람은 사교형(Influ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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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사람만이 절박한 사람의 심정을 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돕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겠다. 이같은 절절함은 (가칭)이재명 지사 무죄판결을 위한 범장애계 지지모임(이하 ‘지지모임’)이 지난 24일 도청에서 개최한 이지사 무죄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최근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이재명 지사 구하기’ 흐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누구보다도 진지했고, 어느 단체보다도 절실했다. 특히 한 정치인을 단순히 지지하는 행사로 취급받는 것을 심각하게 경계했다. 이날 선언이 ‘경기도내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수호와도 면밀히 결부 돼 있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로 풀이된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속내까지야 정확히 모르지만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받은 핍박의 경험이 가져온 트라우마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노골적이거나 암묵적 차별에 대해 애써 외면하거나 침묵했던 비장애인이 유죄이거나 최소한 공범인 이유다. 이날 지지모임은 “정치인 가운데 장애인 입장을 가장 잘 알고 정책에 반영할 유일한 적임자는 이재명”이라고 단언했다. 그 근거는 무엇일
“무조건 잘 못 했습니다. 제 20대 국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반성과 참회를 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의 방식으로 참회 하겠습니다.” 이것은 24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용인정) 의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표창원,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이다. 그는 이번 20대 국회를 “사상 최악의 국회”라고 단정했다. “고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하며 보낸 불면의 밤이 많았다”면서 “미련 없이 후회 없이, 2015년 겨울, 정치를 시작하기 전 ‘자유인’의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표의원은 앞으로 중단됐던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의 활동 재개, 쌓여 있던 추리 소설 습작,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저술, 범죄 관련 강의,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범죄 사회 문제 탐사 방송 프로그램과의 협업 등의 일을 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짐작하건대 불출마 번복은 없을 듯싶다.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쟁 앞에서 너무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지만 법사위는 지옥 같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한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한 지 100일이 지났다. 수출규제의 원인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안전보장 우호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것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의 소재, 부품, 장비 등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반향도 뜨거웠다. 우리나라도 곧바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였다. 이런 마찰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의 연장 없는 종료, 파기로 이어졌다. 경제, 군사정보 분야의 갈등은 또 다른 국민적 반응을 초래하였다. ‘NO, 재팬’, ‘NO 아베’, ‘재팬, 사지도 말고 가지도 말자’,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이번만큼은 일본여행은 가지 않겠다’라는 등 다양한 기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넘쳐났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아웃바운드의 해외여행지 1위를 지켜왔다. 2018년 기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약 754만명(이에 반해 방한 일본인 약 29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관광 특성상, 우리나라
백석을 좋아한다. 풍부하고 정겨운 이북의 말맛이 좋다. 그가 아니었으면 다양하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우리말을 어떻게 알았을까 싶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켕켕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너머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그의 시 <백화(白樺)>다. 백석의 고향 산에 흔히 있던 나무. 시를 읽으면 겨울의 시린 숨이 코끝까지 빨갛게 얼릴 듯하다. 마을을 감싸는 산자락엔 하얗게 자작나무가 서 있고 저녁의 초입 굴뚝으로 연기가 보일 것 같다. 감칠맛 나는 그의 다른 시들과 달리 이 시는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이 쭉 뻗은 자작나무처럼 말이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여우가 있을법한, 자작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이 보인다. 문살, 기둥, 메밀국수, 박우물도 따라온다. 무늬와 재질이 좋아 가구나 집 재료로 쓰고 장작으로도 좋고 수액을 마실 수도 있는 여러모로 쓸모 있는 나무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작나무가 최고의 나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자작나무는 아름답다. 수직으로 뻗은 곧은 수형. 매끈하고 하얀 표피. 하늘로 치솟은…
세계최초로 정신병원을 폐쇄한 나라는 이탈리아다. 1970년대 정신보건 개혁을 통해서다. 개혁은 정신병원내 환자에 대한 비인권적 실태와 의학적 부정효과를 주장한 ‘프랑코 바살리아’라는 정신과의사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과거엔 여느 나라 못지않은 정신 질환자 수용의 어두운 그늘이 있다. 1904년 법률을 제정,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 위험이 있다고 여겨지는 정신질환자 입원을 판사가 결정토록 하면서 입원은 치료가 아니라 사회 보호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환자로 결정되면 시민권을 박탈,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전기 충격요법, 원치 않는 수술요법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60년대 초 이런 방법이 오히려 환자의 병세를 악화시킨다는 결론을 내린 바살리아는 환자가 정신병원을 벗어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확신도 갖게 된다. 그 후 그는 정신병원 폐쇄 운동에 돌입, 마침내 1978년 정신병원 폐쇄법인 ‘바살리아법’을 이끌어냈다. 당시 사회는 ‘이탈리아의 미친법’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의 이탈리아 정신질환자 관리는 지역에 설치된 정신보건센터 중심으로 완전히 변화했고 치료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반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행복지수는 신뢰지수와 이해지수의 합이다. 가끔씩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진짜로 백지장을 맞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이 세상을 살아가며 우린 많은 일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가정에서나 일터에서나 여러 사회구성원들중 일원이 되어 각자가 맡은 역할을 하며 살고 있다. 진심으로 작은 일, 백지장 같은 상황일지라도 힘을 보태고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동료로, 이웃으로,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들은 이미 작은 행복과 작은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일 것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다소 번거롭고, 기다려야 하고, 인내해야 하는 일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혼자서 가는 걸음은 속 편하고 빠른 반면, 다소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화합하며 사랑할 수 있다면 비록 느린 듯하나 더 크게 발걸음을 뗄 수 있고, 멀리 갈 수 있으며, 힘을 더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생활에서 행복을 얻는 일을 방해하는 요소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강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강점인 것처럼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강점을 더욱 잘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길은 상대를 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