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끝났다.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라며 자괴감을 곱씹어야 했다. 동아일보가 8월 14일 전현직 잼버리 준비와 운영에 참가한 전현직 책임자 11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일을 하다 잘못될 수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면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반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때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고, 과도한 질타를 받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솟게 한다. 누가 봐도 이번 잼버리는 국제 망신이다. 근래 우리 사회엔 그릇된 풍조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국민의 찬사를 받을 만한 일에는 너나없이 고개를 내밀고, 비판을 받을 일이 발생하면 묵묵부답이다. 책임은 아래로 전가하고 공은 내 것으로 낚아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새만금 숙영지 화장실을 점검하고 박수를 받았다”고 썼다. 낯뜨거운 자기 자랑이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질까? 언론 탓이 크다. 정파적 보도
1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이 열렸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세계적 행사지만 안타깝게도 잼버리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잼버리 대회의 무능한 개최로 대한민국 국격이 추락”하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국제 행사라는 불명예를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사전 점검, 일정 관리, 사후 조치 부분에 대한 국가 시스템이 붕괴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들이 많다. 실제로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각종 논란과 의혹이 터져 나왔다. 부실한 행사 준비, 관련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 참가자들 간 성범죄 의혹까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폭염에 대원들이 쓰러져 실려 나갔다. 그늘이 있는 휴식공간이 부족했다. 곰팡이 달걀이 배급됐고 행사장에 입점한 편의점은 바가지를 씌웠다. 에어컨이 없는데다 청소가 안 된 더러운 화장실엔 휴지도 없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영국, 미국, 싱가포르 대표단은 새만금에서 조기 퇴영했다. 게다가 태풍 카눈이 한반도 중심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각 나라 대원들이 조기철수, 수도권으로 분산됐다. 그나마 이들을 맞이한 수도권 각 지방정부들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이 끝나자 경북 성주에서 대도시 대구 변두리로 이주한 우리 집에는 70년대가 되자 손님맞이가 잦았다. 성주의 일가친척들이 대구 나들이를 할라치면 대부분 우리 집에 들러 숙식을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해방전후 좌익활동 여파로 고향을 등져야 했던 아버지는 그 시절 찾아오는 고향 손님치레로 큰집 맏아들 역할을 되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엄마와 자식들은 찢어지는 살림에 주린 배를 더 졸라매어야 했다. 자식들은 갱죽조차 배불리 못먹어도 혹여 손님이 올세라 쌀 한되박은 고이고이 모셔두어야 했고, 우리는 윗묵에 둔 걸레가 꽝꽝 얼어붙는 방에서 자다가도 손님이 오면 아랫묵이 절절 끓도록 군불을 넣고는 인근 이모댁으로 피신해야 했으니.. 그래야 손님에게 할 도리를 다한 것이라 여긴 살림살이에 간난신고가 오죽했겠는가? 우리 집만 그런게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원래 그랬다. 국민 생존권보다도 손님맞이가 우선이었던 때, 88올림픽 때는 미관상 서울의 판자촌까지 깡거리 밀어버렸다. 나는 심지어 87년 민주화투쟁과 직선제 쟁취 조차도 ‘88올림픽 성공개최’라는 명분이 적잖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불과 7년전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군사정권이 87년이라고 무력으로 진압하지 못할 이유가…
심리학자 크리스티안 미쿤다(Christian Mikunda)는 사람들은 ‘제3의 공간’을 원한다고 주장했는데, ‘제3의 공간’이란 사람들에게 삶의 균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학교와 직장이라면, 사람들은 두 공간을 벗어나 제3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캠핑을 떠나고 멋진 카페와 공간을 찾아가는 이유가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매력적인 공간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배우며 일상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이다.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제3의 공간’이라는 책에서 제3의 공간을 이루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째, ‘랜드마크(land mark)’로 건축물이나 공간이 사람들 눈에 띄어야 한다. 둘째, ‘몰링(malling)’으로 사람들이 공간에 들어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콘셉트 라인(concept line)’이다. 공간이 전체적으로 일관된 느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넷째, ‘코어 어트랙션(core attraction)’이다. 사람들 눈길을 확 사로잡는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제3의 공간을 마케팅 전략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뉴욕의 나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미래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선보여야 할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연일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4만 여명의 참가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실망도 아픈 대목이지만, 이들이 전 세계에 전송하고 있는 sns상의 부정적 이미지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역대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국제행사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실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파행의 원인은 정치적인 문제도 예산상의 문제도 아니다. 순전히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문제가 됐던 폭염과 태풍, 해충은 갑작스러운 일도 불가항력적인 일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새만금의 8월 습하고 무더운 날씨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여가부장관도 지난해부터 대회 직전까지 폭염과 태풍, 해충피해 우려에 대해 충분한 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누차 강조해서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는가?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력,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 붕괴 말고는 답을 찾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국제행사는 범정부 차원에서 준비한다. 행사가…
지난 2021년 대구에서 이른바 ‘청년 간병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중병을 앓아 거동이 불가능한 아버지를 장기간 홀로 돌봐오던 20대 청년은 징역형을 받았다. 생활고에 시달려 온 청년은 뇌출혈로 입원치료를 받아 온 아버지를 간병해왔지만 병원비를 부담하기 어려워지자 퇴원시켰다. 퇴원 후 방치상태였던 아버지는 사망했다. 이 청년에 대한 비난이 일었지만 동시에 요양병원 간병비 지급을 제도화하지 않는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했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의료정의실천연대, 장애인건강권연구소,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는 24일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요양병원간병비 행정입법 부작위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년이 “병원비로 월세와 공과금이 연체되는 가계 파탄 상황에서도 음식물을 콧줄에 넣고, 2시간마다 자세를 바꾸며 마비된 팔다리를 주무르는 간병노동을 견딜 수 없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입법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위헌의 죄를 묻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가족돌봄청소년·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이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절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8월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여론조사, 응답률 1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 32%, 더불어민주당 31%, 무당(無黨)층 32%였다. 일각에서는 무당층이 이렇게 증가한 적은 없다며 그만큼 양당 정치의 폐해가 크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정확한 지적이라고 하기 힘들다. 이 정도 규모의 무당층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을 240여 일 앞둔 시점이었던 2015년 8월 1주 조사(한국갤럽)에서 나타난 무당층은 34%였다. 여기서 20대 총선 240여 일 이전 조사를 언급한 이유는, 21대 총선은 일반적인 선거였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은,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정치사 초유의 사태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였을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엄습해 국기 결집 효과가 극대화되던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일반 선거이론으로 21대 총선을 분석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인데,
부모도 처음부터 부모는 아니었다. 누구의 아들이고 딸이었다. 아들로 딸로 살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의 깊이가 신뢰감을 만들고, 그 사랑이 오롯이 내 아이들에게 전해져 세상에서 질서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덴마크계 독일인으로 미국 최초의 소아정신분석가인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 1902~1994)은 생애초기, 즉 0~2세까지를 신뢰감의 형성의시기라고 했다. 신뢰감이 만들어지는시기에 아이에게 먹는거, 자는 것, 싸는 것 등 기본적인 생명과 관련있는 욕구가 주양육자인 부모로부터 충족되지 않으면 불신감이 생겨서 세상을 믿지 못하고 세상속에서 무질서하게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어떠한가? 자식의 자존감을 낮추게하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전철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안지키는 아이를 나무라면 "내 아이 내가 혼낼테니까 그러지마세요"라고 아이 앞에서 아이를 감싸며 대꾸도 없이 휙~ 돌아서서 간다. 못났다. 요즘 부모교육을 할 때 나는 이렇게 부모들에게 얘기한다. 사랑할수록 아이를 20%부족하게 키우라고. 20%는 아이 스스로 발버둥치며 실패와 좌절의 경험을 통해 채워가는 거라고. 하지만 엄마들은 20%가 아닌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