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멀리 간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데 있다, 가슴 속에
집단상담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한 20대 여성이 자신이 마약중독임을 밝힌다. 그녀는 8년 전 남자친구의 권유로 마약을 시작했다. 여러 번 끊을 시도 했고 그 횟수만큼 고통스럽게도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정신병원에 수차례 입원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순간 정말 다시는 안 하겠다 굳게 결심하지만 지속되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마약을 끊고 이 상담에 참여했다. 그녀는 마약을 우연히 접하였다가 삶의 수렁에 빠진 사람의 회복을 돕는 마약중독재활치료사가 되길 바란다.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만 반갑다. 삶의 속성으로 따라오는 고통에 대해 우리는 기분을 전환해 주어 일시적으로 고통에서 이탈하게 해 주는 어떤 것들을 때때로 선택한다. 맛있는 저녁식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일을 끝마친 후 치킨과 맥주일 수도 있다. 속상하다고 훌쩍 밖으로 나가 피우는 담배 한 가치는 건강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한 부분일 수 있다. 문제는 물질중독, 사용장애이다. 여기서 물질은 뇌에 영향을 미쳐 의식이나 마음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물질 사용에 장애가 되는 경우는 △물질 사용을 통제할 수 없거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물질 사용으로 인해 훼
‘희망찬 새해’란 새해인사는 우리 모두가 좋아하지만 특별히 국가차원에서 희망이 넘치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의 바람과는 너무나 다르게 암울하다. 지난 3년간 지속되어온 코로나19와 러-우크 전쟁, 미-중 갈등상황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경제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 듯하다. 거기다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로 불안감은 배가되고 나아가 정치권의 극한대립은 ‘희망찬 새해’란 말을 무색해한다. 하늘의 도움을 기대하며 희망을 펼치고 꿈과 비전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희망이 바람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본다. 집값상승을 막기 위해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이 불과 9개월 전인데 이젠 집값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제정책의 한계를 본다. 금년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길 기대하나 정부의 대책도 그리 희망적이진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희망찬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분열상황을 통합의 길로 바꾸어 그 응집된 힘으로 희망을 현실화할 수 있는 분야, 바로 남북관계다. 남북관계의 재개는 불안을 벗어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고 관계회복에 따른 대외 이미지 제고,
새해 첫날 들었던 생각이다. 모른다. 나는 알지 못한다. 굳이 안다면, 그 어떤 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나는’과 ‘모른다’ 사이의 괄호에 어떤 단어를 적어 넣어도 무방하다. 나는 (구름을) 모른다. 나는 (바람을) 모른다. 나는 (햇살을) 모른다. 구름도 바람도 햇살도 모르는 내가 사람과 도시와 세상을 알 턱이 없다. 사람은 고사하고, 사람이 만들어내는 온갖 것들에 대해. 이를테면 미움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바름이라든지 그름 같은 것을 모른다. 모른다. 나는 알지 못한다. 안다고 끄덕였던 적도 있었는데 부끄러운 고갯짓이었다. 교과서 몇 권 읽었다고 안다고 믿는 건 착각이다. 앎이란, 그렇게 하자는 인간의 약속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니까. 모른다. 나는 알지 못한다. 하물며 새가 왜 우는지조차 나는 모른다. 우는지, 웃는지, 부르는지, 화내는지, 노래하는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지 알지 못한다. 내게는 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눈이 없어서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다. 없으니 모를 수밖에. 새해 첫날부터 모르는 것투성이다. 모른다는 고백을 인간이 정한 약속으로, 그러니까 말 혹은 언어라는 기호로 나열하고 있는 나는 얼마나 궁색한가. 궁색을 넘어 무용한가.
요사이 북한 무인기의 대한민국 침투 문제로 시끄럽다. 이 사안은 크게 세 종류의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무인기의 정확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용산 비행 금지 구역 진입 가능성을 언급한 야당 의원의 주장에, 그렇지 않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문제점은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더구나 국정원도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은 앞으로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왜 이런 문제점들이 불거지게 됐는가 하는 경위를 밝히고, 밝혀진 사실에 입각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북한 무인기 침투에 어떤 대응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부터 따져 봐야 한다. 기존의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존의 대응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의 무
모든 종교의 본질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리고 나를 둘러싼 무한한 세계와 나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에 있다. 가장 고차원적인 종교에서 가장 야만적인 종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교가 그 밑바탕에, 이러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나’의 관계의 수립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교육장이며 최대의 계몽주의자이지만, 반면에 외면적인 현상과 정체성의 이기적 활동은 인류의 진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종교의 본질인 신성함과 영원함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한 모든 사람의 마음은 한결같이 채워진다. 우리가 탐구의 길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모든 위대한 종교의 근본 원리는 하나라는 것, 천지창조 이후 오늘날까지 연명해 이어져 온 가르침이 그 하나로 관철되어 있음이 밝혀질 것이다. 모든 신앙의 밑바탕에는 오직 하나의 영원한 진리의 흐름이 있다. 조로아스터교도는 조로아스터교의 깃발을, 유대교는 유대교의 깃발을, 그리스도교는 십자가를, 이슬람교도는 반월의 깃발을 걸게 하라. 그러나 그들도 모두, 그러한 것은 단순한 외면적인 표징에 지나지 않으며, 모든 종교의 본질적 원리는 예수, 바울, 마누, 조로아스터, 부처,…
“다량의 빛과 그늘을 찾아라. 나머지는 저절로 온다. 그것은 종종 별로 중요치 않다.” 별로 중요치 않은 것, 이것이 현대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예술혁명의 화신이자 현대미술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이야기다. 화폭의 새 지평을 연 그를 세기의 지성 에밀 졸라는 경탄했고, 미셸 푸코는 100쪽이 넘는 글로 분석했다. 1832년 1월 23일 파리 7구 부르주아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마네. 부친 오귀스트 마네는 법무부장관의 비서실장이었고, 모친 외제니 데지레는 스톡홀름에 주재하는 외교관의 딸이었다. 근엄한 가문에서 자랐지만 상당히 엉뚱하고 왕정주의자였던 외삼촌 덕에 일찍 예술계에 눈을 떴다. 해군 함장이었던 외삼촌은 에두아르와 그의 동생 외젠을 데리고 자주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그는 조카들에게 대가들의 그림을 비평했고, 특히 스페인관을 찾을 때는 더욱 열정적이었다. 해군장교에서 화가로 꿈을 돌린 마네 열두 살에 마네는 뤽상부르공원 근처 롤랭중학교에 입학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어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그의 귀중한 자산이 될 앙토냉 프루스트를 만났다. 마네는 푸루스트과 함께 외삼촌을 따라 루브르…
한 독일인이 있었다. 21세 약관의 나이에 베를린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한 신학자 칼바르트는 그가 쓴 박사학위논문을 “신학적 기적”이라 평할만치 세상은 천재의 출현을 반겼다. 24살에 베를린대학 신학부 교수가 되고 25살에 목사안수를 받았다. 촉망받는 신학자이자 목사로서의 삶은 27살 나치가 집권하면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의 많은 교회들이 히틀러를 그리스도에 비유하며 우상숭배에 휩쓸리자 그는 히틀러에 반대하고 기독교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고백교회운동의 지도자로 나서게 된다. 그가 나치에 저항하는 활동에 투신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게슈타포의 감시를 받던 그는 망명권유조차 거부한 채 활동을 이어가다 1943년 4월 결국 체포되어 히틀러암살모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독일패망 한 달 전 교수형에 처해진다. 그의 이름은 ‘디트리히 본회퍼’이다. 시무식에서 찬송가를 불러 종교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진욱공수처장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연일 공수처장 사퇴를 압박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공수처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공수처장이 부른 찬송가는 본회퍼가 감옥에서 죽음을 앞둔 1945년 약혼녀에게 보낸 ‘선한 능력으로’라는 시에 곡을 붙인…
그리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것을 많이 알기 보다는 참으로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더 낫다. 작은 서재에 굉장한 보배가 존재할 수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세계의 모든 문명국에서 추려낸 가장 지혜롭고 고귀한 인물들의 세계, 즉 그들의 연구와 지혜의 소산이 그 책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인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고독을 깨뜨리거나 자신들의 작업을 방해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또는 사회적 조건들이 그들과의 교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는 그들의 최상의 벗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상이, 세기를 건너뛰어 누구인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명료한 언어로 펼쳐져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정신적 은혜를 책 속에서 얻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반추동물(反芻動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많은 책을 머리에 채워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삼킨 것을 잘 새김질하여 소화시키지 않는다면 책은 우리에게 아무런 힘과 자양도 주지 않을 것이다. (로크) 무엇보다 먼저 좋은 책부터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평생 그 책을 읽을 기회를 놓
1. TV 보면서 지식이 무럭무럭 자라는 경험을 하고 싶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알쓸신잡의 새 버전 알쓸인잡을 기대한다. 제목과는 반대로 정말 쓸데 있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 될 거다. 인간에 대한 사유와 고민이 있어야 공학도 의학도 쓸모가 커진다. 누가 뭐래 든 지적 허영을 만끽하는 시청자가 제법 있다. 시청률이 어지간한 예능 못지않다. 연예인의 신변잡기 이제 그만 듣고 싶다. 기획 잘하면 교양이랄까 지식예능이랄까 장르야 뭐라 하든 많은 시청자를 프로그램 앞에 앉혀둘 수 있다. TV와 인문학의 콜라보, 대중문화와 역사, 사회과학의 결합, 자연과학의 대중화 등 추구하는 바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은 다양해진다. 2023년 지식 프로그램으로 모두들 머리가 묵직해지면 좋겠다. 2. 재미도 있고 보고 나면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많아지면 좋겠다. 장마다 꼴뚜기 날수 없고 모든 드라마가 다 그럴 필요는 없다. 재미있으면 제 역할 다한 거다. 그래도 요즘처럼 변화가 빨라 공감대가 줄어드는 시대에 재미와 메시지 공감이 커지는 드라마가 몇 편 있다면 그 효능감은 커질 것이다. 우리들의 블루스(시청률 14.6%), 슬기로운 의사생활 2 (14.1%), 이상한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