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60대 남성(육대남)이 은퇴 후 고립감과 가족 갈등이 결합하며 극단적인 범죄로 내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경찰 통계에서도 이들의 범죄율과 강력범죄 비율은 최근 10년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등 변화된 세태가 입증되고 있다. 건강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 청년’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는 시점에 체력이 넘치는 60대를 건전하게 관리하며 이를 활용할 특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지금처럼 방치하는 건 어리석고 위험하다. 지금 온라인상에서는 극단적인 범죄로 내몰리는 60대 남성들을 ‘육대남(60대 남성)’이라고 일컫는 신조어가 통용된다. 단순한 나이 구분을 넘어, 은퇴 후 소외·무력감을 느끼다가 극단적 선택이나 범죄로 나아가는 중장년 남성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표현이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60대 남성이 연루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0일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60대 남성이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을 쏘아 숨지게 했다. 자택에 폭발물을 설치하기도 한 이 피의자는 경찰에 긴급체포돼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불화’를
아이들은 무엇이든 만지고 입에 넣으려고 하는 때가 있다. 우리 집 손녀도 서류 묶는 클립을 슬그머니 잡더니 입에 넣으려 하여 아이 아빠가 깜짝 놀라 소리를 친 적이 있었다. 여행 갔던 곳에서 마그네틱 기념품을 사와 냉장고 문에 붙여 놓으면 그것을 볼 때마다 그 여행지 추억이 떠오른다. 구강기 아이 뿐 아니라 이렇듯 감각으로 만지고 체험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일 것이다. 김난도 교수가 우리 사회, 경제, 문화 분야의 한 해 전망을 담아 매년 펴내고 있는 책의 올해 판 '트렌드 코리아 2025'는 10가지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로 물성매력(Experienc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물성(materiality)’이란 말 그대로 손에 잡히는 사물의 성질을 의미한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서도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 등을 통해 체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손에 잡히는 것과 같은 매력을 지니게 만드는 힘을 김난도 교수는 ‘물성매력’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디지털과 AI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사람들은 ‘물성’을 갈망하며 아날로그적 감성에 다가가려는 경향을…
누군가는 어느 날 문득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지만, 뜨거웠던 이 여름 어느 저녁 나는 프라하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베를린 중앙역을 뒤로하고 네 시간 남짓 달려 또 다른 중앙역에 다다르니 새벽 다섯 시. 예약해 둔 호텔에 짐을 맡기고 곧장 거리로 나섰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 아름다운 거리를 거닐다 보면 프란츠 카프카, 드보르작, 스메타나, 알폰스 무하 등 프라하가 낳은,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낯익은 예술가들의 이름을 마주하게 된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유럽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에게 가보고 싶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다.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성과 다리, 다정한 골목과 건물들의 정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이 나라가 겪어왔던 고된 역사의 굴곡과 그 아픔에서 배어 나오는 한의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 닮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 도시를 찾은 것은 사뭇 다른 이유에서다. 해마다 수백만 명 관광객이 모여드는 구시가지 한복판에 동유럽 한국학의 본원 카렐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1348년 보헤미아 왕국 국왕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카렐 4세에 의해 설립된 이 대학은 중부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예기치 못한 이변 사태로 낯선 이국의 공항에서 예보도 없이 긴 시간 연발하는 항공기를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그때 경험했던 지루함과 기다림은, 온전히 내 실존의 몫이라 할 수 있다. 그 지루함과 그 기다림이 실존의 무게를 지니는 것은, 그 지루함과 그 기다림을 ‘지금 여기’의 내 몸이, 내 몸의 감관이 감당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루하다, 기다리다 등은 몸이 만들어 내는 언어이다. 기슴이 뭉클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발을 끊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등등의 말들은 몸이 겪어서 토해 놓는 말이다. ‘오금아, 날 살려라’ 하는 말에 이르면 체험의 언어, 몸의 언어가 가지는 인간 휴머니티를 진하게 느낀다. 그런데 이런 몸과 체험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기다린다’라는 말은 부정의 의미로만 부각되고, ‘지루하다’라는 형용사를 현대인들은 별로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우리의 오감과 우리의 뇌를 무언가가 끊임없이 채워주는 정보 생태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의 지루함을 메꾸어 주는 정보나 콘텐츠들은 SNS에 무한정 들어 있다. 이런 콘텐츠들은 내가 내 몸으로 겪는 나의 경험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서 나에게 연결
인구 감소 지역으로 분류돼 지방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방정부들은 인구증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이 키우기에 좋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육아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공산후조리원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출산 가정에 경제적·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준다. 출산은 가정이나 사회, 국가의 큰 경사이지만 출산 가정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출산 후 필수 코스인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자면 수백만 원,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수는 460개(보건복지부 자료)였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전국에 16개(3.5%)밖에 없다. 비용은 민간의 절반 수준이라서 순식간에 예약이 마감된다. 약 1370만 명이 사는 경기도에는 2곳밖에 없다. 여주 공공산후조리원(2019년 5월 개원)과 포천 공공산후조리원(2023년 5월 개원)이다. 여주 13개실, 포천 20개실로 1년 내내 공실이 없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들 공공산후조리원 2곳의 6월말 기준 누적이용자는 2603가정이었다.(지난해에는 761가정, 올해 6월말 기준 375가정) 이처럼 경쟁률이 치열하다보니…
락파, 셰르파족은 태어난 요일에 따라 이름이 정해진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수요일에 태어난 당신은 ‘락파’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죠. 수요일에 태어난 당신, ‘락파’라는 이름은 아름답고 신비로웠습니다. 그 이름 앞에 잠시 머뭅니다. 무더위에 지친 밤이었어요. 설산을 바라보며 서 있는 당신의 깊은 눈빛에 이끌렸죠. “마운틴 퀸: 락파 셰르파”라는, 당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였습니다. 여름에 설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벌써 저만치 달아나는 것 같았어요. 차가운 풍경이 나를 이끌고 간 곳은 상상조차 못 했던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락파, 당신의 아름다운 이야기가요. 당신은 낡은 관습을 거부했습니다.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삶을 원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늘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여자에게는 금지된 짐꾼이 되기 위해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산을 올랐죠.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제 비밀스러운 삶이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당신을 보며 내 가슴이 쿵쿵 뛰었어요. 비밀이란 말을 이토록 아름답게 쓰는 당신을 ‘문맹’이라고 무시한 사람들은 정작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거지요. 자신을 상냥하고, 사랑이 많은 여자이며, 평화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이제 기후로 인한 대참사는 매년 있는 재앙이 되었다. 지난 6월 남유럽의 뜨거운 태양은 여러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다. 스페인의 세비야는 43도까지 올라갔고 안달루시아는 그보다 더 한 46도까지 치솟았다. 이곳의 주민과 관광객들은 극심한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부채나 모자를 써야만 하였다. 이 불볕더위는 스페인에서 최근 3년간 계속되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리스본의 최고 기온이 40여도를 육박하였다. 이러한 폭염은 육지만의 현상이 아니다. 바다에서도 수온계가 상승하고 있다. 한반도와 발레아레스 제도의 해수는 기록적인 수치인 26도를 넘어섰고, 지중해의 다른 지역에서도 28도의 표면 온도가 측정되었다. 해안의 바닷바람이 덜 상쾌해져 폭염을 더 견디기 힘든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반복되는 폭염은 지구 온난화의 명백한 지표로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고, 길어지고, 심해질 전망이다. 유엔의 기후 전문가 그룹 역시 1950년 이후 폭염의 빈도와 강도, 폭염 기간이 증가했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다. 기후 이변은 폭염만이 아니다. 7월 들어 지구촌이 홍수로 난리다. 얼마 전 미국 남부에 내린 집중 호우는 텍사스를 황폐화시켰고 100명…
경기도의 반도체 수출이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초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희소식이다. 이 같은 집계는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 변동 등으로 세계 무역 시장이 큰 폭으로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린 성과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할 것이다. 경기도의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정책 환경변화 등 다양한 외생변수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선방(善防)을 기대한다. 전국 수출이 전반적으로 정체된 가운데 경기도의 금년 상반기 실적은 광역지자체 수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가 발표한 ‘경기도 2025년 상반기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804억 9251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4.4% 오른 791억 9043만 달러였고, 무역수지는 13억 208만 달러 흑자였다. 수출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300억 6296만 달러로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단연 돋보였다. 자동차(117억 달러), 반도체제조용 장비(35억 달러)가 뒤를 이었으며, 이들 상위 3개 품목이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