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전쟁 소식으로 인류애가 위험해질 때마다 일부러 기억해 내는 일화가 있다. 뤼드허르 브레흐만이 그의 책 '휴먼카인드'에서 소개한 미국 남북전쟁 이야기다. 게티즈버그 전장에서 회수된 2만 7000여 정의 머스킷 총을 조사한 결과 90퍼센트가 여전히 장전되어 있었다. 약 1만 2000여 정의 소총이 이중 장전되어 있었고, 그중 절반은 삼중 장전되어 있었다. 머스킷 총은 한 번만 장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군사들은 모두 충분한 군사훈련을 받은 상태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오랜 연구를 통해 역사학자들은 병사들이 총을 쏘지 않기 위해 총을 장전했음을 알게 되었다. 병사들은 적군에게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머스킷 총은 장전하는 데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으므로, 장전에 시간을 허비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머스킷 총은 이중, 삼중, 심지어는 23발의 총알이 장전되었다. 병사들은 장전한 총을 재차 장전했다. 그러나 브레흐만은 남북전쟁의 일면만을 소개했다. 남북전쟁이 시작되자 리처드 개틀링은 현대 기관총의 전신인 개틀링 기관총을 발명했다. 장전 과정이 자동화되었다. 개틀링 기관총은 분당 300발 이상을 발사했다. 머스킷 총은
부천시 한 호텔에서 불이 나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먼저 사망자들의 안식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도 기원한다. 지난 22일 오후 7시 40분 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불이 나 투숙객 등 7명이 숨졌다. 8층 객실에서 발생한 불로 건물내부는 순식간에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 소방 당국자도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건물 내부에 이미 연기가 가득 차 있었으며 창문으로 많은 연기가 분출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로 인해 인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질적인 후진국형 대형 참사였다.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이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불이 나기 전 한 투숙객이 810호 객실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를 맡고는 호텔 측에 객실교체를 요청했다고 한다. 따라서 화재발생 당시 810호는 비어 있는 상태였다. 이때 호텔 측이 세심하게 살펴 조치했거나 소방당국의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참사를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불이 나자 소방 당국은 화재 접수 3분 만에 ‘대응 1단계(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 출동)’를, 18분 만에 ‘대응 2단계(인접한 5∼6곳
남양주시는 현재 73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종합병원이 없어 의료 소외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남양주 시민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는 동북부지역에 경기도의료원을 신설하려 하고 있는데, 필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남양주시에 경기도의료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남양주시는 경기도 내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남양주시 인구는 왕숙 신도시 완공 시 100만을 넘을 것이다. 그리고 가평, 양평 등 배후 인구까지 고려하면 150만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잠재적인 남양주 경기도의료원의 의료 수요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남양주시는 주변 도시와의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남양주시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도 적시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의료원이 남양주시에 설립된다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다. 또한, 신도시 개발에 따른 커다란 의료 수요는 현재 경기도의료원의 경영 개선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
폭염주의보와 함께 열대야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냉방 전기세 폭탄에 대한 온 국민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경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 경기가 형편없이 가라앉아 냉방시설을 풀가동해도 손님이 없어서 울상이다. 한전 관계자들마저 8월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9월 전기요금이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빈사지경에 이른 중소 영세상인들의 전기세 부담을 덜어 줄 마땅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경기도 내에는 지난달 24일부터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21일 이후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기 전력 총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9377GWh로, 가구당 8월 평균 전기 사용량은 333kWh, 요금도 7만7천 원 정도 부과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스템에어컨을 하루 7.7시간 사용했을 경우, 12만 2000원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용 전력요금(저압·하계)은 사용량에 따라 300kWh 이하는 기본요금 910원에 kWh당 120원, 201~450kWh는 기본요금 1600원에 300~150kW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이색적인 실험이 검증되어 세간의 이목을 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란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오감을 동원해 상상 속에 그려보고 성공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훈련법이다. 경기에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어떤 동작의 공격을 가할 때 거기에 대응해서 어떻게 방어하고 공격을 펼치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의 대응을 실제 동작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주로 운동선수가 많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해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출전을 목전에 둔 구소련의 선수들이 몬트리올시의 경기장 사진을 보면서, 거기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날마다 상상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몬트리올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생소한 곳이었지만, 사진 속의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장면을 마음대로 그려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선수들은 몬트리올에 있는 낯선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도 마치 자신들이 자주 들렀던 곳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구소련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실전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걸었지만 길은 어제의 길이 아니고, 걷지만 우리는 어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어제 걸었던 산책로를 오늘 다시 걷습니다. 길은 산과 도시의 경계를 가르며 구부정하게 누웠습니다. 누운 길의 꼬리를 밟으며 머리를 향해 나아갑니다. 아무리 걸어도 길은 쉬 머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발은 길에 있지만 눈은 도시에 머뭅니다. 철야에 지친 간호사처럼 도시는 식곤증에 취했습니다. 그림자를 늘어뜨린 빌딩 숲이 어깨를 움츠립니다. 조각공원에 늘어선 조각상들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것 같습니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걸었지만 길은 어제의 길이 아니고, 흐르지만 시간은 어제의 시간이 아닙니다. 어제 걸었던 골목길을 오늘 다시 걷습니다. 골목은 집과 집 사이를 서성거리는 길 잃은 아이 같습니다. 도시의 골목에는 한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습니다. 열기가 빠져나갈 틈이 도시의 밑바닥에는 없습니다. 며칠째 계속되는 열대야로 도시의 밑바닥은 절절 끓습니다. 반지하 단칸 셋방 창문들이 발밑에서 나란합니다. 하늘을 향해 열려야 할 창문들이 골목에 갇혀 굳게 닫혔습니다. 에어콘 실외기에 매달린 호스에서 눈물이 떨어집니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걸었지만…
어느새 8월이다. 1년 12개월 중 벌써 4분의 3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초 새로운 해를 맞으며 세웠던 계획과 목표를 하나씩 지우고 있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다. 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보다 무서운 건 요즘 날씨다. 올해는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비교해 훨씬 더운 것 같다. 어쩌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부터 비교해도 가장 더운 것 같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 중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말을 한다. 이렇게 더운 상황에 하는 재치 있는 농담이었으면 좋겠지만 무서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매년 여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해서일까? 너무나 익숙하지만 체감하지 못했던, 말로만 듣던 기후 위기, 기후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 폭염이 더욱 아찔한 공포로 느껴지는 건, 시간이 흘러 가을이 온다고 해서 끝나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폭염이라는 현상은 하나의 결과이고 또 그 자체로 원인이 되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 변화의 ‘과정’이다. 이런 기후 변화는 결국 자연에 영향을 끼치고
한국현대사에서 광복절(光復節)만큼 경사스러운 날이 또 있을까. 이날은 “오등은 자에 아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 기미독립선언이 완성된 날이고, 일제강점이라는 암흑과 절망의 터널을 지나 ‘동방의 등불’이 될 기회를 다시 얻은 날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광복절은 국권 회복을 기념(記念)하는 날이다. 우리 민족은 고조선 이후 줄곧 독립국이었다. 20세기 초, 일본제국주의의 강탈로 국권을 잠시 상실하였지만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1919) 이후 해내외 동포사회의 줄기찬 독립투쟁과 미·영·중·소 연합군의 승전으로 독립을 쟁취하였다. 그날의 감격은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라는 위당(爲堂) 정인보의 ‘광복절 노래’(1950)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30만 애국지사·순국선열의 피땀, 200만 독립만세 영웅의 용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명(無名) 후원자들의 열망이 하나되어 이뤄낸 값진 노력의 대가(代價)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복절은 정부 수립을 경축(慶祝)하는 날이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 1인가구가 1000만 명(전체 가구 수의 41.8%)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도 높아 내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면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 국민 5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된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 사회적 과제가 됐다. 노인의 고독사와 질병,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 문제는 이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제(議題-아젠다)가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AI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돌봄 시스템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정부와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AI 건강관리 로봇’이나 ‘AI 돌봄 로봇’, 또는 ‘반려로봇’ 보급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과는 이미 검증됐다. 충북 단양군이 지난해 10월 65~85세 홀몸노인 110명을 대상으로 AI 로봇을 보급했다. 그리고 두 달 후에 이들을 대상으로 K-GDS(한국형노인우울척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 노인들의 우울증 지수는 정상범위인 평균 3.9점으로 나타났다. AI 로봇 보급 이전 측정한 우울증 지수는 경우울증
구직활동을 할 의지도 없이 ‘그냥 쉬는’ 청년들의 숫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고질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난제를 넘어 우리 젊은이들의 ‘노동 가치개념’에 심각한 병증이 의심된다. 물론, 선진국 길목에서 나타난 ‘가고 싶은 자리는 없고, 갈 수 있는 자리는 마음에 안 드는’ 미스매치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 ‘일하는 보람’보다 ‘노는 게 낫다’는 오염된 가치관이 독버섯처럼 자라 오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 젊은이들의 일상은 피폐해져 가는데, 정치권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중 ‘쉬었음’ 인구는 44만3000명(5.4%)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4만2000명 늘어난 규모다. 이 규모는 코로나19 당시보다 많았으며 같은 달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였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뜻한다. 7월 기준 ‘쉬었음’ 청년은 2013∼2017년 20만명대였다가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계속 늘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000명(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