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에 종합병원이 있다면 경마팬은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경주마들이 하얀 먼지를 달리며 질주하는 모습이 전체인줄 알았는데 종합병원이 있다는 사실은 의외다. 사람이 대상이 아닌 말 전문치료병원인 경주마보건원이 그곳이다.
국내 최고수준인 이곳의 주요 진료과목은 외과와 마취과로 7명의 수의사가 배치돼 있다.
경주말에게 흔한 병은 운동기질환.
퇴역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조교훈련과 각종 경주에 참여하다 보면 관절부위의 손상은 불가피하다.
내과적 질환 중 ‘산통’이라고 불리는 병은 치명적인 질환에 속한다.
말의 가장 큰 사망원인의 하나인 ‘산통’은 음식물이 장에서 막히는 질환으로 얼마 전 영화 ‘각설탕’의 주인공 ‘천둥’이가 이 병으로 사망했다.
말의 수술과정은 사람과 거의 흡사하나 말을 들어올리는 장비, 수술대 등 장비들이 장난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보통 말의 무게가 500kg을 육박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장비의 규모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말의 특성 상 대부분 수술은 전신마취로 진행된다.
간단한 수술도 최소 4명의 수의사가 달라붙고 수술시간은 4~5시간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과거엔 수술이 흔하지 않았으나 최근 의료진과 수술 장비의 발달로 1주일에 1~3회 이상 실시한다. 수의사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수술은 관절부문.
경주마로서의 사활이 걸린 만큼 얼마 전 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하얀 거탑’의 긴장감 도는 수술실 분위기가 재현된다.
하지만 관절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해도 경주마 생명은 장담할 수 없다.
장기간 휴양과 재활훈련을 거쳐 복귀해도 예전 기량을 회복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의사들의 하루 일과는 바쁘다.
경마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예약 진료, 일반 진료, 정밀검진으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응급상황 발생시엔 꼬박 밤을 새기도 해 경주마보건원은 365일 병원 불이 꺼지는 날이 없다.
KRA 이영우 수의사는 “사람이나 말이나 환자입장은 틀린 것이 없다”며 “최선을 다했는데 죽을 때는 마음 아프고 치료가 잘돼 건강하게 경주에 나갈 때는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