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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지독하게 웃긴 잔혹사

비주류 4명의 일상통해 한국사회 어두운 현실 그려내
열외인종 잔혹사
주원규 글|한겨례출판|320쪽|1만원.

무공 훈장을 단 군복을 입고, 탑골공원에서 왼쪽의 냄새만 풍겨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시국강연을 펼치는 노인 장영달, 코엑스몰에서 한 달간 88만 원을 받고 용역 회사에서 설비기사로 일하다가 해고당하고 점심 무료 급식 배급을 찾아다니며 서울역 역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김중혁, 명품 같은 짝퉁을 애용하는 된장녀 제약회사 인턴사원인 윤마리아, 여자 친구와 거리낌 없이 걸쭉한 대화를 나누고 학교를 중퇴하고는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17살 청소년 기무까지.

‘열외인종 잔혹사’는 혁명의 소요에 말려든 ‘열외인종들’의 무용담이다.

이 소설은 11월24일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국 한 장소(코엑스몰)로 모아지고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네 명의 교차적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각각의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촘촘히 구성해서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게 사건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서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른 상황과 장소에서 마주친다.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장영달과 기무, 용산역 피시 이용실에서의 김중혁과 윤마리아의 만남, 제약회사 인턴과 실험 아르바이트로 만나는 코엑스몰 푸드코트에서의 장영달과 윤마리아, 압구정역 맥도날드에서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콜라와 햄버거를 나눠 먹는 기무와 윤마리아까지, 네 명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마주친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시간적 구성과 코엑스몰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간적 구성, 그리고 인물들끼리 우연히 스치게 한 구성은 이 소설의 뛰어남을 보여준다.

주원규 작가는 코엑스몰이라는 욕망의 상징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처럼 느껴지는 현실 이야기를 통해, 경쟁과 착취, 혼돈과 모순 속에서 바로 우리들이 ‘열외인간’이며, 지독한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조차 ‘열외인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구상했고, 노통 자신이 비주류이자 크게 보면 ‘열외 인간’ 아니었겠냐”며 “이 소설에서는 열외인간들의 지도자로 떠받들어진 노숙자가 결국 희생되는 것으로 처리됐는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그 결말이 생각나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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